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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김하이
다음 날 오전.

송하나는 회사에서 한창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데 별안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정기 검진을 위해 시간을 내서 병원에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회사는 병원에서 멀지 않았다.

퇴근 후, 송하나는 10분 정도 걸어서 바로 도착했다.

병원 입구에 막 들어섰을 때, 익숙한 세단이 눈에 띄었다.

그건 바로 롤스로이스 팬텀, 이강우의 차였다.

그녀는 비록 타본 적이 없지만 한눈에 이강우의 차임을 알아보았다.

강현 시내에 이 모델이 몇 대나 된다고...

이강우는 차에 기대어, 긴 손가락 사이에 불붙인 담배를 끼고 있었다. 담배 연기가 얇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고, 나른함과 냉담함이 공존했다.

애쓰지 않아도 멋짐이 폭발했고 지나가는 젊은 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인기는 아직 죽지 않았다.

“강우 씨!”

문득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태리가 병원 진찰동에서 뛰어나온 것이다.

이강우는 능숙하게 담뱃불을 끄고 그녀가 달려오는 순간 품에 꼭 껴안았다.

“출장 다녀오는 동안 내 생각했어?”

송태리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애교를 부렸다.

“뭘 당연한 걸 물어요?”

이강우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한편 송태리는 조수석 문을 열 때, 자신도 모르게 입을 가리며 탄성을 질렀다.

“뭐야!”

조수석은 온통 꽃으로 뒤덮였고 한가운데 선물 상자까지 놓여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강우가 정성껏 고른 것이 분명했다.

“강우 씨, 날 위한 깜짝 선물 고마워요!”

송태리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송하나는 어두운 곳에 숨어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주먹을 세게 쥐었더니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었다.

결혼 4년 동안 이강우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었고 서프라이즈는 감히 바라지도 않았다.

매번 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들마저도 짜증을 내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이 남자...

송하나는 이 결혼에 대해 체념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이토록 극명한 대비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

“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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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50화

    “잠시 눈 좀 붙일래요? 제가 볼 테니.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줄게요.”심성빈이 제안했다.송하나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녀의 시선이 우연히 멀리 보이는 좁은 골목 출구에 닿았다.짙은 색 후드티를 입은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모자챙이 얼굴을 거의 다 가릴 정도였다.송하나의 숨결이 멈칫하며 순간 몸을 일으켰다.“심 대표님, 저쪽 보세요!”성빈이 송하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심성빈은 순간 눈빛이 굳어졌다.걸음걸이, 체격, 심지어 걸을 때 살짝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까지, 모두 CCTV 화면 속 인물과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그 사람이에요!”심성빈의 낮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 것 같아요. 택배 보내러 가는 것 같아요!”‘역시!’겨드랑이에 책 크기의 딱딱한 물체를 끼고 있었는데, 검은 비닐봉지로 단단히 싸고 있었다.심성빈은 즉시 차를 출발시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극도로 조심스럽게 그 사람의 뒤를 쫓았다.아니나 다를까 그는 근처의 택배 대리점에 들렀다.심성빈은 멀찍이 길가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그 사람이 택배를 보내는 틈을 타 가게 안에서 포위하려 했다.바로 그때, 근처에서 폐기물을 가득 실은 밀차와 자전거가 충돌하며 옆으로 넘어졌고 병과 상자들이 사방에 흩뿌려지며 큰 소리를 냈다.한 노인이 당황하며 소리치자 순식간에 주변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고, 택배 대리점에 막 들어가려던 후드티를 입은 남자까지도 마치 놀란 새처럼 고개를 홱 돌렸다.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훑다가 마침 심성빈과 송하나를 발견했다.두 사람의 분위기는 이 도심 속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아, 즉시 그 남자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그는 망설임 없이 겨드랑이의 물건을 움켜쥐고 홱 몸을 돌려 옆에 있던 더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었다.“젠장, 우리를 눈치챘어요!”송하나가 외쳤다.“심 대표님, 빨리 쫓아요!”두 사람은 골목 방향으로 달려갔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49화

