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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作者: 정대천
신수빈은 오늘 그가 왜 이리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오래도록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여러 차례 몸을 덮치려는 듯 다가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본왕은 너를 원한다.”

그러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비위를 맞춰주며, 자신의 몸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의 말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야 이도현이 그녀를 자연스럽게 놔줄 테니까.

하지만 이 한낮의 시간은 끝도 없이 길어만 갔다.

그는 여전히 전장의 가장 웅위로운 장수였고 달리는 동안 그의 용맹은 한 치도 줄어들지 않았다.

끝을 맺는 순간, 그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온 쉰 듯 낮은 숨소리는 머릿속의 혼란을 씻어낸 듯했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는 신 씨가 등을 돌린 채 엉망이 된 몸을 닦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조금 전 그녀가 아파하던 표정을 떠올리니 이제야 이성이 돌아온 듯 어쩐지 마음이 아파 보였다.

“아팠느냐? 본왕이 한 번… 보자꾸나.”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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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89화

    이도현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그 여자의 신분은?”신수빈은 순간 멈칫했다. 형수에게 자세한 내막을 묻지 않았던 것이다. 형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다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상대가 자신의 친오라버니라 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묻지 않았어요.”이도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툭 쳤다. 그리고 웃음기 섞인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평소의 영리함은 다 어디 갔느냐? 청운서원에 여자가 있었다 해도 혼자였을 리는 없지. 그런데도 어떤 신분인지 물어볼 생각조차 안 했단 말이냐? 게다가 한낮의 청운서원이 무슨 텅 빈 폐가도 아니고, 정말 억지로 당했다면 그 자리에서 왜 소리치지 않았겠느냐. 어째서 네 오라버니가 정신을 차린 뒤에야 울고불고 난리를 쳤겠어?”신수빈은 이마를 문질렀다. 이도현이 이렇게 말하자, 그녀도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기 때문이다.오늘 형수가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어지러워, 그녀 역시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었다.신수빈은 살며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아양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소녀가 어찌 왕야의 영민함과 견줄 수 있겠어요. 왕야께서는 단번에 일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잖아요. 이 세상에 왕야처럼 눈빛 하나로 모든 걸 꿰뚫는 분이 몇이나 되겠어요.”이도현은 능청스럽게 아첨하는 그녀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안고, 이를 갈며 낮게 속삭였다.“본왕을 받아 줄 것도 아니면서 괜히 사람 마음만 흔들지 말거라.”신수빈은 그의 옷 아래에서 전해지는 위협적인 열기를 느꼈다. 단단한 것이 그녀의 아랫배를 꾹 누르고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몰래 웃었다.“칭찬도 못 하게 하시다니, 왕야는 정말 모시기 어려운 분이시네요.”이도현은 결국 그녀를 놓아주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정 씨를 불러오너라. 본왕이 몇 가지 물어보겠다.”신수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이도현은 자리에 앉은 뒤 옷자락을 끌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88화

