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태오가 올려준 보고서는 여전히 도혁의 책상 위에 있었다.
대명푸드. 미리 약속된 스케줄을 변경해 가며 방문했다. 내일 당장 부도처리 되도 당연하다 여길 자금난을 해결해 주겠다고 찾아간 것이었다. 그 해결책의 조건에 오세나를 붙였다. 오세나와의 결혼. 연애를 거절 당했으니 플랜B를 꺼낸 것 뿐이었다. 어린 애도 아니고 대학까지 졸업한 성인인데 결혼, 그 까짓게 못 시킬 일도 없지 않나 예상했다. 하지만 윤승환의 분노는 상상이상이었다. -말이 좋아 자금난 해결이지 내 딸을 팔라는 말이지 않습니까. 윤승환의 첫 마디였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도혁이었고 받아야 하는 사람은 윤승환이었다. 하지만 윤승환은 꼿꼿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비굴하게 매달리지 않을 사람인 것을 도혁은 한 눈에 알아 봤다. 더불어 말도 안 되는 도혁의 제안에 경멸의 눈빛마저 보냈다. - 내가 내일 당장 파산하는 일이 있더라고 절대! 안 되는 일이니까 사람 잘못 찾아 왔습니다. 당신 딸이 마음에 들어서. 거절당한 자존심같은 것도 버리고 찾아 왔는데. 그럴 일은 없을 거라니.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 하는 사람인가. 원형 테이블에 태오의 명함을 올려 놓기 무섭게 출입문을 열고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도혁은 서류를 의미없이 넘겼다 덮었다. 30년 가까이 올곧게 운영해 오던 회사가 대기업의 휴게소 사업 진출에 맥을 못 추리고 쓰러지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제품이 좋다 해도 대기업의 유통망과 자본앞에서는 고꾸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점점 줄어 드는 매출과 유통 판로에 직원들을 권고사직하고 있는데 단순히 월급을 받는 사람이 하나 줄어 드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 달치 월급을 주는 것보다 월급보다 많은 퇴직금을 주고 내 보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건 자금줄이 거의 막다른 골목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대표의 개인 자산까지 끌어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패는 버려졌으니 다른 패를 찾아야 하나. 플랜B마저 곧 폐기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도혁은 제 마음을 정확히 알고 싶었다. 정말 그 여자에 대한 호감인지, 거절에 대한 되도 않은 오기인지. "강실장, 좀 봅시다." 도혁이 태오를 호출했다. "애들 중에 연애를 가장 많이 한 놈 하나만 찾아서 보내 봐." "네?" 이건 또 무슨 지시인가. "연애 가장 많이 한 놈 보내라고. 언제부터 내가 같은 말을 두 번 하게 됐나." "네...알겠습니다." 도혁이 이상해 졌다. 분명 민석의 아내, 나윤의 후배때문이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지금껏 여자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사람이 이제야 여자에 눈을 뜨는 건가. 40이 가까워 지는 이제야? 태오는 어이 없는 마음을 누르며 조직원들 중에 자칭 타칭 연애 고수를 수소문했다. 똑똑. "회장님. 아까 말씀하셨던 일..." "지금 보내 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리고 건장한 남자를 향해 태오가 비껴 섰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도혁과 눈이 마주치자 마자 접을 수 있는 만큼 상체를 접은 남자가 인사를 했다. 집무실 창쪽에 마련된 손님 접대용 소파로 안내 되었다. "어디 근무하는 직원인가?" 도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남자를 향해 왔다. 불려온 남자는 도혁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 한 채 부동의 자세로 대답했다. "옙! VIP 라운지에 있습니다." VIP라운지라면 태원에서 운영하는 회원제 고급 요정이었다. 여자가 있는 술집에 불과하지만 태원의 모든 접대와 어지간한 계약은 라운지에서 이뤄질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었다. 태원의 시작은 사채였고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 오는 발판은 라운지였다. 그래서 태원그룹에게 VIP라운지는 버릴 수 없는 핵심이었다. 양아치들이 술 팔아 번 돈으로 재벌 흉내낸다는 조롱도 많이 들었지만 라운지를 버릴 수는 없었다. 태원의 조직원이라면 누구나 VIP라운지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라운지 다음은 카지노, 다음은 호텔. 태원의 룰이었다. "라운지라면...여자들이 많은 데서 근무한 덕인가? 연애를 많이 해 본 게." 남자는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호감형이었다. 적당히 운동을 해서 펌핑한 몸이며 그 몸을 부각시키는 수트빨까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는 여자를 막지 않는다가 제 철칙입니다." 차렷 자세가 여기 집무실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앉지. 그리고 강실장은 이만 나가서 일 보세요." 아무리 친구라도 그 앞에서 연애 상담은 좀 그랬다. 라운지에서 온 직원과 단 둘이 남자 도혁은 세나에 대해 설명할 수없는 감정을 털어 놓았다. 처음 만났을 때 첫 눈에 반한다는 감정이 이런 걸까. 누군가가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은 적은 처음이었다. "네? 