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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수산월
대하진은 두 모녀와 몇 마디 잡담을 나누고 물러났다. 안채를 나섰지만 떠나지 않고, 오히려 돌아 안채 옆으로 갔다.

방 안 모녀의 대화가 창문 너머로 들려왔다.

“언니를 우리 집에 얼마나 더 둘 거예요? 왜 빨리 돌려보내지 않아요? 다른 규수들 앞에서 내가 얼굴을 들 수가 없잖아요.”

이어서 대만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아이를 너무 싫어하지 마라. 어차피 네 오라비의 첩이 될 몸이니.”

“진짜로 오라버니께 시집보낼 생각이세요?”

사미정이 놀라 소리쳤다.

그녀의 오라버니는 젊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아직 관직이 높지는 않았지만, 미래가 전망했기에, 하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대만여는 사미정을 흘겨보았다.

“그 아이의 신분으로 어찌 네 오라비의 정실부인이 될 수 있겠느냐. 네 오라비에게는 고귀한 사대부 집안의 여식이 어울린다.”

“어머니의 말씀은...”

“대씨 가문은 대대로 장사를 해왔고, 특히 내 오라버니, 하진의 아버지 손에서 더욱 번성하여, 돈이 산처럼 쌓여 있다. 게다가 그 집안에는 아들이 없어, 하진이 시집올 때 혼수가 엄청날 것이다. 그때 네 오라비에게 그 아이를 첩으로 들이게 하여, 그 혼수를 모두 우리 가문의 것으로 만들게 할 참이다.”

대하진은 대만여의 조카이기에, 첩이 되면 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이지만, 대만여는 탐욕이 앞서, 자기 아들은 고귀한 집안의 여식을 부인으로 맞이하게 하면서, 하진을 첩으로 들여 하진의 풍족한 혼수까지 노릴 생각이었다.

대만여는 사미정의 곁으로 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쿡 찔렀다.

“어미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겠느냐? 너도 나이가 적지 않다. 저 아이가 우리 집안에 있으면 네가 시집갈 때도 풍족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사미정은 대만여의 소맷자락을 잡고 웃었다.

“저를 아끼시는 것은 어머니뿐입니다. 오라버니의 첩이 될 수 있는 것을 오히려 영광으로 느껴야 할 것입니다.”

사미정은 멈칫하더니 말했다.

“언니가 자존심이 강한데, 싫다고 하면 어쩌죠?”

“하늘에 오를 사다리가 없는데 무슨 수로 별을 따겠느냐? 자존심이 강하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 아이가 우리 집안에 들어온 이상, 그 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여기까지 말한 대만여는 덧붙였다.

“육씨 가문에 가서는 입조심을 해야 한다.”

“염려 마십시오.”

육씨 가문의 문턱은 하도 높아, 사준영과 육완아의 혼사가 확실해지기 전까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규안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

“부인께서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도련님의 첩으로 삼으려 하다니요. 차라리 나리께 서신을 보내 편이 되어 달라고 하십시오. 이렇게 천대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

하진은 고개를 저었다.

“고모님 말씀이 맞다. 이 집안에 들어온 이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씨 가문은 관직이 낮지만, 그녀를 억압하기에는 차고 넘쳤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기댈 수 없었다. 대만창은 상인의 영리함을 극도로 발휘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더 높은 이용 가치가 있지 않은 한, 그는 나서지 않을 것이다.

사준영과의 혼약을 파기하는 것은, 단순히 증표를 돌려주거나 혼서지를 없애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설령 증표를 되찾고 혼서지를 찢는다 해도, 사씨 가문이 입을 열면 그녀의 아버지는 다시 그녀를 흥정거리로 팔아넘길 것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다. 사씨 가문은 이익을 원하고, 대씨 가문은 명예를 원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날카로운 칼이 필요했다. 사씨 가문이 그녀의 목에 씌운 족쇄를 잘라내고, 칼날이 떨어질 때 사씨 가문과 대씨 가문이 헛소리를 못하게 만들 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칼은 육씨 가문이었다.

그녀의 목적은 사씨 집안을 벗어나는 것이다. 사씨 가문 사람들과 육완아는…

그녀가 몇 번이나 더 환생한다고 해도 그들을 상대할 능력은 없었다. 특히 육완아와 하진의 출신 계급의 차이는 벗어날 수 없다.

하진은 누구보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이 큰 인물들과 힘겨루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평온하게 남은 생을 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저녁이 되고, 밤이 깊어지자, 하진은 목욕을 마치고 창가에 기대앉아 매듭을 엮었다.

그때 익숙한 발소리가 그녀의 방 아래 층계 아래에서 멈췄다.

“너희 아가씨는 어디 계시느냐?”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단단한 힘이 실려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층을 뚫고 바닥에 닿는 순간, 그 속의 단단함은 사람을 아프게 했다.

지난 삶, 아이를 잃은 후 사준영의 태도 변화는 너무나도 괴이했다.

혹시 모를 오해에 관해 진상을 묻고 싶었다. 육완아 때문에 아이를 잃었으나, 그는 육완아에게 한 마디 꾸짖음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하진을 냉대했다.

이것이 하진의 마음속 응어리였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면서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고, 죽을 때까지도 해소하지 못했다. 다시 살게 된 지금, 그녀는 알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 해답은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도련님, 아가씨께서는 이미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규안이 공손하게 말하자, 사준영은 창호지를 한 번 쳐다보았다. 희미한 촛불 속에 얇은 그림자가 비쳤다.

