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눈을 떴다.
희미한 빛에 의지해 눈을 깜빡이자 도혁의 맨 가슴이 눈에 보였다. 어젯밤의 강렬한 기억이 떠오르자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세나는 제 몸을 단단하게 감싸고 있는 도혁의 팔을 풀어 내려 몸을 비틀었다. 아… 아래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일어났어요?” 도혁은 진작에 일어났지만 세나가 깰때까지 누운 채 기다리던 중이었다. “몇 시예요?” 룸은 아직 어둑해 몇 시나 됐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9시쯤? 몸은 괜찮습니까?” 몸을 움직일 때마다 허리 아래가 화르륵 불타는 것 같지만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상을 쓴 채로. 도혁이 찡그린 두 눈썹을 손가락으로 쓱 문지른 후 몸을 일으켰다. 가운을 가져와 이불로 앞을 가리고 있는 세나의 어깨를 덮어 주었다. “식사는 룸서비스로 먹죠.” 가운을 입고 일어나는데 다리가 풀려 스르르 침대에 주저 앉았다. “이런.” 그 모습을 본 도혁이 침실을 나가려다 세나 앞으로 와서 섰다.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세나의 몸이 공중으로 들렸다.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도혁의 목을 꽉 안았다. “괜찮아요. 내려 주세요.” 도혁은 욕실 거울앞에 세나를 내려 주었다.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씻고 나와요.” 괜찮다고 하지만 세나의 온 몸이 괜찮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세나를 어르고 달래며 의식같은 첫 날밤을 끝내긴 했지만 결국 울먹이던 얼굴이 마음 한 구석에 새겨졌다. 본능마저 통제가능한 범위안에 있던 도혁인데 어젯밤에는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졌다. 제 몸 아래에서 가는 숨을 색색 내밭으며 울먹이던 세나를 보자 미안한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여자의 눈물에 어쩔줄 몰라 하며 세나를 안고 등을 쓸어 주고 아파서 일어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밤을 샜다. 오늘은 아무데도 나가지 말고 온전히 휴식하는데 써야 겠다. 도혁은 룸서비스 주문을 위해 전화를 들었다. ***** 새벽 5시. 도혁이 일어 났다.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는 그였다. 알람 따위는 필요없이. 옆에 누운 세나가 일어 날까 조심해서 몸을 일으켰다. 도혁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주말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 왔다. 신혼 여행은 다음을 기약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세나는 깨우지 않고 조용히 출근 할 생각이었다. 침대에서 내려 와 잠에 빠진 세나를 내려다 보았다. 자는 모습마저 예뻤다. 괜히 부드러운 머리 카락을 한 번 쓸어 보았다. 손바닥이 간질거렸다. 머리를 넘기던 손이 뺨을 쓸어 내리자 세나가 눈을 떴다. “으응. 일어, 나셨어요?” 금방 떠지지 않는 눈을 여러 번 깜빡이며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내가 깨웠나 보네요. 나는 운동하고 출근할 거니까 더 자고 일어 나요.” “아, 아니에요.” 도혁이 덮어 주는 이불을 걷으며 세나가 일어 났다. “아침 식사는 하고 출근하실 거죠? 준비할게요.” 호텔에서 보낸 2박 3일의 신혼 여행 아닌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게 어제였다. 겨우 짐만 풀어 놓았으면서 어디에 뭐가 있는 지 알고 아침을 준비한다는 건지. 하지만 세나는 동이 틀때 눈을 뜬 새처럼 주방으로 가 부지런히 여기 저기를 열어 보았다. 운동룸으로 가다가 아기새처럼 종종 거리며 주방을 오고 가는 세나를 본 도혁이 곁으로 왔다. “먹을 거라고는 없어요. 집에서 밥을 안 먹으니까. 커피 한 잔이면 돼요.” “공복에 커피를 드신다구요?” 도혁은 뭐가 어때서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운동룸으로 향했다. 정말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비워 놓을 냉장고가 이렇게 클거는 뭐람. 