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집 안은 어두웠다.자인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이혼 서류는 그가 그대로 두고 간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몇 시간째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방 안은 차가웠지만, 그는 그것조차 느끼지 못했다.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한참 전부터 같은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네리사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생각했다.이미 해봤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메시지도 전송되지 않았다.그에게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조비를 제외하면.자인은 망설였다.조비는 밴스의 경고를 자신에게 전했다.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충동부터 참아.그 말이 머릿속에 울렸다.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밴스가 없었다.밴스는 네리사와 함께 있었다.그리고 자인은 그렇게 생각했다.밴스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고.그는 결국 조비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째 벨이 울리기도 전에 그녀가 받았다."자인?"부드러운 목소리였다.걱정이 묻어났다."네리사가 나랑 이혼한대."자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오늘 서류가 왔어. 정말로 이혼하려고 해."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조비가 말했다."내가 갈게.""조비—""20분이면 도착해."그녀는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자인은 어둠 속에 그대로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30분쯤 지났을 때 현관문이 열렸다.조비가 안으로 들어왔다.잠옷 위에 코트를 걸친 차림이었다.볼록하게 나온 배가 눈에 들어왔다.풀어 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는 자인을 바라봤다.아직 회사에서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조비는 문을 닫고 잠갔다."자인."그가 고개를 들었다.조비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두 팔을 뻗어 그를 끌어안았다.그 순간 자인이 무너졌다.몸이 떨렸다.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흐느꼈다.그는 조비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조비는 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난 널 떠나지 않을 거야.
화요일이었다.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자인은 우편함에서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발신인은 법률 사무소였다.봉투를 열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손끝이 차갑게 식었다.그는 부엌으로 들어가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리고 마침내 봉투를 열었다.내용은 지나치게 공식적이고 냉정했다.혼인관계 해소 청구서.그녀의 이름.자신의 이름.두 사람이 결혼한 날짜와 별거를 시작한 날짜까지 적혀 있었다.한 번 읽었다.그리고 다시 읽었다.글자가 점점 흐려졌다.그는 결혼식을 떠올렸다.신부 입장에서 걸어오던 네리사를.자신만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을.마치 자신이 그녀의 세상 전부인 것처럼 바라보던 그 눈.그때의 자인은 세상을 다 가진 남자 같았다.그런데 이제 그녀가 끝내려 하고 있었다.종이 한 장으로.변호사의 서명이 찍힌 서류 한 장으로.자인은 식탁 의자에 털썩 앉았다.눈앞에 이혼 서류가 놓여 있었다.그는 울지 않았다.그저 아무것도 없는 곳을 바라봤다.바깥의 빛이 서서히 사라지고, 부엌 안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다음 날 아침, 아스테라 스파이어네리사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고개를 들자 자인이 서 있었다.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옷은 구겨져 있었다.마치 그 옷을 입은 채 밤을 지새운 사람처럼.아니.아마 정말 한숨도 자지 못했을 것이다."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어?"네리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사람들이 날 네 남편이라고 알아봤어. 그래서 들어올 수 있었어."네리사의 표정이 굳었다."이제 아니야."그 말에 자인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네리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그와 거리를 두었다."서류 받았어.""응.""정말 이혼할 거야?""응."자인이 한 걸음 다가왔다.네리사는 돌아서서 손을 들어 막았다."오지 마."그가 멈췄다.턱이 굳게 다물렸다."네리사, 제발. 우리 다시—""고칠 건 없어."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당신은 선택했어.
