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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Author: 김하이
창밖은 청림시 달동네 강변 뷰가 펼쳐졌고 물 위에서 잔잔한 불빛들이 아른거렸다.

테이블 위에는 이미 따뜻한 지역 특색 차 두 잔이 놓여 있었다.

심성빈은 종업원이 건네주는 메뉴판을 받았지만, 딱히 펼쳐보지 않고 곧바로 탕수육과 간장게장을 주문했다.

이어서 그는 메뉴판을 자연스럽게 송하나 앞으로 내밀었다.

“다른 거 뭐 주문할지 봐봐요. 혹시 가리는 음식은 있어요?”

송하나는 메뉴판을 받지 않았다.

“아니요, 없어요. 대표님께서 여기가 익숙하신 것 같으니 알아서 정해주시면 돼요.”

“전에 출장 왔을 때 한 번 들렀던 적이 있는데, 인상이 매우 깊었거든요.”

심성빈이 간결하게 설명했다.

곧바로 옆에 서 있던 종업원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주문하고 또 친히 당부했다.

“해물찜에 들어갈 식자재는 꼭 바로 잡아서 조리해 주세요. 국물은 무조건 담백해야 하고요.”

그의 주문은 자연스럽고 유창했다. 이곳의 특색 요리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이내 물러났다.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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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5화

    다음날 오전, 드디어 예선전의 막이 올랐다.뮤직홀에 도착한 일행, 무대 뒤편은 북적거리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공기 중에는 잔뜩 날 선 분위기가 감돌았다.선수들은 제비뽑기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대기 구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의 눈빛에는 초조함이 서렸다.시아는 비교적 앞번호를 뽑은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이 호명되어 무대에 올랐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 자락을 가다듬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무대에 나섰다.애초에 실력이 탄탄한 터라 지정곡과 자유곡 두 곡 연주를 마치자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심사위원들은 빠르게 합의하여 점수를 매겼고 대형 스크린에 점수가 뜨면서 시아는 무난하게 진출 자격을 획득했다.선수들은 한 명씩 차례대로 무대에 올랐다.누구는 바랐던 대로 결선에 진출했고 또 누구는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시간은 조금씩 길어졌고 대기실에서의 초조함은 사람을 가장 지치게 했다.송하나의 번호는 거의 마지막 순서였기에 기나긴 기다림은 보이지 않는 소모전 같았다.진출자 명단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심성빈은 내내 그녀 곁을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지켰다. 무심코 주먹을 쥔 것을 알아차리고는 조용히 그 위에 손을 포개었다.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긴장된 손가락 마디를 천천히 풀어주었다.“걱정 마. 네 실력이라면 무조건 해낼 수 있을 거야.”그는 나지막이 속삭였고 다정한 목소리에는 위로가 담겨 있었다.“물 좀 마실래? 진정할 겸.”그렇게 말하며 심성빈은 텀블러 뚜껑을 열어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송하나는 그를 올려다보면서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그녀가 말했다.“고마워요, 성빈 씨.”탈락자 명단은 계속해서 갱신되었고 본선 진출 자리도 점점 희박해졌다.무대 위에 네댓 명의 선수만이 남아서 각축을 벌일 때는 단 하나의 진출권만이 남아 있었기에 경쟁이 전보다 훨씬 더 치열했다.모두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마침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4화