커피면 된다는 말에 커피 캡슐을 하나 꺼내어 놓고 도혁이 운동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도혁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것은 무언지,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출근과 퇴근은 보통 몇 시인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무조건 빨리. 두 사람의 결혼에 필요했던 것은 ‘빨리’였다. 하나하나 알아 가야 하나, 아니면 궁금한 점을 메모했다가 한 번에 물어 봐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씻고 나오면 15분쯤? 그 정도 걸리겠네요.” 그 때 맞춰서 커피를 준비하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샤워를 마치고 수트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은 도혁이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그가 주방에 들어 서자 깊은 바다의 서늘한 향과 굵은 나무의 묵직한 향이 났다. 차분하고 남자다운 향이었다. “아침이라 연하게 했는데 괜찮으실까요?” 차처럼 연한 커피를 따끈하게 해서 식탁에 올렸다. “좋습니다.” 식탁에 앉은 도혁이 태블릿 pc의 전원을 켜고 신문사 앱에 접속했다. 도혁이 어떤 지시를 할까 세나는 그 옆에 조용히 섰다. “계속 서 있을 겁니까? 앉아요.” “네?” “남편이 아침 먹고 있는데 그렇게 보고 있을겁니까.” “..아, 네.” 세나는 식탁의 상석에 앉은 도혁의 오른 편에 앉아 허리를 곧게 세웠다. “11시에 청소를 할 여사님이 출근할 겁니다. 퇴근은 5시에 하시고.” “네에. 저 그런데…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마트라도 다녀와야할 것 같습니다.” 세나의 딱딱한 말투에 도혁이 커피잔을 들다 말고 눈을 맞췄다. 보고를 받는 것 같은 이 분위기는 뭐지? 회사의 직원들이 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당분간 식사는 본가에서 지원나와서 할 겁니다. 오세나씨가 마트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네.” 이제 막 입사한 신입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직도 내가 무서워요?” 무섭냐는 질문에 세나가 흠칫 놀랐다. 그렇다고 하기엔 몸도 섞은 사이에 뭔가 싶고, 아니라고 하기엔 무서운 건 사실이었다. “아, 아니에요.” 시선을 떨어 뜨리는 것을 보니 맞긴 한가 보다. 내 어디가 무서운 거지, 도대체. 답답한 마음에 도혁이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눈을 피한 세나는 여전히 제 다리 위에 놓인 손 끝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거.” 세나의 시야에 도혁의 팔이 쑥 들어 왔다.병원에 도착해 한참이 지나서야 아침해가 떠올랐다.유도 분만을 위한 설명을 듣고 검사까지 마치자 도혁과 세나는 안정된 마음으로 병실에서 숨을 돌렸다.두 사람은 복키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긴장감을 감추려 애썼다.두렵기는 세나도 도혁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이니까. 아무리 남이 출산한 것을 들었어도 막상 현실이 되자 우왕좌왕하게 되었다. 도혁은 차에 미리 가방을 실어 놓은 몇 시간 전의 자신을 칭찬했다.평온한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세나의 아랫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진통을 참으며 끙끙 앓는 세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을 잡아주는 것 밖에 없어 도혁은 애가 탔다.왜 출산은 여자만의 몫인가로 심오한 생각에 한참을 빠져 있었다.제 손을 잡은 세나의 손에 힘이 스르륵 빠지는 것을 느끼자 신을 향한 원망도 잠시 접어 두었다.“와. 잠깐인데 통증이 엄청 강렬해요.”짧았던 고통의 순간을 제대로 느낀 세나가 긴장이 풀어진 듯 농담을 했다.“그렇게나 아파?”“배가…말로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좀 지나면 이것보다 더하겠죠?”도혁이 세나의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했다.“혹시…후회해?”조심스러운 도혁의 물음에 세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를요?”“나랑 결혼한 거. 친구들은 한창 커리어 쌓아 가는데 이른 나이에 결혼, 임신, 출산을 연달아 경험하는 것도.”