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사랑보다 늦게온다.

복수는 사랑보다 늦게온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22
By:  소여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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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로판? 맞다. 근데… 눈물도 좀 난다. 100년 전, 가족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모든 걸 잃었다. 가족도, 그리고… 사랑하던 연인까지. 그래서 그는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100년 뒤— 연인을 잃었던 바로 그 장소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문제는, “저기요, 누구세요?” 기억이 없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게다가— 주변 남자들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신은 사고 치고, 귀족들은 미쳐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그녀. “…그래.” 그는 조용히 검을 쥐었다. 기억은 없어도 상관없다. 이번엔— 그녀를 지키면서, 모든 걸 망친 놈들을 끝까지 추적한다. 복수는 늦었고,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복수는 사랑보다 늦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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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프롤로그

어느 날,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아버지를 잃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가족처럼 믿었던 이모의 손에 어머니가 죽었다.

그 둘은 같은 편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지금 나는 떨어지고 있다.

발밑이 사라진 순간,

세계가 뒤집혔다.

바람이 귀를 찢듯 스치고,

숨이 가슴에서 빠져나간다.

손을 뻗어도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절벽 끝.

그 위에, 한 사람이 서 있다.

이모.

아니—

‘불화의 여신’, 에리스.

나는 도망치려 했다.

끝까지,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결과는 이거다.

낙하.

죽음 직전.

웃기지 마.

이렇게 끝낼 생각은 없다.

죽는다고 해도,

저승까지 쫓아가서라도,

너희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살아난다면.

나는 반드시 돌아온다.

너희를 향해.

끝까지.

부서질 때까지.

파도 소리가 커진다.

어둠이 아래에서 입을 벌린다. 나는, 떨어졌다.

바다로.

시간은 거슬러, 애드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엘쉬온왕국 검은 숲속 오두막에는 외로이 살아가는 마녀, 로테가 살고 있었다.

숲은 늘 고요했다.

바람조차 그녀를 스쳐 지나갈 뿐, 머물지 않았다.

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로테는 끝내 그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고,

2층 다락방에 올라가 먼지 쌓인 책장 깊숙한 곳에서 한 권의 마도서를 꺼내 들었다.

책의 표지는 낡아 있었지만, 그 위에 적힌 문장은 유난히 또렷했다.

[소환 마법으로 친구를 만들어보세요.]

“…그래, 소환.”

로테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소환마법으로 친구를 만들자. 혼자는… 너무 외로워.”

고요한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책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한 장의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이쁜 친구 소환방법]

1. 물을 구한다.

2. 살아있는 동물의 피…는 잔인하니 토마토로 대체한다.

3. 소환 마법진은 본인이 자신 있는 걸로 그려보자.

4. 소환 성공!

“……….”

깊은 정적이 흐르고, 로테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오, 이거 좀 멋진데?”

로테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곧장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우선 물 ! 물이 필요해!”

로테는 재빨리 접시에 물을 떠온 다음 집 앞 작은 텃밭에서 잘 익은 토마토 하나를 따왔다.

“미안하다 토마토야. 날 위해 희생 되 줘야겠다. ”

짧은 사과와 함께—

쭈욱-!

로테의 손에서 토마토는 순식간에 붉은 즙으로 변했다.

뚝.

뚝.

접시 위로 떨어지는 붉은 액체는, 어쩐지 진짜 피처럼 보였다.

로테는 그 안에 검지손가락을 적셨다.

그리고 오래된 나무 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가져다 댔다.

“동그란 원을 그리고…”

슥, 슥—

손끝이 천천히 움직였다.

“좀 있어 보이게… 그리폰.”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의 기대가 섞였다.

“…피에 젖은 붉은 그리폰을 그리자.”

슥—

하지만 잠시 후, 바닥 위에 완성된 것은— 위엄 넘치는 전설의 생물이 아니라,

마치 오므라이스 위에 케첩으로 대충 그려놓은 것 같은 동그란 비만 병아리였다.

