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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ผู้เขียน: 석류좋아
박승현이 너무 황급히 떠난 탓에 그의 지갑이 바닥에 떨어졌다.

심소윤은 귀신에 홀린 듯이 그의 지갑을 주웠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심소윤은 박승현이 낡은 지갑을 쓰는 걸 보고 오랫동안 돈을 아껴 자신의 돈으로 지갑을 사서 박승현에게 선물로 주었다.

당시 박승현은 표정은 차가웠지만 감동한 듯이 말했다.

“이건 네가 내게 준 첫 선물이니까 평생 소중히 간직할게.”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그 지갑은 그녀가 선물로 준 지갑이 아니었다.

그가 쓰고 있는 것은 여전히 그때의 그 낡은 지갑이었다.

지갑을 열어 보니 사진 한 장이 보였다.

그것은 심하나와 박승현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몇 년 전에 찍은 사진인 것인지 사진 속 두 사람은 매우 젊어 보였다.

심하나는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박승현을 다정하게 끌어안은 채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고, 박승현은 따스한 눈빛을 한 채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에는 이어 붙인 흔적이 있었다.

박승현이 심하나의 결혼사진을 가위로 잘라서 자신의 사진과 이어 붙인 것이다.

심소윤은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는 박승현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눈에 거슬렸다.

결혼한 지 꽤 되었지만 박승현은 단 한 번도 다른 평범한 부부들처럼 그들의 결혼사진을 침대맡에 놓은 적이 없었다.

박승현은 사랑은 마음속에 숨겨둬야 한다고 했었다.

심소윤은 이제야 깨달았다. 박승현은 심소윤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곁에 서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가 결혼하고 싶었던 상대는 오로지 심하나뿐이었다.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는 박승현의 힘 있는 필체로 ‘가장 사랑하는 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날은 심소윤과 박승현이 결혼한 날이자 심하나가 해외로 떠난 날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심소윤은 침대에 누운 채로 소리 없이 웃었다.

사람들은 심소윤이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다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편을 두었다고 하면서 부러워했다.

그러나 사실 박승현이 매일 그리워하며 절대 잊지 못하는 사람은 심소윤의 동생이었다.

날이 저물 때까지도 박승현과 박유민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소윤은 문득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녀가 수년 동안 이어온 비참한 결혼생활을 이젠 끝내야 할 때가 왔다.

심소윤은 창문 앞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빠, 저 결정했어요. 저 집으로 돌아갈게요.”

1년 전, 심소윤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 왔었고 그제야 심소윤은 자신이 고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뭔가를 떠올린 심소윤은 잠깐 뜸을 들였다.

“지금은 아니고 3개월 뒤에 갈게요.”

3개월 뒤면 할머니의 기일이었다.

심씨 가문에서 심소윤에게 잘해준 사람은 할머니뿐이었기에 심소윤은 영산시를 떠나기 전 할머니와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셈이었다.

3개월이면 건강을 회복하고 박승현과 이혼하기엔 충분할 것이다.

...

해외의 맨드 별장.

세계 최고 부자인 서씨 가문에서 정장을 입고 있는 고고한 얼굴의 남자가 전화를 끊은 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세 사람을 향해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동생이 집으로 돌아오겠대!”

...

몸이 나은 뒤 심소윤은 퇴원했다.

목발을 짚어야 하는 심소윤의 모습을 보고 박승현은 안타까운 듯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소윤을 부축하여 거실 소파에 앉힌 뒤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

“다 지나간 일이야. 소윤아, 앞으로 우리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면 돼.”

‘행복? 나를 기만해 놓고 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박유민이 쪼르르 달려와 심소윤에게 안겼다.

“엄마, 퇴원 축하해요!”

박유민이 자신의 다친 손을 누르자 심소윤은 헛숨을 들이켰다.

박유민이 황급히 일어났지만 그의 눈빛에서 미안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죄송해요, 엄마. 괜찮아요?”

심소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아직 두 사람과 사이가 틀어지는 걸 원치 않았으나 그들의 연기에 어울려주는 것도 귀찮았다.

박승현과 박유민이 거실에서 TV를 보는 사이, 심소윤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의 것들을 전부 챙겨가거나 없애버릴 생각이었는데 찾아보니 애초에 그녀의 것들은 얼마 없었다.

심소윤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미 예견했던 결과였다.

그녀는 이 집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박승현과 박유민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출소 전 박승현에게 보관해달라고 맡겼던 목걸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심소윤에게 남겨준 유품이었고, 이 집에서 유일하게 심소윤이 가져갈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 목걸이가 사라졌다.

“엄마, 하나 이모가 엄마를 보러 왔어요!”

박유민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자 심소윤은 생각을 멈추고 거실로 나갔다. 그녀는 심하나가 웃는 얼굴로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온 걸 보았다.

심하나는 아주 환하게 웃으며 자기 집인 것처럼 편하게 소파에 앉아 들뜬 얼굴로 그들과 얘기하고 있었다.

거실 분위기는 매우 유쾌했다.

그러나 심소윤이 거실로 나오는 순간, 심하나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고 그 탓에 거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심소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심하나는 일부러 박승현과 떨어져 앉으면서 말했다.

“언니, 오해하지 마. 나랑 형부는 친구 같은 사이니까 질투하지 않아도 돼.”

박승현은 조금 차가운 표정으로 은근히 짜증을 내며 말했다.

“너 퇴원한 거 알고 너 보러 왔대.”

심소윤은 시선을 내려뜨리더니 두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그들과 조금 멀리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그들과 괜히 다투고 싶지 않았기에 심소윤은 그저 못 본 척했다.

“언니,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심하나가 박스를 들고 심소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언니 예전에 이런 거 좋아했었잖아...”

박스를 열자 안에 무용복이 들어있는 게 보였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던 스타일의 무용복이었다.

심소윤의 동공이 순간 심하게 흔들렸다.

이제 그녀의 다리로는 평생 춤을 출 수 없는데 심하나는 선물이라며 그녀에게 무용복을 주었다.

“하나야, 나는 무용복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심소윤이 덤덤히 말했다.

“아.”

심하나는 그제야 깨달은 듯이 입을 가리며 심소윤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깜빡했어. 정말 미안해, 언니. 내가 워낙 남자 같은 면이 있어서 말이야. 다른 여자들처럼 세심하지 못해. 혹시 화가 난 건 아니지?”

심소윤은 무심하게 웃으며 시선을 들어 심하나를 바라보았다.

심하나의 눈빛에서 악의를 읽어낸 심소윤은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나는 춤을 안 춘 지 오래됐으니까. 네 선물은 더 이상 필요가 없네. 네가 입어.”

이제 심소윤에게는 선물도, 아들과 남편도 필요가 없었다.

심하나는 싱긋 웃으며 선물을 내려놓았고, 심소윤은 그제야 심하나가 한 목걸이를 보았다.

그 목걸이는 심하나가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서 흔들거렸다.

그 순간, 심소윤은 두 눈이 커지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심하나가 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할머니가 심소윤에게 주었던 그 목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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