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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Author: 김하이
심성빈은 식당을 나섰다.

밖의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자, 몸에 배어 있던 답답함까지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는 곧장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청림시의 오래된 맛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은 어젯밤 송하나가 맛있다고 했던 음식 몇 가지를 포장하기 위해서였다.

1808호 문 앞.

심성빈은 아주 가볍고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문이 곧 열리고 송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심성빈을 본 그녀는 눈가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무심코 뒤쪽을 봤더니 텅 빈 복도만 시야에 들어왔다.

“대표님 지금...”

지금 이강우, 송태리와 함께 식사 중이 아니었냐고 묻고 싶었다.

심성빈은 온화한 미소를 띠더니 약간 억지스럽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했다.

“두 사람 오랜만에 만나서 데이트하는 건데 제가 뭣 하러 끼어들겠어요? 눈치껏 먼저 나왔죠.”

말을 내뱉고 나니 심성빈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런 말실수가 또 있을까? 송하나는 아직 명의상 이강우의 아내인데 딴 여자랑 데이트라니...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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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8화

    송하나는 진서영의 날카로운 말에 격분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가 정원 씨를 본 게 틀림없어!’“보다시피 밖에 계신 정원 씨는 제 남자친구예요. 우린 서로 진지하게 교제 중이거든요.”아직 정식으로 관계가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송하나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남자친구로 받아들였다.“저는 최 국장님께 어떠한 사심도 없어요. 맹세컨대 평생 국장님과 함께할 일 없을 겁니다. 제가 그럴 마음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서영 씨 초점은 제게 맞춰져선 안 돼요. 서영 씨가 국장님 좋아하는 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 일이죠. 저는 서영 씨의 라이벌이 아니고 또 누군가의 가상의 적이 되고 싶지도 않아요.”“그러니까 근거도 없는 분노와 증오에 휩싸여서 판단을 흐리진 마세요. 무고한 사람을 해칠 뿐만 아니라 서영 씨 본인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송하나의 말은 질투와 분노로 불타던 진서영의 마음에 예기치 않게 찬물을 끼얹었다.그녀는 문득 예전에 SNS에서 화제가 됐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조강지처가 길거리에서 불륜녀를 때리는 장면인데 사실 진짜 원흉은 그 남편이 아닐까?아내를 배신하고 결혼 사실을 숨기며 또 다른 여자를 속였지만 결국 그는 아무런 피해도 없이 쏙 빠져나갔다. 두 여자만이 증오 속에서 서로 상처를 주며 비난을 짊어져야만 했다.그때 진서영도 그 남자야말로 때려죽일 놈이라고 비난했었다.송하나의 차분한 말을 들으면서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내가 왜 그렇게 터무니없이 굴었을까? 송하나는 아무 짓도 안 했잖아. 단지 시훈 오빠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아닌 송하나에게 마음을 줘버렸단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모든 걸 얘 탓으로 돌리는 게 과연 당연한 일일까?’하지만 이성과 감정은 늘 별개였다.오랫동안 쌓여온 억울함, 불만, 그리고 비교될수록 더욱 우스워지는 이 짝사랑 때문에 진서영은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했다.그녀는 선글라스 너머로 송하나를 뚫어지라 노려봤고 목소리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떨림과 간신히 버티는 고집스러움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7화

    다음 날, 차정원이 직접 운전하여 송하나를 연구 센터까지 데려다주었다.점심 무렵에는 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하나야, 오전에 정식 공판 전 회의가 일찍 끝났네. 지금 연구 센터로 가는 길이야. 그 근처에 새로 생긴 음식점 한번 가보자.”송하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정원 씨 오후 2시 반에 또 법원에 가야 하잖아요? 거기서 여기까지 오는 건 너무 무리에요. 점심은 대충 먹고 다음에 가요.”법원은 이곳과 거리가 좀 멀어서 왕복 운전 시간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반나절을 가로질러 오직 그녀와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온다는 것은 그의 수고로움이 너무 안쓰러웠다.그럴 시간에 차라리 어디 가서 좀 쉬는 게 나을 터였다.한편 수화기 너머로 차정원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함이 은근히 묻어났다.“널 좀 더 일찍 볼 수 있다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널 못 보면 뭘 먹어도 맛없어.”송하나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미약한 고집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녀는 결국 타협했다.“그럼... 여기까지 데리러 오진 마세요. 가게 위치 아니까 바로 가게에서 만나요.”“그래, 이따 봐.”차정원은 웃으며 승낙했다.퇴근 후, 송하나는 약속한 식당으로 걸어갔다.막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주차 공간에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차정원은 문을 열고 내려와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자연스럽게 팔을 벌려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는 송하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나직한 목소리에는 만족스러운 탄식이 묻어났다.“이제야 ‘하루가 천년 같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네. 고작 반나절인데도 보고 싶어 죽을 뻔했잖아.”송하나는 귓불이 살짝 빨개졌지만, 마음만은 달콤했다.그녀는 나직이 투덜거렸다.“차 변호사님도 꿀 발린 말 잘하시네요? 그동안 전혀 몰라뵀어요.”두 사람은 나란히 식당으로 들어섰다. 다정하고 애틋한 모습은 꼭 마치 금방 연애를 시작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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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5화