처음...이시라구요?" 그 나이에, 이런 외모를 가진 최상위 알파남이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처음이라고? "왜 이상한가." "아, 아닙니다." 남자는 회장이 부른 다는 말에 약간은 겁이 났으나 질문은 상상하지 못 했던 것들이었다. 도혁이 말하는 증상은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몇 마디 하지 않았을 때 남자는 이미 답을 내렸으니. "회장님. 그거 사랑입니다.”눈을 뜨니 사방은 깜깜했다.분명히 샴페인을 마시다 도혁에게 안겨 침대로 갔다.폭발하듯 제게 돌진한 도혁도 기억났다.몇 시나 되었을까.몸을 뒤척이자 머리 위에서 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일어 났어?”도혁이 세나의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해 귀뒤로 꽂아 주었다.그리고는 콧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몇 시나 됐어요?”“글쎄.”“우리 저녁도 안 먹었잖아요.”“배고파?”어떻게 잠이 든 건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눈이 떠진것은 배가 고파서였나보다.세나가 도혁을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컵라면 먹을까?”“좋아요.”도혁의 품을 벗어 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 몸이 나른한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끙 하고 앓는 소리에 도혁이 팔을 풀고 일어 났다.“누워 있어. 내가 해 올게.”“죄송해요.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도혁이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테이블에 올려 둔 뒤 세나를 데리러 왔다.“일어날 수 있겠어?”“노력해 볼게요.”도혁에게 의지해 몸을 일으켜 보지만 다리가 풀려 도혁의 허리를 안았다.“안 되겠네.”도혁이 세나를 번쩍 안아 들고 테이블로 갔다.컵라면이 퍼지는 동안 도혁이 세나의 다리를 제 무릎위로 올렸다.그리고는 살살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종아리를 주무르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 갔다. 세나가 그 손목을 잡으며 힘을 주었다.“왜,요?”“뭘 그걸 가지고 픽픽 쓰러 지고 그러나.”도혁의 말뜻을 이해한 세나가 민망함에 도혁의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그만. 그만해요.”“젓가락질은 할 수 있겠어?”“아! 그마안!”세나는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몸이 아픈데.따지고 보면 움직인 것도, 세나를 들어 올려 위치를 바꿔 준것도 도혁인데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세나는 그저 도혁이 하는 대로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제 입을 막은 세나의 손을 떼어내 장난스레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어서 먹자.”라면을 접시에 덜어 식힌 뒤 세나의 입에 한
“오빠.”같은 단어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서 마음이 달라지는 건가.오빠라는 두 글자가 싫을 때가 있었다.진영이 오빠라고 부를 때, 대답않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연달아 부를 때.그 단어를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었다.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재영이 죽은 후 진영을 돌봐 주며 알게 된 그녀의 실체때문에 그랬다.그래서 다른 남자들처럼 그 단어에 큰 감흥이 없었다.세나가 ‘오빠’라고 부르자 도혁의 가슴 저 아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기분이었다.도혁의 호칭인 ‘여보’라든가 ‘당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연기처럼 피어 오른 아지랑이는 도혁의 가슴 전체로 퍼져 그 한 마디에 중독된 것처럼 자꾸 듣고 싶었다.“한 번 더 해 봐.”“오빠.”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도혁이 몸을 돌리자 세나가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어 냈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거칠게 입술이 붙어 왔다.“흡!”더 바짝 몸이 붙으며 도혁의 숨이 세나에게 넘어 갔다.무방비 상태로 마구 휘저어 졌다.도톰한 세나의 입술을 깨물고 연하디 연한 혀를 뽑을 듯이 빨아 당겼다.세나의 목이 저절로 꺾어 지고 고개가 젖혀졌다.도혁의 거친 숨이 세나에게로 달려 갔다. 세나는 그대로 얼어 붙은 채 도혁이 하는 대로 마구마구 삼켜질 뿐이었다.금세 두 사람의 숨이 뜨거워 졌다.서로의 혀가 강하게 휘감길 때마다 아릿하고 아찔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도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을 때, 세나가 도혁의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고개를 틀어 입술을 떼어 냈다.“자, 잠깐만,요. 숨이…”세나가 밭은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향긋한 복숭아 냄새가 맡아 졌다.눈꺼풀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다가 서서히 잦아 들었다.