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헉... 헉...!”
에리스는 의식을 잃은 로테를 업은 채, 숨이 찢어질 듯 숲을 달리고 있었다. 등에 느껴지는 로테의 체온은 점점 식어 가고 있었다. 달리는 와중에도 그녀의 머릿속은 애드의 행방으로 가득했다. “그 꼬맹이는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그때였다. 맞은편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에리스는 즉시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을 노려보았다. 혹시 놈이 다시 쫓아온 건 아닐까. 긴장한 채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치려던 순간. “와악-! 이모!” 수풀을 헤치고 애드가 튀어나왔다. 장난기 가득한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 “하아....” 에리스는 온몸의 힘이 빠지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놀랐지? 이모!” 애드의 얼굴을 보는 순간 풀어졌던 긴장도 잠시, 에리스는 곧바로 표정을 다잡고 낮게 말했다. “애드. 장난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달려야 해.” 애드에게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내 손 잡아.” “응...?” 그제서야 애드는 에리스 등에 업힌 로테를 발견했다. “어!? 이모, 엄마는 왜 이래? 다쳤어? 아빠는?” “......” 애드의 물음에 에리스의 머릿속에서 헬리오스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피를 토하던 얼굴. 끝내 다 하지 못한 말. 에리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억지로 입을 열었다. “우린 지금 술래잡기 중이야.” “뭐?” “아빠가 술래고, 엄마는 도망가다 다쳤어.” 애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른 셋이서 무슨 술래잡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해?” “질문은 나중에.” 에리스는 애드의 손을 세게 붙잡았다. “우선 달리자.” “...응!”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숲속을 내달렸다.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릴때 쯤, 숲 끝자락, 절벽 근처에 버려진 낡은 오두막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리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문을 밀어 열었다. 끼이익- “일단 여기서 쉬자.” 그녀는 로테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힌 뒤, 구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았다. 아파테에게 속아 이 빌어먹을 귀걸이를 차게 됐다. 헬리오스가 어머니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남겼다는 말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헬리오스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남자. 헬리오스를 죽인 그 존재는 대체 누구였지? 신인가? 아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파테와 귀걸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에리스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쯤. 그녀 몰래 살금살금 다가온 애드가 귀에 입을 바짝 붙이고 고함을 질렀다. “이모!!!!!” “악!!! 내 귀!!!” 에리스가 화들짝 놀라 소리치자, 애드는 키득거리며 물었다. “이모, 무슨 생각해? 아빠는?” 애드의 질문에 에리스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곧... 오겠지.” 잠시 후. 의식을 잃었던 로테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에리스... 루카는...?”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남편의 행방부터 물었다. 에리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애드가 있는 쪽을 힐끗 보며,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듯 눈짓했다. 그 순간 로테는 직감했다. 루카는... 돌아오지 못하는구나.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서 있는 애드를 바라보자,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어? 엄마! 왜 울어?” 에리스가 대신 대답했다. “애드. 잠깐 밖에서 놀다 와.” “응? 갑자기?” "그래. 우리가 지금 술래잡기에서 져서 슬프거든? 좀 나가서 놀다와." “앞은 절벽이니까 조심하고.” “아... 응!” 에리스의 티나는 거짓말에도 애드는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문이 천천히 닫히고, 낡은 오두막 안에는 무거운 침묵과 두 사람만이 남았다. 잠시후, 로테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남자는... 누구인데 루카를 공격한 거야...?” “나도 몰라. 갑자기 나타났어.” 로테는 시선을 바닥에 떨군 채, 씁쓸하게 입꼬리를 떨며 말했다. “......루카는...” “루카가 아닌 거지...?” 