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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셀리나
last update 게시일: 2026-07-07 22:58:33

신랑,신부가 테이블마다 인사를 하러 일어 나자 세나는 혼자 남았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 못 해 우렁차게 우는 배를 채우려 할 때 술을 권하는 남자들이 한 두명씩 다가 왔다.

세나의 테이블과 붙은 옆 테이블로 남자들이 앉았다 돌아 갔다.

민석의 회사 사람들이란 말에 웃으며 거절했지만 점점 곤란해졌다.

이 남자가 돌아 가고 나면 저 남자가 오고, 저 남자를 보내고 나면 또 다른 남자가 왔기 때문이었다.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저음의 남자 목소리.

세나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큰 키, 짙은 눈썹, 반듯하게 다문 입술.

한 마리의 늑대가 저를 내려다 보는 것 같아 온 몸에 솜털이 바짝 섰다.

“네? 아,네.”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세나의 옆에 앉았다.

조금 전까지 같은 테이블에서 세나와 마주 앉아 있던 남자였다.

이 남자도 술을 권하는 걸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자와 한 테이블에 있자 술을 권하며 접근하는 남자들의 걸음이 뚝 끊겼다.

이 쪽으로 시선조차 던지지 않았다.

단지 키카 크고 어깨가 넓다기보다 풍기는 분위기가 서늘했다.

어차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불편할 것도 없는데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선생님에게 불려와 혼이 나는 학생처럼 자꾸 움츠러 들었다.

“우리도 이제 뭐 좀 먹자.”

인사를 끝낸 신랑,신부가 돌아 오자 세나는 남자와의 어색함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남자는 신랑 민석의 오랜 친구라고 했다.

민석이 몸 담고 있는 회사의 회장.

민석이 남자를 도혁이라고 불렀다.

외모만큼이나 이름도 차갑네.

잘 웃지도 않은 서늘한 얼굴이 이름과 찰떡으로 어울렸다.

하루 종일 들고 다녔던 나윤의 클러치를 넘겨 주고서야 피로연이 마무리 됐다.

신랑, 신부의 지인들과 함께 하는 피로연이 끝날 때까지 세나는 자리를 지켰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나윤과 민석뿐이라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약속한 거니까.

신부인 나윤은 혼자 돌아가야 하는 세나가 걱정되었다.

“고생했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가만 있어 봐. 차를 준비해 줄 수 있는 지 물어 볼게.”

나윤이 신랑인 민석과 의논을 했다.

“도혁씨가 데려다 주기로 했어. 도혁씨랑 같이 가면 돼.”

“아니에요, 언니. 지하철 타고 가면 돼요."

“하루 종일 부려 먹고 그냥 보내면 안 되지, 세나야. 내 친구가 가는 길에 데려다 줄 거다."

나윤의 옆에 있던 민석이 거들었다.

배려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신혼 여행을 떠나는 신랑, 신부와는 로비에서 헤어졌다.

끝까지 세나를 잘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민석과 나윤이 도혁에게 하고서야 진짜 두 사람만 남았다.

“집이 어디라고 했습니까."

집을 알려 주고 도혁을 따라 그의 차에 올랐다.

기사가 운전하는 차의 뒷 좌석에 나란히 앉은 것 부터가 불편했다.

거기다 숨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침묵은 더더욱 그랬다.

빨리 집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응?

눈을 뜨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동생과 함께 사는 작은 아파트.

다행이다. 눈 깜짝할 새 도착했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혁만큼이나 큰 차가 아파트를 빠져 나가자 그제서야 깊은 숨이 가슴 저 아래쪽에서 부터 나왔다.

하. 숨 막히는 줄 알았네.

존재만으로도 무서운 남자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그랬다.

세나는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집에 가자마자 씻고 잘 것을 다짐했다.

*****

신혼 여행을 다녀 온 나윤의 집들이에 초대받은 건 한 달이 지나서였다.

- 음식은 케이터링 불렀어. 할 건 없는데 그래도 누가 있어야 내가 덜 불안할 거 같아서.

나윤이 세나를 부른 이유였다.

민석의 지인들 집들이라고 했다. 집안일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나윤에게 집들이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아직 집안 살림을 봐 줄 사람을 구하지 못 해서 더 그랬다.

“갈게요.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와야지.”

세나는 실없는 농담으로 나윤이 덜 미안하도록 했다.

집들이 당일.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윤의 집에 도착한 세나는 우선 집구경부터 했다.

고급 주택 단지 중 하나인 나윤과 민석의 집은 바베큐장과 넓은 잔디 마당,수영장까지 갖춘, 주택 단지중 최상위 집이었다.

이런 집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

세나는 부러움보다 신기한 기분으로 집구경을 끝내고 나윤과 함께 손님을 기다렸다.

집들이는 저녁 식사 시간을 맞춰서 시작되었다.

겨울의 끝을 향해 가는 계절이지만 마당에 설치한 대형 텐트에는 온풍기를 틀어 훈훈한 공기가 순환이 되도록 했다.

케이터링 서비스가 세팅해 놓고 간 음식들과 집주인이 준비한 와인으로 집들이는 시작되었다.

음식이외에 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세나가 챙겨 주기로 하고 주방에서 대기했다.

아일랜드 식탁에 앉으니 널찍한 거실통창을 통해 마당이 보였다.

투명한 텐트의 창으로 즐거운 얼굴을 한 사람들의 모습도.

완벽하다시피 준비된 집들이라 세나가 할 일은 없었다. 다만 나윤의 안정감을 위해 불려 온게 맞았다.

아일랜드 식탁 안 쪽에 앉아 연주 영상을 보려고 휴대 전화를 꺼내자 전화벨이 울렸다.

나윤이었다.

“너도 저녁 먹어야 되잖아. 이리 와서 같이 먹자.”

민석의 친구들이 저렇게나 많은데서?

“아니에요,언니. 저는 나중에 손님들 가시고 나면…”

“이 사람들 언제 갈지 몰라. 빨리 와.”

나윤이 전화를 들고 거실창을 가볍게 노크했다.

“갈게요.”

나윤을 따라 텐트의 한쪽을 걷고 얼굴을 내밀자 안에 있던 남자들이 함성을 질렀다.

“아니, 형님. 진작에 말씀을 해 주시지 아쉽습니다. 더 신경써서 왔을 건데.”

누군가의 농담에 다같이 와하하 웃자 세나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윤의 옆에 앉아 고개를 들자 맞은 편 남자와 눈이 마주 쳤다.

그 때, 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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