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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Author: 김하이
“성빈 씨,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나한테 숨기지 말아요.”

송하나는 심성빈의 따뜻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성빈 씨 여자친구잖아요. 성빈 씨가 가장 아프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요.”

“언제까지 성빈 씨한테 보호만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

심성빈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가슴속에 따뜻한 기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홀로 압박감을 견디는 것에 익숙해진 남자였다.

심씨 가문의 족보를 짊어지고 거대한 심하 그룹을 이끌어야 했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깊은 헤아림과 보살핌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 알았어.”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송하나의 머리 위에 턱을 괴고 잠긴 목소리에 감동을 담아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숨기지 않을게.”

송하나가 자신과 함께 고난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설령 다시 한번 그런 일을 겪더라도 여전히 숨기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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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9화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자잘한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리며 구불구불한 흔적을 남겼다.낯선 이국의 거리는 몽롱한 물안개에 잠겼고 기온마저 몇 도나 뚝 떨어졌다.심성빈은 내색 없이 손을 들어 차 안의 히터를 켰다.그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축축한 앞 도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지막이 물었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송하나는 살짝 차가워진 창문에 손가락을 대고 바깥으로 스쳐 지나가는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다.‘이런 비 오는 날에는 뜨끈한 훠궈가 딱인데.’생각이 떠오른 그녀가 곧장 입을 열었다.“우리 훠궈 먹을까요?”“밖에서 말고 집에서 직접 끓여 먹어요.”심성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좋지.”이 동네에는 마음에 드는 훠궈집이 없었다.육수가 현지인 입맛에 맞추느라 이것저것 잡다한 양념을 넣어 송하나는 늘 입맛에 맞지 않았다.심성빈은 앞쪽 교차로에서 차를 돌려 몇 킬로미터 떨어진 화인국 마트로 향했다.비가 와서 그런지 마트 안에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송하나가 앞서 걸었고 심성빈이 쇼핑 카트를 밀며 뒤를 따랐다.그녀는 아주 신중하게 식재료를 골랐다.버섯, 천엽, 소고기, 새우 완자, 양배추 등등 일일이 카트에 담았다.심성빈의 시선은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집중하면서도 부드러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넋을 잃었다.오랜 시간 함께 했음에도 매번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다.두 눈엔 다른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았고 오직 그녀만을 담고 있었다.송하나가 훠궈 육수 두 봉지를 들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성빈 씨, 매운 거 잘 드세요?”심성빈은 줄곧 넋 놓고 있느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성빈 씨?”이에 송하나가 다시 한번 나직이 불렀다.그제야 심성빈은 정신을 가다듬고 눈가의 몽롱함을 걷으며 대답했다.“응. 먹을 수 있어.”“그럼 두 가지 맛으로 살게요.”송하나는 매콤한 홍유 마라 육수 한 봉지와 맑은 버섯 육수 한 봉지를 골라 카트에 담았다.두 사람은 식재료를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8화

    허지안이 얼굴 가득 걱정을 드리우고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송하나가 얼른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괜한 걱정 마. 네 문제 아니니까. 아마 시아 선배가 요즘 정말 바쁜 일이 있어서 우리랑 같이 있기 불편한 거겠지.”“정말 그런 걸까?”허지안은 여전히 좀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그렇다니까. 너무 깊이 생각할 거 없어.”송하나가 다정하게 위로했다.허지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실망감을 겨우 억누르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내가 오버하는 거였으면 좋겠다.”말을 마친 그녀는 컵을 내려놓고 피아노 앞으로 돌아가 앉았다.송하나는 그런 허지안의 뒷모습을 보며 눈가에 복잡한 심경을 숨겼다.시아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송하나는 너무 잘 안다.혹시라도 자신이 누군가와 너무 가까워지면 나중에 시준이 그 사람을 찾아가 주변 친구들에게까지 피해를 줄까 봐 염려한 것이었다.시아는 지금 허지안뿐만 아니라 반혜라에게도 거리를 두고 있었다.요즘 줄곧 혼자 다니며 마치 자신을 모든 사람의 삶에서 지워버리려는 듯했다.방과 후, 심성빈의 차가 정시에 학교 앞에 멈춰 섰다.송하나는 안에 타고 안전벨트를 맸다. 차가 어느 정도 달린 후에야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로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성빈 씨, 잠깐 같이 어디 좀 다녀올 수 있을까요?”심성빈은 앞을 주시하며 다정하고 사려 깊은 목소리로 답했다.“그래.”그는 송하나가 알려주는 대로 차를 몰아 오래된 골목 어귀에 도착했다.송하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성빈 씨, 저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 차에서 기다리면 돼요. 오래 안 걸려요. 금방이면 와요.”“내가 같이 가줄까?”“아니요! 혼자 가면 돼요. 금방이에요.”말이 끝나자마자 송하나는 이미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심성빈은 황급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하지만 끝내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주며 따라가진 않았다.송하나는 익숙한 걸음으로 허름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7화