    커다란 산허리 아래에는 산을 받치는 쇠기둥 같은 것이 단단히 버티고 있었다.신수빈이 얼굴이 화끈해져 고개를 들려던 순간, 어깨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뒤에 있는 그 못된 남자가 옷 너머로 그녀를 물어버린 것이었다.“왕야…”신수빈은 아픈 기색으로 살짝 애원했다. 일부러 힘을 뺀 듯 흐물흐물한 목소리였다.이도현은 그제야 입을 떼었지만, 마음속 울분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또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본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네가 모를 리 없지 않으냐. 그런데도 네 형수를 붙잡아 같이 자겠다니, 본왕이 보기엔 네가 일부러 이러는 것 같다.”신수빈은 온몸에 불만이 밴 그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속으로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산처럼 무거운 몸에 눌려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결국 좋은 말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왕야께서 절 억울하게 만드시네요. 서란소축에서 헤어진 뒤로 저도 왕야를 무척 그리워했습니다. 그런데 형수님께 정말 일이 생긴 걸 어떡합니까. 저희 큰오라버니께서 어리석은 일을 벌이셨어요. 밖에서 정체 모를 여인과 얽히셨고, 그 일로 형수님 마음이 크게 상하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형수님을 혼자 두겠어요.”이도현은 신 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녀 역시 자신을 그리워했다는 말만으로 충분했다.그래서 곧장 조건을 내걸었다.“그럼 네 형수가 잠들면 본왕 방으로 오거라.”“왕야…”신수빈은 다시 부드럽게 애원했다.방 두 개가 바로 붙어 있는데, 만약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저 사람이 내는 소리를 형수님이 어찌 듣지 못하겠는가.“형수님은 저를 친동생처럼, 친딸처럼 아껴 주세요. 지금 형수님께서 이렇게 상심해 계신데, 제가 왕야와 옆방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으면 제 마음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왕야, 이번만은 저를 좀 봐주세요. 다음에는 꼭 왕야 뜻대로 할게요. 왕야께서 원하시는 게 무엇이든…”이도현은 그녀가 “원하시는 게 무엇이든”이라고 말하는 순간, 문득 서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87화

    만약 신수빈 곁에 서 있는 또 다른 부인을 보지 못했다면, 그는 아마 그 자리에서 곧장 그녀를 끌어안아 버렸을 것이다.상대가 신수빈의 큰 형수인 정 씨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이도현은 가까스로 치밀어 오르던 마음을 눌렀다.“신첩, 왕야를 뵙습니다.”정 씨는 눈가가 붉어진 채 이도현에게 예를 올렸다.“예는 됐다.”이도현은 눈썹을 슬쩍 치켜올리며 신수빈에게 시선을 보냈다. 어째서 정 씨가 이곳에 있는지 묻는 눈빛이었다.하지만 그 눈짓은 눈먼 사람에게 던진 추파나 다름없었다. 신수빈은 이도현 품에 안긴 아이를 보자마자 곧장 아이부터 받아 안았다.“아이고, 우리 아가. 또 이 어미가 보고 싶었느냐?”물기 어린 목소리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했다.이도현은 속으로 조용히 눈을 굴렸다.신수빈은 아이가 두툼하게 싸여 있는 걸 보고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문득 문 앞에 아직 한 사람이 더 서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돌아보며 말했다.“왕야도 어서 들어오세요.”그래도 아직 본왕을 완전히 잊지는 않은 모양이군.정 씨도 그 뒤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섭정왕이 날이 어두워진 뒤 일부러 아이까지 데리고 찾아온 것을 보니, 마음속으로는 이미 모든 사정을 짐작한 듯했다. 그녀는 눈치 있게 먼저 입을 열었다.“이야기는 내일 다시 나누자꾸나. 나는 다른 객방으로 가 보마. 오늘은 너와 연우가 오랜만에 만났으니 방해하지 않으마.”그 말을 남기고 정 씨가 몸을 돌리려 하자, 신수빈이 급히 그녀를 붙잡았다.“형수님, 괜찮아요. 오늘 밤은 저랑 형수님이 같이 연우를 데리고 자면 되잖아요.”정 씨는 곁에 서 있는 섭정왕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그제야 신수빈도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듯했다. 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 곁으로 다가가,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왕야, 형수님께서 큰오라버니 일로 마음고생이 심하세요. 친정도 멀리 항주에 있어 장안에는 의지할 사람 하나 없고요. 그래서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86화