번들거리는 세나의 입술을 도혁이 엄지 손가락으로 쓱 닦아 냈다."오빠라는 말이 이렇게나 위험할 지 몰랐어요.숨을 진정시킨 세나가 놀란 얼굴로 도혁의 눈을 피했다.도혁도 인정했다.그 한 마디가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나 흥분시키나."자러 갈까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산 속은 그리 덥지 않았다.그 덕에 숯불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할 만했다.원목사이트에 그늘막을 치고 그 아래로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다.“접시.”도혁이 말에 세나가 접시를 얼른 그 앞으로 가지고 갔다.접시 위로 먹기 좋게 자른 고기가 올려 졌다.“앉아서 먼저 먹어요. 고기 좀 올려 놓고.”세나가 테이블에 앉아 뜨거운 고기를 후후 하고 부는 모습을 도혁이 흐뭇하게 바라 보았다.여러 장 겹친 채소 위에 고기를 올려 야무지게 싼 쌈을 들고 세나가 일어 났다.“아, 하세요.”세나의 작은 손이 도혁의 입 근처로 왔다.“먼저 먹으라니까.”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고기쌈을 쏙 받아 먹었다.한 덩어리의 고기를 더 익힌 후 도혁도 목장갑을 벗고 세나 옆에 앉았다.고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들은 바로 먹을 수 있게 집에서 손질을 해서 왔다.“많이 먹어요. 고기 먹고 싶어했잖아.”“너무 맛있어요. 밤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의지는 넘쳤지만 세나는 그리 많이 먹지 못 했다.세나가 먹고 싶다고 했던 만두도, 쫄면도 냉장고에 그대로 두고 바베큐는 정리했다.소화를 시킬 겸 관리자가 알려 준대로 비탈길 아래 계곡으로 산책을 나갔다.캠핑 사이트와 멀지 않아 쉬엄쉬엄 내려 가기 딱 좋았다.계곡으로 내려 오니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온 몸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조심.”손을 잡은 채로 도혁이 앞장 서고 세나가 뒤를 따르며 널찍한 바위를 찾아 앉았다.적당한 그늘과 바람, 물 소리.도시에서는 느껴 보지 못 하는 것들 투성이였다.“물이 어쩜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죠? 너무 투명해요.”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세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여름 방학 때 바다는 가 봤는데 계곡은 처음이에요. 조용하고 시원하고. 공기마저 깨끗하고.”매미 우는 소리에 세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바다도 좋지만 산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도 좋고.”아무도
주말인데도 도혁과 세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 났다.새벽 5시.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최근에 구입한 캠핑카는 전 날 운전 기사가 와서 청수 탱크를 채우고 배터리도 완충해 두었다.차는 바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데 1박 2일동안 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세나가 바빴다.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전 조리 음식을 사면 되는데 굳이 세나는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쿨러에 담았다.먹고 싶은 게 많았을 테니 도혁은 말리지 않았다.전 날 퇴근하며 도혁은 샴페인을 구입해서 왔다.세나가 민석과 나윤의 결혼식 날 마셨던 것으로.샴페인이 깨질까봐 수건으로 돌돌 말아 쿨러에 넣는 것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는 끝이 났다.“어디로 가는 거예요?”“홍천.”“강원도까지요?”“2시간 정도면 갑니다. 일찍 출발했으니 천천히 가죠.”도혁이 운전을 하고 세나가 옆 자리에 앉았다.캠핑카는 2인용으로 개조한 터라 기사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둘만의 여행이니 두 사람만 가는 게 맞았다.차가 골목을 완전히 벗어나 한산한 도심을 달렸다.늘 차가 빽빽해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익숙한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세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도혁을 보았다.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큰 차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은 완전한 어른의 섹시함을 갖추고 있었다.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불거진 푸른 핏줄, 이마를 덮은 앞머리, 오똑한 코에 올려진 선글래스까지.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혼자 상상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 세나가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이제 홍천까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된다.“휴게소에 들러서 아침 먹고 갈까요?”“그럽시다.”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싸는 것도 모자라 세나는 유부 초밥을 만들었다.도혁을 위해 얼음을 가득 넣은 보틀에 커피까지 내려서.도혁은 두 번째 휴게소로 진입해 차를 세웠다.대형트럭용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두 사람은 뒷 자리로 옮겼다.“앉아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니까
