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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Author: 김하이
이강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열쇠와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응시했다. 금속 열쇠 뭉치가 조명 아래서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마침내 손을 뻗어 열쇠를 챙겨 넣었다.

“차 준비해.”

반 시간 후, 차는 송하나의 별장 앞에 소리 없이 멈춰 섰다.

이강우는 차 안에 앉아 조수석에 놓인 서류 봉투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 안에는 7년 전부터 송하나에게 속해야 할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예상대로 즉시 끊어졌다.

잠시 고민에 잠겨 있다가 문자를 보냈다.

[집 앞이야. 물건 줄 거 있어.]

별장 안에서 송하나는 한창 푹신한 카펫 위에 앉아 뭉치를 쓰다듬고 있었다.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고 [이강우]라는 이름 석 자가 뜨자 그녀는 기분이 확 잡쳐서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일부러 무시해버렸다.

이강우는 아무 반응 없는 전화를 바라보며 눈빛이 점점 더 짙어졌다.

차 문을 열고 끝내 별장 문 앞으로 다가섰다.

안에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자 조심스럽게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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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찰진 귀싸대기 소리가 소품실 안을 날카롭게 갈랐다.시아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안나의 뺨을 단호하게 후려쳤다.이에 안나는 몸을 비틀거리며 고개가 꺾였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뺨 위로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그녀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뺨을 필사적으로 감쌌다.동공이 아찔거렸고 목소리마저 파르르 떨렸다.“왜 때려, 시아야!”평소 시아의 곁에서 온갖 호사를 누리던 그녀였기에 이 갑작스러운 폭력으로 당황스러움과 분노, 그리고 깊은 혼란에 휩싸였다.시아는 그런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눈빛에는 조금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고 싸늘한 목소리가 실망감을 담아 흘러나왔다.“뻔한 연기는 그만해. 하나 드레스는 왜 망가뜨린 거야?”시아가 차분하게 추궁했다.“무슨 소리야? 난 아무것도 몰라.”안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시치미를 뗐다.그녀의 완강한 부정에 시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 화면을 켰다.선명하게 녹화된 CCTV 영상이 두 사람의 눈앞에 펼쳐졌다.“백스테이지 분장실에 CCTV가 있다는 걸 몰랐나 봐?”시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무대 올라가기 전에 사람 시켜서 영상 받아봤어. 거기에 네 모습이 아주 똑똑히 찍혀 있더라. 하나 드레스를 망가뜨린 게 바로 너였어.”자신의 행적이 발각되었음을 깨달은 안나는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아니 그게 아니라 난 그저... 다 너를 위해서였어! 정말이지 송하나 너무 별로야! 걔가 우리 학교 오고 나서부터 네 모든 걸 다 가로채잖아.”“학교 축제 때 네 무대도 빼앗았고 이번 교류회에서도 네 몫인 스포트라이트를 다 뺏어간 거 아니야? 사람들 전부 걔한테만 시선이 쏠리잖아!”“난 너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대신 화풀이라도 해주고 싶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나를 위해서라고?”시아가 나직이 그 말을 되뇌었다. 모든 게 터무니없고 실망스러울 뿐이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72화

    연주가 끝나고도 긴 여운이 공연장을 맴돌았다.전 객석이 2초간 침묵에 잠겼다가 이내 천둥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그 함성은 잦아들 줄 몰랐다.송하나와 시아는 손을 맞잡고 함께 인사했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 고요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이었다.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감탄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와, 합주 진짜 미쳤다! 역시 우리 학교 양대 산맥이네. 실력에 비주얼까지 다 갖췄잖아!”“시아 선배야 원래 잘하는 거 알지만 송하나도 전혀 안 밀리는데?”“둘이 기 싸움 하느라 불협화음 날까 봐 걱정했거든? 웬걸, 합이 너무 좋아서 보는 내내 소름 돋았어. 나 이 조합 응원할래!”무대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두 사람이 무대 뒤로 퇴장했다.팽팽했던 긴장감이 조금씩 풀리자 송하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 고개를 들던 순간, 그녀의 시선이 굳게 고정되었다.백스테이지 입구, 심성빈이 희미한 불빛 속에 말없이 서 있었다.말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긴 여정의 피로가 역력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에는 어느새 더없이 부드러운 온기가 가득했다.그는 오직 송하나만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송하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감정이 그녀의 눈빛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성빈 씨! 어떻게 여기에...”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과 함께 믿기 힘든 감정이 묻어났다.한편 심성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애틋했다.“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내가 어떻게 빠질 수가 있겠어.”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송하나는 곧장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그 순간, 심성빈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부드러운 그녀가 가슴팍에 와락 안기면서 등 뒤의 상처가 끔찍한 통증과 함께 다시 찢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뼛속까지 저릴 듯한 통증이었지만 품 안에서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모든 아픔을 기꺼이 감내하게 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모든 고통을 삼키며 송하나를 놓지 않고 더욱 꽉 끌어안았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71화