    송하나는 그가 바람 외도 현장을 잡으러 온 듯한 추궁에 불쾌해졌다.시선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그의 심문하는 눈빛과, 두 눈에 서린 분노가 너무 명확하여 송하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이강우의 시선을 맞받아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 대표님, 외도 현장 잡으려고 멀리 청림시까지 날아오신 거예요?”이강우는 눈썹을 찌푸렸다.“실망하게 해드려서 미안하네요.”송하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저와 심 대표님은 아주 깨끗해요. 공과 사 구분도 확실하고요. 우리는 이 대표님처럼 선을 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송하나.”이강우는 얼굴이 굳어지며 낮은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내가 하나의 마음속에서 이렇게 비열하고 저속한 남자였어?’송하나는 더는 그와 말다툼할 생각이 없어 몸을 돌려 떠났다.이강우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그는 무언가 가슴을 막고 있는 것처럼 숨이 꽉 막혀 않아 질식할 것만 같았다.심성빈은 이강우의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으면서도 분풀이조차 하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추적 작업이 순조롭지 않아. 송하나 씨가 예민해져서 말에 가시가 돋쳤을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이강우는 대답하지 않고 짜증 난 듯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심성빈은 손목시계를 보았다.“우리 오전에는 잠복하러 가야 하거든. 강우야, 혹시 마음이 쓰이면 같이 가볼래?”그는 이렇게 말하며 그의 불안한 마음을 덜어주려고 했다.이강우는 바로 거절했다.“됐어. 나는 청림시에 부동산 프로젝트를 검토하러 온 거라 일정이 빠듯해.”그는 절대 송하나가 걱정돼서 쫓아왔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인정하면 속셈을 그대로 들켜 버리니 말이다.심성빈은 이강우가 핑계를 댄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까밝히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먼저 업무를 처리하고 나중에 다시 연락해. 청림시는 그리 크지 않으니까.”말을 마친 후 그는 더 머물지 않고 송하나를 쫓아 재빨리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걸어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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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47화

    “대표님은 오늘 아침 일찍 긴급 출장 가셨어요. 급하게 처리할 게 있으신가 봐요.”‘출장이라고? 어젯밤에 나를 바래다 줄 때까지는 괜찮았잖아? 출장 간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서둘러 떠났을까?’송태리의 심장이 다시 덜컥 내려앉았다.“어디로 출장 가셨는데요?”“청림시로 가셨다고 들었어요.”비서는 사실대로 대답했다.‘청림시?’송태리는 보온통을 꽉 잡았다.이 지명을 듣자마자 그녀는 어젯밤 최로운과 심성빈의 영상 통화가 떠올랐다.어제 심성빈은 자신이 청림시에 있다고 했었다.통화 중에 어렴풋이 송하나와 비슷한 목소리가 들렸었고 오늘 아침 이강우가 급하게 그곳으로 떠났다.‘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이상해.’그녀는 비서에게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네, 알겠어요.”이원 그룹 빌딩을 막 나서자마자 송태리는 즉시 휴대폰을 꺼내 임효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방 연결되었고 임효민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선배님?”“임효민.”송태리는 일부러 부드럽게 말했다.“송하나가 오늘 회사에 있어?”“하나 언니요?”임효민는 망설이며 목소리에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언, 언니는 회사에 없어요.”“없다고?”송태리는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추궁하듯 물었다.“어디 갔는데?”“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임효민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고 그 안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아마도... 출장 갔나 봐요. 구체적으로 어디로 갔는지는 저도 몰라요.”‘출장이라고? 그것도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고?’송태리는 차가운 기운이 발밑으로부터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그녀는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심성빈이 청림시에 있고 이강우가 오늘 아침 급히 청림시로 갔다.송하나도 출장 중인데 행방을 알 수 없다.세상에 이렇게 많은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이강우의 어젯밤 이상 행동, 오늘 아침의 긴급 출발...그는 송하나를 찾으러 간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은 독사처럼 송태리의 마음속으로 파고들며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46화