“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잖아요. 오빠는 후회해요? 나랑 결혼한 거?”결혼으로 도혁이 지불해야 했던 값은 일일이 셀 수 없었다.아빠 회사에 숨을 불어 넣어 주고, 그 후에도 투자를 이유로 꽤나 큰 자금이 수혈되었다는것도 세나는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엔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 한 마음에 부리는 오만한 객기라고 생각했다. 만남을 거절당한 작은 복수라 여길때도 있었고.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혁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좋아하는 마음을 서투르고 거칠게 표현했을 뿐.남들과 저를 대할때 말투부터 달라지는 남자의 마음을 뒤늦게 알았다.“
분명히 새벽에 배가 아파 잠에서 깼는데 그 이후로는 괜찮았다.도혁에게 말을 하면 열 일 제쳐 두고 병원으로 내달릴 것 같아 사실대로 말하지 못 했다.검색을 해 보니 가진통일 가능성이 커서 지켜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분명 아침까지는 그랬다.*****“강실장! 강실장 어디 갔어!”도혁은 비서실 직통벨을 누르자마자 강실장이 늦는다며 소리를 쳤다. 그와 동시에 수트 자켓에 팔을 넣으며 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돌렸다.“강실장!”도대체 태오를 몇 번이나 불렀는지 몰랐다.“내가 벨을 누른 지가 언젠데 너는 이제 나타나는 거냐!”“호출벨 울리자 마자 온 겁니다만, 무슨 일입니까.”“나 이 시간 이후로 일정 전면 취소해. 세나가…배가 아프대. 곧 복키가 나올 것 같다.”“네에? 아, 가셔야죠. 얼른 가셔야죠.”그 말에 도혁과 태오가 동시에 집무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세나의 전화는 점심을 먹은 직후에 왔다. 자꾸만 배가 아프다는 말이었다.예정일은 아직 남았고 특히나 초산은 늦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복키 이 놈이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었나 보다.도혁의 재촉에 운전 기사는 혼이 반쯤 나간 것 같았다.호텔에서 집까지 가는 내내 ‘빨리’라는 말을 수억번을 했으니.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세나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전화를 할 때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 앓더니 차에 타서는 또 괜찮다고 했다.“복키가 오늘 나올까요?”“오늘 낳았으면 좋겠어?”“배가 아프니까 빨리 낳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무섭기도 해요.”“내가 있을거잖아. 걱정마.”도혁은 걱정하는 세나의 손을 꼭 잡았다.두 사람의 우려와 달리 병원에서는 아직 나올때가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가진통이고 자궁문도 1CM밖에 열리지 않아 오늘, 내일 중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집에 돌아가셔서 기다렸다가 이슬이 비치면 더 자주 배가 아플 겁니다. 그 때 병원으로 전화 먼저 주세요.”세나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뭔가 아쉬웠다.오늘 복키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정다정이 한때 결혼으로 엮일뻔한 사이로만 남았다면 도혁도 아르떼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리조트나 호텔이나 동종업이기 때문에 상생하기 위해 작게나마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지 몰랐다.하지만 도혁의 수하를 돈으로 매수해 정보를 빼내어 도혁이 공들인 호텔 인수 작업을 흔들었다.도혁은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굳이 나서는 타입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다정은 도혁을 먼저 공격한 것과 다를바 없었다. 그것도 장태산의 힘을 빌어. 그렇다면 가만히 둘 수 없었다.할아버지가 수십년에 걸쳐 키워 온 회사를 한 입에 털어 먹는 손녀. 거기다 돈을 주고 경쟁사의 내부 자료를 빼왔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 파장은 어마어마하지 않을까.