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같은 고등학교에서 처음 선후배로 만나 사귀게 된 두 사람. 배우로 먼저 데뷔한 그와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사랑하는 마음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민은 첫 주연 발탁 이후, 이별을 통보한다. 첫사랑 실패 이후 곧바로 연습생으로 들어간 예하는 누구보다 열심히 데뷔를 위해 달린다. 그 결과 데뷔 2년 만에 인기 걸그룹 배열에 든다. 하지만 연예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세민을 잊지 못하는 예하의 인생에 이제는 대배우가 된 세민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다. 인기를 얻기 위해 저를 매몰차게 버렸던 세민이었는데, 다시 나타나서 보이는 행동들은 전과 달라진 것 없이 다정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정 예능에서 세민과 다시 재회한 뒤, 그런 행동을 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용서해달라는 세민에게 점점 마음이 흔들린다.
View More무슨 생각을 저리 심각하게 하는지 한마디 말도 없이 앉아있는 걸 보니 조금 서운했다.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거였더라. 손가락을 접어가며 그와 만난 날을 세었다.
그와는 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예술 고등학교인 만큼 연습생 신분인 학생끼리 뭉친 모임이 있었는데, 입학 후, 친구와 함께 갔던 그룹 모임에서 그를 처음 봤다. 모두가 연습생 준비 중인 아이들이라 외모가 빼어났지만, 그는 더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정말 신이 있다면 모든 힘을 그에게 쏟아붓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잘생긴 외모였다. 뒤로 후광이 빛난다는 말은 그저 TV나 만화에서 하는 헛소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후광을 받아 빛나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저를 보고 환하게 웃는 얼굴에 화들짝 놀라 시선을 피하기도 했었다. 짙은 눈썹에 아래로 적당한 크기의 눈동자.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옅게 그려지는 쌍꺼풀이 참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 강아지상인 그는 웃을 때마다 오른쪽 광대뼈 위로 인디언 보조개가 푹 들어갔다. 세상 사람이 말하는 매력 포인트는 전부 가지고 있는 듯했다.
저보다 2살이나 많은 선배였지만, 먼저 살갑게 다가와 대해준 덕에 빠르게 모임에 스며들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선후배 사이로 지내다가 그의 졸업식 날, 용기를 내 고백했다. 거절당해도 그저 그에게 제 마음을 말하고 싶었던 욕심이 컸다. 그런데, 제 생각과 달리 그는 제 고백을 받아줬고, 그 이후 선후배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니 그와 만나는 게 힘들어졌다. 졸업하자마자 더 바빠진 탓이었다. 필모를 키우기 위해 조연부터 시작에 작은 역할에도 빼지 않고 출연했고, 지금은 함께 돌아다니면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유명해졌다. 오늘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입을 삐죽이며 앞에 앉은 세민의 눈치를 살피던 예하가 시켜두고 여태 입도 못 댄 커피잔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예하야.”
“네?”
“나 드라마 들어가. 주연으로 캐스팅됐어.”
갑작스러운 세민의 말에 놀라 눈을 깜박거리며 잠시 굳어있던 예하가 축하해줘야 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니던 세민이었다. 오디션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작은 장면이라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게으름 피지 않았던 그였다. 몇 분밖에 나오지 않는 장면도 열심히 촬영했던 걸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조연보다는 주연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갈망이 있었다. 그동안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예하가 세민의 캐스팅 소식에 당사자보다 더 기뻐했다.
“정말요?! 축하해요. 오빠! 이 얘기하려고 그렇게 뜸 들인 거예요? 얼른 이야기하지. 우리 케이크 사서 같이 축하할까요? 난 또 표정이 심각해서 안 좋은 일인 줄…”
“우리, 그만 만나자.”
“…네?”
신이 나서 떠들던 예하가 세민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잠시 입을 다물고 저를 바라보던 세민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만 만나자고.”
“… ….”
“너는 알잖아. 오빠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온 건지. 이제 겨우 주연 맡았는데 너랑 내 사이가 들통나는 날엔 그거 다 물거품이야. 꿈이 돼버린다고.”
“… ….”
지금껏 제가 봐온 세민이 아닌 것 같았다. 할 말을 잃은 예하가 가만히 세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물론 세민의 말이 틀린 건 없었지만 이렇게 쉽게 저와의 사이를 정리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제 고백을 받아주고 사귀기 시작한 건, 그 역시 저와 같은 감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세민을 바라보던 예하가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놓는다.