    그때, 무대 뒤편에서 지도 교수님이 출연자들에게 공연 의상으로 갈아입으라고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허지안은 곧장 정신을 가다듬고 나섰다.“하나야, 넌 먼저 탈의실로 가 있어. 내가 분장실에서 드레스 챙겨올게.”“고마워, 지안아.”허지안이 분장실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앗!”송하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황급히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왜 그래, 지안아?”허지안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떨며 공연용 드레스를 받쳐 들었다.“하나야, 이 드레스 좀 봐...”송하나가 시선을 내리자 공들여 맞춘 드레스의 허리 옆 라인이 누군가 고의로 찢어놓은 듯 길게 벌어져 있었다. 올이 풀리고 원단이 해진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다.이 드레스는 송하나가 이번 무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옷이었다.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0분, 지금 와서 다른 드레스를 대여하거나 수선하는 건 불가능했다.그러나 망가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은 공연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자칫하면 송하나 본인도 망신을 당하고 더 나아가 학교의 위신까지 떨어트리게 된다.허지안이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내가 직접 여기 걸어둘 때만 해도 멀쩡했어! 갑자기 이렇게 될 리가 없잖아. 누군가 악의를 품고 망쳐놓은 게 틀림없어.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비열한 짓을 하는 거야? 정말 질 나쁜 인간들이네!”소란스러운 기운에 지도 교수님이 다가왔다.“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교수님! 하나 드레스가... 누군가 고의로 찢어놨어요!”사태를 확인한 교수님이 난감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이걸 어쩌지? 곧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데.”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공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바로 그때, 등 뒤에서 시아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실은 제가 공연용 드레스를 두 벌 준비했어요. 다른 한 벌은 완전히 새 건데 하나 너랑 사이즈가 비슷할 것 같아. 너만 괜찮다면 일단 급한 대로 내 거 입어.”허지안은 순간 경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70화

    반복되는 연습 속에서 송하나와 시아의 호흡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어느덧 국제 예술 교류회 날이 밝았다.강현의 어느 병원.심성빈은 지난 일주일간 최선의 약물치료와 가장 앞선 치료법까지 동원했지만, 등 뒤의 상처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고작 일주일 만에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그럼에도 심성빈은 퇴원을 고집했다. 타협의 여지조차 없는 단호함이었다.방금 재검 결과를 확인한 의사는 깊게 주름진 미간 사이로 보고서를 노려보며 걱정스럽게 만류했다.“심 대표님, 등 쪽 상처는 겉만 겨우 아문 겁니다. 속은 전혀 붙지 않았어요! 이 상태로 장거리 비행이라니요. 기압 차에 기체 흔들림까지 겪다 상처가 터지기라도 하면 이차 감염은 물론이고 평생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의사의 간곡한 당부에도 심성빈의 표정은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는 망설임 없이 퇴원 서류에 서명했다.“모든 결과는 제가 책임집니다. 병원과는 무관하니 그만하시죠.”의사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그가 책임 소재를 명시한 서류에 펜을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곁에 서 있던 고여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아들을 향한 애틋한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 고여 있었다.“성빈아, 겨우 한 차례 공연일 뿐이야. 앞으로 기회는 많아. 하나도 속 깊은 아이라 네가 못 와도 이해해 줄 거야.”아픈 몸을 이끌고 그 먼 길을 떠나겠다는 아들을 붙잡고 싶어 간절히 설득했지만, 줄곧 침묵하던 심용군이 손을 내저으며 체념한 듯 말했다.“됐어, 내버려 둬.”송하나를 위해 그토록 가혹한 매질까지 견뎌낸 아들이니 이번에도 기어코 갈 테고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고여진은 결국 체념한 듯 거듭 당부할 뿐이었다.“성빈아, 부디 몸조심하고 조금이라도 힘들면 무리해서 참지 마. 알았지?”심성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병원을 나서자마자 그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깔끔한 검은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69화

