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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2화

Author: 초향
주용화의 말에 하지율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사실 하지율이 주용화에게 물어본 말은 딱히 다른 뜻이 없었다.

그런데 주용화의 입을 거치고 나면 마치 하지율이 무슨 꿍꿍이라도 품고 있는 사람처럼 들렸다.

하지율이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용화가 다시 말했다.

“미안하지만 꽃 몇 송이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주소까지 알려 줄 생각은 없어요.”

그 말을 끝으로 주용화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나서야 하지율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내가 언제 집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어?’

하지율은 그저 꽃을 받을 수 있는 주소만 알려 달라는 뜻이었다.

하지율은 손에 든 검은 장미를 내려다봤다.

랜스 가문의 정원에 심어진 꽃들은 하나같이 희귀하고 값비싼 품종이었다.

이 몇 송이만 해도 아마 상당한 값어치가 나갈 것이다.

하지율은 지금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평범한 집안에서 살아온 영향인지 하이현이 부족함 없이 키워 줬어도 낭비하는 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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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43화

    집 안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창문까지 맑고 깨끗한 걸 보니 누군가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하지율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 뒤 계단을 올라갔다.그러다가 발걸음이 침실 앞에서 멈췄다.하지율은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한참 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하지율은 마음을 다잡고 문을 밀어 열었다.침실 안의 물건과 배치 역시 3년 전 그대로였다.달라진 건 창가의 화분뿐이었다.3년이 흐르는 동안 화분은 훨씬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하지율이 이번에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주용화가 대체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져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침실 안을 하나씩 살펴봤지만 주용화의 개인 물건이 많이 사라진 흔적은 없었다.하지율은 문을 닫고 이번에는 주용화의 서재로 향했다.하지율에게 일이 생겼던 그날, 주용화는 이곳을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짐조차 제대로 챙겨 가지 못했다.책상 위에는 여전히 하지율이 선물했던 피규어가 놓여 있었다.하지율이 준 선물들을 모아 둔 장식장 안에도 예전처럼 온갖 선물이 그대로 진열되어 있었다.하지율은 문득 주용화의 일기장이 떠올랐다.3년 전 하지율에게 일기장이 들킨 뒤, 주용화는 더 이상 숨기지도 않고 아예 쉽게 꺼내 볼 수 있게 서랍 안에 넣어 두었다.하지율은 모든 물건이 이 집에 그대로 봉인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주용화가 열쇠고리와 반지를 가지고 있는 걸 본 이상,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하지율은 어렵지 않게 서랍에서 주용화의 일기장을 찾아냈다.내용을 넘겨 보던 하지율은 일기가 두 사람이 헤어진 바로 그날까지 적혀 있다는 걸 발견했다.아마 하지율에게 일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기 직전까지도 여기 앉아 일기를 쓰거나 전에 적어 둔 내용을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하지율은 다시 서재 곳곳을 살펴봤다.중요해 보이는 물건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었고 결국 열쇠고리와 반지는 우연히 빠뜨린 것뿐인 듯했다.당시 주용화도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 몇 가지를 놓쳤다고 해도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42화

    주용화의 말에 하지율은 할 말을 잃었다.“아니...”사실 하지율이 주용화에게 물어본 말은 딱히 다른 뜻이 없었다.그런데 주용화의 입을 거치고 나면 마치 하지율이 무슨 꿍꿍이라도 품고 있는 사람처럼 들렸다.하지율이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용화가 다시 말했다.“미안하지만 꽃 몇 송이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주소까지 알려 줄 생각은 없어요.”그 말을 끝으로 주용화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산들바람이 불어오고 나서야 하지율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내가 언제 집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어?’하지율은 그저 꽃을 받을 수 있는 주소만 알려 달라는 뜻이었다.하지율은 손에 든 검은 장미를 내려다봤다.랜스 가문의 정원에 심어진 꽃들은 하나같이 희귀하고 값비싼 품종이었다.이 몇 송이만 해도 아마 상당한 값어치가 나갈 것이다.하지율은 지금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하지만 어릴 때부터 평범한 집안에서 살아온 영향인지 하이현이 부족함 없이 키워 줬어도 낭비하는 습관은 들지 않았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멀쩡한 걸 쓰레기통에 버리는 건 내키지 않았다.하지율은 꽃을 한쪽에 내려놓고 주용화의 차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차 안에는 물건이 많지 않았고 특별히 귀중해 보이는 것도 없었다.마지막 서랍을 열었을 때, 하지율은 어딘가 익숙한 비단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하지율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더욱 익숙한 반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하지율은 한눈에 알아봤다.자신이 직접 디자인했던 결혼반지였다.게다가 크기를 보니 분명 여자용 반지였다.자신이 디자인한 반지라는 걸 알아보고도 하지율은 자신도 모르게 약지에 끼워 봤다.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 맞았다.반지 안쪽에 새겨진 이니셜까지 확인하자 확신할 수 있었다.분명 자신의 반지였다.‘그런데 이 반지가 왜 아직 화야 씨에게 있는 걸까?’하지율은 곧 예전 일이 떠올랐다.당시 주용화는 반지 안에 칩을 넣겠다며 하지율의 반지를 가져갔었다.‘그렇다면... 화야 씨는 대체 내 물건을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41화

