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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Penulis: 김하이
송하나는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느덧 다음 날이었다.

온몸에 빽빽하게 꽂힌 튜브들이 그녀를 뒤덮고 있었다.

의사는 속상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질책했다.

“당분간 부부관계를 가지면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남편분이 그렇게 참을성이 없나요? 수술 직후에 관계를 갖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됐네요. 상처에 또 출혈했어요. 제때 오지 않았으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요!”

“폐 끼쳐서 죄송해요, 선생님.”

의사는 고개를 숙여 송하나의 무기력하고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마음속으로 안쓰러움이 더해졌다.

결국 의사도 거친 태도를 거두어들였다.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환자분 남편 정말 인간도 아니에요. 아내 몸을 전혀 아끼지 않잖아요!”

“당장 전화해서 가족분들 병원 나오라고 하세요. 환자분 간호해줘야죠, 뭡니까 이게? 만에 하나 무슨 일 생기면 저는 책임 못 져요.”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송하나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그녀에게 과연 가족이 남아있기나 한 걸까?

17살 되던 해, 부모님은 한순간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날부터 그녀는 고아가 되었다.

삼촌 송종현이 후견인으로 나타나 부모님이 남긴 재산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했고 회사와 별장까지 차지해버렸다.

송하나가 19살 되던 해, 술에 취한 삼촌은 돌아가신 그녀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다짜고짜 그녀의 방으로 쳐들어가 하마터면 강간할 뻔했다.

그날 이후로 송하나는 이 집과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

그녀는 의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절친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 후.

차설아가 병원으로 달려왔다.

간호사로부터 송하나의 딱한 사정을 들은 그녀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강우 이 개자식! 널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얼굴 한번 안 비춰? 전화번호 이리 내! 이런 자식은 욕사발을 들어야 정신을 차리지.”

차설아가 격분하며 말했지만 송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지금 전화해봤자 자존심만 더 상할 뿐이니까.

오히려 그녀를 더 혐오할 게 뻔하다.

더 추하게 싸우느니 이대로 헤어지는 게 나을 법했다.

“하여튼 넌 정말!”

차설아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하고 아무런 도움이 못 돼서 무기력함을 느꼈다.

“4년 전에 너 결혼한다고 신나서 말할 때 난 또 뭐 재벌가에 시집가서 편하게 살 줄 알았더니 이게 뭐야? 고생길을 자초한 거였잖아!”

“이강우는 너한테 신경조차 안 쓰고 온갖 서러움을 다 겪게 했는데 대체 뭘 보고 계속 옆에 남아있었던 거야?”

“돈 때문에? 그래, 돈 때문이라고 치자! 그런데 하필 이 개자식이 매달 몇십만 원씩 용돈 주는 것도 가정부를 통해서 주고 아주 그냥 짠돌이가 따로 없네?”

“하나야, 이강우가 네 생명의 은인이라도 돼? 그래서 그렇게 사랑하는 거야?”

송하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맞아. 날 죽음에서 건져줬어.”

부모를 잃고 우울증이 가장 심했던 시절, 그는 한 줄기 빛처럼 송하나의 삶에 나타났고 그 순간부터 그녀는 걷잡을 수 없이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송하나는 손을 들어 자신의 아랫배를 매만졌다.

그를 위해 두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고 이 정도면 은혜는 갚은 셈이었다.

이제 그녀는 이강우에게 아무것도 빚진 게 없다.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 동안 차설아가 곁을 지키며 간호해주었고 이강우한테서는 전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그날 오전.

차설아가 송하나를 부축해 병실을 막 나설 때, 복도 저편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었고 간호사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

“우리 병원에 여자 의사 한 명 새로 왔는데 25살에 부교수래!”

“이렇게 젊은 나이에 부교수라니, 너무 대단한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전에 줄곧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상도 거의 다 휩쓸었대. 귀국하자마자 의료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던데?”