    “여자친구 속옷 빨아주는 거,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야?”송하나는 심성빈의 말에 말문이 막히고 더욱 민망해졌다.그녀는 몸을 돌려 황급히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자신을 꽁꽁 감쌌다.“먼저 잘게요. 굿나잇.”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의 작은 공간만 차지하고 심성빈에게 등을 돌렸다.남자의 시선은 그녀의 가느다란 뒷모습에 머물렀고 가슴속 깊이 희미한 아쉬움이 스쳤다.좀 전에 일부러 몸매를 드러내며 유혹해봤지만, 효과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설마 그의 몸매가 송하나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걸까?심성빈은 처음으로 불안감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조용히 침대에 올라가 다른 쪽에 누웠고 감히 선을 넘을 엄두가 안 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서 고르고 길게 이어지는 숨소리가 들려왔다.송하나가 잠이 든 것이다.잠이 든 그녀는 드디어 모든 긴장을 풀고 편하게 몸을 펴고서 돌아누웠다. 얼굴은 살짝 심성빈을 향해 있었는데 잠든 모습마저 평온하고 아름다웠다.심성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조용히 응시했다. 눈가에는 부드러움과 애틋함이 득실거렸다.그는 몸을 살짝 일으켜 송하나의 깨끗하고 하얀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숨결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잘 자, 하나야.”다음 날 아침.송하나가 잠에서 깼을 때, 옆자리는 텅 비어버렸다.그녀가 막 옷을 갈아입었더니 심성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산뜻한 운동복 차림이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무래도 방금 운동을 마치고 온 모양이었다.“깼어?”심성빈은 손에 든 방 카드를 테이블에 놓았다.“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나가서 뛰고 온 거예요?”심성빈은 대충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자연스러운 어조로 답했다.“생체 시계 때문에 일찍 깨서 이왕이면 나가서 몸 좀 풀었지.”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오직 심성빈 본인뿐이다.송하나는 밤새 얌전히 잠들지 못했다.두 시간 전에도 몸을 뒤척이다가 아예 그의 품에 파고들어 쿠션 삼아 다리까지 몸에 얹었다.새벽녘은 본래 예민해지는 시간, 그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3화

    송하나는 헐렁한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목선 아래로 가느다랗고 하얀 쇄골이 살짝 드러났다. 욕실에서 피어오른 열기가 뺨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였다.“다 씻었어요. 이제 성빈 씨 차례예요.”“그래.”심성빈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잠시 머물다 나지막이 대답하고는 욕실로 들어섰다.문이 닫히고 머리 위에서 뜨거운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수증기는 좁은 공간 안에서 겹겹이 피어올랐다.그는 한 손으로 차가운 벽을 짚고 눈을 감은 채 물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도록 내버려 두었다.머릿속에서는 송하나가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었던 순간이 걷잡을 수 없이 되풀이되었다.유연한 몸이 자신에게 밀착되던 그 느낌, 향기롭고 달콤해서 특히 더 마음을 뒤흔들었다.도대체 언제쯤이면 사랑하는 그녀가 마음속의 염려를 내려놓고 자신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줄까?그녀를 강요할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떤 욕망은 일단 싹트면 억누르기가 힘들었고 애써 참을수록 더욱더 거세게 몰아쳤다샤워를 마친 심성빈은 뒷정리를 끝내고 샤워기를 껐다. 이어서 짙은 색 수건을 허리에 대충 두르고 욕실을 나섰다.완전히 노출된 상반신, 매끄럽고 탄탄한 근육 라인이 유독 선명했다. 영롱한 물방울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려 쇄골과 가슴에 떨어졌고 마지막에는 수건 속으로 사라졌다.송하나는 한창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곁눈질했다가 예상치 못한 장면에 불쑥 시선을 빼앗겼다.그녀의 눈동자가 아찔거리며 시선은 순간 갈 곳을 잃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했지만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 일은 드물었다.평소 별장에서 심성빈은 항상 단정한 홈웨어를 입고 단추도 꼼꼼히 채우고 다녔다. 그녀는 지금 같은 심성빈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당황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계속 머리를 말렸는데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머리카락이 그만 엉켜버렸다.심성빈이 천천히 다가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려줄게.”송하나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2화

    송하나가 이렇게 심성빈을 꼭 끌어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부드러운 몸이 자신에게 밀착되고 달콤한 향기가 그를 감싸자 가슴 안쪽에서부터 찌릿한 설렘이 번져 나갔다.심성빈은 한 손으로 안정적으로 그녀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나직이 달랬다.“괜찮아. 독사 아니고 애완용 뱀이라 널 해치지 않아.”그럼에도 송하나는 여전히 바닥을 디딜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의 품을 파고들며 놓아주질 않았다.심성빈은 한 손을 빼내서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몇 분 지나지 않아 호텔 매니저가 직원 몇 명을 데리고 급히 달려왔다.직원들은 조심스럽게 바닥에 있던 뱀을 수납 상자에 넣어서 나갔다.한편 매니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서둘러 다가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호텔 측의 불찰입니다!”“복도 CCTV를 확인해 보니 이전 손님이 몰래 애완 뱀을 데리고 투숙했다가 퇴실할 때 두고 간 모양입니다. 청소 직원이 방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해서 이런 이슈가 발생했습니다.”“사과의 의미로 이번 투숙 기간의 객실 비용은 전액 면제해 드리겠습니다.”심성빈은 아직 진정되지 않은 송하나를 꼭 안은 채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고 목소리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객실에서 뱀이 나왔다는 게 말이 됩니까? 대체 호텔 안전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죠?”“다행히 독 없는 애완용 뱀이라 망정이지 만약 독사였다면 제 여자친구가 물렸을 때, 당신들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호텔에 머무는 투숙객의 가장 기본적인 신변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손님을 받는 겁니까?”매니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해졌다.중요한 투숙객이 물려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차원의 일이 아니니까.“심 대표님, 모두 저희 업무상의 실수입니다. 기꺼이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그밖에 해당 객실 청소 담당 직원과 당직 프런트 직원은 즉시 해고 처리하겠습니다.”“다시는 이런 일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1화

