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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Author: 김하이
김지영은 홍경자의 날카로운 시선에 몸이 움찔했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헐뜯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거예요! 우리는 하나의 삼촌, 숙모가 맞고 송하나는 원래...”

“닥치게!”

홍경자가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하나가 어떤 아이인지는 내가 더 잘 알아! 이씨 가문에 시집온 지 4년이 넘었는데 한 번도 말썽을 부린 적 없어. 너희 같은 사람들이 와서 그런 소리를 할 애가 아니라고!”

김지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더듬거리며 변명했다.

“어르신, 그건 송하나가 착한 척하면서...”

“자네들 미쳤구먼!”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는 홍경자의 가슴이 거세게 오르내렸다.

“자기 딸이 남의 남자한테 달라붙어 첩질하는 걸 뻔히 알면서 그거나 제대로 가르칠 것이지. 감히 여기 와서 우리 하나를 모함해? 이런 염치없고 양심 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홍경자는 문 쪽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부모가 이러니까 딸도 그렇게 뻔뻔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거군! 사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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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91화

    송하나가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었던 데다 심성빈이 온몸으로 감싸준 덕분에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간신히 정신을 차린 송하나가 고개를 들어 곁에 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성빈 씨,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 없어요?”아까 그 위급한 순간 심성빈의 모든 신경이 오로지 송하나에게 쏠려 있어서 정작 본인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심성빈이 가볍게 고개를 젓더니 송하나의 머리카락에 묻은 풀 부스러기를 털어주었다. 그러고는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로 그녀의 놀란 마음을 위로했다.“난 멀쩡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어릴 때부터 승마를 배워서 이런 돌발 상황이 익숙하거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오후가 되어서야 승마장에서 나왔다.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와 프라이빗 온천에 몸을 담갔다.뽀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에 몸을 담그니 굳어 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승마장에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돌아와 보니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았는지 온몸이 뻐근하고 노곤했다.긴장이 완전히 풀리자 피로가 몰려왔다. 송하나의 눈매에 졸음이 묻어났다.온천욕을 마치고 샤워까지 끝냈다. 반쯤 말린 머리가 어깨 위로 부드럽게 늘어져 있었다.온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이 밀려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침대에 쓰러져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런데 방으로 향하려던 그때 누군가 부드럽고 따뜻한 손으로 송하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심성빈의 손바닥이 따뜻하고 건조했으며 힘이 한없이 부드러웠다.“머리 덜 말랐어. 이대로 자면 안 돼. 감기 걸리고 머리 아플 수 있어.”그가 송하나의 손을 잡고 거실 소파에 앉혔다. 등받이에 기대게 하자 젖은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등 뒤로 흘러내렸다.“내가 말려줄게.”귓가에 내려앉은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데웠다.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정도로 졸렸던 송하나는 얌전히 소파에 기댄 채 그가 하자는 대로 몸을 맡겼다.심성빈이 헤어드라이어를 집어 들고 가장 부드러운 바람과 온도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90화

    굽이진 산길로 접어들자 창밖으로 푸른 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산자락을 감싼 구름과 안개가 어우러져 그림처럼 고요하고 힐링이 되는 풍경을 자아냈다.심성빈이 전방을 주시하면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졸리면 의자에 기대서 좀 자.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안 졸려요.”송하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뒤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산과 들의 풍경을 내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한없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산속 풍경이 너무 좋네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져요.”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리조트에 도착하자 미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리인이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정중한 태도로 두 사람의 짐을 넘겨받고는 안으로 안내했다.이곳은 평범한 민박이 아니었다. 깊은 숲속에 은밀하게 숨겨진 독채형 최고급 리조트였다.인테리어가 정교하고 정원 곳곳에 예쁜 식물들이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시야가 탁 트여 있어 창문을 열면 온 산을 뒤덮은 운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더없이 고요하고도 럭셔리한 공간이었다.간단히 짐을 푼 뒤 관리인이 리조트 구역 내의 다양한 부대시설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저희 리조트는 부대시설이 아주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뒷산에 전문 승마장과 골프장이 마련되어 있고 객실 내에 프라이빗 온천이 딸려 있어요. 산 아래쪽에는 유기농 농장도 있고 레저 활동도 전부 편안하게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심성빈이 송하나를 돌아보며 의향을 물었다.“특별히 관심 가는 거 있어? 우선 승마부터 한 번 해볼까?”송하나는 살면서 말을 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푸른 산과 구름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창밖 승마장을 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호기심과 신선함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한번 해보고 싶어요.”잠시 후 두 사람이 관리인을 따라 승마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깨끗하고 몸에 꼭 맞는 승마복으로 갈아입은 후 심성빈은 송하나에게 모든 보호 장구를 꼼꼼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9화

