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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김하이
며칠 후, 송하나는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녀는 온라인으로 집을 알아봤는데 월세 100만 원에 연세 계약이었다.

ATM 기기에서 돈을 찾으려고 확인해 봤더니 통장에 단 몇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

차설아는 참지 못하고 또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이강우! 강현 갑부에 재산이 수십 조인데 X발 자기 아내한테 이렇게까지 인색한 거야?”

“내연녀한텐 툭하면 몇백억, 몇천억씩 퍼붓고 경매도 최고가로 낙찰하고 건물까지 기부해대면서, 막말로 지나가는 거지에게도 몇만 원 쥐여줄 기세인데 왜 정작 자기 아내한테는 낯선 사람보다도 못하게 대하는 거야!”

“하나야, 너 대체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지내온 거니?”

송하나는 마음이 시큰거렸다.

이강우는 분명 그녀를 뼛속까지 증오할 것이다.

4년 전.

홍경자가 그녀를 이씨 저택으로 초대했다.

저녁 무렵, 폭우가 쏟아져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홍경자는 그녀더러 이강우의 바로 옆방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했다.

한편 이강우는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누가 그의 술에 약을 탔는지 한밤중에 만취 상태로 집에 돌아와 방을 헷갈려서 결국 그녀와 관계를 가졌다.

또한 홍경자는 원래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어 했다.

다음 날, 그들이 함께 잔 걸 알게 되고는 이를 핑계로 삼아 이강우에게 그녀와의 결혼을 강요했다.

이 일로 이강우는 송하나를 단단히 오해했다.

재벌가에 시집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로 여겼고 조종당하는 게 딱 질색인지라 본인만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가혹한 복수를 시작했다.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서민경은 그녀에게 용돈을 줄 때마다 항상 자존심을 짓밟고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었다.

“하나 씨는 종일 장을 봐요? 밥을 해요? 그렇다고 전기세나 관리비를 내는 것도 아닌데 대체 돈 쓸데가 어디 있죠? 도련님이 매달 몇십만 원 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줄 알아요!”

송하나는 물욕이 아주 적은 사람이다.

이강우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늘 아래 가장 큰 행복이라 전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자신이 이씨 가문의 며느리 노릇을 참으로 비굴하게 해왔음을 깨달았다.

카드를 지갑에 다시 넣다가 우연히 클립 안에서 오래된 카드 한 장을 발견했다. 그것은 대학 시절 쓰던 카드였다.

송하나가 해마다 받던 장학금과 각종 대회 수상금이 이 카드에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아마 방세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듯싶었다.

카드를 ATM 기기에 넣었는데 화면에 놀랍게도 엄청 긴 숫자가 나타났다.

옆에 있던 차설아도 입이 쩍 벌어졌다.

“헐! 이게 뭐야? 코드 오류인가?”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그녀는 숫자를 꼼꼼하게 세어보았다.

“무려 200억이 넘잖아!”

송하나 역시 이 금액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명세서를 확인해보니 한 제약회사에서 지급하는 특허 로열티 수익이었고 매달 수억 원씩 입금되고 있었다.

학창 시절.

그녀는 지도교수와 함께 제약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특효약을 개발했고 특허까지 취득하여 학교에서는 파격적으로 그녀에게 해외 박사과정 지원 자격을 부여했다.

당시 송하나는 오로지 이강우와 결혼할 생각에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해외에서 심화 학습할 기회를 포기했고, 연구 성과를 전적으로 지도교수에게 맡겨 처리하게 했다.

지도교수가 애타게 권유했지만 그녀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지도교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은행 계좌번호를 물었고, 그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송하나는 이제야 알게 됐다...

이 특허 로열티 수익이 매달 자신의 계좌로 입금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돈의 출처를 들은 차설아는 그녀에게 감탄하여 무릎을 꿇을 지경이었다.

“하나야, 넌 정말 천재야! 대학교 때 그냥 연구 한번 했다고 이렇게 큰돈을 벌다니! 진짜 너무 대단해.”

송하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렇게 오랜 세월 이씨 가문의 며느리로 살아오면서 그녀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자신이 15살 어린 나이에 수석으로 국내 최고 의대에 입학했던 천재 소녀였다는 것을.

