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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딸기팝콘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08 21:14:27

그동안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이진성은 요즘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매일이 초췌했고, 밤이면 술로 시간을 버티듯 지새웠다.

그 영향은 수술에서도 드러났다.

늘 정확하던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판단도 예전 같지 않았다.

완벽하던 그의 균형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유지원은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유봄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진성을 완전히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스쳤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유지원은 일부러 지하주차장에서 이진성의 차 옆에 서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이진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확인한 순간, 유지원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교수님.”

그의 앞에 선 그녀는 잠시 눈을 마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진성은 이미 지친 기색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내일 얘기해요.”

신경질적인 말투로 짧게 내뱉은 그는 그대로 차 문을 열려 했다.

그 순간, 유지원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

“책임지세요.”

이진성의 손이 멈췄다.

“책임지실 행동 하셨으면… 책임지셔야죠.”

차갑게 내려앉은 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지원을 바라봤다.

눈빛이 순간 굳어졌다.

이진성의 시선이 굳은 채로 멈췄다.

그때 유지원이 한 발 더 다가오며 말했다.

“회식 날… 기억 안 나세요?”

잠깐의 침묵.

“교수님이… 제 선을 넘으셨어요.”

차분하게 내뱉는 말이었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이진성의 표정이 서서히 변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리고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지원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을 이었다.

“…이 일, 제 동생 유봄도 알고 있어요.”

그 한마디에 이진성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사실은 유봄이 이 일을 알 리 없었다.

이미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그녀였다.

확인할 수도, 따질 수도 없는 상황.

유지원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미소가 스쳤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듯.

말을 듣는 순간, 이진성의 손에서 차키가 힘없이 떨어졌다.

“툭.”

작은 소리가 지하주차장에 울렸다.

그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 서 있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흔들리던 눈빛이 이내 천천히 가라앉았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이어지지 않았다.

절망이 조용히, 그러나 깊게 그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

본사로 출근한 강민재는 유럽 지사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 공로로 강두수 회장의 칭찬과 환영을 받았다.

“수고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충분한 인정이 담겨 있었다.

주변 임원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쏠렸다.

이번 일로 강민재의 입지는 한층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회장실에 할아버지와 마주 앉은 강민재는 잠시 말을 고르듯 침묵했다.

업무 이야기는 이미 끝난 상황.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계속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날, 파티에서 스쳐 지나갔던 그녀.

강민재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할아버지…”

짧게 운을 뗀 그는, 이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려 했다.

그녀에 대해 묻기 위해서.

그날의 파티는 할아버지의 강요로 나간 자리였고 분명 할아버지도 그날 사고에 대해 들으셨을테고 누군지도 아실 것이다.

그날의 파티는 단순한 사교 자리가 아니었다.

재계와 의료, 정치 명가의 자제들만 초청된 비공식 네트워킹 갈라.

겉으로는 자선과 기부를 내세운 행사였지만, 실상은 각 가문의 다음 세대를 서로에게 소개하고 인맥과 인연을 잇는 자리였다.

강민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그날 파티에 있던 여자의사… 누구입니까?”

강두수 회장은 그를 잠깐 바라보더니,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눈에 들어왔나 보구나.”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대한병원 이사장 손녀딸이다.”

그 한마디에 강민재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강두수 회장은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의미심장한 눈으로 손자를 바라봤다.

사실 그날 파티에 두 사람의 할아버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굳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두 손주가 만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의도된 자리.

계획된 만남.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갈 줄은, 그들 역시 예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강민재는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늘 냉정하던 얼굴 위로, 드물게 소년 같은 기색이 스쳤다.

강민재는 한 번 결심하면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곧바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여자… 만나보고 싶습니다.”

강두수 회장은 잠시 그를 보더니, 이내 의미를 알아차린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짧지만 확신에 찬 대답.

“알겠다. 자리 마련해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미 일이 진행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강민재의 선택은 늘 그랬듯,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강두수 회장은 곧바로 유철중 이사장에게 연락을 넣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방향을 바꿨다.

유철중의 아들, 유재원 원장에게 직접 연락을 걸었다.

“유 원장, 오랜만입니다.”

간단한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 손자가 따님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요.”

강두수 회장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괜찮으시면, 자리 한번 만들어주시죠.”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빠르게 약속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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