“실력도 뛰어나지만 외모가 엄청 예쁘고 신비주의 톱클래스 재벌 남자친구가 있대! 자기 여자친구 밀어주려고 병원에 건물 하나 기부할 생각까지 한다더라!”

“헐, 대박! 이거 완전 레전드잖아.”

병원에서 지낸 며칠 동안 차설아는 지루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이토록 대단한 인물이 온다는 소식에 즉시 입을 열었다.

“하나야, 우리도 가서 한번 보자!”

병원 입구는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병원 측에서도 새로 온 여자 의사를 매우 중시하는 듯 원장까지 직접 나와서 환영하고 있었다.

송하나가 혹시라도 다칠까 봐 그녀들은 가장 뒷줄에 섰다.

차설아는 까치발을 들고 머리를 앞으로 쭉 내밀며 투덜거렸다.

“스케일 뭐야? 누가 보면 톱스타가 오는 줄 알겠어.”

화려한 검은색 고급 승합차가 천천히 멈춰 섰고 안에서 두 남녀가 나란히 내려왔다.

인파 때문에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남자는 훤칠한 키 덕분에 인파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는 송하나는 어딘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을 받았다.

그가 옆에 있는 여자를 팔짱 끼고 돌아서는 순간, 송하나는 숨을 멈췄다.

완벽하게 잘생긴 저 얼굴은... 바로 그녀의 남편 이강우였다!

“새로 오신 송 선생님 남자친구분은 이원 그룹 대표님이라고 하던데 역시 말이 안 될 정도로 잘생겼네요.”

“며칠 전, 뉴스에서 대표님이 여자친구 기쁘게 해주려고 경매에서 최고가 280억을 들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낙찰했다고 하더니 오늘은 또 당당하게 여자친구 응원하러 왔네? 여친 사랑이 너무 지극한 거 아니야?”

“송 선생님 너무 행복하시겠다. 모든 걸 다 갖췄잖아.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주변의 탄성과 의논 소리가 끝없이 송하나의 귓가에 쏟아졌다.

차설아도 이강우의 얼굴을 보고는 단단히 충격을 받았다.

“헐, 이런 개자식이!”

‘하나가 죽다 살아났는데 안부 한 마디 없다가 여기서 당당하게 제삼자나 응원하고 있어?”

차설아는 화가 나서 대신 따지러 가려 했지만 송하나가 얼른 말렸다.

“됐어, 설아야. 이만 돌아가자.”

이혼은 이미 결정된 일이니 여기서 더 추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차설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이제 막 수술을 받은 송하나가 이런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까 봐 걱정되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병실로 돌아왔다.

“이강우 이 개자식! 명색이 유부남이면서 이렇게 대놓고 제삼자랑 애정행각을 하는 거야?”

“그년도 참 뻔뻔하기 그지없네. 의사는 개뿔! 남의 남편 꼬시는 주제에. 의사 도덕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차설아는 인간쓰레기 이강우와 그 내연녀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송하나의 표정은 매우 담담했다.

차설아는 그녀가 이강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아니 별안간 걱정이 앞섰다.

“하나야, 괜찮아?”

송하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괜찮아. 어차피 난 이미 이혼 결심했어.”

이혼 서류는 침실에 놓아뒀으니 늦어도 다음 달이면 이강우가 보게 될 것이다.

차설아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너 정말 마음 정리한 거야? 이강우랑 이혼한다고?”

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려고.”

그녀는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가슴은 칼날에 베이는 듯한 고통이 차올랐다.

그녀는 이강우를 꼬박 7년을 사랑했다.

이강우 이름 석 자가 이미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심장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거칠게 뜯어내야만 비로소 그를 완전히 지워낼 수 있을 터였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그녀는 이 결혼을 끝내기로 했다.

“잘 생각했어, 하나야!”

차설아는 조금 흥분한 듯했다.

