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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Author: 일설연우
고장훈은 어머니가 제발 입을 좀 다물어주길 바랐다.

특히 유 대감의 그 원망 섞인 눈빛과 마주칠 때면 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도와주려던 것뿐인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꼬였단 말인가?’

이삭이 미간을 찌푸렸다.

“본관의 수사 능력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고 부인이 황급히 부인했다.

“이 대인, 대인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워낙 교활하니 신중해서 나쁠 것 없지요! 하물며 사돈이 될 사이니 확실히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 대감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삭에게 공손히 물었다.

“이 대인, 포로들을 심문하셨으니 다른 사실도 알고 계시겠지요?”

유씨 가문이 원나라에만 군량을 보낸 것이 아니라, 고장훈의 군대에도 군량을 보낸 사실 말이다. 그 군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삭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그렇습니다.”

영선화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제 말이 맞죠? 문제가 있다니까요! 이 대인, 대인처럼 청렴하신 분께서 반역자들을 감싸주시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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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민도 무언가 떠올랐는지, 얼굴이 굳어졌다.이내 그녀가 위로하듯 말했다.“아씨, 세자는 군자시잖아요. 아씨를 건져 올리시자마자 옷으로 감싸 안으셔서 정말이지 눈길 한번 허투루 주지 않으셨어요. 지금 입고 계신 옷도 세자께서 제게 갈아입히라 명하신 거고요.”“세자께서 위급함을 틈타 허튼짓을 하실 분은 아니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그제야 유소영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살폈다. 남자의 침의였다.설마 세자의 옷인가?머릿속이 순식간에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방 밖.고준형은 잠시 찬 바람을 쐬고 있었다.그의 눈은 깊고 칠흑같이 어두웠다.죽을 다 먹인 아민이 밖으로 나와 공손히 예를 갖췄다.“세자.”“부인은 좀 괜찮아졌느냐.” 그는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예.”고준형은 잠시 망설이다 방 안으로 들어섰다.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침상 휘장 안의 유소영은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얼굴을 반쯤 가렸다.마치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듯한 기색이었다.고준형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 사정을 대강 짐작했다.“사람을 구하는 게 급해 아무것도 보지 못했소.”빈말이 아니었다.그 당시엔 곁눈질할 겨를조차 없었으니까.그러나 그녀를 안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옷으로 감싸긴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살결이 얼핏 비치는 것까지 막을 순 없었다.물론 고준형은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설령 조금 보았다 한들 고의로 희롱하려던 것은 아니었으니.굳이 말해서 서로 어색해질 필요는 없었다.유소영이 슬그머니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를 바라보며 애써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제 불찰로 그리된 것이지, 결코…… 아무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자.”고준형은 그녀를 깊은 눈으로 응시하며 당부했다.“다음부턴 탕에 너무 오래 머물지 마시오. 또다시 위험한 일이 생길까 염려되니.”유소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아민에게 물어보니, 부인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욕실에서 나오질 않았다고 하더군.”유소영이 눈을 들자 남자의 탐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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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왕씨는 일말의 행운을 바라고 있었다.“아니야, 그렇게 운이 없을 리가 없어요! 어쩌면…… 어쩌면 그날 장훈이가 제때 구해주어서 선화가 그 마부에게 당하지 않았을 수도…….”영 노부인의 눈에 원망과 분노가 서렸다.“나도 그러길 바란다만, 사실이 어떤지는 내가 다 알고 있다.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어.”왕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워지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시어머니가 사무치게 미웠다!시어머니가 쓸데없는 꾀를 내지만 않았어도 선화가 그런 일을 당하지는……영 대인은 그나마 조금 침착함을 되찾고 아내 왕씨를 부축했다.“그만! 일단 싸우지들 마십시오! 만약 그렇다면, 그 아이는 당장 지워야 합니다!”왕씨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넋이 나간 채 중얼거렸다.“맞아요, 맞아요, 남겨둘 수 없어요…… 그 아이는 안 돼요! 당장 약을 지어 오라 하겠습니다!”다행히 아직 큰 사단은 나지 않았으니!영 노부인은 답답하다는 듯 화를 냈다.“이제 와서 약을 지어봤자 무슨 소용이냐!”“이 미련한 것아, 진작 내게 알렸어야지! 이미 후작부까지 다 알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아이를 지우겠다 하면 그들에게 뭐라 설명할 텐가?”영 노부인은 꽤나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선화와 마부의 일은 친딸인 고 부인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어차피 출가한 딸은 남이나 다름없으니.왕씨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후작부에서는 이미 선화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다. 방금 두 집안이 상의한 것도 아이를 지키기 위해 혼례를 미루자는 것이었는데, 돌아서서 아이를 지워버린다면 의심을 살 것이 분명했다.선화가 그 마부와도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후작부가 알게 해서는 안 됐다.왕씨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어머님, 제발 선화를 도와주세요!”빌어먹을 노망난 늙은이! 저 늙은이만 아니었어도 선화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영 노부인은 기가 막혀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그녀는 왕씨를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네 이년! 도움은커녕 일만 망치는 쓸모없는