    심성빈은 곧 메뉴판을 받아 몇 가지 음식을 더 추가했다.웨이터가 나가자 룸 안은 이내 고요해졌다.이든이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눈가에 씁쓸한 회한과 감탄이 가득했다.“몇 년 만에 이 도시에서 널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그때도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 보는 사람마다 죄다 네가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거야. 알고 보니 진작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네.”“그때 네 품에 안겨 있던 그 여자애가 지금은 여친이 되었다니!”심성빈이 그와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한 모금 마신 뒤 시선을 올리고 이든을 쳐다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든, 나 한번 도와주라.”이든은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더니 금세 장난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말해봐.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줄게.”“앞으로 내 여자친구 앞에서 북성 이야기는 언급하지 말아줬으면 해. 과거 일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거든.”이든은 그 말을 듣고 몇 초간 침묵하다가 곧장 숨겨진 사정을 알아차렸다.그날 밤, 심성빈은 중상을 입은 송하나를 안고 큰 병원이 아닌, 하필이면 자신의 동물 병원으로 왔었다.그 배후에는 입을 열기 어려운, 남들에게 알려지기 곤란한 사정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어제 자신이 무심코 털어놓았던 옛일을 떠올리며 이든은 죄책감에 가득 차 곧바로 진심으로 사과했다.“미안해, 성빈아. 내가 경솔했어.”“옛이야기에 잠시 감상에 젖어 신중하지 못했어. 내 잘못이야. 걱정 마! 앞으로는 단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을게.”“너도 의도치 않게 한 말이잖아. 괜찮아.”심성빈은 담담한 표정으로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이번에 온 김에 얼마나 있을 거야? 모처럼 만났는데 내가 여기저기 구경시켜줄게. 이 지역 사람으로서 대접 좀 해야지.”“아니, 괜찮아.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이든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이번엔 그냥 옛 친구들 얼굴이나 볼 겸 들른 거야. 오후 비행기로 또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해. 이렇게 우연히라도 널 만나게 돼서 너무 기뻐. 이번 일정에서 가장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6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심성빈은 고개를 숙여 송하나의 눈가를 지그시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하나야, 내가 옆에 있어 줄까?”그는 정말 불안했다.조금 전 그녀의 눈에 스쳤던 공포를 똑똑히 보았기에 한밤중에 다시 악몽에 놀라 깰까 봐 걱정스러웠다.이에 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제 괜찮아요. 종일 힘들었을 텐데 푹 쉬어요.”심성빈은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받쳐 베개에 눕히고는 이불을 꼼꼼하게 여며 주었다.“나 바로 옆방에 있어. 밤에 또 악몽 꾸거나 어디 불편한 데 있거든 수시로 불러. 다 들리니까.”심성빈의 다정한 위로가 송하나의 마음에 스며들어 남아있던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냈다.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순순히 대답했다.“네, 그럴게요.”심성빈은 그녀를 몇 초간 깊이 응시하며 마음이 평온해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조용히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제 방으로 돌아온 뒤, 베란다에 서서 비서에게 전화를 걸고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북성 쪽, 옛날에 하나와 관련된 기록들, 찾을 수 있는 건 모조리 찾아서 깨끗하게 처리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마.”송하나는 매우 똑똑하다.오늘 심성빈의 설명이 너무 두루뭉술하다 보니 그녀가 완전히 믿지 못할까 봐 걱정됐다.혹시라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옛날 기사를 찾아볼까 봐 두려웠다.그 옛일들이 지금 그녀의 안정된 삶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전화를 끊은 심성빈은 잠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이든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통화는 금세 연결되었다.수화기 너머로 이든의 시원하고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성빈? 진짜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어제 데이비드랑 너 얘기 했는데 마침 네 여자친구 만난 거 있지. 너무 신기하더라고. 네 여자친구가 그러던데 성빈이 너 요즘 화인국으로 돌아갔다며?”심성빈은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오늘 밤에 막 들어왔어. 내일 점심시간 괜찮아? 내가 식당 예약할게,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5화