“…….”

로테는 말없이 그것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잠깐의 침묵 뒤, 그녀가 말했다.

“내가 그리폰이라고 하면, 그리폰인 거지.”

절망적인 미술 실력을 가진 마녀는, 꽤나 당당하게 현실을 재정의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마법진 위에 손을 얹었다.

“자, 그럼—”

그녀의 눈이 아주 조금, 기대에 차서 빛났다.

“이쁜 친구야… 나와라.”

로테의 엉성한 마법진에서, 이상하게도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약하게 그러나 곧, 눈을 뜨기 힘들 만큼 강렬하게

번쩍—!!

순간, 공간이 뒤틀리듯 흔들렸다.

“어…?”

로테의 손끝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마력,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이.

스르륵—

“으, 으헉… 히, 힘이 빠져나간다…!”

그녀의 무릎이 휘청였다.

“이런 말은 없었는데…!!”

다음 순간—

펑!!!!!!

“꺄아아악—!!”

굉음과 함께 마법진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나무 바닥이 검게 그을리고, 사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치 작은 재앙이라도 터진 것처럼.

“콜록… 콜록…”

로테는 바닥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눈앞은 아직도 연기로 흐릿했다.

그러나 서서히, 그 연기 너머로 한 형체가 드러났다.

길게 흘러내리는 보랏빛 머리카락.

양옆으로 우아하게 휘어진 뿔.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그 여인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로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숨이 멎을 듯한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와!!!”

로테가 산산이 부숴버렸다.

“성공이다!!! 소환에 성공했어!!!”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상대의 손을 덥석 잡고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대박이야!! 진짜 나오네!!!”

“….”

소환된 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이유로 나를 소환한 거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그보다—”

“어떻게, 나를 소환한 거지?”

“안녕! 나는 로테야!”

로테는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환하게 웃었다.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서 너를 소환했지!”

“…뭐라고?”

여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고작… 그 이유로?”

그녀의 눈동자에 불쾌함이 스쳤다.

“나를 부르는 조건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대 괴물의 피, 정제된 성수, 그리고—”

그때였다.

로테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끊었다.

“아냐아냐, 그런 거 안 했어.”

“…?”

“토마토 하나랑 물 한 컵 준비했더니 그냥 되던데?”

“…….”

공기가 멎었다.

“토마토…?”

“…응.”

“…토마토?”

“…응.”

짧은 침묵.

그리고—

“……말도 안 돼.”

여인은 낮게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세계의 법칙이, 어딘가 단단히 어긋난 것 같았다.

하지만 로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무튼 잘 부탁해, 친구야! 넌 이름이 뭐야?”

잠시 후

여인은 아무 말 없이 로테를 힐끔 내려다봤다.

그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에리스.”

짧고, 또렷한 이름.

“에리스?”

에리스의 이름을 듣고 로테의 눈이 반짝였다.

“좋은 이름이다! 잘 부탁해, 에리스!”

그녀는 아무 의심 없이 웃었다.

