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사랑보다 늦게온다.
개그로판? 맞다.
근데… 눈물도 좀 난다.
100년 전,
가족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모든 걸 잃었다.
가족도, 그리고… 사랑하던 연인까지.
그래서 그는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100년 뒤—
연인을 잃었던 바로 그 장소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문제는,
“저기요, 누구세요?”
기억이 없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게다가—
주변 남자들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신은 사고 치고,
귀족들은 미쳐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그녀.
“…그래.”
그는 조용히 검을 쥐었다.
기억은 없어도 상관없다.
이번엔—
그녀를 지키면서,
모든 걸 망친 놈들을 끝까지 추적한다.
복수는 늦었고,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복수는 사랑보다 늦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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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4화저 정도의 심연을 정면으로 뚫고 살아 나온 인간은, 그 조차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반면 애드는 안도와 극심한 불안이 뒤섞인 얼굴로 스승을 바라봤다.그런 제자를 향해, 카시안이 다시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챙-!!남자의 검은 마력과 카시안의 태양빛 검기가 다시 한번 정면으로 격돌했다.콰아앙-!!!!주변을 찢는 폭음 속에서도, 카시안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애드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애드.”“…네?”애드는 불길함에 떨리는 눈으로 스승의 뒷모습을 바라봤다.카시안은 계속해서 몰아치는 심연의 공격을 쳐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너와 지낸 시간 동안 나는 네가 아들 같고 좋았다.”챙-!!!!카앙-!!!!그 순간 애드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스승님?”불안했다.가슴이 미칠 것처럼 조여왔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의 대화가, 다가올 영원한 끝을 향해 흘러가는 전조처럼 느껴졌기에.카시안은 검을 비틀어 자신을 향해 쇄도하던 심연의 창을 거칠게 튕겨냈다.콰직-!!!!그리고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피식 웃었다.“내 검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널 가르쳤을 때였단다.”애드의 심장이 불길한 예감에 완전히 난도질당했다.카시안은 거칠게 붉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유언을 남기듯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애드 언제나 내가 늘 말했듯…”카시안의 주변에서 검은 마력이 역류하며 폭발했다.그의 몸이 뒤로 무참히 밀려났다.하지만 기사로서의 자세만큼은 끝끝내 무너지지 않았다.“‘복수’란 건 죽음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카시안의 깊은 눈빛이 마침내 뒤를 돌아보며 애드를 똑바로 향했다.“그자에게는 가장 고통스럽게, 네게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거란다.” 콰앙-!!!!또다시 카시안의 검과 심연이 충돌했다.카시안의 입가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소년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그리고.”“네
Last Updated: 2026-06-22
Chapter: 53화카시안의 태양빛 같은 찬란한 검기가 푸른 검신 위로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태양참!!!”세상을 반으로 가를 듯한 일격이 가면 쓴 남자를 향해 떨어졌다.빛의 파도가 사방으로 해일처럼 휘몰아쳤고, 거대하던 검은 심연이 비명을 지르며 강제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앙-!!!!!그 여파로 주변 산맥의 절반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대지는 길고 깊게 찢겨 나가며, 아까전에는 존재하지않던 거대한 협곡이 새로이 만들어졌다. 애드는 결계 안에서 밀려오는 안압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 “스승님……”눈앞의 광경을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인간의 육신이 낼 수 있는 힘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스승님…”휘이이잉—차가운 강풍이 폐허가 된 전장 위를 쓸쓸하게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하얀 연기 속에서, 마침내 남자의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호오.”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남자의 옷자락 한쪽이 길게 찢겨 있었고, 얼굴을 가린 가면에도 선명한 금이 가 있었다.