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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Author: 김하이
홍경자는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입가에 싸늘한 냉소가 어렸다.

“제법 효심은 있네?”

돌연 고개를 홱 돌리고 가정부에게 나직이 명령했다.

“당장 가서 강우 불러와.”

송태리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날, 병원에서 불쾌하게 헤어진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이강우를 만나지 못했다.

이 남자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어쩌면 마음이 약해져 상황이 반전될 여지가 생길지도 모른다.

30분 후, 이씨 가문 본가의 대문이 열렸다.

몸에 꼭 맞는 짙은 색 정장을 입고 들어선 이강우는 회사에서 급히 돌아온 모양이었다.

“할머니,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부르셨어요?”

무릎을 꿇고 있는 송태리를 본 순간, 그는 미간을 확 구겼다.

“넌 또 왜 여기 있어?”

“강우 씨!”

송태리는 마치 구명줄이라도 잡은 듯 즉시 몸을 일으켜 그의 팔을 붙잡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매달렸다.

“제발 부탁드려요. 우리 엄마, 아빠 한 번만 구해주세요. 그분들 이렇게 감옥 가면 안 된단 말이에요.”

이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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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9화

    심용군은 수십 년간 심하 그룹을 이끌어온 사람인 만큼 해외에도 인맥이 널리 퍼져 있었기에 정말 무언가를 알아내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말을 마치자마자 심용군은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해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의 한 탐정사무소와 연락이 닿았다.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심용군은 거액을 들여 심성빈이 거주하는 별장 주변의 CCTV 영상을 확보하도록 했다.불과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탐정은 고화질 사진과 CCTV 영상을 한꺼번에 보내왔다.파일을 클릭하자 선명한 사진들이 하나둘 화면에 나타났다.심성빈은 매일 아침 한 여자를 차에 태우고 외출했고, 저녁이 되면 다시 차를 타고 여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사진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여자만 등장했다.여자를 바라보는 심성빈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고 숨길 수 없는 애정이 깊이 어려 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백지유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화면을 확인한 고여진은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마음속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이 부서졌다.“그렇다면... 정말 다 사실이었던 거네요.”고여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성빈이랑 만나는 애는 지유가 아니라 이 여자였던 거예요.”심용군은 차가운 표정으로 계속해 자료를 넘겨보았다.탐정사무소는 일 처리가 매우 빨랐다. 그들은 CCTV 영상뿐만 아니라 여자의 신상까지 조사하여 이름과 나이, 재학 중인 학교까지 알아냈다.송하나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고여진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이 서늘해졌다.“송하나... 송하나였다니!”고여진은 송하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송하나는 이강우의 전처였다.당시 심성빈은 친한 친구의 전처를 사랑하게 되었다.송하나가 제연시에서 납치당했을 때 심성빈은 송하나를 구하기 위해 심하 그룹의 명예까지 걸었었다.그 사실을 알게 된 심씨 가문 사람들은 매우 강력히 반대하며 심성빈과 송하나가 더 이상 가까워지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았다.그들은 송하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8화