월요일 아침은 잿빛으로 차갑게 시작됐다.네리사는 손에 서류를 든 채 밴스의 집무실 앞에 서 있었다.최대한 그를 피하고 싶었다.하지만 일은 그녀에게 아침부터 그와 마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천막에서 있었던 일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날 밤의 온기.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그 모든 것을.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마신 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문을 열었다.밴스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정장 재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는 익숙한 가면이 돌아와 있었다.그녀가 들어오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찰나였다.아주 짧은 순간, 그의 눈빛에 무언가가 스쳤다.그러나 곧 사라졌다."해링턴 프로젝트 예상 자료입니다."네리사는 서류를 내밀었다."서명이 필요해서요."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리사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서류를 내려놓았다.밴스는 펜을 들어 서명했다.두 사람의 손가락은 닿지 않았다.그때 문이 열렸다.한 여자가 들어왔다.우아했다.빈틈 하나 없이 단정한 모습.회색 머리는 매끄럽게 틀어 올려져 있었고,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무엇 하나 놓치지 않을 듯 날카로운 눈빛.밴스의 어머니였다.그녀는 처음부터 네리사를 보지 않았다.아들을 바라봤다.그다음 책상 위의 서류를 보았다.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까지."어머니."밴스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다.하지만 펜을 쥔 손은 멈춰 있었다."흥미로운 걸 하나 받았단다."그녀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그리고 뒤에서 문을 닫았다."사진 한 장을 말이야."밴스의 턱이 굳었다.그가 네리사를 바라봤다."설리번 씨. 이제 가봐도 됩니다."짧고 단호한 명령이었다.동시에 그녀를 보호하려는 말이기도 했다.네리사는 알아들었다.서류를 집어 들었다."알겠습니다, 밴스."그녀가 문으로 향했다.그런데 밴스의 어머니가 옆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길을 막았다.위협적인 행동은 아니었다.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가지 말아요."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빛이 천막 사이로 스며들었다. 희미하고 부드러운 빛이었다.가장 먼저 잠에서 깬 건 밴스였다.무엇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새들의 지저귐 때문인지, 아니면 가슴에 닿아 있는 낯선 온기 때문인지.그가 눈을 깜빡였다.천막의 천장.몸 아래 깔린 침낭.그리고 따뜻함.그녀가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네리사의 머리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고, 한 손은 그의 가슴 위에 얹혀 있었다. 정확히 심장이 뛰는 자리였다. 몸은 그의 옆구리에 꼭 붙어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였던 것처럼.그는 자신이 그녀를 끌어안았던 기억이 없었다.하지만 분명 그랬을 것이다.잠결에 그의 팔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손은 그녀의 등에 닿아 있었다. 침낭 아래에서는 두 사람의 다리가 엉켜 있었다.밴스는 그대로 굳었다.그녀의 숨소리는 느리고 고요했다.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그의 팔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평온한 얼굴이었다.평소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호숫가에서 보았던 그 여자와 닮아 있었다. 다시 가면을 쓰기 전의 그녀.그는 움직여야 했다.그녀를 깨워야 했다.엉켜 있는 몸을 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대신 다시 눈을 감았다.잠시만.그녀의 무게를 느끼기 위해서.따뜻함을 느끼기 위해서.이 고요한 순간을 조금만 더 느끼기 위해서.그때 그녀가 몸을 움직였다.밴스의 몸이 굳었다.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을 조금 더 눌렀다. 얼굴이 그의 목 쪽으로 돌아갔다.그녀가 잠결에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작은 소리였다.그리고 다시 편안하게 자리 잡았다.그는 숨을 참았다.그러다 천천히 팔에 힘을 주었다.반사적으로.본능적으로.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그녀가 움직였다.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리고 눈을 떴다.네리사는 몇 번 눈을 깜빡였다.자신의 가슴 앞에 있는 그의 몸을 보았다.자신의 손이 그의 심장 위에 놓여 있는 것