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남자의 가슴 부분에서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툭.툭.그의 붉은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대지가 썩어 들어갔다.애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저 괴물같은 놈한테 상처를… 냈어?’재앙 그 자체였던 심연의 존재에게, 인간이 기어코 흉터를 남긴 것이다. 잠시 숨 막히는 침묵이 전장을 지배했다.그리고 남자가 천천히 손끝으로 자신의 상처를 쓸었다.스윽-손끝에 묻어난 붉은 피.그는 그것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가면 아래에서 아주 작게 웃었다.“…정말 오랜만이군.”그 순간 주변 공간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쿠구구구구—마치 현실 자체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애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뭐야…?”남자의 발밑에서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심연이
Last Updated: 2026-06-21
Chapter: 52화검과 검은 마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세계의 경계가 찢어질 듯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단순한 충격파만으로 주변 대지가 종이처럼 갈라졌고, 수십 그루의 고목이 뿌리째 뽑혀 허공으로 날아갔다.애드는 결계 안에서 두 눈을 크게 뜬 채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안 보여……!’ 분명 눈앞에서 사투가 벌어지고 있건만,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는 그 움직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보이는 것은 오직 어두워진 하늘을 잔혹하게 난도질하는 섬광과 잔인한 폭발뿐. 챙──-!!카가가각──-!!!카시안의 검이 남자의 검은 마력을 정면으로 밀어내며 처절하게 불꽃을 튀었다.검붉은 불꽃 너머로, 가면을 쓴 남자가 낮게 유희를 즐기듯 웃었다. “……재밌군.” 그 순간.파앗!!카시안의 모습이 기척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남자의 붉은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왼쪽, 오른쪽. 뒤쪽, 아래쪽카시안의 살기가, 그 압도적인 기척이 사방 전방위에서 동시에 느껴지고 있었다. “…….”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려던 그 순간챙-!!!!왼편 허공의 경계를 찢고 튀어나온 카시안의 검격이 남자의 목덜미를 정밀하게 노렸다.하지만 남자는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고개만 살짝 틀어 검날을 피 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공격이 아니었다.파앗!!허상의 검격이 허공 속으로 바스러짐과 동시에, 카시안이 남자의 머리 바로 위에서 기습적으로 나타났다.“카시안 검술 제3식.”남자의 귓가를 파고드는 카시안의 낮고 묵직한 마성의 목소리. “무영보-” 콰앙──!!!!공기를 찢고 내지른 카시안의 묵직한 발차기가 남자의 턱을 그대로 걷어찼다.처음으로 이 전장에 강림한 이후 정말 처음으로, 가면을 쓴 심연의 몸이 볼품없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쿠구구궁─!!남자의 모습이 땅을 깊숙하게 갈아엎으며
Last Updated: 2026-06-19
Chapter: 51화카시안이 소리쳐 경고했지만, 이미 늦은뒤였다.애드의 날카로운 검날이 남자의 목덜미를 가르기 직전남자 주변의 공간 전체가 거대한 검은 마력의 폭발과 함께 뒤집혔다. 콰아아아아앙──!!!!! “으아아악──!!!” 충격을 이기지 못한 애드의 몸이 낙엽처럼 뒤로 사정없이 튕겨 나갔다. “애드──!!” 카시안이 대지를 부수며 애드가 날아간 방향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잠시 후, 전장을 자욱하게 메웠던 불길한 검은 안개가 천천히 걷혔다. 그리고 “……어?” 애드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남자의 눈빛이 처음으로 미세하게 흔들렸다.하지만 정작 제일 당황한 것은 애드 본인이었다. “나…… 멀쩡하네?” 바로 그때, 카시안이 자신의 품속에서 아주 오래된, 정체불명의 작은 주황색 물약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꿀꺽, 꿀꺽.그는 물약을 단숨에 들이켠 뒤, 쓸모없어진 빈 병을 바닥을 향해 툭 던졌다. 쨍그랑─ 파편이 흩어지는 소리와 함께 카시안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에 내가 너에게 준 ‘주황색 돌멩이’를 기억하느냐.” “……그때 그 이상한 돌이요?” “그래.”카시안이 애드를 힐끔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일전에 일회성 방어 마법 도구라고 말했던 그 돌 말이다.방금 그 녀석의 폭발적인 치명타를, 그 돌이 너의 목숨 대신 박살 나며 막아준 게지. 하지만 그것은 단 1회용일 뿐…… 이제 더 이상 널 지켜줄 방패는 없다.”카시안이 말을 이어 갈수록, 전장에는 기적에 가까운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노장의 몸에서 눈부신 생명력이 폭발하며, 그의 육체가 서서히 ‘젊음’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굽어 있던 허리가 꼿꼿하게 펴졌고, 거칠고 주름졌던 피부가 도자기처럼 매끈해졌으며, 서리가 내린 듯 하얗던 머리카락에는 칠흑 같은 검은빛이 선명하게 돌아
