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Penulis: 석류좋아
박승현은 큰 짐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네 엄마가 춤을 못 추게 되었으니 오히려 잘됐어. 이젠 하나랑 경쟁할 사람이 없으니 말이야. 수석 무용수가 되는 건 하나의 꿈이었어. 넌 모르겠지만 그동안 나는 하나의 행복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했어. 심지어 내 몸을 직접 내던졌지...”

‘자기 몸을 내던졌다고?’

심소윤은 넋이 나간 얼굴로 그의 말을 들었다. 심장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8년 전, 심하나가 돌아오고 나서야 심소윤은 자신이 심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시 심소윤의 약혼자는 대놓고 파혼을 선언하며 심소윤을 영산시에서 쫓아내겠다고 을러메더니 곧바로 심하나와 결혼했다.

그렇게 심소윤은 하룻밤 사이에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전부 심소윤이 뻔뻔하게 남의 자리를 빼앗았다면서 그녀를 갖은 방식으로 모욕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심소윤이 심씨 가문의 재산을 노린다고 했다.

당시 박승현은 궁지에 몰린 심소윤을 찾아내 그녀에게 말했다.

“소윤아, 나랑 결혼하자. 앞으로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되어줄게.”

당시 그 말에 감동을 받은 심소윤은 박승현과 결혼했다.

심소윤은 박승현을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했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해외 수석 무용수의 스카우트 제안까지 거절했다.

그 후 심소윤은 심하나가 그 무용수의 제자가 되어 국내 수석 무용수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심소윤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것조차 박승현이 심하나를 돕기 위해서 벌인 일일지도 몰랐다.

결혼 후 박승현이 그렇게 잘해주는데도 항상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모든 건 심하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심하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박승현이 치밀하게 파놓은 함정이었던 것이다.

‘심하나를 위해 자기 몸을 내던졌다니 참 대단한 사랑이야.’

심소윤은 소리 없이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세상에 나 같은 바보가 또 있을까? 지난 8년 동안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농락당하다니.’

지난 8년 동안 심소윤은 그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

아들의 몸이 약해서 춤을 포기하고 의사가 되었고, 남편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그의 환심을 사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지금까지 늘 내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눈물 때문에 베개가 푹 젖어버렸다.

심소윤은 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려고 했으나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결국 다시 손을 내렸다.

감옥에 있을 때 수감자들은 그녀가 말을 듣지 않을까 봐 그녀의 오른손을 완전히 망가뜨렸고 그 탓에 심소윤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메스를 들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의사인데...’

심소윤은 그 손으로 차근차근 외과 과장이 되었다.

그런데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더는 메스를 들 수 없게 되었다.

쨍그랑.

테이블 위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밖에서 대화 소리가 멈추고 박승현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박승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심소윤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소윤아, 깼어? 수술은 성공적이야.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

박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준수한 그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만약 조금 전 그 대화를 듣지 못했다면 심소윤은 틀림없이 박승현의 표정을 보고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박유민은 심소윤의 침대 앞에 서서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물 마시고 싶어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예전이었다면 심소윤은 행복해했을 것이다.

남편은 그녀를 애지중지했고 일찍 철이 든 아들은 그녀를 잘 챙겨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위선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역겨웠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에게 농락당한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심소윤은 코끝이 찡하면서 팔다리가 다 아팠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 창백한 얼굴로 아련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 박승현은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꼬리가 붉었다.

“소윤아,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어? 내가 의사 선생님께 한 번 더 검사해달라고 할까? 걱정하지 마. 위증한 사람은 내가 꼭 찾아낼게. 너 억울하지 않게.”

심소윤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굴러떨어졌다.

그녀는 잠깐 동공이 흔들리며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

박승현과 박유민이 연기를 너무 잘하는 탓에 심소윤은 그들에게 깜빡 속아 넘어가서 모든 걸 잃은 지금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발견했다.

심소윤은 덤덤한 얼굴로 시선을 내려뜨리며 평소와 다르게 그에게 따져 물었다.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위증한 사람을 못 찾은 거야? 그리고 내 손과 다리는 나을 수 있는 거야?”

사실 심소윤은 그들에게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었다.

