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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者: 임셀리나
last update 公開日: 2026-07-07 22:59:27

나윤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집들이에서 돌아 온 다음 날이었다.

결혼식부터 집들이까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뜻밖의 말을 꺼냈다.

“도혁씨가 너 마음에 들었나 봐. 민석씨더러 소개해 달라고 하는데. 어때,너는?”

그 늑대같은 남자가?

눈빛만으로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느낌이 드는 도혁의 아우라가 무서웠다.

집들이에서 그의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내내 그랬다.

남자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려 했는데 자꾸만 눈이 마주쳤다.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흠칫하며 피했지만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서운 것도 그렇지만 사실 나이가 많아서도 싫었다.

도혁은 세나보다 무려 열 살이나 많다고 했으니.

그래서인지 남자라기보다 아저씨로 느껴졌다.

“언니, 저는 좀…”

“집들이 때 너 데려다 주려고 술도 안 마셨다더라. 태오씨, 그러니까 도혁씨 최측근 비서가 있는 데도 말이야.”

세나는 맞은 편에 앉아 말 없이 자꾸 눈이 마주 치던 그 남자가 떠오르자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나윤의 말대로 집들이가 끝난 후에 도혁이 직접 운전해 세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마음에 들었다면 연락처라도 물어볼 법한데 단 한마디도 없다가 이제와 이러는 게 더 무서웠다.

“언니도 알다시피 제가 비정규직이라 자리 잡으면 누구 만나고 싶어요.”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일도 하고 있고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니까 그냥 한 번 만나 봐."

그렇긴 하지만 세나는 또래를 만나고 싶지 열 살이나 많은 아저씨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학교 오케스트라 수업을 나가며 관현악단 오디션 준비까지 하기에는 벅차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이지만 수업을 그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부모님 회사가 힘들어 졌고 두 살 아래 남동생은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세나의 미래는 세나가 직접 책임져야 했다.

여기에 연애까지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세나가 한 번 더 거절하자 나윤도 더 권하지는 않았다.

나윤이 식사를 따로 한 번 하자는 약속을 한 뒤 두 사람의 통화는 끝이 났다.

너 데려다 주려고 술도 안 마셨다더라.

나윤의 그 말이 자꾸 귀에 울렸다.

뭐야, 스토커 같잖아. 무서워.

세나의 기분이 언짢아졌다.

*****

“시작하기도 전에 차였네.”

세나의 거절을 민석이 도혁에게 전하며 업무실이 떠나가라 웃었다.

친구라서가 아니라 도혁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알파메일의 정석이었다.

그런 도혁을 거절하는 여자가 있다니. 다른 이유도 아닌 무서워서.

“엄청 마음에 들었나 보다? 네가 누구를 소개해 달라는 말은 35년 인생에서 처음인 거 같은데.”

도혁을 옆에서 오래 겪은 민석도 처음 보는 도혁의 모습이었다.

처음이라는 민석의 말처럼 누군가가 자꾸 생각 나는 마음은 도혁도 처음이었다.

한가하게 여자에게 마음을 줄 시간이 없었다.

20대 초에는 아버지의 후광없이 조직의 핵심 구성원으로 인정 받기 위해.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 가시고 태원 그룹을 물려 받았을 때는 조직의 안정화와 사업 확장때문에.

그 과정에서 여자 문제가 얽히면 굉장히 곤란해 지는 상황이라 의도적으로 여자를 멀리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도혁의 머릿속을 온통 차지하고 나가지를 않았다.

하루 종일 붕 뜬 기분으로 일도 손에서 겉돌았다.

사랑을 하면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라더니 사랑은 아닌가 보다.

그러면 도대체 이 마음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여자를 만나야 알 것 같았다.

“내가 일이 한가했나 보다. 다른 생각을 한 거 보면.”

돌아온 것은 거절.

도혁이 긴 한숨을 쉬었다.

그 여자에게 진짜 마음이 가는 건지, 아니면 남자의 같잖은 보호 본능 같은 건지 궁금했다.

만나 봐야 무슨 마음일지 알 건데 거절 당했다.

다른 이유도 아닌 무서워서.

"다시 얘기해 줘? 한 번만 만나 달라고?"

민석이 여전히 웃으며 도혁을 놀려 댔다.

“하…됐다. 일이랑 결혼한 걸 잊고 바람피려고 했네. 정신 차려야지."

도혁이 소파에서 일어 나자 민석도 일어 났다.

“그래. 이게 우리 회장님의 모습이지. 일에 파묻힌 우리 태원 그룹의 수장.”

민석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도혁의 집무실을 나갔다.

저 새끼가 끝까지.

책상에 앉은 도혁이 비서실 호출벨을 눌렀다.

