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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셀리나
last update 게시일: 2026-07-07 23:01:43

오세나의 뒷조사를 지시한 그 날밤, 작업이 끝났다는 태오의 연락을 받았다.

특별할 것이 없는 온통 평범한 것들 뿐이었다.

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부모님.

군 제대후 복학한 남동생.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학교 오케스트라 지도중.

“평범하네.”

너무 평범해서 끌리는 건가.

“그런데, 오세나씨 부모님 회사가 지금 자금난에 빠져 있다는 보고가 있어.”

“자금난?”

“음…최근이 아니고 시작된 지 좀 됐네. 메일로 파일 전송했어.”

자금난.

아,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리겠는데?

도혁은 태블릿 PC의 전원을 켜 메일을 확인했다.

*****

세나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대명푸드는 직원이 150명정도 되는 중견 회사였다.

업력이 30년인 것으로 봤을 때 꽤 성실하게 회사를 운영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자금난이라는 이슈를 들고 일정을 변경해 대명푸드를 찾았다.

자금난에 허덕이며 직원을 줄여 가고 있는 상황에 도혁의 제안은 동아줄 중에서도 최상의 동아줄이었다.

하지만 세나의 아버지 오승환과 어머니 장영서는 그 동아줄을 찍어 낼 기세로 도혁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제안이긴 합니다.”

태오가 세나의 부모님을 이해한다는 듯 그들의 편을 들었다.

“강태오. 너 어디 숨겨 놓은 자식이 있냐? 여자도 없는 놈이 부모 마음을 어떻게 알아?”

“네?…”

삐딱하게 말을 하는 것은 화가 났다는 신호였다.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네에. 죄송합니다.”

태오의 귀에 도혁의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회사로.”

원래 있던 오전 스케줄을 조정해서 온 것이니 회사로 돌아가 미뤄 둔 일을 처리해야 한다.

도혁은 회사로 가는 동안 제가 제시한 조건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봤다.

한 번, 두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무리한 조건은 아니었다.

거래처가 줄줄이 끊기고 직원들 월급을 못 맞춰 퇴사를 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내 보내는 직원들 퇴직금마저 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

그 모든 것을 해결할 동아줄을 내려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거절을 당하고 돌아 가는 도혁의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도혁의 운전 기사가 분위기를 눈치 채고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 괜히 괜찮으시냐고 말을 얹었다가는 뒷일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태오마저 입을 닫은 채 차에 올랐다.

*****

세나는 일어나자마자 부모님의 회사로 향했다.

오케스트라 수업이 없는 날이면 부모님의 회사로 가 공장일을 도왔다.

어릴 때도 그랬다.

손이 많이 가는 업무에 일손이라도 하나 더 보태 왔다.

“반장니임!”

아주 아주 어릴 때부터 일을 해 온 반장 수창이 사무실에서 나오다 세나를 만났다.

“일 도우러 왔어?”

이제 세나가 도울 일은 없다고 봐야 하는 현실이 씁쓸해 수창이 늘 하던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네. 어디 가세요?”

“나… 오늘이 대명 푸드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야.”

“마지막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거의 가족이나 다름 없는 수창이 일을 그만 둔다니.

“회사가 어려워 져서…나 같이 월급을 많이 줘야 하는 직원들부터 그만 둬야지.”

회사가 힘든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이 정도였어?

오래 일한 가족같은 직원을 내 보내야 할 정도로?

세나의 얼굴이 어두워 지는 것을 모른 채 수창이 마음에 담아 둔 말을 꺼냈다.

“회사가 어떻게 되려는지 오늘 태원 그룹에서 사람이 다녀 갔어. 거기서 거래처를 정리하고 뚫어 주면 자금난도 해소될 모양인데 그렇게 해 주는 대신 조건이…”

“뭔데요? 무슨 조건이에요?”

“너를 달라고 한 모양이다. 나도 들으려던 건 아니고 퇴사때문에 사무실에 가다가 들은 거야.”

물건도 아닌 사람을 달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저를 달라구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태원 회장이 혼기가 차서. 너와 결혼을 조건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다고 한 모양이야. 사장님이 불같이 화를 내고 쫓아 내셨어.”

“…”

태원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작은 회사에 직접 찾아 온단 말인가.

수창이 잘못 들었음이 분명했다.

“네 얼굴 봤으니 내가 한 말이다만,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려.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게.”

“…네에. 그럴리가 없죠. 태원에서 뭐가 아쉽다고 여기를 와요.”

“휴우…”

수창이 한숨 소리가 유달리 무겁게 느껴졌다.

“네. 저는 아빠한테 가 볼게요.”

일부러 밝게 인사를 하고 세나는 사무실을 향해 달렸다.

“아빠!”

다짜고짜 인사도 없이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 오는 세나를 보고 오승환과 장영서는 당황했다.

태원 그룹 회장이 제시한 얼토당토않은 조건에 분을 삭이고 있던 중이었다.

“일도 없는데 왜 왔어? 집에서 쉬지.”

“태원에서 누가 왔다갔다며. 사실이야, 아빠?”

어디서 말을 듣고 온 걸까.

오승환과 장영서의 눈이 마주쳤다.

“아무 것도 아니야. 뭔 정신 나간 놈이 헛소리하고 간 거야.”

“회사가 그렇게 어려워요? 직원들 내보낼 만큼?”

“그, 그건 아빠가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신경 쓸 게 아니야.”

작은 사무실에서 앉지도 못 하고 그대로 등을 떠밀려 나왔다.

세나의 손을 빌릴만큼 바쁜 일이 없으니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엄마의 말과 함께.

아빠, 엄마가 당황하는 걸 보니 수창의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내내 수창에게 들었던 말을 곱씹었다.

결혼을 조건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

그 남자, 도혁이 왔다 간게 분명했다.

자금난을 해결해 주는 조건이 결혼.

그런 조건을 제시했다면 다 알고 왔다는 말인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나는 소름이 돋았다.

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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