심소윤의 목소리가 병실 안에서 또렷이 울려 퍼졌고, 박승현은 잠깐 당황하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소윤아, 내가 최선을 다해 복수해 줄게. 그리고 네 손도 꼭 치료해 줄게.”

박유민은 침대에 기댄 채 심소윤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당기며 말했다.

“엄마, 슬퍼하지 말아요. 국내 의료 기술이 별로라서 그래요. 그래서 아빠가 해외 최고 의료팀을 모셔 왔어요!”

기술이 별로인 탓일까? 아니면 그들이 일부러 시간을 끌었기 때문일까?

심소윤은 갑자기 맥이 빠졌다. 그녀가 감옥에서 3개월 동안 힘들게 버틴 이유는 출소하여 두 사람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두 사람이 그녀의 뒤통수를 쳤다.

“됐어.”

심소윤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박승현의 표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는 진짜 뺑소니범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그리고 위증한 사람을 찾아내서 내 결백함을 증명할 거야.”

박승현은 아주 잠깐 티 나지 않게 멈칫했다.

“소윤아, 너 그렇게 집요한 사람은 아니었잖아.”

박승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조금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최대한 복수를 도와줄게. 하지만 나는 네가 증오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아. 우리끼리 잘 살면 되잖아. 안 그래?”

심소윤은 너무 괴로워 오히려 모든 것에 무감각해질 것만 같았다.

그들이 그녀의 삶을 망가뜨려 놓았는데 어떻게 잘 산단 말인가?

“엄마, 엄마가 장애인이 된다고 해도 저랑 아빠는 엄마를 싫어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원망과 증오는 그만 내려놔요.”

박유민이 말했다.

그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잔인하게 굴었다.

심소윤은 그들의 연민 따위 원치 않았다. 심소윤이 뭐라고 말하려는데 마침 박승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 순간 박승현의 차갑던 눈빛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심소윤은 울적한 마음으로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꽤 되었고 박승현은 늘 그녀에게 잘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심소윤에게 은근히 냉담했다.

심소윤은 박승현이 웃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저 그녀 앞에서만 웃지 않을 뿐이었다.

전화를 끊은 뒤 박승현은 미안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윤아, 유민이 학교에 일이 좀 생겼어. 나는 유민이 좀 데려다주고 올게.”

심소윤은 고개를 숙였다.

박승현은 심소윤의 청력이 굉장히 좋다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

비록 소리가 아주 작았지만 심소윤은 전화 너머로 여자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승현 오빠, 나 무대 끝났는데 데리러 와줄래? 내가 밥 사줄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심소윤이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여자는 바로 심씨 가문의 친딸 심하나였다.

심하나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라 부모님뿐만 아니라 상류층 사회에서도 굉장히 사랑받았다.

심소윤은 마음이 차게 식으면서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녀는 박승현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이잖아.”

박승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박유민에게 눈치를 주었고, 박유민은 그의 눈빛을 읽고 빠르게 말했다.

“학교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있거든요. 엄마, 저 열심히 할게요. 다 나으면 꼭 보러 와요.”

서툰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박승현도 상당히 짜증 나 보였다.

심소윤이 장애를 가지게 되어 더는 뭔가를 이뤄낼 수 없다는 걸 알고서 이제는 굳이 연기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심소윤은 씁쓸한 기분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봐.”

박승현의 미간이 펴졌다. 그는 심소윤을 위해 우유를 한 잔 따라주었다.

“소윤이 너 우유 좋아하지? 이거 마시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말을 마친 뒤 박승현은 아주 빠르게 박유민을 데리고 떠났다.

매우 안달 난 모습이었다.

심소윤은 우유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었다.