정다정이 재기하지 못 하도록 밟아줄 생각이었다. 물론 장태산도.*****“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아니, 오빠가 해 줄게. 앉아 있어.”저녁 식사를 마치고 제가 먹은 식기를 포개고 있을때였다. 도혁이 세나를 만류하며 다이닝룸을 나가라고 했다. 배에 공을 맞은지도 며칠이 지났고,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음에도 도혁의 과잉 보호는 여전했다.“밥공기가 갑자기 튀어 오를리는 없잖아요.”“앞일은 모르는 거다.”도혁은 무심하게 대꾸했다.“진짜 아무렇지 않아요. 괜찮다구요.”퇴원해서 돌아온 이후 괜찮다는 말을 수백번은 한 것 같았다.“응, 알아. 몸이 힘들어 보여서 그런거니까 소파에 앉아 있어.”저를 향한 과잉 보호는 도저히 꺾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세나는 도혁이 시키는 대로 다이닝룸을 나가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도혁이 번개같이 튀어 나와 세나의 허리뒤에 쿠션을 받쳐 주었다.“불편할까봐.”“괜찮아요.”“배가 아프면 참지 말고 바로 말해.”“아직 입원한 것 같아요. 퇴원은 진작에 했는데.”도혁의 눈썹이 가운데로 모였다.“병원은 바로 대처가 되지만 집은 그게 아니잖아.”“알아요. 무슨 말인지.”복키를 낳을때까지 도혁의 과잉 보호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편이 정신 건강에 더 나을지도 몰랐다.세나가
밤새 복키가 안녕하다는 것을 확인한 도혁은 퇴원을 허락받았다. 주말임에도 입퇴원이 자유로운 것은 도혁의 주치의가 병원장이기 때문이었다.세나의 진료를 보고 있는 산부인과 과장이 지난 밤에 다녀 갔었다. 검사 결과를 보고 왔다며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너무 걱정말라며.많은 이들의 걱정과 안부덕분에 복키가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세나는 겨우 하루 병원에서 보냈을 뿐인데 굉장히 많은 일을 겪고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예상하지 못 한 입원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예정일까지는 조심, 또 조심해야 돼.”“알아요. 조심할게요.”집으로 돌아온 도혁은 제일 먼저 욕조의 물을 채웠다.걱정과 불안이 가득했던 마음을 따뜻한 물에 씻어 내고 싶었다.“물 받고 있어. 목욕하자.”세나 역시 긴장으로 굳어 있던 몸을 따뜻한 물에 풀고 싶었다.미끄러질까 조심하며 세나를 먼저 욕조에 들여 보낸 뒤 도혁도 천천히 욕조에 몸을 담궜다. 도혁의 두 팔과 두 다리사이에 자리한 세나의 몸은 여전히 가늘었다. 뒤에서 보면 배가 불러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바가지를 엎어 놓은듯 앞으로 동그란 배 모양이 영락없는 딸이라며 어른들이 확신했지만 틀렸다. 복키는 아들이니까. 혹시 복키 동생은 딸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도혁은 고개를 저었다.입덧으로 얼마나 세나가 고생을 했는지 봐 왔으면서 그런 생각은 하는게 아니었다.“이제 나갈게요. 양수가 뜨거워진다고 오래 있지 말라고 했어요.”세나가 도혁의 가슴에 기대어 있던 몸을 떼어 냈다.“아, 그렇지. 있어 봐. 씻겨 줄게.”욕조의 물마개를 빼놓고 세나를 샤워기 아래에 세웠다.눈에 거품이 들어 가지 않도록 머리를 샴푸하고 몸도 부드럽게 거품으로 씻어 냈다.세나는 도혁이 하는 대로 아이처럼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임신을 했어도 세나의 맨 몸은 도혁에게 강렬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그 욕망을 세나에게 향할수는 없었다.지금껏 그래왔듯 본능마저 억누른 도혁은 제가 할 일을 마쳤다.큰 타월에 싼 세나를 욕실 문 밖에 내어 놓고
여러 동의 텐트 사이로 굴러간 공을 누군가가 형제에게 던져 준다는 것이 너무 힘을 실었다.텐트동 뒤에 있는 캠핑카 구역으로 날아온 공이 테이블위에서 세게 튀어 올라 세나의 배를 튕겼다.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배를 가격한 느낌에 움찔한 세나가 눈을 떴고 도혁 역시 바로 몸을 일으켰다.그 소란에 공을 던진 사람도 공을 가지고 놀던 형제도 움직임을 멈추었다.놀란 세나가 두 손으로 배를 감싸자 도혁이 바로 손을 겹쳤다."공이야. 어디를 맞았어? 정면으로 맞은 거야?""모르겠어요.""병원부터 가."공이 배를 가격했다는 사실만으로 세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오직 복키가 잘못되면 어쩌나라는 생각만이 세나의 머리속을 꽉 채웠다.