그 한마디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 남자가 말한 걸 기억해... ‘가족에게 이름조차 제대로 이야기 안 했냐’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에리스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리고 낮게 입을 열었다. “루카는... 나와 같은 신이야. 태양의 신 ‘헬리오스..’ 그게 루카의 원래이름이지. ” 그녀의 대답에 로테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럼 에리스도... 루카의 정체를 알고 있었어...?” “내가 말했잖아. 나 여신이라고. 당연히 알고있었지.” 가볍게 농담처럼 던진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무거운 피로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왜 말 안 해줬어...?” 에리스는 한숨 쉬며 웃었다. “그 자식, 나름대로 널 지키기 위해 숨긴거지.” “헬리오스의 정체가 발각되면 당연히 가족인 너희까지 공격할 게 뻔했으니까.” “대체 누가...? 루카의 힘을 왜 노리는데...?” “.......” 에리스는 로테의 질문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입술 끝이 살짝 떨려왔고, 그녀는 로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결국 거짓말을 했다. “자세한건 나도 몰라. 지금 너와 애드는 표적이 됐을거야." 에리스의 대답에 로테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침내 가장 두려운 질문을 꺼냈다. “...루카... 아니, 헬리오스는... 죽은 거지...?” 로테의 물음에 에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응.” 무심히도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한 글자는 칼날처럼 방 안을 갈랐다. 낡은 오두막 문 너머. 애드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힘없이 주저앉았다. '아빠가 죽었다고?' '거짓말이지...?' 아침까지만 해도 웃으며 자신을 번쩍 안아 올리던 얼굴. 툴툴거리면서도 밥을 챙겨주던 손길. 장난스럽게 머리를 헝클이던 따뜻한 손바닥. 그 모든 기억이 한순간에 가슴으로 쏟아져 내렸다. 오두막 안에서는 로테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아두었던 슬픔이 오래된 지붕 틈새까지 흔들어놓았다. 애드는 문 앞에 웅크린 채 두 귀를 막았지만, 그 울음은 파도처럼 자꾸만 스며들었다. 그날 이후 검은 숲속에서 흘러나오던 평범한 웃음소리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태양처럼 밝기만 하던 소년의 마음에, 처음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네 사람은 엘쉬온 수도 루엘의 식당가에 도착했다.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사방에는 온갖 음식 냄새가 흘러넘쳤다.기름 냄새.달콤한 디저트 향.갓 구운 빵 냄새까지.메티스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식당 간판들을 두리번거리며 걸었다.“우와… 다 맛있어 보인다…”반면 애드와 아이테르는 두 사람보다 조금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그때였다.애드의 코끝이 움찔했다.스읍—어딘가 홀린 듯 냄새를 들이마시는 모습.아이테르는 그런 애드를 힐끔 바라보더니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잠시 후.아이테르가 씨익 웃으며 돌아왔다.그의 손에는 갓 구운 빵 하나가 들려 있었다.“응…?”“어디 갔다 왔어?”아이테르는 빵을 애드에게 툭 내밀었다.“이거 사러.”“자, 먹어 보셔.”애드는 빵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평생 검은 숲에서 버섯이나 열매 위주로 살아왔던 그에게 이런 음식은 아직 낯설었다.하지만 냄새가 너무 치명적이었다.애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조심스럽게 빵을 베어 물었다.바삭-“…오.”겉은 바삭했고.속은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애드는 순식간에 빵 하나를 전부 먹어 치웠다.아이테르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맛있지?”애드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그 반응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는지 아이테르가 작게 웃었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세상엔 맛있는 것도 많고.”“즐거운 일도 많아.”애드는 말없이 그의 말을 들었다.아이테르는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복수만 쫓다간.”“그 행복들 전부 놓칠걸?”“…아이테르.”애드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복수하지 말라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하지만 에리스와 정체불명의 남자를 떠올리는 순간.핏줄이 비틀리듯 뜨거워졌다.애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미안.”“그래도 난 복수를 포기 못 하겠어.”아이테르는 아무 말 없이 애드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그리고 나지막이 물었다.“복수가 끝나면.”