    “지금 바로 지유에게 전화해서, 그쪽 반응부터 떠봐.”“알겠어요. 일단 지유한테 연락해 볼게요.”고여진은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백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여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자 백지유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왜 갑자기 나한테 연락하신 거지? 심성빈에게서 새로운 임무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백지유는 매우 불안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전화를 끊을 수도 없었다.일부러 연락을 피한다면 오히려 찔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결국 백지유는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받은 뒤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어머님.”고여진은 최대한 평소처럼 자애로운 목소리를 유지하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지유야, 너 지금 혹시 성빈이랑 같이 있니? 내가 성빈이한테 전화를 몇 번이나 해봤는데 계속 안 받네. 괜찮으면 성빈이 좀 바꿔줄 수 있을까?”백지유는 순간 당황했다.지난번 연기를 끝낸 뒤로는 심성빈과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이후 스키 마을에서 잠깐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몇 마디 나누지 않았다.심지어 지금은 심성빈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전혀 모르는데 무슨 수로 전화를 바꿔준단 말인가?백지유는 어쩔 수 없이 그럴듯한 핑계를 꾸며냈다.“어머님, 제가 지금 성빈 씨랑 같이 있지 않아서요. 성빈 씨 요즘 일이 바빠서 야근도 잦고 출장도 자주 가요. 아마 너무 바빠서 휴대폰을 볼 시간도 없는 모양이에요. 일이 좀 정리되면 제가 꼭 바로 어머님께 전화하라고 할게요.”“어머, 그런 거였어? 그러면 당분간은 방해하지 말아야겠네.”고여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참, 얼마 전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너희한테 먹을 것도 좀 보내고 생활용품도 몇 가지 보냈잖니? 거기에서는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는데 잘 받았어? 입맛에는 맞아?”백지유는 고여진이 그런 물건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알지 못했다.혹시라도 대답을 잘못했다가 의심을 살까 봐 걱정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7화

    고여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꼬박 30년이에요. 30년 동안 한시도 잊지 않고 애타게 찾아다녔는데도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어요. 정말 이생에 다시는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워요.”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에 고여진은 무심코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렸다. 마침 TV에서 중요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긴급 속보입니다. 국가 간 합동 국외 도피 사범 추적 및 검거 작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10여 년간 해외로 도피해 있던 중대 경제 범죄 용의자 여러 명이 현지에서 검거되었습니다.”뉴스 앵커의 힘 있는 목소리와 함께 해외에서 용의자들을 검거하는 현장 영상이 화면에 나왔다.이내 맑고 또렷한 진행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이번에 검거된 용의자들은 10여 년 전 발생한 초대형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들로, 당시 피해 규모가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그 뉴스는 순식간에 심용군의 관심을 끌었다.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대형 경제 범죄 사건이 터졌을 때, 심용군은 심하 그룹의 대표였다.그 범죄자들은 수많은 일반 시민과 수백 곳의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거액을 챙겨 해외로 도주했다.그 여파로 여러 기업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으며, 수많은 피해자가 전 재산을 잃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심용군은 당시 업계를 뒤흔든 그 사건을 직접 겪었기에 그 일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다.심용군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TV 화면 가까이 다가가더니 깊은 감회와 근엄함이 서린 눈빛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법망을 빠져나갈 수는 없는 법이지.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놓고 10년 넘게 도망을 다니던 놈들이 드디어 잡혔네. 이것이 모든 피해 가정과 기업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옆에 있던 고여진은 경제 쪽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혼란스러운 현장 영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카메라가 빠르게 현장을 훑던 중, 엘리베이터 옆으로 훤칠하고 낯익은 모습이 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6화

    오후.송하나는 학교를 나서자마자 교문 앞에 익숙한 검은색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심성빈은 차 옆에 기대 서 있었다. 훤칠하고 귀티 나는 자태에 어두운 색 명품 정장까지 입고 있으니 차가우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풍겼고, 그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심성빈은 오가는 사람들 너머에 있는 송하나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송하나가 밖으로 나오자 심성빈은 먼저 다가가 자연스럽게 가방을 받아서 들었다.“배고프지? 새로 생긴 화인국식 레스토랑이 있던데 같이 가보자.”송하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좋아요.”송하나는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는 심성빈의 맑고 청량한 향기가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다.차는 학교를 떠나 도심에 있는 대형 백화점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막 백화점 로비에 들어서서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순간이었다.그때 멀지 않은 통로 쪽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몇 사람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도망치고 있었다.그리고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신속하게 현장을 통제하고 검거에 나섰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백화점 안은 순식간에 소란에 휩싸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피했고, 현장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졌다.심성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송하나를 품에 안았다.심성빈은 크고 탄탄한 몸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아섰고, 팔로 송하나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며 빈틈없이 보호했다.불과 몇 분 만에 상황은 안정되었다.도주하던 몇 명은 현장에서 제압당해 바닥에 눌린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사람들 사이로 송하나는 몇 마디 또렷한 화인국어를 들었다.“움직이지 마! 엎드려! 조사에 협조해!”송하나는 살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제야 경찰들 가운데 현지 경찰뿐만 아니라, 침착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복 차림의 화인국 경찰관 몇 명도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제압된 용의자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5화