몇 분 후, 밴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어두운 색의 트레이닝 팬츠와 부드러운 회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아직 젖어 있었고, 끝부분은 살짝 말려 있었다.그는 네리사 옆의 통나무에 앉았다. 모닥불빛이 그의 옆얼굴을 비췄다. 아직도 뺨에는 옅은 홍조가 남아 있었다.네리사가 컵 하나를 건넸다.“따뜻한 초콜릿이에요.”밴스가 컵을 내려다봤다.“초콜릿까지 가져왔어?”“캠핑 필수품이죠.”그가 컵을 받아 들었다.손가락이 스쳤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말없이 초콜릿을 마셨다.따뜻하고 진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네리사는 좋은 초콜릿을 가져왔다. 어렸을 때 추운 밤이면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것과 같은 종류였다.“맛있네.”“엄마 레시피예요.”밴스가 그녀를 바라봤다.“어머니 이야기는 한 번도 안 했잖아.”“물어본 적 없잖아요.”그는 잠시 조용히 있었다.그러다 말했다.“말해줘.”네리사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소소한 이야기들이었다.일요일이면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팬케이크.매년 봄이면 정성스럽게 가꾸던 정원.그리고 네리사가 자전거에서 넘어져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않겠다고 울먹였을 때, 세상이 떠나가라 웃었던 어머니의 모습까지.밴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정말로 귀 기울였다.그녀가 데이터와 전망치, 자신에게 중요한 일들을 이야기할 때처럼.네리사가 이야기를 마치자 그가 조용히 말했다.“너랑 닮았네.”네리사가 그를 바라봤다.“뭐가요?”“자유로운 모습.”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네가 웃을 때. 아무것도 연기하지 않을 때.”네리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다시 초콜릿을 마셨다.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냈고, 어둠 속에서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시간이 흐르자 불은 어느새 잔불만 남았다.초콜릿도 다 마셨다.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네리사가 하늘을 올려다봤다.별들이 아까보다 훨씬 선명했다.어
그러더니 그녀가 그를 힘껏 밀어냈다.그리고 그대로 헤엄쳐 달아났다.“마지막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꼴찌!”네리사가 뒤돌아보며 외쳤다.밴스는 균형을 잃고 허우적거렸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네리사가 해변을 향해 한참 앞서 나간 뒤였다.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리고 웃었다.진짜 웃음이었다.평소의 그에게서는 보기 힘든, 크고 예상치 못한 미소.이내 밴스도 그녀를 따라 헤엄쳤다.네리사가 먼저 물가에 도착했다.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어깨에 둘렀다. 그리고 호수를 향해 돌아섰다.밴스는 아직 물속에 있었다.그는 길고 일정한 동작으로 그녀를 향해 헤엄쳐 오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팔이 물살을 가르며 힘차게 움직였다.네리사는 그가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봤다.움직임 하나하나를.마지막 햇빛이 그의 어깨선을 스치는 모습까지.그리고 가까워질수록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까지.밴스가 천천히 물 밖으로 올라왔다.얼굴을 타고 물이 흘러내렸고, 젖은 셔츠는 가슴에 달라붙어 있었다.그는 네리사 앞에 멈춰 서서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반칙했어.”“제가 이겼어요.”“난 준비가 안 됐어.”“호수 한가운데서 저만 쳐다보고 있었잖아요. 그건 제 잘못이 아닌데요.”밴스가 입을 열었다.그러다 다시 닫았다.눈빛에 무언가가 스쳤다.당황스러움일까.아니면 인정일까.네리사가 다른 수건을 내밀었다.“여기요. 얼어붙기 전에 닦아요.”밴스가 수건을 받아 들었다.그 순간 두 사람의 손가락이 살짝 닿았다.어느 쪽도 바로 손을 거두지 않았다.밴스는 얼굴과 머리카락, 목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네리사는 그 모습을 숨기지 않고 바라봤다.밴스가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움직임을 멈췄다.수건을 든 채 그녀를 바라봤다.“왜?”“아무것도 아니에요.”네리사가 웃었다.“물에 빠진 CEO 같아서요.”“나도 물에 빠진 CEO가 된 기분이야.”“캠핑이 원래 그런 거예요. 불편해야 제대로 즐기는 거죠.”밴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