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카일에게 첫눈에 반한 아델라. 수년 후 기적처럼 첫사랑과 결혼하지만, 카일의 마음에는 여전히 첫사랑 세실리아가 있었다. 세실리아가 돌아온 뒤 아델라는 모욕과 냉대를 견디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다. 그녀가 떠난 뒤에야 카일은 아델라가 가문과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해왔는지 깨닫고 뒤늦게 사랑을 자각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아델라는 이미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뒤였다.
View More아델라에게 사교회란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장소였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귀족들은 끊임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아델라가 듣기에는 전부 똑같은 이야기였다.
누구의 영지가 더 넓은지.
어느 가문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누구와 약혼할 예정인지.
아델라는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하품했다.
"으음……."
옆에 있던 시녀가 황급히 속삭였다.
"아델라 아가씨, 조금만 더 참으셔야 합니다."
"얼마나 더?"
"조금만 더 있으면 연회가 끝납니다."
아델라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 말을 들은 지도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도대체 어른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몇 시간씩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걸까.
아델라는 주변을 살폈다.
부모님은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녀도 잠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아델라의 눈이 반짝였다.
'조금만 나갔다 와도 아무도 모르겠지?'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연회장의 뒤쪽 문을 열었다.
문 밖으로 나오자 조용한 복도가 나타났다.
아델라는 살짝 웃었다.
"성공이다."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택의 뒷문을 빠져나오자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아델라는 눈을 크게 떴다.
저택 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멀리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시장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아델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거리 안쪽으로 걸어갔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그날 아델라는 아직 몰랐다.
오늘의 작은 일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하루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날 저녁, 카일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아델라는 식탁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그럭저럭.""회의는 잘 끝났어요?""응."짧은 대답이었다.아델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차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오늘 피곤해 보이셔서 준비했어요."카일은 찻잔을 바라봤다."……고마워."그 한마디에 아델라는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하지만 카일은 곧이어 말했다."오늘 세실리아와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아델라의 미소가 굳었다."지금요?""응. 오래전부터 잡혀 있던 약속이야.""그렇군요."아델라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카일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설 때까지 그녀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문이 닫혔다.넓은 식당에 아델라 혼자 남았다.조금 전까지 따뜻했던 차에서는 이제 김조차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찻잔을 내려다봤다.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길을 잃고 무서워하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던 소년.그날의 카일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카일은 그렇지 않았다.아델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언제부터였을까."혼잣말이 흘러나왔다.언제부터 자신은 남편에게 사랑받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게 되었을까.그날 밤 아델라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카일을 원망하고 싶었다.하지만 원망할 수 없었다.아직 사랑하고 있었으니까.그래서 결국
며칠 뒤 세실리아는 다시 아델라를 불렀다."아델라.""네.""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두 사람은 정원으로 나갔다.세실리아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당신도 알고 있죠?""무엇을요?""카일이 누구를 사랑하는지."아델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실리아가 미소를 지었다."카일은 나를 사랑해요."그 말은 칼처럼 아팠다."…….""당신은 그저 결혼한 사람일 뿐이에요."아델라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저는 카일의 아내입니다.""법적으로는 그렇겠죠."세실리아가 가까이 다가왔다."하지만 마음은 아니잖아요."아델라는 입술을 깨물었다.세실리아는 그것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불쌍하네요.""…….""그렇게 열심히 공작부인 노릇을 하면 카일이 당신을 사랑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아델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하지만 떨어뜨리지 않았다."그만하세요.""왜요? 사실을 말하는 것뿐인데."아델라는 그녀를 바라봤다."당신이 카일을 사랑하는 건 당신의 자유예요."세실리아의 미소가 사라졌다."하지만 제가 카일을 사랑하는 것도 제 자유예요."아델라는 돌아섰다."그러니까 저에게 제 마음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그렇게 말하고 걸어갔다.정원에서 멀어진 뒤에야 아델라는 눈을 감았다.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자존심 때문에 울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마음은 이미 너무
세실리아는 아델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처음에는 그저 카일의 아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카일이 자신보다 아델라의 의견을 더 신뢰하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어느 날 영지의 문제로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카일이 말했다."서부 지역에 새로운 상업 지구를 만드는 건 어떨까?"세실리아가 먼저 대답했다."좋은 생각인 것 같아."아델라는 조용히 서류를 확인했다."잠깐만요."카일이 그녀를 바라봤다."왜?""현재 그 지역은 도로가 좋지 않아서 상업 지구를 먼저 만들면 운송비가 크게 올라갈 거예요."아델라는 지도와 자료를 펼쳤다."도로부터 정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카일은 자료를 확인했다."……맞아."세실리아의 표정이 굳었다.아델라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그녀는 단지 카일의 가문에 손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다.하지만 세실리아는 달랐다.그날 오후 세실리아는 아델라를 복도에서 붙잡았다."당신.""네?""앞으로 카일 앞에서 너무 나서지 마세요."아델라는 눈을 깜빡였다."무슨 말씀이세요?""카일은 당신의 의견을 듣기 위해 결혼한 게 아니잖아요."그 말에 아델라의 얼굴이 굳었다."저는 공작부인으로서 필요한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그게 문제예요."세실리아가 차갑게 웃었다."당신이 자꾸 카일 옆에 있으니까 내가 불편하잖아요."아델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세실리아는 그녀를 지나쳤다.
아델라는 카일에게 자신의 마음을 직접 말하지 않았다.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했다.공작가의 장부를 확인하고, 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읽고, 사용인들의 문제를 해결했다.어쩌면 일에 몰두하면 카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일을 할수록 카일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그가 좋아하는 차.그가 싫어하는 음식.그가 중요한 회의에 갈 때 필요한 서류.자신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어느 날 하녀가 급하게 달려왔다."부인!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죠?""주방에서 식재료가 잘못 들어왔습니다. 오늘 저녁 연회에 사용할 재료가 부족합니다."아델라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상인에게 연락했나요?""했지만 오늘 안으로 가져오기 어렵다고 합니다."아델라는 잠시 생각했다."다른 거래처에는요?""아직 연락하지 않았습니다.""제가 연락할게요."그녀는 직접 상인들에게 연락했다.결국 몇 시간 뒤 필요한 재료를 모두 확보했다.하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감사합니다, 부인."아델라는 웃었다."당연한 일이에요."하지만 하녀는 알고 있었다.아델라가 얼마나 많은 일을 혼자 떠안고 있는지.그날 밤 사용인들은 주방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부인께서 안 계시면 이 집은 어떻게 돌아갈까?""그러게.""그런데 공작님은 모르시는 것 같아."그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아델라는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정작 그녀의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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