    오늘은 교양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대형 강의실에 앉아 있었고 이미 좌석의 절반 이상이 차 있었다.송하나가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하나 씨, 여기요!”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창가 쪽에 앉아 있는 허지안이 바로 눈에 띄었다.송하나는 눈을 반짝이며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빠르게 다가가 허지안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허지안은 곧바로 몸을 돌리더니 송하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기쁨과 반가움이 목소리에서 여실히 느껴졌다.“하나 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송하나는 웃으며 팔을 들어 허지안을 마주 안아주면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도요.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는 잘하고 지냈어요?”“그럼요!”허지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거기 사장님이 일을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고, 앞으로 주말마다 와서 일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어요.”말을 마친 뒤에는 송하나의 팔을 살짝 건드렸다.“참, 며칠 전 SNS를 통해 하나 씨가 스키 마을에 여행 간 거 봤어요! 사진 정말 잘 찍었던데요? 거기 엄청 재미있었죠?”송하나는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던 풍경을 떠올리며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어디를 가도 온통 새하얘서 정말 힐링 됐어요.”그러면서 가방을 열어 안에서 기념품 몇 개를 꺼내 허지안에게 건넸다.“자, 이거 받아요. 현지에서 고른 기념품들인데 지안 씨한테 주려고 특별히 가져온 거예요.”허지안은 기념품을 두 손에 올려두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눈빛에 기쁨이 가득했다.“세상에, 정말 너무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네요! 하나 씨, 여행 가서도 나 생각해 준 거예요? 나 너무 행복해요.”말이 끝나자 허지안은 무언가가 문득 떠오른 듯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방을 뒤적였다.그러고는 곧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 상자 하나를 꺼내 송하나에게 내밀었다.“선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도 하나 씨한테 줄 거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34화

    비서실장은 화면을 바라보며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이혼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강우는 아직도 송하나를 잊지 못한 듯했다.송하나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만 보면 여전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는 걸 보면 말이다.어쩌면 평생 그럴지도 몰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며칠이 지났다.심성빈의 어깨와 등에 생겼던 상처는 금방 아물었고, 개강일도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두 사람은 짐을 정리하고 항공권까지 예매한 뒤 낭만으로 가득했던 설원의 작은 마을과 작별을 고했다.비행기가 착륙하고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심성빈의 휴대폰이 울렸다.회사에서 걸려 온 업무 전화였다.전화를 받은 심성빈은 덤덤한 표정으로 낮게 대답했다.“그래. 상황은 알겠어. 관련된 업무는 전부 내일 처리하도록 해.”간단히 지시를 내린 뒤에는 전화를 끊었다.별장으로 돌아온 후 장시간 비행으로 잔뜩 지쳐 있었던 송하나는 빠르게 샤워를 한 뒤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송하나는 그날 아주 깊은 잠을 잤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꽤 늦은 시간이었다.송하나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서 심성빈은 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겨보고 있었다.몸에 꼭 맞는 어두운 색의 정장은 어깨선이 매우 반듯했고, 고급스럽고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는 심성빈은 당장이라도 외출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심성빈은 고개를 들어 송하나를 바라보더니 들고 있던 잡지를 덮으며 말했다.“일어났어? 아침은 식탁 위에 놓여 있어. 밥 다 먹으면 학교까지 데려다줄게.”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눈빛으로 심성빈을 바라봤다.“오늘... 회사 안 가는 거예요?”송하나는 심성빈이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으니 회사에 밀린 업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회사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렇다면 당연히 돌아오자마자 회사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심성빈은 잡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송하나 앞으로 걸어가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회사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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