“너처럼 훌륭하고 예쁜 여자가 어떤 남자인들 못 만나겠어. 왜 굳이 이강우라는 한 나무에만 매달려 있겠니?”

“이혼해! 당장 이혼해! 너 이혼하면 이 언니랑 같이 호빠 선수들 불러서 놀자. 에겐남, 테토남, 연하남, 근육남, 원하는 건 다 있으니 실컷 놀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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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현
결호은 해도 서로 좋은 사람과 결혼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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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4화

    오후, 최시훈의 사무실.비서가 서류를 두 부 들고 들어왔다.“국장님, 프로젝트 입찰 건에 관해 현재 가장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 두 곳을 선별했습니다. 기획안과 배경 모두 훌륭해서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검토 후 최종 확인을 부탁드립니다.”최시훈이 막 서류를 받아 들고 넘겨보려 할 때, 개인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화면에는 [아버지]라는 세 글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최태주는 장관급 인사로 요직을 맡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탓에 아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그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터였다.최시훈의 눈빛이 약간 굳어졌다. 그는 채 넘겨보지 못한 서류를 비서에게 돌려주었다.“일단 신 국장님께 가져가서 의견 여쭤봐.”비서는 곧장 알아채고 서류를 받아들고는 자리를 떴다.사무실 문이 닫히는 순간, 최시훈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아버지.”수화기 너머, 최태주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침착했다.“당장 집으로 와.”별다른 인사도, 이유도 없이 간결하게 말하고는 통화를 끊었다.최시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손목시계를 내려다봤지만 끝내 망설임 없이 재킷과 차 키를 챙겨 최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거실로 들어서자 무거운 분위기가 잔뜩 감돌았다.최태주는 소파 상석에 앉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굳이 노여움을 드러내지 않아도 위엄이 느껴졌다.옆에 앉은 황윤미 또한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아버지, 어머니.”최시훈은 신발을 갈아 신고 침착한 걸음으로 다가갔다.고개를 든 최태주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오랜 고위직 생활에서 나오는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너 대체 오늘 점심에 서영이한테 무슨 짓 한 거야?”최시훈은 마음이 쿵 내려앉았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내지 않았다.“고작 이 일로 일부러 집까지 부르셨어요?”“똑바로 말해! 어떻게 된 거야?”황윤미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원망 섞인 투로 말했다.“서영이 엄마가 오후에 나한테까지 연락이 왔어! 서영이가 너랑 함께 점심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3화

    차정원은 무심코 송하나의 옆구리를 움켜쥐었다.“하지만 하나야, 만약 의뢰인이 우리의 전문성을 이용해서 약자에게 지극히 불공정하고 심지어 기만과 약탈로 가득 찬 공격을 하려는 걸 뻔히 아는데 승소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송하나는 조용히 들으면서 마음속에 강렬한 충격이 일었다.많은 부부가 이혼 단계에 이르면 추악하고 이기적인 면을 드러낸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하지만 이토록 적나라한 계략으로 자신과 고생을 함께한 아내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정말이지 속이 뒤틀릴 정도로 불쾌감을 느꼈다.그에 비하면 이강우는 적어도 겉으로는 예의를 지켰던 셈이다. 심지어 반이나 되는 재산을 아낌없이 나눠주기까지 했다.단지 송하나가 마음에 상처를 입어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이 사건 속 남편의 잔인함은 그야말로 치 떨릴 지경이었다.“아이는 몇 살이에요?”그녀가 나직이 물었다.“여섯 살이고 줄곧 엄마가 키웠어. 남편은 사업하느라 거의 돌보지도 않았지.”송하나는 법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인간성은 이해한다.그 아내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니 얼마나 절망적일까 싶었다.“아이는 아마 지금 아내에게 있어 유일한 정신적 지주일 거예요. 만약 그 희망마저 앗아간다면 여자분은 살아갈 의지도 잃을지 몰라요.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거든요. 그때 가서 남편이 소송에서 이기고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해도 틀림없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거예요.”“그 남자는 수년 동안 아이를 돌보지 않았잖아요. 양육권을 억지로 빼앗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 자녀가 생기면 이 아이에게 과연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차라리 엄마와 함께 있는 게 나아요. 적어도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잖아요.”차정원의 생각 또한 송하나와 일치했다.법이란 결국 정의롭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약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그는 즉시 결정을 내리고 지체 없이 담당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 이혼 소송 건 말인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2화