    시아가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연습실 안의 묘한 기류를 단번에 감지했다. 하지만 굳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묻지 않고 곧장 송하나에게 다가갔다.“미안. 오다가 일이 좀 생겨서 늦었어. 오래 기다렸지?”시아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역력했다.한편 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괜찮아요.”“그럼 바로 연습 시작할까?”“네.”두 사람의 첫 합주, 각자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고 곧이어 몰입하기 시작했다.손끝이 건반에 닿는 순간, 유려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연습실 안을 가득 채웠다.부드러움과 강단이 어우러지고 여유로운 흐름과 영민한 선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서로의 스타일을 부족한 점 없이 채워주며 리듬을 타는 두 사람의 호흡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정갈하고 치유되는 듯한 음표들이 층층이 쌓여가며 듣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했다.두 사람 모두 탄탄한 실력을 갖춘 터라 합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 한번 없이 완벽하게 진행되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허지안은 눈을 반짝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와, 이 합주 진짜 미쳤다!’학내 최고의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두 여자가 함께하는 무대는 그야말로 눈과 귀가 호강하는 향연이었다.다가올 교류회 당일, 이들의 공연이 얼마나 관객을 압도하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킬지 감도 안 왔다.반면, 구석에 있던 두 여학생은 여전히 속이 부글거렸다. 송하나가 시아의 페이스를 망치거나 실수를 저지르길 기다리며 비아냥거릴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연주가 끝날 때까지 그런 기회는 결코 오지 않았다.송하나의 기본기와 기량은 시아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고 두 사람은 각자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준비했던 시기와 비난은 모두 목구멍 속으로 삼켜야 했다.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연습이 끝나자 시아가 먼저 송하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빛에는 진심 어린 경의가 담겨 있었다.“하나야, 너랑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68화

    말들은 하나같이 가시 돋친 비난이었고 아무런 근거 없는 억측과 음해로 가득했다.송하나를 도와 함께 연습하러 왔던 허지안은 연습실 문밖에서 이 대화를 듣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송하나가 대꾸하기도 전에 허지안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앞뒤 사정도 모르면서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지 말아요. 지난번 학교 축제 때 시아 선배가 갑자기 다쳐서 무대에 못 서게 되니까 학교에서 급하게 대타를 뽑은 거잖아요. 하나는 정당한 실력으로 뽑힌 거지 뺏은 게 아니에요!”“그 당시 선발전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어요. 두 사람도 분명 지원했었잖아요? 결국 떨어진 건 본인들 실력 문제 아닌가요? 제 실력이 부족한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당사자인 시아 선배도 가만히 있는데 왜 두 사람이야말로 여기서 설레발치며 난리에요?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쇼를 하네요! 제가 볼 땐 두 사람 그냥 질투심에 눈이 멀었어요. 본인들은 무대에 설 능력도 안 되면서 남이 잘 나가는 건 못 봐주겠으니까 뒤에서 호박씨나 까는 거죠 뭐!”허지안의 일갈은 송곳처럼 예리했다. 팩트 폭격에 두 여학생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중 한 명이 애써 기세를 부리며 반박했다.“지난번은 지난번이고 이번엔 달라! 매년 예술 교류회는 항상 시아 독주회였어. 도대체 무슨 염치로 중간에 끼어들어서 무대를 반 토막 내는 건데?”옆에 있던 친구도 즉각 맞장구를 쳤다.“맞아! 이득 챙길 건 다 챙기면서 순진한 척하기는. 뒤가 구린 구석이 있으니까 남들 말도 다 비난으로 들리는 거겠지! 인맥이랑 자원을 동원해서 뒷돈이라도 썼을지 누가 알아?”두 사람이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어떻게든 송하나에게 ‘편법을 쓴 기회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으려는 기세였다.허지안은 그녀들의 억지스러운 태도에 가슴이 답답해져 더 따지려고 했다.그때, 옆에 서 있던 송하나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이내 두 여자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당혹감이나 분노 따위는 찾아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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