눈앞에 서 있는 존재가—

세계를 뒤흔들 불화의 여신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처음으로 생긴 ‘친구’라고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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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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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6 16: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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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Chapters
프롤로그
어느 날,정체불명의 남자에게 아버지를 잃었다.그리고 그 다음 날,가족처럼 믿었던 이모의 손에 어머니가 죽었다.그 둘은 같은 편이었다.…그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지금 나는 떨어지고 있다.발밑이 사라진 순간,세계가 뒤집혔다.바람이 귀를 찢듯 스치고,숨이 가슴에서 빠져나간다.손을 뻗어도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절벽 끝.그 위에, 한 사람이 서 있다.이모.아니—‘불화의 여신’, 에리스.나는 도망치려 했다.끝까지,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다.하지만 결과는 이거다.낙하.죽음 직전.웃기지 마.이렇게 끝낼 생각은 없다.죽는다고 해도,저승까지 쫓아가서라도,너희를—절대, 용서하지 않는다.…그리고.살아난다면.나는 반드시 돌아온다.너희를 향해.끝까지.부서질 때까지.파도 소리가 커진다.어둠이 아래에서 입을 벌린다. 나는, 떨어졌다.바다로.시간은 거슬러, 애드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엘쉬온왕국 검은 숲속 오두막에는 외로이 살아가는 마녀, 로테가 살고 있었다.숲은 늘 고요했다.바람조차 그녀를 스쳐 지나갈 뿐, 머물지 않았다.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로테는 끝내 그 고요함을 견디지 못하고,2층 다락방에 올라가 먼지 쌓인 책장 깊숙한 곳에서 한 권의 마도서를 꺼내 들었다.책의 표지는 낡아 있었지만, 그 위에 적힌 문장은 유난히 또렷했다.[소환 마법으로 친구를 만들어보세요.]“…그래, 소환.”로테는 중얼거리듯 말했다.“…소환마법으로 친구를 만들자. 혼자는… 너무 외로워.”고요한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책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그리고, 한 장의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이쁜 친구 소환방법]1. 물을 구한다.2. 살아있는 동물의 피…는 잔인하니 토마토로 대체한다.3. 소환 마법진은 본인이 자신 있는 걸로 그려보자.4. 소환 성공!“……….”깊은 정적이 흐르고, 로테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오, 이거 좀 멋진데?”로테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곧장 그것을 실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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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엘쉬온의 검은 숲.여전히 고요했지만 더 이상, 로테 혼자만의 숲은 아니었다.로테가 토마토로 ‘친구’를 소환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에리스는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야.”그녀가 낮게 로테에게 말했다.“아무리 봐도 네가 나를 소환했던 이 마법진…”손끝으로 그려진 선을 툭 건드린다.“…그리폰이 아니라 병아리야.”“병아리 아니라고!!”로테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이건 그리폰이야! 내가 그리폰이라고 하면 그리폰이라고!”에리스는 잠시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이내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 로테.”“…왜.”“그리폰이랑 병아리랑 공통점이 하나 있어.”로테의 표정이 굳었다.“…뭔데?”에리스의 눈이 아주 잠깐, 의미심장하게 가늘어졌다.“그건 말이야—”“…….”잠깐의 침묵.그리고 침묵을 깨는 에리스의 한마디.“이름에 ‘리’가 들어간다는 거.”“…….”“그거 말곤 공통점 없어.”“야!!!!!!!!”로테가 베개를 집어 던지듯 손에 잡히는 걸 마구 던졌다.휙-!! 휙-!!!!"어이쿠"에리스는 날라오는 물건들을 가볍게 피했다.그리고—조용했던 검은 숲에, 이제는 웃음과 소란이 섞여 울려 퍼졌다.낯설고, 이상하지만 분명 따뜻한 소리였다.며칠 뒤.로테는 바구니를 들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있는 에리스를 내려다봤다.“에리스, 오늘 저녁 버섯구이 어때?”“아, 또 버섯이냐…”에리스가 눈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로테의 눈썹이 꿈틀했다.“야, 그럼 너도 좀 나가! 맨날 나만 재료 캐러 다니잖아!!”그 말에 에리스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야, 나는 여신이야.”“…뭐?”“그리고 네가 나를 소환했으니까—”몸을 옆으로 굴리며 덧붙였다.“네가 날 먹여 살려야 해. 알아?”