    진서영은 최시훈을 너무 잘 안다. 이 남자는 내뱉은 말을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다.송하나를 위해서 그는 정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터였다.마지막 한 줄기 환상마저 완전히 사그라졌다.진서영은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공들여 화장한 얼굴에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그녀는 건너편에 앉은, 수년간 사랑했고 온갖 수를 써서라도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그 남자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의 최시훈은 낯선 이보다 더 낯설게 느껴졌다.이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최시훈의 세상에 발조차 들여놓지 못했다.레스토랑에는 여전히 잔잔한 배경 음악이 흐르고 창밖의 햇살도 눈부실 따름이었다.하지만 진서영의 세상은 이미 무너져 내렸고 남은 것은 단지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운 절망뿐이었다.그 시각, 아파트.아침 식사를 마친 송하나는 또 잠이 들었다.다시 깨어났을 때, 침실 밖은 고요했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거실은 텅 비어 있었고 서재 문만 비스듬히 열렸다.그녀는 조용히 다가가 문틈으로 차정원이 넓은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몸을 살짝 뒤로 기댄 채 미간을 구기고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표정이 심각한 걸 보아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듯싶었다.송하나는 소리 내어 방해하지 않고 주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정성껏 원두를 갈아 차정원이 늘 마시던 블랙커피를 내렸다. 커피잔을 든 채 문을 두드리고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섰다.따뜻한 커피잔을 그의 손 가까이에 내려놓고 나서야 남자도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깼어?”차정원은 시계를 들여다보곤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배고프지? 금방 음식 해줄게.”“아뇨, 안 고파요.”송하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얹어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주름 잡힌 미간에 머물렀다.“혹시... 일하다가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요?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차정원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그녀를 살짝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1화

    엄청난 기쁨이 순식간에 마음을 휩쓸었다!‘시훈 오빠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게다가 선물까지 준비했어?’그렇다면 이건 혹시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그녀가 남아있다는 뜻일까?“고마워요, 오빠!”진서영은 흥분 조로 말하곤 조심스럽게 선물을 받아 들었다.리본을 풀자 안에는 심플한 디자인임에도 한눈에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너무 예뻐요!”그녀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마음에 쏙 든다는 듯 팔찌를 꺼내자마자 손목에 착용했다.하얀 손목 위에서 다이아몬드가 눈부시게 빛났다. 그녀는 팔을 들어 올린 채 이리저리 비춰보며 좀처럼 입가의 미소가 가라앉지 않았다.“선물 너무 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요, 오빠!”최시훈의 표정은 시종일관 덤덤했고 심지어 약간 거리를 두는 듯했다.사실 이 선물은 그저 오기 전에 비서에게 급히 준비하라고 시킨 것뿐 자신은 열어보지도 않았다.진서영이 기쁨에 젖어 싱글벙글해 하고 있을 때 최시훈이 드디어 시선을 올리고 그녀를 차분하게 바라봤다.“앞으론 더는 하나 귀찮게 굴지 마.”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을 지경이었다.진서영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고 팔찌를 찬 손목이 허공에 붕 떠서 다이아몬드의 빛마저 약간 흐려진 듯했다.‘어제 일을 오빠가 벌써 안 거야? 그럼 오늘도 송하나 때문에 날 만난 거라고?’“오빠,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적절한 의아함과 약간의 억울함까지 드러냈다.“다 같은 동료잖아요. 하나 씨가 혼자 제연에서 지내는 게 안쓰러워 보여서 친구도 사귀었으면 하는 마음에 챙겨준 거예요. 그리고 배려 차원에서 특별히 고향 음식까지 시켜줬는데...”“진서영.”최시훈은 그녀의 말을 끊고 성까지 붙이면서 정색했다.싸늘한 남자의 태도, 모든 것을 꿰뚫어 볼 듯한 짙은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자니 진서영은 불현듯 죄책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남자는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어제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30화