게다가 20살에는 특효약을 개발하여 제약 업계 전체를 뒤흔들었던 촉망받는 연구자였다.

멍하니 넋 놓고 있던 사이, 부동산 중개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송하나 씨, 그 집은 어떻게... 임대하시겠어요?”

“아니요, 임대는 안 할래요.”

“혹시 집주인이 팔 의향이 있는지 알아봐 주시겠어요? 제가 사고 싶어서요.”

“지금 바로 집주인에게 전화해 볼게요!”

그날 오후.

송하나는 매매 계약서에 서명하고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차설아가 그녀의 새집을 함께 꾸미고 소소하게 집들이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우리 하나 인간쓰레기 개자식 이강우한테서 벗어난 거 진심으로 축하해요. 앞으로는 꽃길만 걸을 거예요.”

밤이 깊어갈 무렵.

송하나는 잠자리에 들려다 문득 안재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안재준은 그녀의 아버지가 생전에 고용했던 운전기사였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할 리가 없었다.

송하나는 전화를 받았다.

“네, 기사님.”

“하나 씨, 그해 회장님과 사모님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커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신 겁니다.”

송하나의 눈동자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기사님 혹시 뭔가 알아낸 거예요? 우리 부모님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셨는데요? 누가 그분들을 해친 거예요?”

“범인은 바로 하나 씨 삼촌 송종현이에요. 아직은 죄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지만, 회장님과 사모님의 죽음은 분명 송종현 씨와 관련이 있어요. 제가 장담합니다!”

송종현...

송하나는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모든 이익을 독차지한 것은 그녀의 삼촌 가족이었다.

그들은 부모님이 20년간 피땀 흘려 일궈온 모든 것을 빼앗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탐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 때문에 부모님의 목숨까지 앗아갈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다.

송하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눈을 감기만 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의 참혹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악몽에서 깨어난 송하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고 범인 가족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다음 날 오전.

차설아가 그녀와 함께 쇼핑을 나서기로 했다.

“하나야,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어제 제대로 못 잤어?”

“새 침대라서 그런지 습관이 안 되더라.”

차설아가 그녀에게 립스틱을 얇게 발라주었다.

“이제 훨씬 보기 좋다!”

“가자. 우리 하나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옷도 몇 벌 안 사면 그건 완전 낭비지.”

차설아는 송하나의 손을 잡고 강현의 고급 백화점으로 향했다.

송하나는 옅은 은색의 오프숄더 롱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고객님, 안목이 정말 뛰어나시네요. 이 드레스는 올해 저희가 선보인 런웨이 한정판이라 딱 한 벌 있어요!”

점원이 드레스를 꺼내 송하나에게 건넸다.

이제 막 손을 뻗으려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먼저 낚아챘다.

“이거 괜찮네요. 포장해 주세요.”

송하나는 고개를 돌리고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정교한 메이크업에 옷차림도 깔끔한 이 여자는 바로 송하나의 삼촌 송종현의 딸 송태리였다.

예전에도 송태리는 그녀의 집을 독차지하고 그녀를 괴롭히기를 일삼았다.

거기에 어젯밤 안재준과의 통화를 생각하니...

송하나는 그녀를 향한 분노가 점점 더 치밀었다.

“내가 먼저 봐둔 거야. 손 떼!”

송하나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한편 송태리는 그녀를 알아보고 눈가에 당혹감이 스쳤다.

거만한 표정으로 송하나를 흘겨보더니 의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이 드레스 무려 5600만 원이야. 네까짓 게 살 수나 있겠어?”

“알 바야? 신경 꺼!”

직설적인 성격의 차설아가 드레스를 즉시 뺏어왔다.

“하나야, 가서 한번 입어 봐.”

송하나가 피팅룸으로 가려던 찰나, 굵고 힘 있는 커다란 손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머리 위에서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거절할 수 없는 위엄을 띠고 있었다.

“그 옷 태리 줘. 대신 내가 보상으로 다른 옷 사줄게.”

머리를 든 송하나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 앞에 선 이 남자는, 원수의 딸에게 옷을 양보하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뜻밖에도 그녀의 남편 이강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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