[엘쉬온 왕국 수도 루엘 외곽 검술 수련장.]카시안이 애드를 제자로 받은지 일주일이 흘렀다.“좌로 굴러.”“그리고 다시 우로 굴러.”“넵! 스승님!”애드는 흙바닥 위를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문제 그 동작만 3시간째 반복 중이라는 점이었다.그런데도 애드는 의심 한 번 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계속 굴렀다.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아이테르와 메티스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메티스가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아이테르… 내 눈에는 그냥 데굴데굴 구르기만 하는 것 같은데?”“저거 대체 무슨 훈련이야?”아이테르는 팔짱을 낀 채 피식 웃었다.“후후.”“카시안이 다 생각이 있어서 시키는 거니까 지켜만 보셔.”자신만만한 말투.전부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하지만 그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눈치 빠른 메티스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참나.’‘자기도 모르면서 허세는.’그때.“자! 잠시 휴식!”카시안이 손을 휘휘 저으며 외쳤다.“넵! 스승님!”애드는 칼같이 구르기를 멈추고 벌떡 일어났다.메티스는 곧바로 애드에게 달려갔다.“…수고 많네.”“안 힘들어?”그녀는 흙투성이가 된 애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며 물었다.애드는 씩 웃었다.“아니!”“이제 좀 강해진 것 같아!”아이테르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3시간째 구르기만 했는데 뭘 강해져.”그 순간, 카시안이 손가락으로 아이테르를 까딱였다.“어이.”“사기꾼 신.”“뭐?! 사기꾼?!”카시안은 당당하게 애드를 가리켰다.“네가 내 제자를 한 번 공격해 봐라.”그 말에 아이테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오… 자신만만한데?”그가 손끝을 튕기자, 활과 화살이 소환됐다.스르릉-“진짜 쏴도 되는 거야?”아이테르는 활시위를 천천히 당겼다.쭈우욱-그 모습에 메티스가 화들짝 놀랐다.“야! 진짜로 공격하려고 하면 어떡해
“…좋다.”마음에 치명상을 입은 노인은 휘청거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하지만 곧 무언가를 결심한 듯 천천히 검 손잡이를 움켜쥐었다.“그럼…”“이번엔 내가 먼저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네.”그 순간이었다.노인의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방금 전까지 흐리멍텅하던 눈빛이 서늘하게 날카로워졌고,허술해 보이던 노인의 분위기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마치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검성이 다시 깨어난 것처럼.그리고 노인의 몸에서, 묵직한 위압감이 천천히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파앗—!손잡이에서 찬란한 빛이 폭발했다.허공에 검기가 궤적을 그렸다.“흐아아압!!”콰아아앙!!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수련장에 세워져 있던 허수아비들이 동시에 갈라졌다.세 사람은 그 장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와.”노인은 다시 맹한 얼굴로 돌아와 검을 바닥에 툭 던졌다.빛이 사라지며 검날도 스르륵 허공으로 녹아내렸다.“이것이 이 성검의 힘이다.”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마음속 빛의 힘이 약하면 베이지 않는다.”“하지만 그 힘이 강할수록 태양처럼 폭발하지.”아이테르가 두눈을 반짝이며 감동에 빠졌다.“와… 형님! 다시 봤습니다!”갑자기 달라진 아이테르의 태도에 노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까는 영감이라 하지 않았느냐?”아이테르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강하면 형님이죠.”“고얀 놈…”메티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영감님! 기왕 오신 거 애드한테 검술 좀 가르쳐 주세요!”“영감이라 안 가르쳐 준다네.”“에?”그 순간.아이테르가 메티스를 향해 몰래 입모양을 움직였다.영감님 말고 오빠라고 불러줘.“….”메티스는 그 입모양을 읽고 한동안 굳어 있었다.“…오.”“오?”“…아빠.”“아빠?”애드와 아이테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메티스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노인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그리고 묘하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아빠라.”“크흠. 나는 아직 자식이 없는데.”
