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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딸기팝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8 21:06:17

이진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기억이 나지 않는 공백만이 남아 있었다.

출근한 이진성은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늦더라도 답장을 주던 유봄의 연락이 오지 않았다.

“…왜지.”

짧게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다시 들여다봤지만 상황은 같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유봄을 직접 찾아 나섰다.

이진성은 유봄이 자주 머물던 병동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봄 선생님, 혹시 어디 계신지 아세요?”

오더를 정리하던 간호사에게 조용히 물었다.

간호사는 잠시 확인하더니 말했다.

“유봄 선생님, 오늘 휴가 내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진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휴가요?”

짧게 되묻는 목소리에는 걱정이 스며 있었다.

“네, 어제 당직도 대신 서주시고… 오늘은 쉬신다고 전달받았어요."

‘어제… 연락도 없었고.’

그의 머릿속에 의문이 빠르게 떠올랐다.

이진성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점점 더 짙은 걱정이 번지고 있었다.

유봄이 며칠째 휴가를 내고 있다는 소식에 유철중 이사장은 자연스레 걱정이 들었다.

늘 바쁘게 움직이던 손녀였다.

웬만한 휴가도 반납하며 병원에 남아 있던 아이.

“유봄이 휴가를 냈다고?”

짧게 되묻는 목소리에는 놀람과 함께 미묘한 염려가 섞여 있었다.

단 한 번도 오래 쉬는 법이 없던 손녀였기에, 이번처럼 연달아 자리를 비우는 건 분명 평소와 달랐다.

유철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용히, 유봄의 상태를 확인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주일 후.

유철중 이사장은 손녀와의 점심 약속을 잡은 장소로 향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상태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하던 차 먼저 유봄에게서 연락이 왔다.

약속 장소에서 마주한 손녀의 모습은 그의 기억보다 한층 더 야위어 있었다.

유철중은 말없이 유봄을 바라보았다.

걱정이 섞인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물렀다.

유봄은 마주 앉은 할아버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픈 데 없어요. 괜찮아요, 할아버지.”

말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일부러 안심시키려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유철중은 그녀의 얼굴을 잠시 살피다가, 미세하게 굳은 표정을 놓치지 못했다.

그때 유봄이 조용히 덧붙였다.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유봄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 저, 미국 세인트 존 메디컬센터에서 몇 년 더 공부하고 싶어요. 더 단단해져서 돌아오고 싶습니다.”

짧게 멈춘 뒤, 고개를 들어 덧붙였다.

“그리고… 실력으로 대한병원 맡고 싶어요.”

유철중은 말없이 유봄을 바라봤다.

묻고 싶은 말은 많았다.

왜 지금인지,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신중하게 말을 꺼낸 손녀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도.

유철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보다도 기쁨이 먼저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자리를 물려달라고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어받겠다고 말하는 손녀.

그 사실이 오히려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유봄은 그 사이 미국으로 떠날 모든 준비를 차근차근 마무리했다.

서류, 일정, 인수인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짐을 챙겼다.

담담하지만 흔들림없이 그녀는 떠날 준비를 끝냈다.

출국하는 날, 유봄은 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짧지만 담담한 인사였지만, 그 안에는 흔들림 없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유철중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유봄은 공항으로 향했다. 

***

그시각, 공항에 막 도착한 강민재.

유럽 지사 문제를 완벽히 정리하고 돌아온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 그가 이곳에서 찾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몇 달 동안, 유럽의 밤을 보낼 때마다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한 사람.

파티에서 스쳐 지나갔던 짧은 순간에도 강하게 남아버린 기억.

강민재는 짐을 정리하며 조용히 생각했다.

‘이번엔… 반드시 찾는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공항 출구 쪽으로 향했다.

이진성은 도무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휴가를 냈다는 유봄은 연락조차 닿지 않았고, 전화번호는 아예 없는 번호라고.

병원에서도 그녀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재원 원장을 찾아가 직접 묻고 싶었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교수 회의실에서 들은 한마디.

“유봄 선생, 병원 사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조차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던 사람처럼, 유봄의 흔적은 그렇게 사라져 있었다.

이진성은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답답함을 넘어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진 유봄.

연락조차 닿지 않는 공백.

그는 결국 혼란 속에서, 그녀가 왜 자신에게 아무 말도 없이 떠났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묘한 분노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떠난 자리는 금방 드러났다.

외과는 유봄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맡고 있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하게 체감되기 시작했다.

수술실에서는 특히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유봄 선생이 있었으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교수들 사이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보조부터 판단,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맞춰주던 그녀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단순한 한 명의 공백이 아니라, 팀전체의 균형이 흔들린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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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담다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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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담다   98

    한강 위로 바람이 스쳤다.유봄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 파티.할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참석했던 자리.유봄도 그날을 기억했다.할아버지가 드물게,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로 부탁했었다.“체면상 한 번만 얼굴 비춰다오.”그녀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결국 그 자리에 나갔다.화려한 조명과 웃음소리, 계산적인 시선들.그런 자리는 늘 숨이 막혔다.그러다 갑자기 들려온 외침.“사람이 쓰러졌어요!”그 순간, 망설임은 없었다.집안의 체면도, 드레스도, 시선도 다 사라지고 몸이 먼저 움직였다.유봄은 한강 위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저도 억지로 나갔던 자리였어요.그냥… 사람이 쓰러졌다길래 움직였을 뿐이에요.”강민재가 웃었다.“그게 당신이야.”유봄은 그를 올려다봤다.몇 년 전,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스쳐 지나간 두 사람.그때 이미 시작됐던 인연이, 이제야 제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 만큼 가슴 깊이 내려앉았다.강민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한강 위로 번지는 불빛이 그의 눈동자에 어른거렸다.“나… 당신 찾으려고 꽤 헤맸어.”유봄이 고개를 갸웃했다.“저를요?”“응. 파티 끝나고 나서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했지.근데 동유럽 출장이 겹쳐서 몇 달을 한국에 없었어.돌아왔을 땐 이미 흔적도 없더라.”그는 작게 웃었지만, 그 안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그래서 그냥… 인연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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