순간, 정적이 흐르고...“그런 게 어디 있어!?”로테가 버럭 소리쳤다.“니가 무슨 여신이야!!! 밥충아!!”“뭐?”밥충이라는 말에 에리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밥충이!?”에리스가 침대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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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으, 배고파……” “와, 진짜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굶긴다고?” 결국 저녁을 굶어버린 세 사람은, 다음날 아침까지 공복으로 버텨야 했다. “…….” 에리스가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루카를 쳐다봤다. “망할 꼬맹이, 넌 왜 은근슬쩍 우리 집에서 자는 건데?” “로테가 자라고 해서 잔 건데, 무슨 불만이라도?” “어, 불만 많아. 여긴 우리 집이거든.” 그 말에 로테가 피식 웃으며 끼어들었다. “…따지고 보면 내 집이지.” “에리스, 너도 얹혀사는 거잖아.” “입 다물어.” 에리스가 바로 맞받아쳤다. “네가 날 소환했으니까 이 집은 나랑 너 공동 소유야.” “……무슨 논리야 그거?” “로테 건 에리스 거, 에리스 건 에리스 거.” “…완전 도둑이네.” 루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야, 로테. 쟤 버리자.” “엥?” “뭐 이 자식아!?” 루카의 말에 에리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늦게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야!” “결국 너도 얹혀사는 거잖아, 이 여자야.” “야!!!” 로테가 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자, 싸우지 말고…!” “…버섯이나 열매라도 따오자.” 그리곤 잠깐 생각에 빠지더니 곧장 말을 바꿨다. “…아니다. 사냥이라도 해서 고기 좀 먹자.” “좋아!” “고기!” 에리스와 루카는 동시에 반응했다. 둘은 눈을 마주쳤고 손뼉을 치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같이 밖으로 향했다. "가자 로테~" "먼저 나가있을게!" 끼익- 문이 벌컥 열리고 쾅 닫혔다. 떠들썩 하던 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로테는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피식 웃었다. “쟤네 은근히 잘 어울리는 콤비일지도…” 그 순간— 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왔다. 스르륵- “…어?” 스산한 기운에 로테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바람이 아니라— 어딘가, 기묘하게 무거운 기운이었다. “뭐지… 이 불길한 기운은?” “…….” “배고파서 좀 예민해졌나…?” 로테는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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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로테, 저거 맛있어 보이지 않아?”“어디? 어디?”로테와 루카는 수풀 사이에 몸을 숨긴 채, 풀을 뜯어먹고 있는 토끼 한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로테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루카에게 말했다.“저 귀여운 녀석을 어떻게 먹어… 다른 거 찾아보자.”루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침 좀 닦아라.”로테의 입가에서는 말과 달리 침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스읍—”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토끼를 바라봤다.“토끼가 풀을 먹고 있으니까… 저걸 먹으면 채식이랑 육식 둘 다 하는 거지?”“뭔 논리냐 그건.”“아무튼 나는 저 귀여운 토끼 못 잡으니까, 루카 네가 잡아.”“네네…”루카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손끝으로 가볍게 쓸어내리자 나뭇가지가 미묘하게 휘어졌다.그 위에 얇은 잎맥 같은 선이 이어지고,어느새 손 안에는 활과 화살의 형태가 잡혀 있었다.“와, 뭐야 그 편리한 기능은?”“이게 내 힘이란 말씀.”루카는 잠시 집중하더니 토끼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슉—!화살이 빠른 속도로 토끼에게 날아갔다.텁.“엥…?”풀을 뜯고 있던 토끼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화살을 잡아냈다.“어???”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루카와 로테는 멍한 표정으로 토끼를 바라봤다.토끼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쳐다봤다.“피… 피…”어색한 침묵이 흘렀다.로테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아하하… 미안해, 토끼야. 풀 뜯어먹는 거 방해했지?”토끼는 대답하듯 작게 울었다.“피……”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토끼는 다시 한번 물었다."피...."“피떡 될 준비해라!!!!!!!!!!!!”“!?!!?”빠아아악—!!!순간, 귀엽고 작던 토끼의 몸이 갑자기 열 배는 커졌다.그리고 루카의 턱을 향해 그대로 어퍼컷을 날렸다.“루-카아아-!!!”루카는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가며 기절했다.