    이강우는 휴대폰을 꺼내 송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송하나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세면대 위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그녀는 화면을 힐끗 보고는 이강우의 번호가 뜨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 이 전화를 받아야 하나?’끊기 버튼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곧 그녀의 담담하고 거리감 있는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전해졌다.“대표님, 이렇게 늦게 무슨 일이세요?”이강우는 순간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그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이 실려있지 않는 것처럼 낮았다“본가에 간 지 오래 됐다고 할머니께서 너를 찾으셔. 내일 저녁에 식사하러 오라고 했어.”송하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홍경자는 이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준 분이었다.그녀는 목소리를 살짝 누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저 요즘 좀 바빠요. 이 일 끝나면 꼭 가서 뵐게요.”“할머니보다 더 중요한 일이 뭐지?”이강우의 말투에는 약간의 질책이 섞였다.“내일 퇴근하고 내가 데리러 갈게.”그는 단호하게 결정해버렸다.송하나는 대뜸 얼굴을 찌푸렸다.할머니 때문에 잠시 연약해졌던 마음은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는 차갑게 대꾸했다.“오실 필요 없어요. 저 요즘 강현에 없거든요.”“강현에 없다고?”이강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그는 거의 심문하듯 물었다.“그럼 어디에 있는데?”이런 직설적인 물음은 송하나의 짜증이 밀려오며 거부감이 들었다.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날카롭게 되받아쳤다.“이 대표님, 경찰서에서 심문하는 것처럼 캐묻는 이유가 뭐죠? 제 행선지를 이 대표님께 보고할 의무는 없잖아요?”이강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송하나, 너 지금 어디야?”송하나는 이 숨 막히는 대화를 더는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다른 일 없으면 먼저 끊을게요.”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하나는 깔끔하게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에는 통화가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기계음만 들렸다.이강우는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45화

    직원이 능숙하게 정갈한 음식과 국이 담긴 뚝배기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송하나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수고하셨습니다.”문을 닫은 후 그녀는 간단히 몇 입 먹은 뒤 욕실로 향했다.욕조에 몸을 담그고 피로와 먼지를 씻어낸 후 타올로 몸을 감싸고 나와 헤어드라이어를 집어 들고 축축한 머리카락을 말리려 했지만 드라이기가 전혀 반응이 없었다.드라이기가 고장 난 것이었다.송하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프런트 데스크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기에서는 통화 중이라는 신호음만 들려왔다.‘프런트 데스크는 지금 매우 바쁜 모양이야.’축축한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달라붙어 차갑고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었이다.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소파에 놓인 가운을 집어 몸에 단단히 여민 후 허리끈을 꽉 매고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심성빈의 옆방으로 향했다.한편, 심성빈은 청림시 시내 지도를 앞에 두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손가락으로 몇 개의 택배 대리점 사이를 그리며 발송인이 다음에 나타날 만한 장소를 찾으려 애썼다.이때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며 최로운의 영상 통화 요청이 떠올랐다.심성빈이 전화를 받자 최로운의 능글맞고 잘생긴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뒤로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성빈아, 뭐 하고 있어? 나와서 한잔할래?”심성빈은 피곤한 듯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오늘은 안 돼. 다음으로 하자.”“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바쁜 거야?”최로운은 카메라를 옆 좌석으로 옮기며 훑어보았다.“강우와 태리도 여기 있는데 너만 빠졌어.”심성빈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청림시에 출장 중이야. 돌아가면 내가 술자리 마련해서 좋은 거로 한 잔 살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심성빈은 휴대폰을 든 채 문으로 다가갔다.문을 여는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송하나가 문밖에 서 있었다.그녀는 헐렁한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있었는데 목욕 후의 상쾌한 기운이 바디워시의 은은한 향기와 섞여 애틋하게 느껴졌다.젖은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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