“부르셨습니까.”

태오가 친구의 모습을 버리고 비서 실장을 모습을 장착한 채 집무실을 노크했다.

“강실장.”

“네, 회장님.”

“내가 무서워?”

“네?”

이 뚱딴지같은 질문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태오가 의미를 파악하려 머리를 굴렸다.

“내가 무서워 보이냐고.”

“그게, 뭐, 순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

도혁이 한 번 더 좌절했다.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떻게 하라고.

“오세나씨 조사 좀 해 와.”

“오,세나씨 라면…”

“민석이 제수씨 후배.”

“아. 그…”

“내일 오전까지.”

“그거라면 오늘 내로 가능하겠는데 일단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건 업무상이 아니고 사적인 일이다, 강실장.”

사적인 일이니까 입을 다물라는 무언의 지시였다.

“네. 알겠습니다.”

“나가 봐.”

뒷조사를 시키긴 했지만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 할 지 생각하지 않았다.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모든 일에 철저하게 플랜비까지 계획하는 도혁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거절당하니 꼭 가져야 겠다는 오기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오세나의 뒷조사를 지시한 그 날 밤,작업이 끝났다는 태오의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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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순정   78

    주말인데도 도혁과 세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 났다.새벽 5시.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최근에 구입한 캠핑카는 전 날 운전 기사가 와서 청수 탱크를 채우고 배터리도 완충해 두었다.차는 바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데 1박 2일동안 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세나가 바빴다.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전 조리 음식을 사면 되는데 굳이 세나는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쿨러에 담았다.먹고 싶은 게 많았을 테니 도혁은 말리지 않았다.전 날 퇴근하며 도혁은 샴페인을 구입해서 왔다.세나가 민석과 나윤의 결혼식 날 마셨던 것으로.샴페인이 깨질까봐 수건으로 돌돌 말아 쿨러에 넣는 것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는 끝이 났다.“어디로 가는 거예요?”“홍천.”“강원도까지요?”“2시간 정도면 갑니다. 일찍 출발했으니 천천히 가죠.”도혁이 운전을 하고 세나가 옆 자리에 앉았다.캠핑카는 2인용으로 개조한 터라 기사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둘만의 여행이니 두 사람만 가는 게 맞았다.차가 골목을 완전히 벗어나 한산한 도심을 달렸다.늘 차가 빽빽해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익숙한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세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도혁을 보았다.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큰 차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은 완전한 어른의 섹시함을 갖추고 있었다.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불거진 푸른 핏줄, 이마를 덮은 앞머리, 오똑한 코에 올려진 선글래스까지.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혼자 상상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 세나가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이제 홍천까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된다.“휴게소에 들러서 아침 먹고 갈까요?”“그럽시다.”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싸는 것도 모자라 세나는 유부 초밥을 만들었다.도혁을 위해 얼음을 가득 넣은 보틀에 커피까지 내려서.도혁은 두 번째 휴게소로 진입해 차를 세웠다.대형트럭용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두 사람은 뒷 자리로 옮겼다.“앉아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니까

  • 보스의 순정   77

    출근 길, 도혁의 옆자리에는 세나가 싸준 도시락 가방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당장에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을 눌렀지만 손이 근질거렸다. 샌드위치 그만 사 오라고 태오를 타박한 게 한 두번이 아닌데 어느 새 샌드위치는 도혁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될 것 같았다. 회사에 도착할 때쯤 도혁은 결국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었다. 식빵을 반으로 자른 조각 두 개가 용기에 담겨 있었다. “이게 뭡니까, 회장님.” “아내가 싸준 도시락.” “네에? 사모님이 말씀이십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도혁은 웅장해진 가슴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 “좋은 아침입니다,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데스크의 인사를 받으며 집무실 문을 열다가 도혁은 멈추었다. “강실장한테 아침 준비할 필요 없다고 전해요.” “네, 알겠습니다!” 도혁은 수트 재킷을 벗고 집무실 중앙의 응접세트 상석에 앉았다. 태오가 오기를 기다리며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하나씩 꺼냈다. 똑똑. 태오였다. “오늘은 아침 식사를 하고 오셨…” “커피만 있으면 되겠다.” “직접 사 오신 겁니까, 회장님?” 이런 적은 처음인 태오가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사온게 아니라 직접 만든 거다.” “누가? 회장인 네가?” “그럴리가. 우리 세나가 만들었지.” 도혁과 태오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데스크에 돌아 갔다. “왜, 갑자기?” “맨날 사 먹는다니 불쌍해 보였겠지. 으음.” 빵종류는 그만 사 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도혁은 처음 먹어 보는 음식처럼 감탄을 하는 얼굴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맛있어?”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할 수가 있나. 이 꼴이 보기 싫어진 태오가 한 마디 했다. “적당히 해라.”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는 거지.” 도혁은 또 다시 샌드위치를 크게 와아앙 베어 물었다. “아르떼에서 호텔 사업에 손을 대는 게 사업의 확장말고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까?” “사