텐트동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들고 공을 던진 당사자가 헐레벌떡 뛰어 왔다."괜찮으십니까."미안해 하는 남자를 향해 도혁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괜찮은 걸로 보입니까. 임신부인거 안 보여요?”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지도 않는데 도혁의 눈빛만으로 상대는 기가 꺾였다."죄송합니다."눈물을 참는 세나를 일으켜 세워 품에 안은 도혁이 119에 전화를 걸었다. 등을 토닥이고 쓸어 내리는 그의 손은 괜찮다며 세나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그 사이 공을 주거니 받거니 했던 형제의 부모도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도혁의 서슬에 모두들 벌을 서는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배가 뭉치거나 아파?"도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세나를 세심하게 챙겼다. 세나가 겁먹은 상태인데 도혁마저 미쳐 날뛸수는 없으니 침착해야 했다."일단 119를 불렀으니 응급실로 가서 진료부터 봐야 겠습니다. 연락처 주고 가시죠. 혹시 제 아내나 저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질 각오 하십시오."책임을 지우겠다는 말에 형제의 아버지가 발끈하고 나섰다."애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책임지라 마라는 너무 오바잖아요!""그러는 동안 당신은 뭘 했습니까."형제에게 공 하나를 던져 주고 일행들과 술을 마시던 아버지가 할
따스한 공기가 마음마저 포근하게 하는 완연한 봄날의 아침이었다.다이닝룸 테이블에 올려 둔 가방에 마실것과 과일을 담는 도혁의 손이 분주했다."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여기는."세나가 주방에서 서성거리자 도혁이 목소리를 깔고 혼내듯 말했다.그럼에도 세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의자를 하나 빼내서 앉았다.예정일을 한 달 정도 앞둔 세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도혁은 거실 소파에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 세나에게 엄한 목소리를 냈다."그냥 보고만 있을 거예요."저를 향한 도혁의 과잉 보호에 이미 면역이 생겼지만 배가 불러올수록 그 정도가 지나쳤다. 의사도 가벼운 산책 정도는 좋다고 했지만 집에서는 도혁이 세나의 손발이 되었다."보고만 있지 않을거니까 그렇지.""사실은 빨리 나가고 싶어서 그래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요."출산 전 마지막으로 당일치기 캠핑을 가기로 했다. 다음달이면 언제 진통이 올 지 모르니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멀리는 못 가지만 근교의 캠핑싸이트를 예약해 두고 점심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 오기로 했다.음료와 과일을 넣은 가방의 지퍼를 닫으며 도혁이 세나를 일으켰다.완벽한 날씨에 야외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캠핑장에도 바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했다.도혁이 예약해 놓은 자리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그대로 있어."도혁이 캠핑카앞을 돌아와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차체가 높다고 하지만 천천히 조심해서 오르고 내릴 수 있는데 도혁은 위험하다고 했다.배가 많이 나와 돌발 상황에 대처가 힘드니 아예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천천히.""조심해서."도혁의 다음말이 무엇일지를 아는 세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어이없어 하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세나가 도혁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도혁이 창문을 열고 어닝을 내리며 준비하는 동안 세나는 픽업해 온 도시락들을 꺼냈다.둘이서 먹고 남을만큼을 주문한 사람은 도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