    “제 일까지 그쪽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비단옷 차림의 공자는 이미 윤수혁의 이런 태도에 익숙한 듯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지금은 이도현도 저 꼬마가 자기 자식인 줄 모르니까 저렇게 보물처럼 끼고 도는 거지. 그런데 만약 그 꼬마가 죽은 뒤에야 자기 친자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쯧쯧, 그때 표정이 얼마나 볼만하겠어.”윤수혁은 순간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비단옷 공자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치 서리가 내려앉은 듯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놈은 내 부족 사람들과 부모, 형제들을 모조리 죽였다. 지금 당장은 내가 그를 죽일 수 없으니, 우선 그 새끼라도 죽여 분풀이 좀 해야겠어. 나중에 그 아이가 자기 친자였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놈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군.”그 말에 윤수혁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또 제멋대로 굴면, 당장 당신을 장안 밖으로 내쫓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하지만 비단옷 공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그 꼬마만 없어지면, 그것도 이도현 손안에서 죽은 거라면, 네 그 사랑스러운 제수씨께서도 아마 그를 뼛속까지 증오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 아이가 멀쩡히 살아 있는 이상, 넌 신수빈이 왕부로 시집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어. 이번 생에는 너와 아무 인연도 없게 되는 거지.”윤수혁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그를 노려보았다.“평소엔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내버려 두고 넘어갔지만, 이번 일만큼은 감히 멋대로 굴 생각하지 마십시오. 또 선을 넘으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비단옷 공자는 코웃음을 치며 잔 속 술을 단숨에 비워 냈다.“어디 끝까지 그렇게 태연한 척해 보시지.”*이도현이 호국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완전히 저문 뒤였다.호국사는 황실 사찰인 데다, 모두 속세와 거리를 둔 승려들이 머무는 곳이었다.그때 눈치 빠른 어린 사미승 하나가 직접 나서,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85화

    이번이 그 꼬마 녀석의 첫 마차 나들이는 아니었다.전에도 이도현이 자신의 큰 외투 안에 꽁꽁 싸 안고 다녔지만, 이제는 날이 제법 풀린 터라 두툼한 작은 이불에 감싸인 채, 신수빈이 손수 만들어 준 호랑이 머리 모양 모자를 썼다. 게다가 유모가 찬바람이 들지 않도록 솜수건으로 아이의 입과 코까지 단단히 가려 두었다.이도현은 아이를 안은 채 마차 휘장을 걷어 올렸다. 아직 해가 좋을 때 장안 거리 풍경을 보여 주려는 생각이었다.이 꼬마 녀석은 하루 종일 후원 안에서만 지냈다. 눈을 뜨면 보이는 사람이라곤 유모와 청하, 그리고 어멈들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밤마다 유독 이도현 곁에서 자는 걸 좋아했다.아이는 지금 장안 거리의 북적이는 인파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상인들의 고함 소리를 들어도 까르르 웃었고, 사람들이 서로 밀치며 지나가는 모습을 봐도 웃었다.그러다 길가의 아이 몇 명이 엿과자를 나눠 먹는 모습을 보자, 조그만 혀를 살짝 내밀며 저도 모르게 입술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이도현은 몹시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마치 어린 시절의 신수빈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마차를 세워라. 엿과자 하나 사 오너라.”장풍은 금세 엿과자를 사 왔다. 왕야가 창문 너머로 그것을 받아 드는 모습을 보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이쯤 되면 친자식이랑 다를 게 대체 뭐란 말인가.마차 안에 앉아 있던 유모는 왕야가 엿과자를 아이 입가로 가져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왕야, 도련님께서는 아직 이런 걸 드시면 안 됩니다.”하지만 이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굳이 설명할 생각도 없었다.전부 먹이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 번 맛만 보게 하려는 것뿐인데 못 할 게 뭐 있단 말인가.이도현은 작은 녀석이 입을 벌리고 엿과자 겉에 입혀진 엿을 열심히 빨아 먹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먹는 것처럼 눈을 크게 뜬 채 계속 쪽쪽 빨아댔다.한참 그렇게 빨다 보니 단맛이 옅어졌는지, 아이는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84화