Last Updated: 2026-06-18
Chapter: 50화"네놈이...에레보스냐?"남자는 애드의 절박한 질문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가면 너머로 기분 나쁜 웃음소리만 흘려보낼 뿐이었다.그 기괴한 모습을 지켜보던 에리스가 남자 뒤편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날카롭게 몰아세웠다. “그래, 대답해! 어째서 네놈이 우리 아버님의 고유한 힘을 멋대로 쓰고 있는 거지?!”그 순간, 남자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에리스를 바라보았다. “……에리스.”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영혼을 짓개어버릴 듯한 소름 끼치는 압박감이 담겨 있었다. “내가 너에게…… 질문할 권리를 허락했던가?” 남자의 시선이 에리스에게 닿은 바로 그 순간, 에리스의 귀에 걸려 있던 흑요석 귀걸이가 살아있는 심장처럼 거칠게 맥동했다. 두근──! “헉……! 흑, 으윽……!”에리스의 몸이 순간적으로 발작하듯 크게 떨렸다.애드는 당황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분명 방금 전까지 카시안과 대등하게 맞붙던 기세 등등하던 여신이었다.그런데 지금의 그녀는, 마치 절대적인 포식자 앞에 놓인 공포에 질린 어린아이처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에리스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초점을 잃은 채 똑같은 사죄의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애드는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너희, 같은 편이 아니었던 건가?”남자는 발밑에서 공포에 질려 흐느끼는 에리스를 잠시 내려다보았다.그리고 천천히, 다시 애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가면 너머로 드러난 눈동자에는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광기가 일렁이고 있었다.“……일단은, 아주 소중한 ‘가족’이지.” “가족이라고……?”애드의 눈썹이 분노로 크게 꿈틀거렸다. 남자는 낮게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그래. 헬리오스와 네놈이 가식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가족이라면…….”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호선을
Last Updated: 2026-06-17
Chapter: 49화애드는 카시안의 등 뒤를 바라보며 감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신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괴물 같은 사내. 그런 존재가 자신의 스승이라는 사실에 가슴 벅찬 자부심이 차 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과연 저 대단한 사람에게 부족함이 없는, 부끄럽지 않은 제자인 걸까?’애드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깊은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카시안은 지금 말이 아닌, 자신의 몸과 검격으로 애드에게 검사의 길을 가르치고 있었다.검을 휘두르는 찰나의 타이밍, 호흡, 매서운 시선, 정밀한 발의 움직임.그리고 그 어떤 적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긍지 높은 자세까지.애드는 그 모든 가르침을 영혼에 새기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봤다.하지만 아무리 대륙 최강이라 불리던 카시안이라 해도, 육체의 한계가 명확한 ‘인간’이었다.시간이 흐를수록 노장의 호흡은 조금씩 거칠어졌고, 검을 움켜쥔 굳은살 박인 팔에도 아주 미세한 떨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에리스는 예리한 감각으로 그 자그마한 변화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챙──!!그녀가 카시안의 검격을 거칠게 튕겨 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슬슬 지쳤나 보네, 인간?”카시안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에리스를 매섭게 꿰뚫었다.그는 어떤 대답도 하지않았다.대신콰앙──!!아까보다 훨씬 더 묵직하고 파괴적인 검격으로 그녀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에리스는 이를 악물며 창대를 비틀었다.사실 당황하고 있는 쪽은 그녀였다.불화의 여신인 자신이, 그것도 다 늙어가는 인간 노인네 하나를 상대로 이토록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자존심이 상해 미칠 것 같았다. ‘대체 정체가 뭐야, 이 미친 노인네는……!’그렇게 다시 한번 창과 검이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부딪치려던 바로 그 순간. 스르륵─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더니, 검은 가면을 쓴 낯선 남자가 허공에서 한가운데
Last Updated: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