  • 부군의 형님   제429화

    고준형의 어조는 침착했다.“항렬로 따지면 저는 아랫사람이고, 신분으로 보면 뱃속의 아이의 큰아버지입니다. 어찌 처리할지는 제가 나설 일이 아닙니다.”그 냉담한 말에 고 부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왕씨는 그 즉시 안색이 변하며 조급해하기 시작했다.“동서, 뾰족한 수가 없다면 이 아이는 지우는 게 낫겠네!”그 말을 들은 고 부인은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안 됩니다! 형님, 절대 그런 생각 마십시오!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압니다. 안심하세요, 이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영 대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말은 쉽지,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거냐? 네가 결정을 내릴 수나 있어?”고 부인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이렇게 하죠. 혼례를 미루고 선화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다른 어미를 찾아주는 겁니다. 어떻습니까?”왕씨는 고 부인의 의중을 눈치채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누구를 찾는다는 게야?”“장훈이에게 통방이 하나 있는데, 억지로 들인 아이라 정을 주지 않습니다. 선화의 아이를 그 통방의 소생으로 꾸며 명분을 만들어 주는 거죠. 훗날 적당한 기회를 봐서 다시 선화 품으로 돌려보내면 됩니다. 그러면 양쪽 다 문제없을 테니, 어떻습니까?”왕씨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선화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아이를 지우는 게 최선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후작부의 두 아들에게 자식이 없으니, 선화의 뱃속 아이가 장손이 될 가능성이 컸다.아이를 지킬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 볼 만했다.하지만 왕씨는 여전히 우려스러웠다.그녀는 고의로 물었다. “동서, 다시 묻겠는데, 정말 동서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고 부인은 고개를 돌려 고준형을 바라보았다.“준형아, 네 생각은 어떠냐?”후작 나으리가 저택에 안 계시긴 하지만, 설령 계신다 해도 준형이가 된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으실 터였다.고준형은 공손한 태도로 답했다.“저희는 모두 어머니의 뜻에 따르겠습니다.”영 대인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 부군의 형님   제154화

    차가운 달빛이 세 사람 위를 비추었다. 고준형의 눈가에 웃음이 서렸다. 그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모습 뒤에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진 듯해 보는 이의 등을 서늘하게 했다.“방금 뭐라고 했나?”호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세자가 웃는다는 것은 곧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는 전조였다. 취기에 몸을 가누지 못한 고장훈이 비틀거리며 고준형에게 다가갔다. “나만……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잖아.”“형님도 아이가 필요하고, 형수도…… 너무 불쌍해.”“어차피 처음도 아니잖아.”“형님은 혼례를 치러봤자 그저 바라만 볼 뿐 건

  • 부군의 형님   제155화

    유소영은 곧 세자가 전에 아이를 들여오는 문제를 언급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녀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혔다.“양자를 들이는 일이라면 그리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러자 고준형이 정색하며 대꾸했다. “양자가 아니라 부인이 직접 낳는 아이 말이오. 원하오?”달빛 아래 유소영의 안색이 붉어졌다 푸르러졌다를 반복했다. 그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건…… 가능하다면 당연히 직접 낳은 자식이 더 정이 가겠지요. 하지만 그 일 역시 서두를 것 없습니다.”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니, 그녀로서도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

  • 부군의 형님   제162화

    민심자의 대처는 아주 빨랐다.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고 찬사를 보냈다. “세자 부인의 미모가 너무 아름다워 선녀가 내려온 줄 알았습니다. 실례를 범했군요.” 임유정은 가당치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유소영이든, 새로 들어온 외실이든 다 마음에 안 들기는 매한가지였다.충용 후작이 소개를 이어갔다. “저쪽은 차남 장훈이와 임씨 부인이다.” 다정다감한 형님과는 달리, 고장훈은 민심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임유정은 겉치레뿐인 예의를 차렸다. “민씨 부인.” 민심자도 미소로 화답했다. 통성명이 끝나자마자, 충용 후작

  • 부군의 형님   제156화

    반 시진 전. 유소영이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에 심씨 어멈이 편지 한 통을 가져왔다. 세자가 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었다.편지에는 씨를 빌리는 일은 결코 본인의 뜻이 아니며, 고장훈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원래는 고장훈을 꾸짖어 물러나게 해야 마땅하나, 그녀가 정말로 자신의 아이를 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의중을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편지의 끝에는 어떤 결정을 하든 상관없이 오늘 이 자리에서 와서 직접 고장훈에게 분명히 말해 달라는 부탁이 적혀 있었다.지금 이 순간, 유소영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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