    몇 나라만 더 돌다 보면 시준이 아무리 발이 넓다 한들 다른 나라에서까지 제멋대로 모든 일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을 터였다.송하나는 가슴이 철렁했다.“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 눈가에 걱정이 서렸다.“아니야. 괜찮아, 하나야.”“앞으로 당분간은 너랑 나랑 거리를 좀 둬야겠어. 일단 내가 떠나면 시준이 격노할 게 뻔한데 그때 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송하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하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선배 말대로 할게요.”“하지만 나중에라도 무슨 어려운 일 생기면 꼭 바로 말해야 해요. 혼자 끙끙 앓지 말고요.”시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응.”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송하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가 이내 떨어졌다.“고마워, 하나야.”“널 알게 된 건 암울한 내 삶에 몇 안 되는 행운이었어.”“됐어, 얼른 돌아가 봐. 너희 심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송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심성빈이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긴 다리를 쭉 뻗고 휴대폰 화면을 빠르게 터치하며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다가 인기척 소리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얘기 다 끝났어?”“네.”송하나는 등 뒤로 문을 닫으며 대충 둘러댔다.“시아 선배가 콩쿠르 경험이 많다 보니 무대 위에서 주의할 점 같은 걸 여쭤봤어요.”도피 계획은 시아가 그녀에게만 털어놓은 비밀이다.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심성빈조차 이 일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성빈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었다.그는 시아가 먼 이국땅에 온 것이 단순히 대회 참가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다.다만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다.“프런트에 뜨거운 우유 좀 가져다 달라고 했어. 테이블 위에 놓아뒀어.”심성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종일 피곤했을 텐데 우유 마시고 일찍 쉬어.”송하나는 아직 그에게 온전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160화

    시준은 깊은 눈빛으로 시아를 바라보며 추호도 물러설 수 없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도착하면 매일 밤 영통 걸어. 대충 넘어가려 들지 말고.”“알았어.”시아는 나지막이 대답했다.시준은 운전 기사에게 그녀를 공항까지 바래다주라고 지시하곤 다른 차에 올라 급작스럽게 발생한 사업 위기를 처리하러 떠났다.공항 대기실.시아는 캐리어를 끌고 집합 장소로 향했다. 송하나가 그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시아 선배, 이쪽이에요.”그제야 시아도 캐리어을 끌고 그녀에게 다가갔다.“하나야.”송하나는 그녀의 눈가에 드리운 희미한 다크서클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어젯밤에 잘 못 잤어요?”시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시준이 함께 출국하려 했다가 다행히 출발 직전에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발목 잡혔어.”송하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정말 다행이네요.”시아는 주위를 쭉 훑어봤지만 심성빈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궁금해하며 나지막이 물었다.“너희 심 대표님은 같이 안 왔어?”“VIP 라운지에서 이메일 처리 중이에요.”이번 대회는 마리아 교수님이 인솔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의 참가 비용을 부담하는 터라 예산이 한정되어 있었다.모든 참가 학생들은 이코노미 클래스로 통일되었고 송하나는 특별 대우를 원치 않아 심성빈이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주려는 제안을 거절했다.잠시 후, 모든 참가자가 한곳에 모였고 마리아가 탑승권을 들고 웃으며 다가왔다.“여러분께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심성빈 씨가 모든 분의 좌석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주셨답니다! 더 이상 이코노미석에 껴 가지 않아도 되니까 얼른 짐 챙겨서 앞으로 가세요!”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모두들 심성빈이 송하나의 남자친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순전히 여자친구가 고생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모두의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이런 특별 대우는 전적으로 송하나 덕분이었다.비행기에 탑승한 후에야 그녀는 자신의 좌석이 심성빈과 나란히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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