    “사과요?”최시훈은 허리를 곧게 펴고 부모님을 빤히 쳐다봤다.“저는 서영이한테 사과할 이유 없어요. 친구 이상의 어떤 암시나 약속 같은 건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지금이라도 모든 걸 분명히 해두는 게 서영이에게 책임지는 일이고 저 자신에게도 책임지는 일입니다.”그는 다시 아버지와 눈빛을 마주하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아버지, 제 연애와 결혼은 오롯이 저 스스로의 일입니다. 제가 한 선택에 반드시 책임을 질 테니 비난과 영향력에 관해서는... 저의 앞날이 개인적인 감정을 희생해야 할 만큼 나약한 건 아니라고 믿습니다!”“시훈아! 정녕 나를 화병으로 죽일 셈이야?”황윤미는 가슴을 움켜쥐고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아들을 바라봤다.최태주의 얼굴 또한 완전히 굳어졌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길로 최시훈을 빤히 쳐다봤다.“생각 잘하고 말해.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야. 기어코 고집부린다면 우린 어떠한 지원도 안 해줄 거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너 스스로 감당해야 할 거다!”이것은 영락없는 경고였고 심지어 관계 단절의 의미까지 담고 있었다.최시훈은 몇 초간 아버지와 조용히 눈을 마주쳤다. 짙은 눈동자에는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평온함과 결연함만이 가득 찼다.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 확고하게 대답했다.“아버지, 어머니, 제 입장은 이미 명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만 연구 센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남아서요.”말을 마친 최시훈은 더욱 싸늘해진 부모님의 반응도 외면한 채 침착하게 문밖을 나섰다.아들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황윤미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별안간 그녀가 남편을 향해 몸을 홱 돌렸다.“봤죠, 여보! 그 못된 계집애가 시훈이를 어떻게 홀렸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어릴 때부터 사리 분별이 밝고 배려심 깊게 처신해온 아이인데 유독 이 문제에서만 뭐가 씌운 것처럼 말이 안 통해요!”그녀는 말할수록 흥분하며 눈가에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4화

    오후, 최시훈의 사무실.비서가 서류를 두 부 들고 들어왔다.“국장님, 프로젝트 입찰 건에 관해 현재 가장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 두 곳을 선별했습니다. 기획안과 배경 모두 훌륭해서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검토 후 최종 확인을 부탁드립니다.”최시훈이 막 서류를 받아 들고 넘겨보려 할 때, 개인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화면에는 [아버지]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최태주는 장관급 인사로 요직을 맡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탓에 아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그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터였다.최시훈의 눈빛이 약간 굳어졌다. 그는 채 넘겨보지 못한 서류를 비서에게 돌려주었다.“일단 신 국장님께 가져가서 의견 여쭤봐.”비서는 곧장 알아채고 서류를 받아들고는 자리를 떴다.사무실 문이 닫히는 순간, 최시훈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아버지.”수화기 너머, 최태주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침착했다.“당장 집으로 와.”별다른 인사도, 이유도 없이 간결하게 말하고는 통화를 끊었다.최시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손목시계를 내려다봤지만 끝내 망설임 없이 재킷과 차 키를 챙겨 최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거실로 들어서자 무거운 분위기가 잔뜩 감돌았다.최태주는 소파 상석에 앉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굳이 노여움을 드러내지 않아도 위엄이 느껴졌다.옆에 앉은 황윤미 또한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아버지, 어머니.”최시훈은 신발을 갈아 신고 침착한 걸음으로 다가갔다.고개를 든 최태주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오랜 고위직 생활에서 나오는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너 대체 오늘 점심에 서영이한테 무슨 짓 한 거야?”최시훈은 마음이 쿵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내지 않았다.“고작 이 일로 일부러 집까지 부르셨어요?”“똑바로 말해! 어떻게 된 거야?”황윤미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원망 섞인 투로 말했다.“서영이 엄마가 오후에 나한테까지 연락이 왔어! 서영이가 너랑 함께 점심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3화

