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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2월이 지나고 3월에 접어들자 한기는 사라지고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정원에 심은 꽃과 나무도 초록색 새옷으로 단장했다.

차우미는 먼저 유치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상준이 출장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이혼서류에 사인만 하고 법원에 제출하면 마침내 이 3년의 부부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그녀는 어제 허영우에게서 나상준이 오늘 돌아올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상준의 이번 출장은 장장 15일이 걸렸다.

하지만 차우미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고 한달, 심지어 두달이나 밖에서 생활한 적도 있었기에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혼서류는 이미 이메일로 그에게 전송했으니 그도 확인했을 것이다. 그녀는 준비한 서류에 도장을 찍고 그가 돌아와서 사인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그렇게 이혼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사모님, 대표님은 지금 막 공항에 도착하셨고 집에 도착하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차우미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데 허영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변이 시끄러운 걸 보아 막 비행기에서 내린 것 같았다.

“알았어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곁가지를 잘라낸 뒤, 비료를 뿌렸다. 그녀는 여전히 평소처럼 행동했다.

집 청소가 끝난 뒤, 차우미는 위층으로 올라가 짐이 든 캐리어를 들고 내려왔다.

그녀는 어제 이미 집을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가 돌아와서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법원에 제출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나상준의 차가 마당으로 들어섰다.

통화 중이던 차우미는 소리를 듣고 정원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사람 도착했어. 나중에 얘기하자.”

“드디어 돌아왔구나? 그럼 빨리 사인해 달라고 해. 지금 열 시니까 법원으로 지금 출발하면 서류 마무리할 수 있을 거야. 너도 빨리 좋은 사람 찾아야지!”

그녀의 통화상대는 다름아닌 이혼서류 작성에 도움을 줬던 여가현이었다.

그녀는 2주 사이에 차우미를 위해 많은 맞선 상대를 확보했다. 친구가 빨리 이 허망한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행복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차우미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은 끊자.”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차에서 내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가셔서 그런지 모든 게 새로워 보였다.

어느새 정원에 피어난 봄꽃들이 햇빛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흰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정장 외투를 손에 든 채, 차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멋지고 가슴 설레게 했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자 이마를 살짝 가렸던 그의 앞머리가 바람 따라 찰랑거렸다.

차우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그가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먼저 다가가지 않고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상준은 정원에서 걸음을 멈추고 거실에 서 있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옅은 청색 원피스에 긴 생머리를 그대로 드리우고 베이지색 가디건을 걸친 그녀의 모습은 3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해도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베란다에는 그녀가 손수 가꾼 난초가 봄을 맞아 꽃을 피우고 있었고 테이블에는 생화가 꽂힌 꽃병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봄처럼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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