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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를 살려야 한다

다정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무거운 마음을 안고, 견인회사에 전화를 걸어 주소를 알려준 뒤 교통경찰에게 연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 장소에 도착한 교통경찰은 대략적인 상황을 간단히 확인하고 이미 쌍방이 서로 합의하였음을 알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견인 기사가 차를 끌고 가는 것을 빤히 보면서 아쉬워했다.

“고다정 씨, 경찰서에 함께 가셔서 조서를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교통경찰이 다가와 말했다.

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 두 꼬맹이와 함께 경찰차에 올랐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한편, 여준재의 차도 신의약방에 도착했다.

비서 구남준은 먼저 내려 차 문을 열었고, 곧 운전기사와 함께 여준재를 부축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구남준은 프런트의 여직원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신수 어르신은?”

프런트 데스크의 여직원은 얼른 걸어 나와 안으로 안내했다.

“신수 어르신은 지금 대기 중입니다. 얼른 안으로 들어가시죠.”

곧 여준재를 방으로 모셨다.

집 안에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났다.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은은한 단향목 냄새가 정신을 맑게 해주는 듯했다.

티테이블 한쪽에 개량한복을 입은 70, 80세로 보이는 노인이 손에 찻잔을 들고 차를 음미하고 있다. 빛나는 두 눈과 꼿꼿한 허리가, 그 연세의 노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구남준은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수 어르신, 도련님이 오늘 부상을 입어 지병이 도진 거 같은데……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여준재는 거의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오는 내내 고통을 꾹 참느라 미간이 찌푸려졌다. 꼭 감은 눈꺼풀 밑에서 눈동자가 마구 요동쳤다.

“빨리 눕혀라, 내가 좀 보마!”

신수 노인은 얼른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여준재를 침대에 눕히자, 신수 노인이 앞으로 다가와 자세히 살폈다.

잠시 후에야 낮은 소리로 일갈했다.

“내가 뭐랬어? 진작에 몸뚱이 함부로 쓰지 하지 말라고 충고했거늘…… 어쩌다 이렇게 되었느냐? 요즘 젊은 놈들은 목숨 귀한 줄 모르지……, 그렇지?”

“어르신, 심각한가요?”

구남준이 걱정하며 물었다.

신수 노인은 그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곤,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심각하다고 얘기한들, 믿을 게냐?”

구남준은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애원하듯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제발 도련님 좀 도와주세요…… 어떻게든 도련님을 살려야 합니다!”

신수 노인은 담담하게 그를 힐끗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무슨 하느님이나 약사여래라도 되는 줄 아는가 보구나. 자신이 죽고 싶어 환장했는데,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나?”

비록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먼저 지혈한 후, 가슴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한참 후.

신수 노인은 침을 빼고 처방전을 써서 프런트의 여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이 처방에 따라 약을 달여. 물 세 그릇을 넣고 중불로, 한 그릇 될 때까지 달여라.”

한 시간 후, 여준재가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신수 노인이 보였다. 여준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 수가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의술이 정말 점점 더 정교해진 듯합니다. 오늘은 바로 깨어난 것 같아요.”

여준재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수 노인이 입을 열었다.

“너 이 녀석, 운이 좋은 줄 알아. 오늘 마침 네 체내의 지병을 억제할 수 있는 희귀한 약재를 몇 뿌리 구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이렇게 빨리 못 깨어났을걸? 고생 좀 되게 했을 거야!”

여준재는 멍하니 말했다.

“그래요? 희귀 약재? 어떤 희귀 약재이길래 이런 신비한 효과가 있을까요?”

이전에 발병했을 때도 신수 어른께 치료받았었지만, 이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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