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했던 나에게

당신을 사랑했던 나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By:  샙역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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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카일에게 첫눈에 반한 아델라. 수년 후 기적처럼 첫사랑과 결혼하지만, 카일의 마음에는 여전히 첫사랑 세실리아가 있었다. 세실리아가 돌아온 뒤 아델라는 모욕과 냉대를 견디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 그녀가 떠난 뒤에야 카일은 아델라가 가문과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해왔는지 깨닫고 뒤늦게 사랑을 자각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아델라는 이미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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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화 - 지루한 사교회

아델라에게 사교회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장소였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귀족들은 끊임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아델라가 듣기에는 전부 똑같은 이야기였다.

누구의 영지가 더 넓은지.

어느 가문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누구와 약혼할 예정인지.

아델라는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하품했다.

"으음……."

옆에 있던 시녀가 황급히 속삭였다.

"아델라 아가씨, 조금만 더 참으셔야 합니다."

"얼마나 더?"

"조금만 더 있으면 연회가 끝납니다."

아델라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 말을 들은 지도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도대체 어른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몇 시간씩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아델라는 주변을 살폈다.

부모님은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녀도 잠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아델라의 눈이 반짝였다.

'조금만 나갔다 와도 아무도 모르겠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연회장의 뒤쪽 문을 열었다.

문 밖으로 나오자 조용한 복도가 나타났다.

아델라는 살짝 웃었다.

"성공이다."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택의 뒷문을 빠져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아델라는 눈을 크게 떴다.

저택 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멀리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시장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아델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거리 안쪽으로 걸어갔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그날 아델라는 아직 몰랐다.