애드가 평화롭게 해변에서 잠이 든 무렵…빛조차 존재할 수 없는 공간. 아니, 빛이라는 개념 자체를 삼켜버린 심연의 중심.그곳의 왕좌에 에레보스가 앉아 있었다.붉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봤다.그 시선 끝에는 에리스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에레보스의 손 위에는 목걸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에리스가 애드에게서 회수한 목걸이였다.깨지지도, 훼손되지도 않은 완벽한 상태였다.하지만…“…이상하군.”에레보스가 낮게 중얼거렸다.“이 목걸이에서 빛의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툭.그가 손가락을 펼치자 목걸이가 차가운 바닥 위로 떨어졌다.에레보스의 시선이 천천히 에리스를 향했다.“설명해라.”짧은 한마디.하지만 그 순간 공간 전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압도적인 압박감.“…분명 확인했습니다.”에리스는 겁에 질렸지만 겨우 짜낸 목소리로 대답했다.에레보스가 작게 웃었다.하지만 그 웃음은 비웃음에 가까운 소리였다.“확인?”그의 붉은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니년은…”에레보스의 위압감에 주변 공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그 아들놈이 죽은 걸 직접 확인했단 말이냐?”순간 에리스의 숨이 턱 막혔다.그건 질문이 아니었다.이미 실수를 확신한 자의 목소리였다.“…네, 그 아이는 분명히—”쾅!!!!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리스 주변 지면이 그대로 내려앉았다.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으윽…!”에리스의 어깨가 떨렸다.에레보스는 여전히 왕좌에 앉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대답은 짧게.”낮고 음산한 목소리.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음성.“살아 있다는 건가.”에리스의 손끝이 덜덜 떨렸다.“…아닙니다.”“…….”에레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에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쉬온 왕궁 정원]애드의 기도가 닿았는지, 닿지 않았는지도 모를 그 시각.정원사로 변장한 아이테르는 태연한 얼굴로 잔디를 다듬으며 왕궁 정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심지어 휘파람까지 불 만큼 여유로워 보였다.하지만.정원이 이상했다.꽃 모양 나무판자.분수대 모양 나무판자.심지어 나무 모양 나무판자까지.아이테르는 꽤 오래 살아왔지만 이런 정원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뭔데 이 나무판자 밭은.”그때였다.맞은편에서 허리가 굽은 노인 하나가 터덜터덜 걸어왔다.아이테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관리인인가?’그는 괜히 친근한 척 웃으며 다가갔다.“안녕하세요~ 신입입니다.”노인이 귀를 후비적거리며 되물었다.“뭐어? 임신?”“신입이요.”“네가 임신했다고?”……짧은 침묵.아이테르의 인내심이 살짝 끊어졌다.그는 노인이 듣지않을만큼 작은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귀 막혔나… 이 노인네…”노인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말했다.“노인네라 하지 마라.”“아직 102살이다.”“잘 들리네?!”아이테르가 화들짝 놀랐다.하지만 노인은 다시 못 들은 척 딴소리를 했다.“뭐? 들러리?”아이테르는 순간 대화를 포기하고 싶어졌다.그런데 그때.노인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형님이라 불러라.”“…네?”“형님.”그 압도적인 기세에 아이테르는 본능적으로 쫄았다.“…네, 형님.”“그래.”노인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왜 부르지?”갑자기 또렷해진 반응에 아이테르는 다시 희망을 품고 물었다.“…혹시 왕가의 보물이 뭔지 아십니까?”“알지.”“어디 있는지도요?”노인의 눈빛이 날카롭게 가라앉았다.“그걸 왜 묻지?”노인의 날카로운 질문에 아이테르는 살짝 긴장했다.거짓말도 안 통할 것 같았다.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그냥 궁금해서요.”“음.”노인은 의외로
애드의 희생 아닌 희생 덕분에, 아이테르와 메티스는 왕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이리저리 숨어 다니며 왕궁 창고까지 도착했다.두 사람은 벽에 딱 붙은 채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다.그때 메티스가 아이테르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아이테르.”“응?”“아무리 그래도 왕국 보물이 이런 창고에 있겠어?” 아이테르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원래 오래된 보물은 잊혀져서 창고에 처박히는 법이야.”“성검이라며. 근데 왜 창고에 있는데?”“몰라.”아이테르는 당당하게 가슴을 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냥 내 직감이 여기라고 말하고 있어!”……잠시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메티스는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그리고 아이테르의 뻔뻔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갑자기 때리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퍽-!!!“악!! 왜 때려?!”“꺅! 미안!”메티스가 깜짝 놀라며 입을 가렸다.“때리고 싶다 생각했는데 손이 먼저 나갔어!”“그게 더 무섭거든?!”아이테르가 뒤통수를 감싸 쥔 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바로 그 순간이었다.창고 구석 어딘가에서 무언가 반짝였다.반짝.반짝이는 상자를 먼저 발견한 메티스가 눈이 커지며 아이테르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아이테르, 저기 봐!”“저게 성검의 빛 아닐까?”“오, 가 보자!”두 사람은 숨을 죽인 채 상자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동시에 심호흡을 한 뒤,끼이익-천천히 상자를 열었다.그리고 안을 들여다본 순간.“……….”“……….”상자 안에는.아까 애드를 안고 다니던 왕의 얼굴을 본뜬 인형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메티스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뭔데 이 쓰레기들은?”메티스는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설명서를 조심스럽게 읽었다.[자체 발광 마법 인형! 밤에도 무섭지 않아요!] [엘쉬온 왕 타입]“……….”메티스는 말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