    몇 초 뒤 차가 천천히 출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용화는 하지율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차창에 짙은 선팅이 되어 있어 주용화를 데리러 온 사람이 누군지는 제대로 볼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율은 비서나 부하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그랬다면 상대가 차에서 내렸을 테니까.게다가 아까 주용화가 차 문을 열었을 때 얼핏 보니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은 여자 같았다.10여 분이 더 지나자 견인차가 도착했다.직원이 정중하게 말했다.“고객님, 두 차량을 견인하기 전에 혹시 차 안에 귀중품이 있으면 미리 챙겨 주세요. 분실되거나 파손될 수 있어서요.”하지율의 차에는 딱히 귀중품이 없었기에 그대로 견인해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주용화의 차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하지율이 주용화의 차 문을 열자 조수석에 놓인 커다란 검은 장미 몇 송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하지율은 꽃을 집어 들었다.아까는 갑자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다시 꽃을 보니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주용화는 심심하다고 꽃을 꺾어 오는 사람이 아니었다.굳이 꽃을 꺾었다면 누군가에게 주려고 했을 가능성이 컸다.예전에 손형원에게 복수하러 갔을 때도 그의 저택에서 꽃 한 송이를 꺾어 하지율에게 준 적이 있었다.하지율은 나중에 그 꽃을 보존화로 만들어 간직하기까지 했다.‘그렇다면 이번 꽃은 누구에게 주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정말 별 의미 없이 그냥 몇 송이 꺾었을 뿐일까?’하지율은 문득 조금 전 주용화를 데리러 온 여자를 떠올렸다.그 순간, 하지율은 가슴 한쪽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하지율은 곧바로 온갖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냈다.주용화에게 최면 치료를 받게 한 건 자신이 선택한 일이었다.설령 주용화에게 정말 새로운 삶이 생겼다고 해도 하지율에게는 슬퍼하거나 질투할 자격조차 없었다.꽃을 든 채 잠시 고민하던 하지율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주용화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한참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자동으로 끊기기 직전이 되어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40화

    어쩐지 하지율은 예전에 주용화와 함께 차를 고쳤던 일이 떠올랐다.하지율은 그동안 마음 깊숙이 묻어 둔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흐려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오래전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했다.‘그때는 그저 평범한 순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하지율의 마음에는 어쩔 수 없이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하지율은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알겠어요. 제가 책임지고 고쳐 놓을게요.”하지율이 승낙하자 주용화도 더 따지지 않고 대신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하지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이건 왜요?”주용화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연락처 교환하죠. 차 다 고치면 연락 주세요.”하지율은 주용화의 휴대전화를 받아 자기 번호를 입력했다.하지율은 지난 몇 년 동안 전화번호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주용화는 곧바로 하지율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하지율의 휴대전화에서 벨 소리가 울리자 주용화는 바로 끊었다.그러고는 카톡의 QR코드를 띄워 친구 추가도 하라는 듯 내밀었다.친구 추가를 하던 하지율은 문득 3년 전에서 멈춰 버린 주용화의 예전 계정을 떠올렸다.그 뒤로 아무런 소식도 답장도 없었던 계정이었다.주용화의 계정은 새로 바뀌어 있었지만 하지율은 여전히 예전 계정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운명은 마치 이상한 장난이라도 치는 것 같았다.연락처를 모두 교환한 뒤 주용화는 차 키를 건넸다.“저는 이따 다른 일이 있어서요. 차는 하지율 씨가 직접 가져가서 처리해 주세요.”하지율은 차 키를 받아 들다가 순간 눈동자가 굳었다.주용화의 열쇠고리에는 주용화를 꼭 닮은 작은 캐릭터 인형이 달려 있었다.꽤 오래된 물건인지 조금 낡아 보였지만 색이 바래지도 않았고 상태도 아주 좋았다.그 열쇠고리는 예전에 하지율이 주용화에게 선물했던 것 중 하나였다.당시 주용화도 늘 그것을 가지고 다녔다.하지율이 계속 열쇠를 바라보자 주용화도 그 시선을 알아차렸다.주용화는 하지율의 손에 들린 열쇠고리를 힐끗 보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39화