  • 보스의 순정   76

    도혁은 출근하자마자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호텔을 짓는 것보다 인수에 훨씬 돈이 덜 들어 가는 건 맞지만 경쟁자가 있을 경우는 또 달라진다.“아르떼 리조트 그룹에서 접촉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회의 진행을 맡은 전략기획실장은 본론으로 바로 들어 가며 회의를 시작했다.“아르떼에서?”전국의 고급 리조트 체인을 가지고 있는 리조트 전문 법인이었다.그리고.도혁이 선을 봤던 여자 중 하나가 아르떼 그룹의 손녀였다.“아르떼 그룹에서 호텔로 사업 확장을 시도한다는 내부 소식이 있습니다.”“믿을만한 소식통인가.”“…네.”리조트 전문 법인에서 호텔로 사업 확장을 위한 그 첫 단추가 하필 도혁이 눈여겨 보고 있던 곳이라는 말이었다.경쟁에서 우위를 차지 하는 것은 어차피 돈이라며 인수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그리고 인수사업 기초부터 전면 수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대체로 둘로 나뉘어 졌다.“하기도 전에 질 것을 생각한다는 말인가. 전면 수정을 하자는 쪽은.”“굳이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도혁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시작도 전에 안 될것이라고 체념하고 포기하는 부류.인수합병본부 전략팀장이었다.도혁이 사업성이 될 만한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했을때부터 소소하게 반대 의견을 내던 인물이었다.“지금 새 인수 대상을 발굴하는 것 역시 리스크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팽팽했다.공격적인 확장으로 호텔 체인의 덩치를 키우고 통합 매뉴얼로 안정화시킨 장본인이 도혁이었다.물론 실질적인 업무는 실무진들이 했지만 아이디어 제안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활발히 했다고 자신했다.“인수 합병본부장은 잘 들으세요. 아르떼가 언제부터 접촉을 시작했는지 제시한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인수대상자의 의견은 어떠한지 조사해서 보고서 올리세요.”인수 합병본부장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어떻게 됐든 경쟁사가 등장했습니다. 당연히 경쟁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우리도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보고서는 내일 퇴근 시간 전까지입니다. 그리고 전략 기

  • 보스의 순정   75

    물에서 얼마나 열심히 놀았던지 세나는 썬베드에 앉자마자 피곤하다고 했다.그렇게 몸을 말리는 사이 민석은 점심으로 바베큐를 준비중이었다.집주인은 민석이긴 하지만 같이 휴가를 보내는 중이니 다 같이 움직여야 하는게 맞았다.하지만, 도혁은 잠이 든 세나를 두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저럴땐 5분이라도 눈을 붙이고 나면 또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벗어 놓은 가운으로 세나의 몸을 덮어 주었다.제일 강한 시간의 햇빛이 세나의 눈을 찌를까봐 젖은 모자의 물기를 한 번 짠 뒤 얼굴에 그늘을 만들었다.세나가 일어날 때까지 그 곳에 뿌리 내린 나무처럼 꼼짝없이 있었다.“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민석이 도혁의 행동을 가만히 보다가 한 마디 던졌다.그 말에 태오의 시선도 도혁을 향했다.“도둑질이라니.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죠. 민석씨는 내가 저렇게 잠들면 두고 이리 올 수 있겠어요?”당연히. 혼자 둘 수 없지.안다. 아는데 친구들은 이런 도혁의 행동을 처음 봐서 낯설었다.“태오씨도 빨리 누구 만나요. 커플 사이에 솔로. 외롭잖아요.”“알잖아요. 연애는 나 혼자 하는게 아니라는거.”도혁마저 결혼을 하자 외로운 건 사실이었다.“그러지 말고 나윤아. 친구들을 소개해 줘. 결혼 안 한 친구들 많잖아.”“아, 그럴까?”나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태오가 거절했다.“나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해. 소개받고 이런 거 내 스타일 아니다.”세 사람은 잘 구운 고기를 테이블에 옮겨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도혁을 불러도 오지 않을 것을 아니까 그대로 그냥 두었다.“어?”눈을 떴을 때 세나는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제가 잔 거였어요?”“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요.”도혁의 놀림에 세나가 일어나 앉았다.바베큐장에 있는 민석과 나윤, 태오가 보였다.“저 때문에 식사도 못 하고 있었던 거예요?”“자다가 떨어질까봐.”놀리는 도혁의 말이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다.“빨리 식사하러 가요.”“가 봤자 고기는 먹지도 못 할 건데 뭐하러. 천천히 갑시