쿵—바닥에 떨어진 루카를 내려다보며, 토끼는 복서 자세를 취한 채 고개를 까딱였다.마치 “더 해볼 테냐?” 라는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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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아직도 속이 울렁거려…." "나… 난 이제 채식할래…." 로테와 루카는 오크고기를 먹은 충격으로 저녁이 될 때까지 화장실을 번갈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에리스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키득 웃었다. "그거 차별 아니냐? 돼지나 소는 잘만 먹으면서, 오크는 왜 그렇게 질색이야?" 창백한 얼굴의 루카가 벽을 짚은 채 말했다. "차별이라면서 너는 왜 안 먹었는데?" "무슨 소리야." 에리스가 당당하게 턱을 들었다. "난 차별하는데?" "와… 진짜 뻔뻔하다." 에리스는 피식 웃다가 문득 루카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봤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목걸이였다. "야, 꼬맹이." "왜." "그 목걸이는 뭐야?" 에리스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루카는 목걸이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으스댔다. "이쁘지? 이거 엄청 귀한 거야. 센티드 왕실 장인이 아다만티움을 정제해서 천 도 이상의 화염으로 가공하고, 거기에 다이아몬드와 루비를 박아 넣은 뒤…." "아니 미친놈아." 에리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설명 말고, 어디서 났냐고." 루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센티드 놀러 갔을 때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주웠어." 삐끗. 에리스의 발이 헛디뎌졌다. 장황했던 설명 끝에 돌아온 너무 허무한 결론이었다. "…아, 그래." 긴장이 한순간에 풀린 에리스는 하품을 하며 몸을 돌렸다. "난 자러 간다." "잘 자, 에리스!" 로테가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에리스가 다락방으로 올라가고, 거실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 낮의 목욕탕 사건 때문인지 어딘가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로테는 붉어진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아까는 미안해." "뭐가." "남자를 처음 봐서… 이상한 소리 했잖아." 루카 역시 살짝 귀끝이 붉어진 채 헛기침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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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어디 갔다 왔냐?"늦은 밤, 두 사람만의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문 앞에는 팔짱을 낀 에리스가 단단히 삐진 얼굴로 서 있었다."어…? 자는 줄 알았는데. 루카랑 시장 구경 좀 다녀왔지."로테가 어깨를 툭 건드리자, 에리스는 손등을 찰싹 때려냈다."흥."그 모습에 루카가 피식 웃었다."너 질투하냐? 먼저 잔다며.""아니."에리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내가 화난 건, 둘이 시장 다녀와 놓고 내 거 하나도 안 사 왔다는 거야.""…. 그거였어?""그래! 닭꼬치 하나라도 '아, 이건 에리스 줘야지~' 할 수 있잖아!"씩씩거리던 에리스가 외쳤다."난 너희가 데이트를 하든, 결혼을 하든, 애를 낳든 관심 없어!근데 난 몇 달째 버섯만 먹고 있다고! 고기 먹고 싶어!"로테는 미안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적였다."에리스, 미안해. 다음엔 셋이 같이 가자. 이거라도 받아."로테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알사탕 하나.에리스는 알사탕을 재빨리 낚아채 입에 넣었다.그 모습을 본 루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근데 로테. 그건 또 어디서 났어?""산 거 아니야. 바닥에 굴러다니길래 주웠어.""...우웩!"에리스는 즉시 뱉어냈고, 루카는 배를 잡고 웃었다."푸하하하! 여신이 바닥 알사탕 주워 먹었네!""닥쳐!!!"다음 날 아침.에리스는 혀를 세 번 닦으며 중얼거렸다."아직도 바닥 먼지 맛이 나….""….""그건 그렇고, 저 꼬맹이가 헬리오스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어."'…. 사람을 의심하는 마음은 검증 후 빨리 없애는 게 맞다.혹시라도 저 녀석이 헬리오스라면, 빨리 처리하고 아버님께 내 가치를 인정받는 거다….'욕실에서 나온 에리스는 곧장 루카에게 다가갔다."야, 꼬맹이.""뭐야.""너 태양을 어떻게 생각하냐?""…. 갑자기?""빨리 말해.""…. 뜨거워서 싫어.""아."예상 밖의 대답에 에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치밀하게 아닌 척하는 건가…?'그녀는 식탁 위 화분을 집어 루카 앞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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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모두가 잠든 새벽녘, 다락방.