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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임셀리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2 22:51:16

식탁 위에 올려진 진한 보라색의 카드.

“필요한 거는 이걸로 써요. 한도는 없어요.”

카드와 도혁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세나에게 도혁이 카드를 쥐어 주었다.

“뭘 사든, 어디에 쓰든 상관 없어요. 하고 싶은 거 하고 사고 싶은 거 사면 됩니다.”

얼떨결에 손에 들린 카드를 보며 세나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도혁은 그 고맙다는 인사마저 자신에게 선을 긋는 행동으로 느껴졌다. 마음 한 켠이 뻥 뚫린것 같았다.

“퇴근은 7시쯤 하죠. 저녁은 집에서 먹는 걸로 하고.”

제 할 말만 하며 현관으로 향하는 도혁의 뒤를 세나가 따랐다.

“네.”

구두에 발을 넣고 현관 출입문을 열던 도혁이 멈칫하며 문을 닫았다.

“갔다 올게요.”

문을 열고 나가려다 다시 들어 온 도혁이 세나의 앞에 섰다.

"다녀 올게요."

큰 산같은 도혁의 몸이 세나에게 가까워 지는가 싶더니 그의 입술이 뺨에 닿았다.

'촉'하는 소리와 함께.

세나가 깜짝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 섰다.

저도 모르게 나온 반응이었다.

얼떨떨한 채로 어떤 대답도 하지 못 하고 있자 도혁이 뺨을 한 번 쓸어 내렸다.

"저녁에 봅시다."

놀란 얼굴의 세나를 남겨 두고 도혁이 나갔다.

두 손바닥으로 열이 오른 뺨을 감싼 세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버지 회사의 부도를 막아 주는 대신 이루어진 결혼.

이 제안의 이면에는 만남을 거절한 제가 괘씸해서 옆에 묶어 두려한 것.

결국은 애정없는 결혼.

세나는 도혁의 마음이 그렇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 행동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생각해 봤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해석 불가능.

*****

결혼식 후 첫 출근한 도혁이 비서실 직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집무실 문을 열었다.

“회장님. 신혼 여행을 잘 다녀 오셨습니까.”

뒤따라 들어온 태오가 다 알면서도 능청을 떨었다.

“잘 갔다 왔지. 카지노 VIP갈라쇼만 아니면 외국이라도 갔다 왔을 건데.”

코트와 수트 재킷을 옷걸이에 걸고 책상에 앉았다.

태오가 도혁의 맞은 편에 서서 오늘의 스케줄을 보고하고 확인 받았다.

“변동 사항은 없네. 그리고 앞으로는 저녁을 집에서 먹을 테니까 두 시간 정도는 스케줄 잡지 말도록.”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하신다고요?”

집에서 뭘 먹는 걸 본 적이 없는 태오가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하루 종일 혼자 있잖아. 저녁은 같이 시간 보내야지. 강실장, 나 지난 주에 결혼한 새신랑이야.”

“아,네에…앞으로는 그렇게 스케줄 잡겠습니다.”

태블릿을 거둬 들인 태오가 목례를 하고 도혁의 집무실을 나갔다.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하려면 그 시간까지 일을 마쳐야 한다.

도혁은 전자 결재 시스템에 접속했다. 그의 결재를 기다리는 파일들을 차례대로 검토하며 서명을 해 나갔다.

파일의 절반도 서명을 마치지 못 했을 때 휴대 전화 화면에 ‘어머니‘라는 이름이 떴다.

“네.”

“출근은 했니?”

“네, 회사예요.”

일요일 도혁의 집으로 돌아 가기 전에 본가에 잠시 들러 인사만 하고 왔다.

점심 시간은 넘겼고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

서애리가 주방 사용인들에게 서둘러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출근으로 빨리 쉬고 싶다는 이유를 댄 도혁은 인사만 하고 본가를 나왔다.

“방금 언양댁 출발했다. 며느리가 좋아하는 걸로 장을 봐서 가라고 했는데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말이야.”

본가의 주방 보조 인력이 도혁의 집으로 파견 나가기로 했다.

주방 살림을 맡아줄 사람을 구할 때까지.

“그게…”

도혁에게 세나에 관해 저장된 정보가 너무 빈약했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어떨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그냥…다, 좋아해요. 까탈스럽지 않거든요.”

“생긴것도 순하게 생겨서 식성도 그런가 보네. 알았다. 언양댁한테 그리 전하마.”

통화를 끊은 도혁이 생각에 잠겼다.

평범한 질문에 선뜻 대답조차 못 한 자신이 한심했다.

첫 눈에 반한 여자.

놓치고 싶지 않아 결혼부터 해 버린 여자.

너무 좋아한다면서 정작 세나에 대해서 아는 건 뭐가 있을까.

호텔, 카지노, 라운지의 매년 매출은 숫자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면서 정작 아내인 세나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다.

장애물에 걸린 기분이었다.

사업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해 막막함을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도혁은 강실장을 호출했다.

“네, 회장님.”

“전에 한 번 불렀던 라운지 직원.”

“한승우 말씀이십니까.”

“아, 그래. 한승우.”

더 이상 부를 일이 없을 것 같아 이름도 흘려 들었는데 한승우가 필요한 날이 또 있구나.

“한승우 호출해, 바로.”

“네, 알겠습니다.”

라운지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

매출은 다음 날 아침, 특별한 이슈가 발행하면 그 즉시 도혁에게 보고가 된다.

한승우는 조직원들 중 연애를 가장 많이 했다는 타이틀로 처음 도혁에게 불려 왔다.

특이점이 없는 상황에서 한승우를 호출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일이라는 뜻이었다.

결혼까지 한 놈이 여자 관계에 무슨 조언을…이라는 생각을 태오가 잠시 했다.

친구이자 조직의 수장인 도혁이 여자를 알 리가 없다.

왜냐 하면 여자를 옆에 둔 적이 없기 때문에.

단단히 사랑에 빠졌네.

태오가 한승우를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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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순정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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