    전화를 끊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낯익은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길가에 멈춰 섰다.유리창이 내려가고 심성빈의 수려하고 기품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다정한 시선이 송하나에게 닿았다.송하나가 허지안의 손을 잡고 말했다.“지안 씨, 아직 시간도 이른데 우리가 학교까지 데려다줄게요.”허지안이 연신 손사래를 치더니 아예 반걸음 뒤로 훌쩍 물러서며 웃음 띤 얼굴로 거절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굳이 빙 돌아가지 말고 얼른 가요. 버스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요, 뭐.”송하나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허지안이 손을 흔들며 한마디 덧붙였다.“조심해서 가고 방학 잘 보내요. 나 먼저 갈게요.”그러고는 가방을 멘 채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도망치듯 멀어지는 허지안의 뒷모습을 보던 송하나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가 혼자 차에 올라탔다.차 안의 온도가 적당했고 공기 중에 맑고 깨끗한 향기가 감돌았다.송하나가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있던 심성빈이 상체를 살짝 숙이고 그녀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무방비 상태에서 갑작스레 좁혀진 거리에 송하나는 온몸이 굳어졌고 등줄기가 순식간에 뻣뻣해졌다.심성빈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살짝 내리깐 속눈썹이 바로 코앞에 있었고 조각 같은 옆모습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이찼다.분명 한없이 다정한 몸짓이었지만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과 포식자 같은 분위기가 서려 있었다.낯선 감각에 송하나가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여태껏 심성빈은 송하나를 살뜰히 챙기면서도 늘 완벽하게 선을 지켰다. 철저하게 경계를 지키며 의도적으로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낯선 밀착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송하나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쥐었다. 귓불이 눈으로 보일 만큼 빠르게 붉은빛으로 물들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졌다.그 바람에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굳은 채로 앉아 있었다.정작 심성빈은 그녀의 긴장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기다란 손가락으로 안전벨트 클립을 쥐더니 시선을 내린 채 벨트를 채워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8화

    “알았어요. 안 낼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뭐 먹고 싶어요? 식당은 하나 씨가 정해요. 그럼 이따 봐요.”송하나는 허지안이 무리하게 돈을 쓸까 봐 가성비가 좋은 레스토랑을 골랐다.턱없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조용해서 수다를 떨기 좋은 곳이었다.두 사람이 만나 자리에 앉은 뒤 허지안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 번째 희소식을 전했다.“나 오늘 운 진짜 대박이에요. 방금 하나 씨 만나러 오는 길에 학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면접 합격했대요. 다음 주부터 바로 출근하기로 했어요.”“축하해요, 지안 씨.”송하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런데 환하게 웃던 허지안이 이내 한숨을 쉬더니 다소 난감한 말투로 말했다.“그런데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무슨 일인데요?”송하나가 고개를 들어 허지안을 쳐다봤다.“우리 학교 기숙사 방학 동안에는 열지 않는대요. 오늘 사감님이 남은 학생들더러 이번 주말 전까지 전부 기숙사를 나가라고 했어요.”허지안이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여기 남아서 알바하려면 방을 구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낯선 이곳에서 사기라도 당할까 봐 무서워요.”그 말을 들은 송하나가 선뜻 제안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밥 먹고 나랑 같이 방 보러 가요. 내가 옆에서 봐줄게요.”“정말요?”허지안의 얼굴이 금세 환해지더니 감동한 눈빛을 보냈다.“고마워요. 하나 씨는 정말 천사예요. 하나 씨 휴식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요.”송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한테 뭘 그렇게 예의를 차리고 그래요.”식사를 마친 뒤 송하나는 허지안과 함께 부동산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다녔다.허지안의 예산이 빠듯했기 때문에 주로 가성비가 좋은 소형 원룸을 위주로 찾아보았다.여러 군데를 돌아본 끝에 마침내 꼭대기 층에 있는 원룸 하나를 골랐다.다락방 구조라 천장 높이가 일정하지 않았고 겨울철 채광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천장이 약간 낮아 답답한 감이 있었지만 다행히 집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가구도 완비되어 있어 짐만 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7화