에리스는 낮 동안 실패로 끝난 ‘루카 헬리오스 검증 계획’을 떠올리며 종이 위에 또 다른 작전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 밀가루 반죽을 올려놓고 태양의 열기로 빵을 굽게 한다.“......”잠시 생각하던 에리스는 제 손으로 쓴 문장을 다시 읽고는 얼굴을 찌푸렸다.“이건 나도 좀 아니다.”구겨진 종이가 허공을 가르며 쓰레기통 안으로 날아갔다. 휙.“하아...”한숨과 함께 힘이 빠진 그녀는 등을 벽에 기대었다.“어머님은 왜 스스로를 봉인하신 거람.”문득 떠오른 어머니의 얼굴에 에리스는 옷 안쪽 주머니를 더듬었다.손끝에 닿은 것은 낡은 팬던트였다.가운데에는 은은한 빛을 머금은 태양석이 박혀 있었다.밤의 여신 닉스가 평생 아끼던, 단 하나의 물건.“밤의 여신이면서 이런 밝은 장신구를 좋아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지.”에리스는 천천히 팬던트를 열었다.딸깍.안쪽에는 한 남자의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찬란한 금발. 반듯한 눈매.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그 아래 희미하게 적힌 이름.헬리오.그 초상화를 바라보던 에리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이 초상화를 보실 때만, 어머님은 웃으셨지.”증오에 젖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닉스가,유일하게 미소를 지었던 순간.그 대상이 이 남자였다.“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이 남자.”“분명 무언가 있어.”그녀는 다시 초상화를 내려다보다가 얼굴을 찌푸렸다.자꾸만 저 남자의 얼굴 위로 루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기분 나쁘네, 진짜.”에리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팬던트를 품에 안았다.어머니가 저 남자를 보며 지었던 미소와,자신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따뜻함을 떠올리자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그녀는 그대로 벽에 기대어, 조용히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에리스는 다락방에서 내려오자마자 로테를 붙잡았다."야 로테, 밀가루 좀 찾아줘.""...응? 갑자기? 밀가루가 필요해?""그렇다니까. 빨리.""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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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수년간 적막한 검은 숲에 홀로 살던 로테는 이제 외롭지 않았다.든든한 친구 에리스와,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루카.그리고 그녀의 배 속에는,곧 세상에 태어날 작은 생명까지 함께였으니까.창문 너머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던 로테는 조용히 생각했다.'마도서로 친구를 소환했던 일은... 정말 잘한 일이었어.''어머니, 저는 이제 외롭지 않아요.'감성에 젖어 있던 그때,멀리서 익숙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야, 이 정신 나간 여자야! 아기 성별도 모르는데 드레스를 왜 벌써 사 ?!""하! 내가 여신인데 그것도 모르겠냐? 내 조카는 여자애다.""조카는 무슨 조카야! 로테랑 내 아기거든?"로테는 웃으며 문을 열었다."루카, 에리스. 다녀왔어? 아기 옷 사 온 거야?"로테가 나오려고 하자 에리스가 먼저 그녀한테 달려갔다."야, 몸도 무거운데 왜 나와 멍청아! ""말 좀 예쁘게 해라. 임산부한테."루카의 태클에 에리스가 헛기침을 했다."흠... 이 아름다운 여성아. 몸이 무거우니 가만히 앉아 있지 왜 나온 거니?"에리스의 이상한 말투에 루카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너 지금 개그하냐?""그럼 뭐 어쩌라고!"두사람의 티키타카에 로테는 결국 배를 잡고 웃었다."푸하하하! 너희 둘은 정말 잘 어울려!""아니야!!""그 말 기분 나쁘거든?!"둘이 동시에 외치자 로테는 더 크게 웃었다."아하하하하!!!"에리스는 머쓱한 얼굴로 품 안의 옷을 펼쳤다."자, 로테! 어때? 내 우아한 머리색과 같은 보라색 드레스야.""와, 예쁘다~ 근데 태어나기 전까진 성별 모르잖아?" 로테의 말에 에리스는 허리를 쫙펴고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딸이라니까. 내 신성력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에리스의 말에 루카가 코웃음을 쳤다."네 신성력은 몸에 구멍 나서 다 빠져나간 것 같은데.""닥쳐라.""푸흣... 고마워, 에리스. 아들이어도 입히면 되지."로테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루카가 경악했다."아들인데 왜 드레스를 입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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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다음 날 아침.“뿌애애애앵-!”애드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집 안은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로테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침대에 기대 있었고, 루카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에리스는 창가에 앉아 말없이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다.