오늘의 작은 일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하루가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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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지루한 사교회
아델라에게 사교회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장소였다.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귀족들은 끊임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아델라가 듣기에는 전부 똑같은 이야기였다.누구의 영지가 더 넓은지.어느 가문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누가 누구와 약혼할 예정인지.아델라는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하품했다."으음……."옆에 있던 시녀가 황급히 속삭였다."아델라 아가씨, 조금만 더 참으셔야 합니다.""얼마나 더?""조금만 더 있으면 연회가 끝납니다."아델라는 입술을 삐죽였다.그 말을 들은 지도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도대체 어른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몇 시간씩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아델라는 주변을 살폈다.부모님은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녀도 잠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 순간 아델라의 눈이 반짝였다.'조금만 나갔다 와도 아무도 모르겠지?'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연회장의 뒤쪽 문을 열었다.문 밖으로 나오자 조용한 복도가 나타났다.아델라는 살짝 웃었다."성공이다."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저택의 뒷문을 빠져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아델라는 눈을 크게 떴다.저택 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멀리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시장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아델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거리 안쪽으로 걸어갔다."이런 곳이 있었구나."그날 아델라는 아직 몰랐다.오늘의 작은 일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하루가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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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운명적인 만남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아델라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가게들을 구경했다.예쁜 장신구를 파는 가게도 있었고, 처음 보는 과일을 파는 노점도 있었다.사교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했다.하지만 한참을 돌아다니던 아델라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어?"주변을 둘러봤다.왼쪽에도 낯선 골목.오른쪽에도 낯선 골목.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아델라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길…… 잃어버렸나?"괜찮다고 생각했다.조금만 걸으면 다시 저택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그렇게 생각하며 골목을 걷던 순간이었다."꼬마 아가씨."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아델라가 돌아봤다.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혼자야?"아델라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네…….""집이 어디지?""……."아델라는 대답하지 못했다.남자가 조금씩 다가왔다.그때였다."그 아이에게서 떨어져."차분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남자가 뒤를 돌아봤다.골목 끝에 한 소년이 서 있었다.검은 머리카락.차가운 인상을 주는 눈.어린 나이임에도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가진 소년이었다.소년은 아델라의 앞까지 걸어왔다.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귀족 영애에게 함부로 다가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남자가 당황해 물러났다.소년은 아델라를 돌아봤다."괜찮아?"아델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저 소년을 바라봤다.처음 보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오히려 안심이 됐다."집이 어디야?""……몰라요."소년이 잠시 침묵했다.그러더니 손을 내밀었다."그럼 내가 데려다줄게."아델라는 그 손을 바라봤다.작지만 단단한 손이었다.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올렸다.따뜻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길을 걸었다.아델라는 계속 소년을 바라봤다."저기…….""응?""이름이 뭐예요?"소년이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카일."그 순간이었다.어린 아델라의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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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오래된 첫사랑
그날 이후 아델라의 사교회는 더 이상 지루하지 않았다.이유는 하나였다.카일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아델라는 사교회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카일을 찾았다.사람들 사이에 익숙한 검은 머리카락이 보이면 괜히 심장이 뛰었다."아델라."친구가 그녀의 옆구리를 찔렀다."왜 자꾸 저쪽을 봐?""아무것도 아니야."아델라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카일을 바라봤다.카일은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을 보지 않았다.아델라는 조금 서운했지만 괜찮았다.그녀에게 카일은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어린 마음에 시작된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커졌다.카일이 좋아하는 꽃을 알게 되었다.좋아하는 음식도 알게 되었다.검을 잘 다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책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아델라는 자신도 모르게 카일에 관한 것들을 하나씩 기억했다.그리고 마음속으로 작은 약속을 만들었다.'언젠가 카일의 곁에 설 수 있다면 좋겠다.'그런데 카일에게 아델라는 그저 알고 지내는 귀족 영애 중 한 명이었다.그 사실을 아델라는 알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알고도 모른 척했는지도 몰랐다.시간은 빠르게 흘렀다.어린 소녀였던 아델라는 아름다운 영애로 성장했고, 카일 역시 훌륭한 후계자로 성장했다.그리고 어느 날.아델라의 부모가 그녀에게 말했다."아델라.""네.""카일 공작가와 혼담이 오갔다."순간 아델라의 눈이 커졌다."카일과……?""그래."아델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수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첫사랑.그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아델라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정말…… 꿈이 아니구나.'그녀는 몰랐다.그 결혼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면서 동시에 가장 아픈 사랑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것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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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첫사랑과의 결혼