    심성빈은 손을 들어 송하나의 이마에 젖어 붙은 잔머리를 손끝으로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여전히 창백한 얼굴과 눈물에 젖은 두 눈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하나야, 어디 아파? 아니면... 낮에 무슨 일 있었어?”심성빈은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다.송하나가 막 기억을 잃었을 무렵에는 악몽을 자주 꿨다.하지만 이 작은 도시로 옮겨 와 생활이 차츰 안정된 뒤로는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악몽에 시달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또 이렇게 끔찍한 꿈을 꾼 걸까?송하나는 심성빈의 따뜻한 품에 기대어 마음을 완전히 진정시켰다.잠시 망설였지만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입을 열었다.“오늘 오후에 개인 병원에 흉터 연고를 가지러 갔었어요. 거기서 성빈 씨의 옛 친구를 만났는데, 이름이 이든이라고 하더라고요.”‘이든?’그 이름을 듣는 순간, 송하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심성빈의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당혹감이 빠르게 스쳐 갔다.‘설마 이든을 만난 것 때문에 하나가 악몽을 꾼 걸까?’“그래서?”심성빈은 애써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물었다.“그 녀석이 뭐라고 했어?”“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을 많이 이야기해 줬어요.”“2, 3년 전에 제가 북성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대요. 누가 저를 쫓고 있었던 것 같다고도 했고요. 그날 밤 성빈 씨가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저를 안고 이든 씨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뛰어와 살려 달라고 했대요.”송하나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심성빈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에 맺힌 의문을 털어놓았다.“성빈 씨, 그런데 전 왜 그 일이 조금도 기억나지 않을까요?”“그때 제가 왜 갑자기 북성에 있었던 거예요? 저를 뒤쫓던 사람들은 누구였죠?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그 질문을 듣는 순간 심성빈의 동공이 살짝 움츠러들었다.심성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송하나가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었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44화

    심성빈은 긴 여정을 마치고 별장으로 돌아왔다.검은 승용차가 멈춰 서자마자 그는 문을 열고 내려 성큼성큼 안으로 향했다.가정부는 그를 보자 급히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대표님, 돌아오셨어요?”심성빈은 벗은 외투를 가정부에게 건네며 자기도 모르게 텅 빈 거실을 둘러봤지만 익숙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 속에는 깊은 그리움이 묻어났다.“하나는요?”“하나 씨는 방에서 쉬고 계십니다. 벌써 주무세요.”심성빈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아직 여덟 시도 안 됐다.“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자는 거죠?”가정부가 서둘러 설명했다.“하나 씨는 오늘 돌아오셨을 때부터 안색이 안 좋으셨어요. 생리할 때가 돼서 배가 불편하신 모양이에요. 저녁도 거의 못 드셨어요. 그저 몇 숟갈만 드신 뒤 방으로 올라가셨어요.”그 말을 듣자 심성빈은 가슴이 철렁했다.그는 더 묻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송하나의 침실 앞에 도착한 심성빈이 문을 가볍게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그는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심성빈은 더 망설이지 않고 문손잡이를 잡아 천천히 문을 열었다.방 안에는 침대맡에 놓인 작은 노란빛 스탠드만 켜져 있었다.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이 방 안을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송하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하지만 편안하게 자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숨을 가쁘고 불규칙하게 몰아쉬고 있었고, 가슴을 작게 들썩이는 모습을 보아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심성빈은 발소리를 죽이고 침대 곁으로 다가가 열이 나는지 확인하려고 송하나의 이마에 손을 뻗었다.그 순간, 송하나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내뱉었다.심성빈이 허리를 숙여 귀를 기울였다. 끊어지는 듯한 말소리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귓속을 파고들었다.“안 돼, 오지 마.”송하나는 차갑고 어두운 악몽에 붙잡혀 있었다.꿈속의 그 사람은 송하나를 꼼짝 못 하게 묶어 놓고 칼을 든 채 조금씩 다가왔다.그 공포는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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