애초에 우유를 좋아하는 건 그녀가 아니었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제30화

    심소윤은 속으로 웃었다.‘사랑해 주고 아껴줬다고?’박승현은 거짓말로 그녀를 속이더니 이제는 본인조차 본인이 지어낸 거짓말을 그대로 믿어버린 듯했다.이렇게 황당무계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다니.심소윤은 그와 쓸데없이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가기 싫어? 그러면 내가 가서 얘기할게.”심소윤은 곧장 박건형의 방으로 걸어갔다.박유민은 눈이 빨개진 채 심소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심소윤은 아까부터 그의 말을 무시했다. 설마 정말로 그를 버릴 생각인 걸까?‘아니, 그럴 리가 없어. 하나 이모가 그랬잖아. 엄마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아빠한테 화가 나서 이런 짓들을 하는 거잖아. 아빠는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버는데 엄마는 가출이나 하고 말이야. 사실은 그냥 나랑 아빠한테서 관심을 받고 싶은 거잖아. 정말 유치해. 나는 절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거야! 그러면 오히려 기고만장해질 테니까!’박승현은 심소윤의 결연한 뒷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불안함을 느꼈다.그는 짜증 난 얼굴로 그녀를 따라가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집사가 다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박승현을 향해서 외쳤다.“큰일이에요. 어르신께서 쓰러지셨어요!”박승현이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심소윤도 순간 걱정이 돼서 다급히 위로 올라갔다.몇 분 뒤, 차 한 대가 박승현의 본가에서 나와 빠르게 병원으로 달려갔다....응급실 밖에서는 심소윤과 박승현, 박유민, 심하나가 있었다.박승현의 부모님이 빠르게 도착했다.박승현의 엄마 김선화는 심소윤이 보이자 다짜고짜 그녀의 뺨을 때렸다.심소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그대로 뺨을 맞았다.“아버님은 네가 집에 오자마자 병원으로 실려 오셨어. 이게 다 재수가 없는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 아버님이 응급실로 실려 온 거라고!”심소윤이 뺨을 맞자 박승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어머니, 할아버지께서는 갑자기 쓰러지신 거예요. 소윤이랑은 상관없어요.”박승현이 보기 드물게 심소윤의 편을 들었다. 가녀린

  •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제29화

    박승현과 심하나는 동시에 박유민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심소윤을 발견한 박승현은 이내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코웃음을 쳤다.심소윤은 박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내놓기 싫어서 이곳에 왔을 것이다.심하나는 씩 웃으면서 심소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언니, 나는 언니가 올 줄 알았어. 박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면 얼마나 좋아? 춤을 출 필요가 없었다면 나도 그냥 가정주부로 살고 싶었을 거야!”심하나는 웃는 얼굴로 심소윤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그날 봤던 그 남자는 돈도 없어 보이던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 수준 낮은 남자를 이용해서 형부 신경을 긁을 필요는 없어.”심소윤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달싹거렸는데 박승현이 먼저 선수를 쳤다.“잘못을 알았으면 앞으로는 가정에 충실해. 그리고 다시는 그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랑 만나지 마.”박승현의 눈빛이 차가웠다. 심하나의 말을 들은 그는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싸늘한 얼굴로 심소윤을 바라보았다.그는 늘 고분고분하던 심소윤이 다른 남자를 이용해서 자신을 화나게 할 줄은 몰랐다.그래도 어제의 협박이 먹혔는지 심소윤은 다시 돌아왔다.그러고 보면 심소윤은 절대 그를 떠날 수 없었다.심하나는 마치 아주 친한 친구처럼 박승현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언니는 그냥 잠깐 토라졌던 것뿐이야. 여자들은 다 그래. 이제 언니도 잘못을 깨닫고 돌아왔으니 오빠도 표정 풀어.”심하나를 바라볼 때 박승현의 차갑던 눈빛이 살짝 부드러워지면서 표정도 풀어졌다.“너는 쟤를 언니로 생각하지만 쟤는 언니로서의 자각이 눈곱만큼도 없어.”심소윤은 말없이 두 사람을 지켜보며 속으로 그들을 비웃었다. 역겨움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이때 박유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심소윤의 고막을 때렸다.“왜 돌아온 거예요? 장애인인 데다가 감옥까지 갔던 사람이 우리 엄마라는 걸 제 친구들이 안다면 분명히 비웃음을 당할 거예요!”박유민의 말이 소리 없이 심소윤의 마음을 찔렀다.박승현에게는 냉담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열 달