    이도현이 예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일단 맡아 보거라. 본왕이 몇 사람을 붙여 너를 보좌하게 하면 된다. 지금 조정에서는 이 주고관 자리를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머리가 깨질 지경이니 말이다.”그러나 예왕은 여전히 침묵한 채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는 듯했다.“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이도현이 묻자, 예왕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왕숙, 제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감히 할 수가 없어 그렇습니다. 저는 형님들이나 아우들처럼 처가나 외가의 뒷받침이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의지할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살아왔기에,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해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고관이 된다면, 앞으로 저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남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겁니다. 자칫 말 한마디라도 왜곡된다면, 저는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게 되겠지요.”그는 다시 깊이 예를 올렸다.“제가 어리석긴 하나, 나무가 숲에서 홀로 높이 자라면 반드시 먼저 바람을 맞는다는 도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청운서원이 세가들에게 온갖 말에 오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이익을 건드리게 되면, 반드시 표적이 될 것입니다.”이도현은 눈앞의 신중한 예왕을 바라보며,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이미 알아차렸다.결국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훗날 조정 신료들의 의심과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이도현만큼은 자신을 믿어 달라는 것.이도현은 손을 뻗어 예왕을 일으켜 세우며 담담히 말했다.“진심으로 사직을 위한다면, 네가 기댈 곳은 바로 이 사직이다. 남들이 무슨 상관이냐.”예왕은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이도현은 쉽게 약속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입 밖에 낸 말은 반드시 지켰다. 그가 이렇게 말해 준 이상, 자신이 한결같이 백성과 조정을 위해 일하는 한, 그는 절대 남의 참언에 휘둘리지 않을 터였다.“그렇다면 왕숙께서 맡겨 주신 중책에 감사드리겠습니다.”이도현은 문득 생각했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36화

    이도현이 더는 윤서원 저택으로 드나들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설령 그녀를 찾고자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밖에서 만나는 편이 좋았다. 그래야 들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다 방법이 있다.”신수빈은 그렇게 말하며 청하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 개자식은 귀가 유난히 밝았기에 혹시라도 들었다가는 또다시 기를 살려주기 위해 애를 먹어야 할 터였기 때문이다.신수빈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도현은 그녀가 나오자 책에서 시선을 떼고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갑자기 눈썹을 치켜올렸다.“지난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37화

    이도현은 그렇게 몇 번이고 되뇌더니 가볍게 웃으며 읊조렸다.“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걷고 있는데, 얼굴이 무궁화처럼 곱도다. 훨훨 날 듯 걷는 자태에 옥패 소리가 고요히 울리네. 아름다운 맹강이여 그 고운 수빈이 잊히지 않도다. 네 이름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냐.”신수빈은 줄곧 그를 무인이라고 여겼다. 글 몇 편쯤 읽었을지는 몰라도 문인들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진 시경의 구절까지 줄줄이 읊는 것을 보고는 자신이 그를 얕잡아보았다는 걸 깨달았다.“맞아요. 저와 오라버니의 이름은 모두 조부께서 지어주셨습니다.”“좋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29화

    신수빈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런데 곧 닥칠 것이라 여겼던 통증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벽 모퉁이에 기대어 있다가 조심스레 눈을 떴다.눈앞에 펼쳐진 것은 허리를 굽혀 작은 공간 하나를 떠받치고 선 이도현의 모습이 보였다.그 광경에 그녀는 잠시 멍해졌다.이도현은 고개를 숙여 창백한 얼굴로 움츠리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언가에 맞은 줄로 여긴 것이다.“어디 다쳤느냐?”신수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젓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사방에는 흩어진 책들이 널려 있었고 그의 등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16화

    왕야는 남의 부인을 안고 잠자리까지 했으면서 정작 그 침상은 못 견뎌 하는 모양이었다. 그 침상이 윤서원이 썼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장풍은 히죽 웃으며 괜스레 고소하다는 듯 속으로 즐거워했다.이튿날 아침, 신수빈은 이른 시각에 눈을 떴다.평소라면 조금 더 잤겠지만 오늘은 이도현이 곁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괜히 불편했다.그녀는 바깥쪽에 누워 있는 사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살금살금 침상에서 내려오려는 순간, 이도현이 그녀를 끌어안았다.“지금 몇 시냐?”막 잠에서 깬 그의 목소리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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