    송하나는 현기증에서 겨우 벗어나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괜찮아요. 그냥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요. 나 이러다 지각인데...”그녀가 애써 일어나려 하자 차정원이 말렸다.“내가 이미 휴가 신청 냈어. 지금 이 상태로는 출근해도 일 못 해.”그는 약간 창백해진 송하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깼으면 나와서 뭐라도 좀 먹어. 빈속이면 더 힘들 거야.”차정원은 또다시 그녀를 번쩍 안고 밖으로 나섰다.몸이 허공에 붕 뜨자 송하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이내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정원 씨, 내려줘요 얼른.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얌전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차정원은 그녀의 힘없는 저항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묵직하고 단단한 걸음걸이로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 쪽으로 향했다.식탁에는 이미 간단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따뜻하게 데운 우유, 먹음직스럽게 부쳐낸 계란후라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통밀 토스트, 그리고 곁들임으로 준비한 신선한 과일 한 접시까지...송하나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혀진 채 맞은편의 차정원을 넌지시 바라봤다.“정원 씨는 출근 안 해요?”“오늘은 재택근무니까 집에서 너랑 함께 있을 거야.”차정원은 잼을 바른 토스트 조각을 그녀에게 건네며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어제 네가 그런 상태였는데 혼자 집에 둘 순 없지.”송하나는 토스트를 받아 들고는 잠시 멍해졌다. 예상치 못한 다정함에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찌릿해졌다.어젯밤 기억을 되짚어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머릿속이 하얬다. 술을 다 마시고 아무렇지 않은 척 룸을 빠져나와 차정원에게 전화를 걸던 모습까지만 선명할 뿐, 그 이후의 모든 것은 흐릿한 공백이었다.“어제 혹시... 실례될 만한 짓은 않았겠죠? 정원 씨 많이 힘들게 했나요?”그녀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한편 차정원은 접시에 담긴 계란후라이를 자르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해맑은 눈동자에 막연함과 불안감만 담겨 있을 뿐 최시훈에게 안겨 갔던 에피소드에

  • 별이 되어 빛나리   제629화

    소파에서 담요를 덮고 웅크린 채 고요히 잠든 송하나를 본 순간, 팽팽하게 굳어 있던 어깨선이 미세하게 풀렸다.차정원은 거실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몸을 숙여 송하나의 이마를 짚었다. 실로 익숙하고 다정한 동작이었다.그제야 최시훈을 향해 감사를 표하는 이 남자.“돌봐주셔서 고마워요, 최 국장님. 그럼 이만.”말을 마친 차정원은 그녀를 데리고 떠나가려 했다.줄곧 옆에 서 있던 최시훈이 입을 열었다.“애가 취기가 꽤 심해요. 아까는 속이 안 좋은지 자꾸 토하려고 하더라고요. 해장차 다 끓여놨으니 속 편해지게 조금이라도 마시게 하죠.”차정원은 해장차를 힐긋 보더니 이내 정중하게 거절했다.“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집에 숙취해소제 있어요. 하나 얼른 집 데려가서 약 먹이고 돌볼게요. 폐 끼쳐서 죄송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숙여 송하나를 담요째 안정적으로 안아 올렸다.한 손으로는 그녀를 받쳐 들고 다른 손으로는 바닥에 떨어진 하이힐을 주웠다. 이내 몸을 돌려 그녀를 안고 문밖을 나섰다.최시훈을 지나칠 때 차정원은 다시 한번 짧게 인사했다.“오늘 밤엔 정말 고마웠습니다.”최시훈은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정원이 송하나를 안고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까지 묵묵히 지켜볼 따름이었다.방금 그녀의 존재로 인해 미약하게나마 따스함이 감돌던 거실은 순식간에 모든 온기가 사라지고 늘 그렇듯 공허함과 차가움으로 되돌아갔다.탁자 위에 놓인 ‘버림받은’ 해장차는 김이 서서히 식어갔다.창가 쪽으로 다가가니 창밖의 짙은 어둠이 그의 곧은 실루엣을 따라 서늘하게 번져 나갔고 그 모습은 왠지 모를 고독마저 풍기고 있었다.이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꺼내 보니 비서한테 걸려온 전화였다.최시훈은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말해.”비서는 방금 조사한 정보를 보고했다.“확인 마쳤습니다, 국장님. 송 연구원님은 오늘 저녁 프로젝트팀의 진서영 부 연구원님과 다른 몇몇 여직원들과 함께 식사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83화