  •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제28화

    “그러면 부탁할게. 고마워, 누나.”조금 미묘하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어두운 조명 아래서 밤처럼 까맸고, 그 안에서는 강렬한 소유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누나, 누나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그의 눈빛에 지레 겁을 먹은 심소윤은 시선을 내리며 도망치듯 주방으로 들어갔다.고찬솔이 주방으로 따라 들어가 문틀에 기댄 채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서 바삐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무심하게 말했다.“내가 도와줄까?”“괜찮아.”심소윤은 요리할 때 곁에 누군가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그동안 심소윤이 가정주부로 살면서 박승현이 주방에 들어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가사도우미를 쓰지도 않았다.그녀는 혼자 요리하는 것이 익숙했다.“그래.”고찬솔이 대답했다.살짝 올라간 끝 음이 미묘하게 느껴졌다. 고찬솔은 그와 아주 가까이 서 있었다.화들짝 놀란 심소윤은 잠깐 방심해서 실수로 손을 벴고, 바로 헛숨을 들이키며 빠르게 손을 거두어들였다.검지에 작은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왜 그래?”고찬솔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만사에 무심했던 고찬솔이 지금 이 순간 살기를 내뿜는 것 같았다.“괜찮아. 그냥 작은 상처일 뿐이야.”심소윤은 입꼬리를 올리며 쑥스러운 듯이 웃으면서 손을 빼내려고 했다.고찬솔은 심소윤의 손을 꼭 잡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움직이지 마.”거절하지 말라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아주 낮은 목소리였다.심소윤은 움직이지 않았다.고찬솔은 심소윤을 데리고 거실로 향하더니 능숙하게 TV 쪽에 있는 서랍 안에서 약상자를 꺼냈다.심소윤은 당황했다.약상자는 아마도 집주인이 놓고 갔을 것이다. 그런데 고찬솔은 약상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아는 것일까?심소윤이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손끝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고 곧이어 약 때문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심소윤은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제27화

    박승현의 말에 심소윤은 당황했다.심소윤이 박승현과 결혼하게 되었을 때 박씨 가문들 모두 그녀를 싫어했는데 오로지 박승현의 할아버지 박건형만이 그녀에게 잘해주었다.박승현이 난감하지 않게 심소윤은 먼저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결혼 사실을 사람들에게 숨기겠다고 했다.박건형은 심소윤에게 미안해서 그녀를 서재로 불러 박씨 가문 대대로 전해지는 목걸이를 그녀에게 주었다.당시 박건형이 말했다.“소윤아, 미안하다. 앞으로는 이 할아버지가 네 편이 되어주마. 그러니까 절대 승현이랑 이혼하지 말아 줘. 알겠지?”박건형은 박씨 가문에서 유일하게 심소윤에게 잘해준 사람이었다.감동을 받은 심소윤은 그 자리에서 바로 그와 약속했다.그리고 심소윤은 박유민이 태어났을 때 그 목걸이를 박유민에게 주었다.창문이 열린 상태라 심소윤의 귓가에서 바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넋을 놓고 있던 심소윤은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박건형과 약속했을 때 심소윤은 그 결혼 자체가 사기였다는 걸 몰랐다.이제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지칠 대로 지쳤으니 그런 의미 없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자신을 희생할 수는 없었다.심소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덤덤히 대꾸했다.“할아버지한테는 내가 얘기할 거야.”박승현은 침묵했다.그러나 곧이어 박승현이 작은 목소리로 조롱하듯 말했다.“역시 연기하는 거 맞았네. 네가 그렇지, 뭐.”심소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박승현은 코웃음을 치더니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빈정댔다.“할아버지 앞에서 불쌍한 척하면서 네 편을 들어달라고 애원할 생각인 거지? 결국에는 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신분과 박씨 가문의 권력을 잃기 싫은 거잖아. 그게 아니면 왜 굳이 할아버지를 찾아가 따로 얘기하겠어? 심소윤, 너의 이런 얕은 수작들은 나를 더 질리게 할 뿐이야.”박승현의 날 선 목소리에 심소윤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어차피 그녀는 떠날 것이다. 그래서 설명하는 것마저 피곤했다.심소윤이 대답하지 않자 박승현은 싸늘하게 협박했다.