“아… 안 들키면…… 안 들키면 되잖아요. 오빠. 제가 더 조심할게요.”
“하아.”
무거운 한숨을 내쉰 세민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이 모습을 보는 예하의 어깨가 애처롭게 떨렸다. 한숨 뒤로 아무런 말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마치 들린 듯한 착각이 일었다. 굳은 예하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네가 아직 이쪽에서 일하지 않으니까 모르는 모양인데. 이 바닥 소문도 빠르고, 말도 많아. 안 그래도 요즘 너랑 같이 찍힌 사진이 사무실로 날아와서 사장님도 의심하는 거 같단 말이야.”
“… ….”
“예하야, 너는 알잖아. 내가 주연 한 번 해보겠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안 해본 역할이 없어. 바닥부터 올라와서 겨우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 나 여기서 무너지고 싶지 않아.”
세민이 그동안 인기를 얻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은 그를 붙잡고 제발 헤어지자고만 하지 말라고 빌고 싶었지만, 머리로는 그의 마음을 이해해주라고 하고 있었다. 울먹이던 예하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의 앞길을 막는 게 제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오빠… 하나만 물어도 돼요?”
“… ….”
“제가, 고백했을 때 …절 좋아해서 받아준 건 맞는 거죠?”
“……그래.”
“알겠어요. 우리…… 헤어져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을 가득 채운 채로 고개를 든 예하가 떨리는 입꼬리를 올려 웃어주며 세민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다. 그렇게 그와 헤어진 후, 카페에 홀로 남아 이렇게 울다가는 눈물이 마를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전부 다 쏟아냈었다.
세민은 제 첫사랑이었다. 연인으로서 그와 함께 한 시간은 너무나 행복했고 즐거운 추억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헤어짐이 이토록 가슴 아픈 것인지 알게 된 쓰린 연애기도 했다.
2주간의 앨범 활동을 잘 끝내고 오늘이 무대에서 서는 마지막 날이었다. 아쉬운 건 팬들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멤버들의 요청에 소속사에서 급하게 수소문해 방송국 근처에 작은 소공연장을 대여했다. 본방송에 응원하러 와준 팬들과 함께 미니 팬미팅을 열기로 정하고 오지 못한 팬들을 위해 라이브 준비까지 끝냈다. 갑자기 올라온 공지에도, 팬들은 좋아했다.생방송 입장 당시 부여받은 번호대로 확인이 끝난 팬들이 순서대로 들어와 자리하는 동안 뒤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던 멤버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스렸다. 후우, 깊게 심호흡한 예하가 안 들키게 고개를 슬쩍 내밀어 밖을 확인한 후, 뒤로 물렀다. 오늘 응원하러 와준 팬이 300명 정도라 그런지 공연장 좌석이 꽉 차 있었다.“준비 다 됐지?”서린의 말에 인이어를 확인하고 마이크를 뒷주머니에 꽂은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 곡은 이번 앨범에 수록된 발라드곡 중 하나로, 컴백 때 다른 수록곡을 선보이면서 아직 한 번도 팬들 앞에서 부른 적 없는 노래였다.밝았던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지며 공연에 알맞은 조도로 바뀌었다. 무대로 올라온 멤버들이 정해진 위치에 서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환호했다. 뒤에 선 채 올라가길 기다릴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소리가 클지 몰랐는데, 무대에 올라서자 들리는 환호가 인이어를 뚫고 들려올 정도였다. 다정한 눈빛으로 팬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던 멤버들이 차근차근 눈을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했다.가사를 다 외운 듯 팬들이 함께 합창하는 목소리에 예하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인이어를 귀에서 뺐다. 제 파트를 어색하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로 맞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울컥했다.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며 울음을 참아낸 예하가 팬들의 목소리에 제 목소리를 얹어 노래를 마무리했다.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팬들이 박수치며 소리 질렀다.“와… 저 지금 울 뻔했어요.”예하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멤버들 역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 예하가 경례하듯 손을 관자놀이 옆으로 올리며 대답했다. 얼른 자라. 머리를 비벼 엉망으로 만들어둔 서린이 얼른 쉬라며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더니 방을 나갔다. 