결혼식 날, 아델라는 거울 앞에 앉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순백의 드레스와 정성스럽게 꾸민 머리카락.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아델라가 신경 쓰는 것은 따로 있었다.오늘부터 자신은 카일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이었다.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 품어왔던 사람.길을 잃고 두려움에 떨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사람.그날 이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사람.그 사람과 오늘 결혼한다."정말 꿈같아……."아델라는 작게 웃었다.결혼식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귀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저 멀리 카일이 서 있었다.어릴 때보다 훨씬 늠름해진 모습이었다.아델라는 그를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하지만 카일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기쁨도, 설렘도 없었다.그저 정해진 결혼을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담담했다.아델라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애써 웃었다.'괜찮아.''결혼하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두 사람은 서로에게 서약을 했다.그리고 마침내 부부가 되었다.결혼식이 끝난 밤.아델라는 조심스럽게 카일에게 말을 걸었다."카일.""응.""오늘…… 기쁘세요?"카일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가문에 필요한 결혼이니까."아델라의 미소가 아주 조금 굳었다."그렇군요.""불편했어?""아니요."아델라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기뻐요."카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날 밤 아델라는 혼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조금 서운했다.하지만 아직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언젠가는…….'어린 시절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그래서 아델라는 기다리기로 했다.카일이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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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아내가 된 사람
결혼하고 처음 몇 달 동안 아델라는 행복했다.정확히 말하면, 행복하려고 노력했다.카일은 그녀에게 특별히 다정하지 않았다. 아침에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를 건넸고, 저녁에 돌아오면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묻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그럼에도 아델라는 괜찮다고 생각했다.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사람과 같은 집에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아델라는 매일 아침 카일보다 먼저 일어났다.그가 좋아하는 차를 준비하고, 아침 식사에 무엇을 올릴지 확인했다. 날씨가 추운 날이면 외출할 때 입을 외투까지 미리 준비해두었다.어느 날 카일이 식탁에 앉았다."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죠?""오전에는 영지 관련 회의가 있고, 오후에는 상인들과의 계약이 있습니다."아델라는 미리 정리해둔 서류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이건 어제 들어온 보고서예요. 중요한 내용은 표시해뒀어요."카일은 서류를 받아들었다."알겠어."그게 끝이었다.아델라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늘…… 저녁에는 같이 식사하실 수 있으세요?"카일의 손이 잠시 멈췄다."미안하지만 약속이 있어.""아……."아델라는 애써 웃었다."알겠어요."카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먼저 갈게.""네. 조심히 다녀오세요."문이 닫혔다.아델라는 혼자 남은 식탁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두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였다.그녀는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괜찮아.'스스로를 달랬다.'아직 시간이 많으니까.'결혼했다고 해서 바로 사랑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자신은 이미 카일을 사랑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언젠가는 카일도 자신을 바라봐줄 것이라고 믿었다.그 믿음 하나가 아델라를 계속 버티게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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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공작부인의 하루
아델라는 공작부인이 된 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맡게 되었다.처음에는 단순히 저택을 관리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공작가의 규모는 아델라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매일 수십 장의 서류가 들어왔다.영지의 농작물 수확량부터 세금 문제, 상인들과의 계약, 사용인들의 급여, 귀족들의 초대장까지 어느 것 하나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었다.어느 날 아침, 집사가 두꺼운 서류 뭉치를 들고 왔다."부인, 죄송하지만 이것까지 오늘 확인해주셔야 합니다."아델라는 서류를 바라보고 작게 웃었다."괜찮아요.""너무 많습니다.""공작가의 일인데 제가 해야죠."집사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공작님께서 직접 처리하셔도 되는 일입니다."아델라는 고개를 저었다."카일은 요즘 영지 외부 일로도 바쁘잖아요."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덧붙였다."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가 하는 게 좋겠어요."그 말은 진심이었다.아델라는 카일이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자신이 조금 더 움직이면 그가 조금이라도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날도 아델라는 점심을 거르고 서류를 정리했다.오후에는 영지에서 올라온 문제를 처리했고, 저녁에는 사용인들의 근무표를 확인했다.밤이 깊어질 무렵에야 그녀는 펜을 내려놓았다.그때 하녀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부인, 아직도 안 주무셨습니까?""조금만 더 하고 자려고요.""식사도 제대로 못 하셨잖아요."아델라는 웃었다."괜찮아요.""안 괜찮습니다."마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부인께서 쓰러지시면 저희가 더 힘듭니다."아델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 오늘은 그만할게요."마리는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아델라는 그런 사용인들을 보며 따뜻하게 웃었다.자신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그리고 언젠가 카일이 자신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주기를 바랐다.'당신과 결혼해서 다행이야.'그 말 하나를 듣기 위해서라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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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아무도 몰랐던 노력