  •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제26화

    영산시에는 최근에 대형 프로젝트가 없었고 이 파티도 그저 평범한 투자 유치를 위한 행사일 뿐인데 정연석이 왜 이 파티에 참석한 것일까?서씨 가문은 뭘 하려는 걸까?파티장 밖, 박승현과 심하나는 경비원에게 쫓겨났다.조금 전 그 상황을 떠올린 박승현은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의 눈빛이 음산하게 번득였다.그는 심하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홀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한 뒤 고찬솔을 떠올린 박승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심소윤이 일부러 그를 화나게 하려고 고찬솔을 데리고 간 건 알지만 고찬솔은 그조차도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심소윤처럼 멍청한 사람이 고찬솔에게서 뭘 얻어낼 수 있단 말인가?박승현은 심소윤이 고찬솔 같은 질 낮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박승현은 이를 악물더니 심소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심소윤도 파티장에 오래 있지 않고 금방 집으로 돌아갔다.차에 탄 뒤, 고찬솔은 심소윤이 추워할까 봐 걱정되어 초가을인데도 불구하고 히터를 켰다.히터 때문에 심소윤의 두 볼이 빨개졌다.차 안에서는 시원한 우드 향기가 났는데 심소윤은 고찬솔에게서 그 향을 맡아본 적이 있었다.묘하게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향이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한동안 고요했다.한참 뒤 고찬솔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누나 오늘 엄청 예뻐.”다정한 말투와 살짝 올라간 끝 음 때문에 그 말이 유난히 미묘하게 들렸다.심소윤은 순간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음이 심란해졌다.그녀는 예쁘다는 말이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했다.지금까지 그녀를 예쁘다고 칭찬한 사람은 없었다.춤을 출 때는 다들 그녀의 춤 선만 신경 써서 그녀에게 춤을 잘 춘다고 칭찬해 줬다.가족들도, 결혼 후 박승현도 그녀에게 예쁘다고 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그녀의 아들은 그녀가 늙은 아줌마 같다고 했다.심소윤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고찬솔을 바라보았다. 고찬솔의 옆얼굴은 선이 뚜렷했고 웃지 않을 때는 고고함

  • 복수는 오빠들이 해줄게   제25화

    박승현은 짜증이 치밀어올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조세민 씨, 저는 조세민 씨 아버님이 초대한 귀한 손님입니다. 그리고 조씨 가문과 우리 박씨 가문은 실력이 엇비슷하죠. 그런데 이런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한마디 했다고 저를 쫓아내려는 겁니까? 아버님께는 어떻게 설명하시려고 그러죠?”게다가 오늘 그가 알아낸 소식에 의하면 서씨 가문의 사람도 오늘 이 파티에 참석한다고 한다.아직 그 사람을 보지도 못했는데 돌아갈 수는 없었다.조세민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박씨 가문은 최근 몇 년간 급부상한 신흥 재벌로 쉽게 말하자면 졸부였다. 그들처럼 몇 대에 걸쳐 기반을 쌓아온 재벌들 중에는 박씨 가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그러나 박씨 가문은 현재 업계에서 엄청난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그리고 박씨 가문과 협력한 기업들은 모두 막대한 이익을 거뒀기에 그들도 마지못해 그들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만약 정말로 그를 내쫓는다면 박씨 가문과 척을 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세민의 아버지가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조세민은 조심스럽게 고찬솔의 눈치를 살폈다.그는 고찬솔의 체면도 생각해야 했다.고찬솔은 냉정하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제가 아버님께 대신 얘기 드리겠습니다.”갑자기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금테 안경을 낀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차가운 분위기의 소유자로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박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누구십니까?”남자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정연석입니다.”심소윤과 고찬솔을 제외한 사람들의 안색이 살짝 달라졌다.“세상에, 서온 그룹 사람 아니에요?”그들이 꽤 오랫동안 다투고 있었기에 주위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서온 그룹이요? 설마 그 서씨 가문이 운영하는 서온 그룹이요?”“당연하죠. 세상에 또 다른 서온 그룹이라도 있나요? 서온 그룹은 세계 최고 부자라 전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재력을 지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