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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作者: 소여
last update 公開日: 2026-05-13 07:39:54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을 맞았지만, 애드의 세계만은 여전히 멈춰 있었다.

​세 사람은 절벽 끝에 버려진 낡은 오두막을 거처 삼아 잠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애드는 헬리오스가 죽기 하루 전 자신에게 선물해 준 목걸이를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태양의 신이라더니… 신은 원래 강한 거 아니었어…?”

​애드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 순간.

​조용히 버섯을 손질하던 에리스가 애드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퍽-!

​“아야악!!!”

“나이도 어린 게 무슨 늙은이처럼 한숨만 쉬고 있어.”

​에리스는 시큰둥한 얼굴로 버섯을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

​“당장 나가서 좀 놀다 와.”

​애드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귀찮아… 여긴 아무것도 없잖아.”

​그때, 옆에서 버섯 하나를 슬쩍 집어 먹던 로테가 입을 열었다.

​“절벽 아래 돌아가는 길에 바닷가 있더라. 가서 모래놀이라도 하고 와.”

​버섯을 우물거리며 말하는 로테를 본 에리스의 눈썹이 꿈틀했다.

​“야. 손 치워.”

​에리스는 버섯을 집으려는 로테의 손을 냅다 후려쳤다.

​찰싹-!

​“아 왜!”

“나는 다듬고 있는데 왜 넌 계속 주워 먹냐? 얄밉게.”

​로테는 에리스의 심술에 볼을 부풀렸다.

​“먹을 수도 있지. 가족끼리 치사하게.”

“버섯 도둑이 말이 많아.”

“말 너무 심하게 한다?”

“너는 버섯 입장에서 학살자야.”

“버섯계의 집착녀.”

“오버 좀 하지 마.”

“오버 아니다.”

​둘이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하자, 애드는 질렸다는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그냥 놀러 갔다 올게.”

​끼익-

​문이 닫히고 애드가 오두막 밖으로 나가자, 로테는 조용히 다듬어진 버섯들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애드가 이제 복수니 뭐니 말 안 해서 다행이야…”

​그녀는 버섯 하나를 손끝으로 굴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루카… 아니, 헬리오스도 이 버섯 좋아했는데…”

​에리스는 코웃음을 쳤다.

​“그건 네 착각이야. 누가 버섯을 몇 년째 먹는 걸 좋아하냐.”

“버섯이 뭐 어때서?”

“너는 버섯 입장에서 재앙이다. 이 버섯 멸종의 주범!”

“와… 갈수록 말이 심해지네?”

​에리스가 피식 웃으며 다시 버섯을 집어 드는 순간…

​우웅-

​귓불에 걸린 흑요석 귀걸이가 낮게 진동했다.

​“…?!”

​아픈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 나쁜 감각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곧이어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머릿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에리스.”​

에리스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아버님?’

“갑자기 왜 그래, 에리스?”

​그녀의 표정을 본 로테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 목소리는 로테에게 들리지 않는 듯했다.

​에리스는 애써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렸다.

​“로테…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어? 응…”

​에리스는 비틀거리듯 오두막 밖으로 걸어 나왔다.

​절벽 아래 바닷가에서는 애드가 웅크린 채 게를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순간, 에레보스의 목소리가 다시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헬리오스의 신성력이 담긴 빛은 다른 누군가에게 옮겨졌다.

​그 누군가는… 당연히 그놈의 아들이겠지.”

​에레보스의 말에 에리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아들놈과 그 부인을 죽여라. 그리고 빛의 힘을 회수해 와라.”

​에레보스의 명령에 에리스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억지로 목소리를 짜내 대답했다.

​‘…아버님.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곧 에레보스가 낮게 웃었다.

​“거절…? 네년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다.”

​그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불화였다. 남의 행복을 망가뜨리는 것이 네 본질이지.”

‘아버님… 저는…’

​콰득-

​귀걸이가 붉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칼날 수천 개가 에리스의 온몸을 찢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아아아악…!!”

​무릎이 꺾이며 에리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에레보스는 딸의 고통스러운 목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네가 죽을지 그들을 죽일지, 스스로 선택해라.”

잠시 후.

​그가 나지막이 덧붙였다.

​“아니면 백 년 지옥에서 죄를 뉘우치는 방법도 있지.”

​그 말에 에리스의 눈동자가 공포로 크게 떨렸다.

​백 년 지옥.

​불멸에 가까운 신들에게조차 가장 끔찍한 형벌.

​끝없는 적막.​

끝없는 고독.

​그리고 백 년 동안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고통.

​“제발…”

​에리스가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그것만은… 제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결국 에리스는 고개를 떨군 채 힘없이 말했다.

​“…살려 주세요, 아버님.”

“제가… 아버님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에레보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대하지.”

​목소리가 사라지고.

​에리스는 차가운 바닥 위에 주저앉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의 뜻으로 살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에리스는 그저, 누군가처럼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애드는 바닷가 근처 모래사장에서 게를 번쩍 들어 올리며 해맑게 웃었다.

​"잡았다!"

​이 순간만큼은, 상처도 복수도 모르는 평범한 일곱 살 아이였다.

“이제 버섯 말고 게나 물고기를 잡아 먹으면 되겠네.”

“엄마, 이모, 나까지 세 마리! 하나씩 사이좋게 먹으면 딱이야.”

게를 보고 기뻐할 로테와 에리스를 떠올리자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애드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오두막으로 향했다.

“엄마! 이모! 내가 뭐 잡아왔게!”

끼이익-

문을 연 순간, 애드의 표정이 멈췄다.

오두막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엄마?”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

​애드는 불안에 잠식된 얼굴로 천천히 뒷문으로 향했다.

덜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순간,

​애드의 손에서 게가 툭 떨어졌다.

​​툭. 툭. 툭.

​그 앞에는 검은 창을 손에 쥔 에리스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치에는, 피를 흘린 채 차갑게 식어 버린 로테가 쓰러져 있었다.

“......이모?”

에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애드를 바라보았다.

"......."

그녀의 금색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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