카일은 아델라가 가문의 일을 잘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몰랐다.그저 공작부인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어느 날 아침, 카일에게 영지에서 급한 보고가 들어왔다."공작님."집사가 서류를 내밀었다."서부 지역 상인들과의 계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카일은 서류를 훑어보았다."이미 처리된 것 같은데?""예.""누가?"집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부인께서 처리하셨습니다."카일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아델라가?""예.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시고 어제 밤에 직접 상인들과 연락하셨습니다."카일은 서류를 다시 바라봤다.계약 내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언제부터 알고 있었지?""몇 주 전부터 관련 자료를 모으고 계셨습니다."카일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날 저녁 카일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델라는 여전히 서재에서 일하고 있었다."아델라.""아, 오셨어요?"그녀가 환하게 웃었다.카일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오늘 서부 지역 계약 문제를 해결했다면서.""네.""어떻게 알았어?"아델라는 잠시 생각했다."보고서를 보니 이상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혹시 문제가 생길까 봐 미리 준비했어요.""그걸 혼자 처리했다고?""집사님께 도움을 조금 받았어요."아델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카일은 그녀를 바라봤다.자신은 지금까지 아델라가 단순히 공작부인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수고했어."카일이 말했다.아델라의 눈이 살짝 커졌다.그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해준 말이었다."……고마워요."카일은 그 뒤 서재를 나갔다.문이 닫히자 아델라는 작게 웃었다.짧은 한마디였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충분했다.그날 밤 아델라는 오랜만에 기분 좋게 잠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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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돌아온 사람
평온했던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깨졌다.그날 아델라는 정원에서 장부를 읽고 있었다.따뜻한 햇살이 내려앉은 오후였다.집사가 다가와 말했다."부인.""네?""손님이 도착하셨습니다.""누구인가요?"집사는 잠시 망설였다."세실리아 영애입니다."아델라의 손에서 펜이 멈췄다.세실리아.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카일의 첫사랑.결혼하기 전부터 소문으로 몇 번 들었던 이름이었다.아델라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카일은 알고 있나요?""예. 직접 맞이하러 나가셨습니다."아델라의 가슴이 순간 내려앉았다."……그렇군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현관으로 향했다.멀리서 카일의 목소리가 들렸다.평소보다 밝았다.아델라는 걸음을 멈췄다.현관 앞에는 카일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아름다운 금발 머리.화려한 드레스.우아한 미소.세실리아였다."오랜만이야, 카일.""정말 오랜만이군."카일은 웃고 있었다.아델라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카일이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본 것이 언제였을까.아마 결혼한 뒤에는 거의 본 적이 없었다.세실리아가 아델라를 발견했다."아."그녀가 웃으며 다가왔다."당신이 아델라군요.""네.""처음 뵙겠습니다.""저도요."세실리아는 아델라를 위아래로 훑어봤다.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생각보다 평범하시네요."아델라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하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그런가요?""네."세실리아는 다시 카일을 바라봤다."카일이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어요."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델라는 그 침묵이 이상하게 아팠다.세실리아는 마치 자신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카일의 곁에 서 있었다.그리고 아델라는 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자신의 첫사랑이 돌아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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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첫사랑의 자리
세실리아가 저택에 머무르기 시작하면서 카일의 생활은 조금씩 달라졌다.저녁 식사 때마다 세실리아의 이야기가 나왔다."기억나? 우리가 어릴 때 갔던 호수.""기억나.""그때 네가 물에 빠질 뻔했잖아."카일이 웃었다."네가 밀었잖아.""그랬나?"두 사람이 웃었다.아델라는 맞은편에서 조용히 식사를 했다.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다.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추억이 너무 많았다.그때 카일이 아델라를 바라봤다."왜 아무 말이 없어?""아니에요."아델라는 웃었다."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셨으니까요.""그래도 같이 이야기하면 되잖아."세실리아가 미소를 지었다."아델라 영애도 카일과 특별한 추억이 있나요?"아델라의 손이 멈췄다.특별한 추억.있었다.아델라는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자신에게만 특별했다.카일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날.그날 처음 손을 잡았던 기억.그날 이후 카일을 좋아했던 수많은 날들.아델라는 조용히 웃었다."……있어요.""어떤 추억인데요?"아델라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어릴 때 길을 잃은 적이 있었는데 카일이 저를 집까지 데려다준 적이 있어요."카일이 그녀를 바라봤다."그런 일이 있었나?"아델라는 그 말에 잠시 굳었다."……네."카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아델라는 고개를 숙였다."오래전 일이니까요."세실리아가 웃었다."그런 일이 있었구나."그 말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하지만 아델라에게는 자신의 첫사랑이 시작된 순간이었다.그날 밤 아델라는 혼자 방에 들어와 창가에 섰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한테는…… 특별한 날이었는데."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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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세실리아의 미소
세실리아는 영리했다.카일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어떤 장소를 좋아하는지.아델라가 수년 동안 조금씩 알아낸 것들을 세실리아는 과거의 기억만으로 알고 있었다.그것이 아델라에게는 가장 큰 상처였다.어느 날 세실리아가 카일에게 말했다."카일, 예전에 네가 좋아하던 정원 기억나?""기억하지.""같이 가자."카일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아델라는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봤다.세실리아가 돌아온 뒤 카일은 점점 자신에게서 멀어졌다.처음부터 가까웠던 적도 없었지만, 이제는 그 거리조차 느껴졌다.그날 저녁 아델라는 카일의 방 앞에 서 있었다.손에는 그가 좋아하는 차가 들려 있었다.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안에서 세실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카일."아델라의 손이 멈췄다."응?""정말 나를 잊은 거 아니지?"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카일이 말했다."그럴 리가 없잖아."아델라는 눈을 감았다.손에 들린 찻잔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녀는 결국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조용히 돌아섰다.복도를 걸어가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방에 들어오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아델라는 입을 막았다.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카일이 알게 되는 것도 싫었다.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울었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웃었다.아직은 카일을 사랑했으니까.그래서 그녀는 조금 더 참기로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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