  • 보스의 순정   74

    “잡채는 지난 번에 배워 온 걸로 아는데.”“네. 오늘은 갈비찜을 배웠어요. 잡채는 제가 집에 와서 한 거예요.”잡채는 도혁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했다.요리 학원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나가 선생님께 요청을 해 배워온 음식이었다.“어때요? 지난 번 보다 맛이 나아졌어요?”후한 평가를 기다리는 어린 양의 초롱한 눈빛에 도혁은 엄지를 치켜 들었다.“아, 다행이다. 갈비찜도 고기가 부드러워 맛있었어요.”세나가 갈빗대의 고기가 저절로 떨어져 나올만큼 푹 고은 갈비를 도혁의 앞접시에 덜어 주자 도혁도 똑같이 세나의 앞접시에 갈비를 덜어 주었다.“뭐 부탁할 거 있습니까.”도혁에게 뭔가를 원할 때 세나는 잡채를 만들곤 했다.손에 꼽을 만큼 드물긴 했지만.“아니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진짜.”“그러면 뭐 갖고 싶은 게 있습니까.”“음…있긴 하죠.”그러면 그렇지.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 잡채를 만들었지.그게 뭐가 됐든, 도혁은 들어줄 마음의 준비를 했다.“뭡니까.”“같이 산책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응?”물건이 아니라 시간.그것도 같이 산책하는 시간이라니.엉뚱한 세나의 답에 도혁이 큭하고 웃었다.“들어 줘야지. 언제면 되겠습니까. 나는 오늘도 되고, 내일도 됩니다만.”“…오늘이요.”세나의 바람대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위해 동네로 내려 갔다.두 사람 다 편한 차림으로 볼캡을 쓴 채.그저 하릴없이 걸었다. 느릿느릿.누가 봐도 산책을 나온 동네 주민의 모습이었다.저녁을 소화한 후에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 아웃했다.열기가 빠졌다 해도 아직은 미지근한 공기가 여름임을 알게 하는 밤이었다.겨우 동네 산책에 세나는 씻자마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두 사람의 신혼집은 오르막의 꼭대기에 있어 거실에서 내려다 보는 뷰 하나는 끝내 주는 집이었다.그 길을 걸어서 올라 오며 세나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머리도 완전히 말리지 못 했는지 촉촉한 채로 잠이 들어 있었다.한 발짝 가까이 다가선 세나의 모습

  • 보스의 순정   73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주고 받는 평범한 시간이었다.비서실 직원들의 반응을 얘기하다 도혁이 문득 물었다."요리 수업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갑작스런 질문에 세나의 턱이 멈췄다.다시 가고 싶다고 하면."가고 싶죠. 선생님도 좋으셨고, 요리도 재미있었고."식품회사 딸 아니랄까봐 세나의 솜씨가 썩 괜찮았다.차려 내는 식사의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하나같이 맛이 있었다."요리 수업도 다시 가도록 해요."세나의 눈이 동그래졌다."네? 정말요?""언론 기사도 한 풀 꺾였으니 이제 괜찮을 것 같습니다."VIP 세 사람이 진영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하자 여론이 진영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강도영, 도태욱, 박찬영을 싸잡아 비난하던 여론도 잠잠해 지는 중이고.장기전으로 갈 예정이니 무작정 숨을 필요가 없었다.어쩌면 도혁과 태원그룹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VIP 세 사람과 진영으로 향했을지도."레슨이랑 요리 수업을 가면 일주일에 두 번이나 나가게 되는데 괜찮아요?""끝나면 어디 갈 데가 있습니까.”“집이요.”예상치 못한 세나의 대답에 도혁의 웃음이 터졌다.싱거운 소리도 곧잘 할 줄 알고.도혁의 웃음에 세나도 빙그레 미소 지었다.“고마워요.”“뭐가.”“다.”도혁이 세나에게 해 주는 모든 것들이 분에 넘쳤다.부모님 회사를 기적적으로 살려 준 것도 모자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 주고 있다.이런 것이 도혁의 방식이니 기꺼이 받기로 했다.“한약 다 먹고 나면 캠핑카 타고 바람 쐬러 갑시다. 마음 먹고 산 차인데 많이 굴려 줘야지.”“좋아요. 먹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한약을 먹는 동안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이 있었다.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술 생각이 날 정도였다.“뭐가 제일 먹고 싶습니까.”“아…너무 많은데…지금은 와인이요.”“와인?”의외였다.민석과 나윤의 결혼식 날.피로연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도혁의 차에서 잤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나윤언니 결혼식때 마셔 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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