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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수산월
뿐만 아니라, 대하진은 아버지인 대만창까지 끌어들여 아예 돌이킬 뒷길조차 모조리 끊어버렸다. 아무도 말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사준영의 앞날이 걸린 벼슬길, 사씨 가문의 명예, 그리고 가문을 빛낼 현판까지.

이 말들이 켜켜이 쌓여 사씨 집안사람들을 한껏 의기양양하게 만들었기에,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대만여가 제아무리 하진의 혼수를 탐낸다 한들, 하진의 계략을 벗어날 수 없었고, 사준영이 대하진을 첩으로 삼으려는 생각 또한 단념하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씨 가문이 육씨 가문에게 얕은수를 부린 꼴이 된다.

그때는 하진이 나서지 않아도, 육씨 집안사람들이 먼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여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야 깨달은 눈치였다. 그들이 하진의 계략에 빠져 뜨거운 불 위에 올려진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저 아이의 말이 정녕 사실인가?”

육 노부인의 물음에 대만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사실입니다. 마침 혼약을 물리려던 참이었습니다.”

휘장 밖에 있던 사준영은 하진과의 혼약을 물린다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안으로 돌진하려던 사준영을 사백산 덥석 붙잡았다.

“어딜 가려는 게냐!”

“혼약을 물릴 수는 없습니다.”

급한 마음에 사준영의 눈가가 떨렸다.

사백산이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망할 놈! 당장 앉아라! 지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마음대로 구는 것이냐!”

안채의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말을 꺼냈던 그 부인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물린다고는 하나, 아직 물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혼약은 본디 사사로운 약속이니, 입으로만 하는 빈말을 어찌 믿겠습니까?”

대만여는 치미는 화를 억누르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신물이 있으니, 각자 신물을 돌려주면 이 일은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허나 대만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진이 끼어들었다.

“고모님께선 잊으셨습니까? 어젯밤에 신물을 이미 잃어버려 찾을 수 없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말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고, 대만여는 하진의 꿍꿍이를 알 수 없어 속이 탔다.

환생한 것을 알게 된 대하진은, 혼약을 물리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했다. 어설프게 할 바에야 하지 않지 않는 것이고, 발을 내디딘 이상 후환을 남겨서는 안 되었다.

대만여는 신물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나중에 신물을 잃어버렸다고 말을 바꾼다면 하진은 수세에 몰릴 것이다. 그때는 육씨 가문도 더 이상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체면 때문에 더 다그치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대만여가 할 말을 자신이 미리 선수 쳐, 대만여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로 했다.

육씨 가문의 부인은 비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신물을 잃어버렸군요.”

당황한 대만여는 제대로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진은 소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혼인 파기 단자를 미리 써 두었습니다. 며칠 뒤에 고모님께 올리려 했습니다만, 오늘 이 일이 언급된 것을 보니, 지금 이것을 꺼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여러 어르신께서도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하진은 종이를 육 노부인께 올렸다.

육 노부인이 종이를 받아 내용을 훑어보았다.

혼인 파기 단자:

사씨와 대씨 두 집안이 오랜 인연으로 혼약을 맺었으나, 이제 시기가 바뀌고 사정 또한 달라져 두 집안은 논의 끝에 혼인을 파기하고자 한다. 이 혼약을 파기한 후, 각자 새 혼인을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이것은 두 집안의 뜻에 따른 것이지, 강요나 재물로 얽힌 것이 없음을 밝혀 후일 증거 삼고자 이 글을 남겨 약조한다.

입서인 자리에는 몇 글자 들어갈 공간이 비어 있고, 그 뒤에는 하진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이는 명백히 미리 준비된 것이었다.

육 노부인은 하진을 한 번 보더니, 파기 단자를 곁에 있던 주씨에게 건넸고, 주씨는 다시 대만여에게 전달했다.

단자를 건네받은 대만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지로 눌러 담았다.

‘저 계집에게 이렇게 또 당하는구나!’

혼인 파기 단자가 사준영의 앞에 놓였다.

사준영은 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사백산의 재촉에 못 이겨, 이름을 쓰고 손도장까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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