    차정원은 무심코 송하나의 옆구리를 움켜쥐었다.“하지만 하나야, 만약 의뢰인이 우리의 전문성을 이용해서 약자에게 지극히 불공정하고 심지어 기만과 약탈로 가득 찬 공격을 하려는 걸 뻔히 아는데 승소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송하나는 조용히 들으면서 마음속에 강렬한 충격이 일었다.많은 부부가 이혼 단계에 이르면 추악하고 이기적인 면을 드러낸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하지만 이토록 적나라한 계략으로 자신과 고생을 함께한 아내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정말이지 속이 뒤틀릴 정도로 불쾌감을 느꼈다.그에 비하면 이강우는 적어도 겉으로는 예의를 지켰던 셈이다. 심지어 반이나 되는 재산을 아낌없이 나눠주기까지 했다.단지 송하나가 마음에 상처를 입어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이 사건 속 남편의 잔인함은 그야말로 치 떨릴 지경이었다.“아이는 몇 살이에요?”그녀가 나직이 물었다.“여섯 살이고 줄곧 엄마가 키웠어. 남편은 사업하느라 거의 돌보지도 않았지.”송하나는 법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인간성은 이해한다.그 아내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니 얼마나 절망적일까 싶었다.“아이는 아마 지금 아내에게 있어 유일한 정신적 지주일 거예요. 만약 그 희망마저 앗아간다면 여자분은 살아갈 의지도 잃을지 몰라요.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거든요. 그때 가서 남편이 소송에서 이기고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해도 틀림없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거예요.”“그 남자는 수년 동안 아이를 돌보지 않았잖아요. 양육권을 억지로 빼앗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 자녀가 생기면 이 아이에게 과연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차라리 엄마와 함께 있는 게 나아요. 적어도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잖아요.”차정원의 생각 또한 송하나와 일치했다.법이란 결국 정의롭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약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그는 즉시 결정을 내리고 지체 없이 담당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 이혼 소송 건 말인

  • 별이 되어 빛나리   제77화

    서유준은 아주 느리게 운전했다.“하나야. 심하 그룹이랑 협력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한 번 시도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 대표님은 믿을 만한 사람 같거든요. 하지만 처음 협력하는 거니까 신중한 게 좋겠죠. 만약 심하 그룹과 협력한다면 계약 기간을 짧게 하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그때 다시 계약 연장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서유준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으로서는 심하 그룹이 최고의 선택이야. 심하 그룹의 루트와 우리의 기술이 합쳐진다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가 되겠지.”두 사람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3화

    이러한 생각이 머릿속에 박히자 마치 독 가시처럼 송하나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깨달음이었다.송하나는 거의 비틀거리다시피 묘지를 빠져나왔다.택시에 올라탔을 때, 손끝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이씨 가문의 본가, 그녀는 문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거실은 고요했다.홍경자는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안정인만이 집안을 정리하고 있었다.“사모님, 오셨어요? 어르신 막 주무시기 시작했어요.”“아줌마.”송하나의 목소리가 어딘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강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9화

    “나중에 할머니의 상태가 어떤지 알려줘야 해요.”“알겠어.”송태리는 차에서 내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검은색 롤스로이스 차량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이때 그녀는 김지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어르신은 이강우와 송하나가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만들고 있어. 그러다가 송하나가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이강우는 너를 버릴 거야.”카드를 쥐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홍경자는 이강우와 송하나가 결혼해야만 하는 구실을 만들었다. 이제는 아이를 가질 수 있게 손을 쓸 수도 있었다.만약 송하나가 먼저 아이를 가진다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88화

    “이혼 절차가 복잡해서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강우처럼 훌륭한 남자는 송태리보다 훨씬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유독 송태리에게 잘해주는 걸까?이강우의 편애를 받는 송태리는 꿈꾸고 있는 것만 같았다.“언제 그 여자와 완전히 끝낼 수 있는지 물어봤어?”김지영은 갈비를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면서 물었다.“여자의 청춘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꽃다운 나이에 빨리 가정을 꾸려야지, 언제까지 시간을 끌 생각이야? 차라리 아이를 가지는 건 어때? 그러면 이씨 가문에서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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