    “강우 씨 취했어요!”그녀는 이강우의 어깨너머로 표정이 굳어버린 송태리를 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송태리 씨, 남자친구 단속 좀 잘하시지. 뭐야 이게? 여기서 왜 추태를 부려?”순간 송태리는 질투와 혐오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이강우가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었음에도 두 눈은 오직 송하나를 향하고 있다니.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앞으로 걸어가 이강우의 팔을 부축했다.“강우 씨, 지금 많이 취했어요. 우리 방으로 돌아가요.”최로운도 얼른 앞으로 다가와 이강우를 부축했다.“강우야, 너 너무 많이 마셨어. 더 소란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91화

    차 안의 분위기가 다시 어색해졌다.최로운은 헛기침만 몇 번 할 뿐 운전에 집중하며 다시는 곁눈질하지 않았다.두 시간 남짓 달려서 휴게소에 도착하자 그는 차를 세우고 기지개를 켰다.이어서 무심코 질문을 툭 던졌다.“난 화장실 좀 다녀올 건데, 같이 갈래요?”송하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심하다는 듯 무시해버렸다.이에 최로운은 멋쩍게 턱을 긁적이며 화장실로 향했다.송하나도 잠시 앉아있다가 역시나 화장실에 다녀왔다.볼일 보고 나온 후, 그녀는 여정이 많이 남은 걸 생각하며 편의점에 들러서 마실 것을 사기로 했다.생수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88화

    “진작 이랬어야지.”최로운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내던지며 다시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노력했다.“이제 대화도 됐겠다, 이 일은 이렇게 정하는 거로 하고 넘어가자. 우리 아직 시간 많아. 겨우 이런... 흐음... 감정적인 문제로 서로 등질 순 없잖아. 앞으로도 계속 잘 지내고 짬짬이 만나서 술도 마셔!”그는 두 사람이 악수를 하며 화해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이강우와 심성빈은 그저 서로를 마주 볼 뿐이었다.눈빛에는 더 이상 이전의 날카로움은 없었지만, 과거처럼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마침내 이강우가 심성빈을 향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67화

    그녀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차갑고 덤덤했다.이강우는 문 앞에 서서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샤워 후 붉어진 송하나의 뺨과 촉촉한 머리카락 끝에 잠시 머물렀다. 이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물건을 차에 두고 내렸길래.”이강우가 손을 내밀자 손바닥에 송하나가 늘 사용하던 립밤이 놓여 있었다.그녀는 흠칫 놀랐다. 언제 립밤을 떨어뜨렸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으니까.“고마워요, 대표님.”송하나의 손끝이 립밤에 닿기 직전, 무심코 이강우의 손목 위쪽을 쳐다봤는데 살짝 걷어 올린 소매 위로 붉게 부어오른 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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