“...또 운다. 이번엔 네가 좀 봐줘, 로테.”"....루카..""왜...?"“나 배도 고프고, 잠도못자서 기운도없고...""혹시 아기의 뜻이 엄마 아빠를 아사시키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라는 말이 아닐까...”“뿌애애애애앵!!!”“가요... 갑니다...”밤새 한숨도 못 잔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애드에게 다가갔다.루카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안아 들고 흔들었다.“자, 손님. 이번엔 무엇이 불만이십니까?”“으아아앙!!”“.........”“모유는 아까 드셨잖아요, 손님.”“으아아아앙!!!”그 순간, 기저귀 사이로 익숙하고도 불길한 냄새가 새어 나왔다.루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로테. 이번엔 똥이래.”“건조시켜 둔 기저귀 가져올게...”밤새도록 기저귀 갈기, 세탁, 건조, 다시 갈기, 다시 세탁을 반복한 두 사람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에리스는 그런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와... 무슨 무한 가내수공업 지옥이냐.”그때였다.창문 너머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스르륵.그 기운을 감지 하자마자 에리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결국 왔구나. 아파테.’육아 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 에리스는 조용히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집 앞 숲길.붉은 눈동자와 새하얀 긴 머리카락, 자신과 닮은 뿔을 가진 남자가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누님. 오랜만입니다.”“아파테. 자리를 옮기자.”“아아, 이해합니다.”“지금 ‘가족’처럼 여기는 분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신 거겠지요.”“.....!”정곡을 찔린 에리스의 표정이 굳었다.하지만 곧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하. 내가 인간 따위를 가족처럼 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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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에리 이모, 삶이란 무엇일까?” “.....하?” 찬란하고 따뜻한 봄의 아침. 어느새 일곱 살이 된 애드는 에리스와 마주 앉아,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삶 말이야. 삶. 죽음과 삶에 대하여! 이모는 어떻게 생각해?” 에리스는 팔짱을 낀 채 잠시 뜸을 들였다. 애드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삶은... 계란.” “.......” 에리스의 시답잖은 농담에 애드는 진심으로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 좀 풀어라. 농담이잖아.” “그럼 이번엔 진지하게 대답해 봐, 이모.” “삶이란...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결국 죽어 가는 과정이지.” 에리스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곧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내가 지금 일곱 살 상대로 무슨 이야길 하고 있는 거야 대체?!” “아. 재미없다.” 애드는 단번에 흥미를 잃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깥에서 장작을 패고 있는 루카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아빠!” “어어, 그래. 애드리안.” 루카는 도끼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에리스가 또 헛소리하더냐?” “아니. 이모 수준이 낮아서 못 놀아주겠어.” “뭐?!” “푸하하하! 역시 아이들은 본질을 정확히 보는군.” “진짜 몇 년을 같이 살아도 재수 없어, 너희 둘은.” 에리스는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칠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에레보스도, 아파테도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에리스는 이제야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이 평온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버섯을 한가득 캐 온 로테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에리스! 이것 좀 들어 줘!” “와... 저 버섯은 대체 어디서 저렇게 끝도 없이 자라는 거야...” 에리스는 못 이기겠다는 표정으로 다가가 로테의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등골을 타고 서늘한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아주 익숙하고도 불길한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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