그는 창가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창틀을 가볍게 두드렸다.

“전에 성 밖 청산사에 가서 외숙모를 위해 복을 빌고 싶다고 했지 않느냐? 내일 시간이 되는데, 같이 가는 게 어떻겠냐?”

“오라버니께서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몸이 피곤하여 가지 않겠습니다.”

“어디가 안 좋으냐? 내 의원을 불러보마.”

“별다른 병은 아닙니다.”

사준영은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 창틀에 올려놓았다.

“성 밖을 며칠 다녀왔는데, 심심풀이로 만들어 보았다.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말이 끝났지만, 창 안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일찍 쉬어라. 몸이 좀 나아지면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마.”

“네.”

창 아래에 있던 사람이 떠나고,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사준영이 떠난 후, 하진은 창문을 열고 창틀 위의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나무로 조각된 작은 인형이었다. 둥근 얼굴에 눈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져 있고, 두 갈래의 댕기 머리에는 갓끈 장식이 달려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의 모습이었다.

“하진아, 내 커서 너와 혼인하면, 우리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

어릴 적에 했던 천진했던 말은 변질하였고, 영원이라는 두 글자도 빛을 잃었다.

그녀를 더는 찾지 않는 그에게, 화리서까지 보냈었다. 만일 그때 그녀를 놓아주었다면, 그녀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종이 가지고 온 말은 이러했다.

“첩 주제에 무슨 화리입니까? 양도하거나 팔아넘길 수는 있어도 첩을 놓아준다는 말은 없습니다. 주인어른께서 말씀하시길, 마님께선 편히 집에 머무르며, 상관없는 일은 생각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녀를 가둔 그는, 홀로 외로이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육씨 가문의 선조는 개국 황제를 도운 신하였기에, 권세가 보통 관료들과는 달랐다. 하지만 후손들은 그에 비해 잘나지 못했고, 부귀만 누릴 줄 알았다.

조정의 관료 대부분이 실권이 없어, 거대한 명문가가 점차 쇠락하는 기미를 보였다.

이번 육씨 가문의 가주, 즉 육완아의 아버지에 이르러서야 가문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대연 왕조의 추밀사 직책을 맡아 군사 결정, 통군 배치 등을 담당하는, 황제 외의 최고 군사 지휘관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육 재상(宰相:군주를 보필하던 최고위 정치담당자를 부르던 칭호) 혹은 육 추밀사라 불렀는데, 권세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육 재상의 슬하에는 오직 육완아 단 한 명의 딸만 있었기에, 그녀가 하늘의 별을 원한다 해도, 사람을 시켜 따게 할 것이다.

한편, 육부의 문 앞에는 수레와 말이 가득했고, 오가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사미정은 몸종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려, 길을 안내하는 하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 굽이굽이 돌아 푸른 그늘이 드리운 작은 길을 지나 몇 개의 꽃문을 통과해 안채 정원에 다다랐다. 정원 안에는 누각이 즐비하고, 전각들이 겹겹이 서 있었으며, 돌산과 나무들이 가득했다.

이 순간 사미정은 육씨 가문이 얼마나 높고 대단한 명문가인지 실감했다.

사미정은 마음속으로 부러워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남들에게 얕보일까 두려워 자기 몸종을 데리고 정원에서 애써 태연한 척 걸어 다녔다.

해가 질 무렵, 하인들이 저녁 만찬을 준비하자, 육완아가 아름다운 몸종들에게 둘러싸여 우아하게 걸어왔다.

하얗고 고운 피부, 짙고 풍성한 댕기머리, 연분홍색의 화려한 옷을 입고, 소매는 무릎까지 늘어져 있었다. 허리에는 푸른 옥띠를 띠고, 치맛단에 달린 금부가 딸랑거렸다. 여인의 이목구비는 특출나지 않았으나, 그녀가 나타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육완아가 나타나자, 정원의 귀족 규수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몸이 움츠러든 사미정이 망설이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미정 아가씨시지요?”

사미정은 황급히 몸을 굽혀 절을 올리자, 육완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습니다. 안 왔으면 아가씨 집에 가서 끌고 왔을 겁니다.”

육완아 곁에 있던 귀족 규수들은 사미정을 알지 못했다.

육완아가 열정적으로 대하는 사미정이 진주와 비취로 온몸을 치장한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녀의 가문을 궁금해했다.

사미정은 뜻밖의 환영에 감격하면서도, 육완아가 자신에게 친근한 구는 것은 틀림없이 오라버니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은근히 우쭐해져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육완아는 사미정을 다른 이들에게 소개했고, 사람들은 사미정이 고작 7품 도사 집안의 여식이라는 것을 알고는 경시하는 마음을 품었다.

이때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어쩜, 목걸이가 참으로 정교합니다. 이렇게 투명한 옥은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모두가 사미정의 목에 걸린 장신구를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걸이가 우리 모두를 무색하게 만드네요. 우리 것은 이류품이 되어 버렸었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 목걸이에 견줄 만한 것은 완아 아가씨의 금 상감 보석 목걸이뿐입니다.”

육완아의 잔치에 온 여인들은 모두 배경이 고귀했다. 사미정의 신분으로는 평소에는 말도 제대로 섞을 수 없는 명문가 규수들이다. 처음 받는 관심에 사미정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이들이 다음에 내뱉은 말은 사미정을 새파랗게 질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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