    저녁.송하나는 일찌감치 방으로 돌아가 쉬었고 심성빈은 서재에 남아 야근하며 업무를 처리했다.방학이 되면 리조트로 휴가를 가기로 송하나와 약속했기에 미리 모든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야 휴가 기간에 온전히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연달아 몇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바쁘게 일한 끝에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서류들을 마침내 전부 처리했다.심성빈이 손을 들어 미간을 가볍게 주물렀다.낮에 학교에서 목격했던 그 장면이 통제할 수 없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최우진이 송하나에게 보낸 그 뜨거운 구애가 그의 심경에 파동을 일으켰다.늘 이성적이고 절제력이 강한 심성빈이었지만 유독 송하나 앞에서만큼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감정을 숨기고 있었다.다른 남자가 그녀를 마음에 품고 탐내는 게 너무도 두려웠다.하지만 송하나는 모든 면이 뛰어나고 맑고 투명하며 눈이 부셨다. 어딜 가든 빛을 발하는 사람이었다.이토록 눈부신 그녀의 곁에 구애하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예전의 심성빈은 늘 억지로 자신을 억누르고 통제했었다. 섣불리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못했고 두 사람의 관계를 한 발짝 더 진전시킬 엄두는 더더욱 내지 못했다.그저 조심스럽게 송하나의 곁을 맴돌며 선을 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그의 마음속에는 늘 넘어설 수 없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심성빈은 매 순간 스스로를 다잡았다. 빈틈을 파고들어선 안 된다고, 그의 것이 아닌 자리를 차지해선 안 된다고.무거운 부담감을 짊어지고 싶지 않아 마음속에서 들끓는 사랑을 억지로 짓눌렀다.원래는 그저 조용히 송하나의 곁을 지키며 그녀가 평안하고 무탈하도록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다른 남자가 송하나에게 고백하고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순간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인내심과 양보가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품어서는 안 될 헛된 욕망이 고개를 쳐들었다.더 이상 다른 남자가 함부로 송하나에게 다가가 귀찮게 굴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당당하게 그녀의 곁에 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986화

    가볍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다정하고 기품이 넘쳤으며 야박하게 들리지 않으면서도 태도를 분명히 하는 말이었다.곁에 있던 학교 고위 관계자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을 던졌다.“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더니. 대표님께서 여자친구분께 지극정성이시니까 사업이 크게 성공하신 거군요.”해프닝이 마무리된 후 심성빈이 곁에 선 송하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더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하나야, 먼저 강의실로 돌아가 있어. 이쪽 일이 끝나는 대로 데리러 갈게.”송하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고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강의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옆에 서 있던 최우진이 본능적으로 송하나를 따라가려던 그때 미처 걸음을 떼기도 전에 어머니가 그를 불렀다.“최우진, 어디 가? 이분들이랑 같이 참관하러 가야지.”최우진은 너무도 싫었지만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있어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여기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간 상황만 더 비참해지고 어머니의 체면까지 구기게 될 터.결국 마음속에 들끓는 억울함과 상실감을 억누른 채 씁쓸한 얼굴로 그들의 뒤를 따랐다.송하나가 강의실로 돌아오자마자 허지안이 쪼르르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하나 씨, 아까 우진 선배가 하나 씨를 찾던데 무슨 일이래요?”지난번에 같이 식사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과제도 다 끝났는데 굳이 송하나를 따로 불러낼 이유가 뭐가 있을까?송하나가 의자를 빼고 앉으며 담담한 말투로 대충 핑계를 댔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학업에 관해서 뭐 좀 물어보더라고요.”그녀가 말하기를 꺼리자 허지안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참, 이제 곧 방학인데 귀국할 거예요?”송하나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직 잘 모르겠어요. 당분간은 들어갈 계획이 없거든요. 지안 씨는요? 방학 때 들어갈 거예요?”허지안이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가고 싶긴 한데 비행기 푯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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