    “그래도 앞으로 이틀 안에 시온 오빠를 불러서 주용화 씨와 함께 구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 보게 할게요.”“하지율 씨도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하지율은 착잡한 마음으로 랜스 가문을 나섰다.생각해 보니 자신도 조금 우스웠다.갑자기 주용화를 만나자 평정심을 잃고 무언가를 확인이라도 받아야 할 것처럼 다급하게 진소현을 찾아왔다.하지율은 하마터면 중요한 사실을 잊을 뻔했다.주용화의 최면에 정말 문제가 생겼다면 그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 앞에 서 있을 리가 없었다.기억이 돌아왔다면 자신을 미워하고 혐오해야 맞았다.하지율은 최면을 받기 전에 주용화가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던 탓일까.앞차가 갑자기 급정거했는데도 하지율은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쾅!”충돌음이 울리고 나서야 하지율도 정신을 차렸다.곧바로 차를 세운 뒤 문을 열고 내려 상황을 확인했다.하지율이 빠르게 달리고 있던 건 아니었지만 앞차가 워낙 급하게 멈춘 탓에 충격은 꽤 컸다.상대 차량의 뒤쪽도 제법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이번 사고는 하지율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는 상황이었다.지금의 하지율이라면 어떤 고급 차량을 들이받아도 충분히 배상할 수 있었다.그래도 차주가 내리는 걸 보자 곧바로 사과부터 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차를 들이받았네요. 괜찮으시면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수리비는 제가...”말을 하던 하지율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차에서 내린 사람이 주용화였기 때문이다.주용화 역시 하지율을 보자 의외라는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또 하지율 씨네요... 진소현 씨의 집에는 그새 잠깐만 있다가 나온 겁니까?”하지율도 진소현의 집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주용화가 떠난 뒤 30분 정도 더 있다가 나온 게 전부였다.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또 주용화와 마주치는 건 좀 이상했다.하지율이 물었다.“주용화 씨는 아까 진작 돌아간 거 아니었어요? 왜 아직 여기 있어요?”주용화는 조수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038화

    하지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이번에 왜 진소현 씨를 찾아왔는지는 이제 아시겠죠? 화야 씨가 갑자기 M국에 온 일 때문이에요. 혹시 소현 씨는 미리 알고 있었나 해서요.”그러자 진소현이 말했다.“3년 전 저랑 시온 오빠가 L국을 떠난 뒤로 주용화 씨와는 점점 연락이 뜸해졌어요. 최근 2년 동안은 거의 연락도 안 했고요. 저도 주용화 씨가 M국에 온 건 정말 몰랐어요.”하지율이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화야 씨가 왜 M국에 온 걸까요? 혹시 최면에... 다시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죠?”진소현이 대답했다.“주씨 가문의 가보가 사라졌대요. 이번에 온 가장 큰 이유는 그 가보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어요.”하지율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주씨 가문의 가보가 없어졌다고요?”진소현은 하지율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율 씨도 모르는 거예요? 그렇다면 정말 예상치 못한 이유로 사라진 걸 수도 있겠네요.”하지율은 진소현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아들었다.머릿속에는 예전에 주용화에게 받은 선물들이 스쳐 지나갔다.주용화가 하지율에게 준 선물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성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온갖 진귀한 물건이 있었으니 작은 박물관 하나를 차려도 될 정도였다.주씨 가문처럼 세계적인 가문의 가보라면 당연히 엄청난 가치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주용화는 한 번도 하지율에게 가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그동안 받은 선물 중에서도 유난히 중요하게 여겼던 물건은 딱히 기억나지 않았다.아마 그 가보는 하지율의 손에 있지 않을 것이다.무엇보다 가보 같은 물건은 아무에게나 선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러자 하지율이 말했다.“정말 가보를 찾으러 온 것뿐이라면 M국에 오래 머물지는 않겠네요.”진소현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누르면서 말했다.“주용화 씨는 원래 예상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서 저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가보 찾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예전에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사람까지 찾겠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요.”그러자 하지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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