출근 길, 도혁의 옆자리에는 세나가 싸준 도시락 가방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당장에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을 눌렀지만 손이 근질거렸다. 샌드위치 그만 사 오라고 태오를 타박한 게 한 두번이 아닌데 어느 새 샌드위치는 도혁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될 것 같았다. 회사에 도착할 때쯤 도혁은 결국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었다. 식빵을 반으로 자른 조각 두 개가 용기에 담겨 있었다. “이게 뭡니까, 회장님.” “아내가 싸준 도시락.” “네에? 사모님이 말씀이십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도혁은 웅장해진 가슴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 “좋은 아침입니다,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데스크의 인사를 받으며 집무실 문을 열다가 도혁은 멈추었다. “강실장한테 아침 준비할 필요 없다고 전해요.” “네, 알겠습니다!” 도혁은 수트 재킷을 벗고 집무실 중앙의 응접세트 상석에 앉았다. 태오가 오기를 기다리며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하나씩 꺼냈다. 똑똑. 태오였다. “오늘은 아침 식사를 하고 오셨…” “커피만 있으면 되겠다.” “직접 사 오신 겁니까, 회장님?” 이런 적은 처음인 태오가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사온게 아니라 직접 만든 거다.” “누가? 회장인 네가?” “그럴리가. 우리 세나가 만들었지.” 도혁과 태오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데스크에 돌아 갔다. “왜, 갑자기?” “맨날 사 먹는다니 불쌍해 보였겠지. 으음.” 빵종류는 그만 사 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도혁은 처음 먹어 보는 음식처럼 감탄을 하는 얼굴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맛있어?”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할 수가 있나. 이 꼴이 보기 싫어진 태오가 한 마디 했다. “적당히 해라.”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는 거지.” 도혁은 또 다시 샌드위치를 크게 와아앙 베어 물었다. “아르떼에서 호텔 사업에 손을 대는 게 사업의 확장말고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까?” “사
도혁은 출근하자마자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호텔을 짓는 것보다 인수에 훨씬 돈이 덜 들어 가는 건 맞지만 경쟁자가 있을 경우는 또 달라진다.“아르떼 리조트 그룹에서 접촉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회의 진행을 맡은 전략기획실장은 본론으로 바로 들어 가며 회의를 시작했다.“아르떼에서?”전국의 고급 리조트 체인을 가지고 있는 리조트 전문 법인이었다.그리고.도혁이 선을 봤던 여자 중 하나가 아르떼 그룹의 손녀였다.“아르떼 그룹에서 호텔로 사업 확장을 시도한다는 내부 소식이 있습니다.”“믿을만한 소식통인가.”“…네.”리조트 전문 법인에서 호텔로 사업 확장을 위한 그 첫 단추가 하필 도혁이 눈여겨 보고 있던 곳이라는 말이었다.경쟁에서 우위를 차지 하는 것은 어차피 돈이라며 인수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그리고 인수사업 기초부터 전면 수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대체로 둘로 나뉘어 졌다.“하기도 전에 질 것을 생각한다는 말인가. 전면 수정을 하자는 쪽은.”“굳이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도혁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시작도 전에 안 될것이라고 체념하고 포기하는 부류.인수합병본부 전략팀장이었다.도혁이 사업성이 될 만한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했을때부터 소소하게 반대 의견을 내던 인물이었다.“지금 새 인수 대상을 발굴하는 것 역시 리스크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팽팽했다.공격적인 확장으로 호텔 체인의 덩치를 키우고 통합 매뉴얼로 안정화시킨 장본인이 도혁이었다.물론 실질적인 업무는 실무진들이 했지만 아이디어 제안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활발히 했다고 자신했다.“인수 합병본부장은 잘 들으세요. 아르떼가 언제부터 접촉을 시작했는지 제시한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인수대상자의 의견은 어떠한지 조사해서 보고서 올리세요.”인수 합병본부장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어떻게 됐든 경쟁사가 등장했습니다. 당연히 경쟁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우리도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보고서는 내일 퇴근 시간 전까지입니다. 그리고 전략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