하. 속에 담고 있던 말을 털어놓으니 이제 좀 후련해졌다.서린에게 제 속마음을 말했으니 다음은 한성이었다. 유일하게 저와 세민이 무슨 관계였는지 아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분명 바보 같다는 눈으로 쳐다보겠지. 그렇게 상처받아 놓고 아직도 좋아하는 거냐고 타박할지도 몰랐다. 세민과 엮이게 만들어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하고 밥도 사줬는데, 아무래도 이번엔 제가 밥을 사야 할 것 같았다.***벌써 3년째 모델로 활동 중인 커피 광고 촬영이었다. 처음 모델이 됐을 때와 달리 이젠 몸값도 많이 올랐지만, 저를 놓칠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연장을 요청했다. 새로 나온 커피를 든 채 카메라를 응시한 세민을 찍으며 하얀 플래시가 정신없이 켜졌다가 꺼졌다.처음 사진 촬영을 할 땐, 하얀 플래시가 너무 강해 눈을 감아서 여러 번 NG도 났었고, 어떻게든 눈을 안 감기 위해 힘을 잔뜩 주고 부릅떴다가 이상한 표정으로 찍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젠 하도 많은 광고를 찍다 보니 눈을 뜨고 있는 게 편해질 정도로 플래시에 둔감해졌다.이미지에 맞춰 오랜만에 슈트로 빼입고 깔끔하게 넘겨 포마드 머리를 한 세민이 이번엔 하얀 커피잔을 손가락에 건 채 카메라를 쳐다봤다. 남자치고 가늘게 쭉 뻗은 손가락이 예전에 콤플렉스였지만, 데뷔한 후에 오히려 예쁘다며 좋아해 주는 팬들이 많아져 이젠 장점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네, 됐습니다.
「국민배우 민세민, 블라썸 설예하와 친해지고 싶어서 출연 결정.」「‘& 하우스’ 민세민 “블라썸 설예하에게 러브콜.”」세민의 말 한마디에 제 이름과 엮여 수많은 기사가 올라왔다. 고작 뮤비 촬영장에서 몇 번 마주쳤을 사이일 텐데, 얼마나 많은 의심을 받게 될지 벌써 긴장됐다. 거기에 앞으로 촬영하는 그와 얼마나 엮이게 될까. 대놓고 그림을 만들 기회를 제작진들이 놓칠 리 없었다.제작발표회가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들로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 이런 상황까지 만든 세민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는데, 숙소로 오는 동안 이상하리만큼 차분해졌다. 저와 세민의 이름이 함께 쓰인 기사 타이틀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언니… 눈치챘지?”세민과 어떻게 헤어졌는지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차였다는 게 분해서가 아니었다. 사랑했던 사이였는데, 그렇게 한순간에 버림받은 자신이 너무 못나 보일까 봐. 창피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세민과 마주할 때마다 저를 자꾸 신경 쓰는 걸 보니 준영은 물론, 서린까지 어느 정도 저희 사이를 눈치채고 있는 듯 보였다.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까지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그와 가벼운 사이가 아니라는 건 알아차렸을 거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서린을 보며 예하가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넘겼다.“그런 거 같았어. 두 사람이 날 너무 신경 쓰더라고.”“… ….”“언니, 나 진짜 바보다? 그렇게 아
“얼른 취소해. 너.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야.”“나한테는 우리 언니가 최고란 말이야.”“맞아.”양쪽에 앉아 있던 릴리와 나현이 동시에 허리를 끌어안으며 달려들었다. 팬들도 맞대요. 우리한테는 ‘예하가 최고지.’라는 데요? 우리의 말에 부끄러워진 예하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이렇게 자꾸 띄워주지 말아요.”“언니는 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맞아. 우리 블라썸의 대표 비주얼인데.”이때다 싶어 서린까지 나서서 놀리자 예하가 아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팬들의 댓글을 읽던 우리가 가끔 보이는 세민의 이름에 슬쩍 눈치를 봤다. 질문하기 전 먼저 서린에게 보라는 듯 화면을 가리키며 보여주자 서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가 혹시나 화면에 보일까 얼른 감춘다.“예하 언니, 처음으로 하는 고정 예능인데 기분이 어떠신가요?”“아, 진짜 너무너무 떨려요. 다들 알다시피 제가 낯을 많이 가리잖아요.”예능을 하게 된 계기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답하는 내내 댓글 창에 여전히 같은 이름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못 본 척 무시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댓글 창이 도배될 정도로 올라오는데 더는 모른 척 넘길 수 없었다. 이 정도까지 올라오는데 언급을 안 한다는 건, 사이가 안 좋다고 티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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