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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Author: 초향
장하준은 직원을 돌아보며 차갑게 웃었다.

“일 그만두고 싶으면 저 팔찌 저 여자에게 팔아도 돼. 그땐 S시가 아니라 Z국 어디든 발붙이지 못할 테니까.”

놀란 직원이 임채아를 몇 번 쳐다보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종이처럼 창백해졌다.

직원은 곧 이 여자가 고지후와 스캔들을 일으켰던 인물임을 알아차렸다.

평범한 그녀가 고성 그룹의 대단한 자본가와 맞설 힘이 어디 있겠나.

임채아가 가식을 떨었다.

“하준아, 그만해.”

“채아, 너는 성격이 너무 착해서 하지율처럼 뻔뻔하게 침대에 기어오르는 여자에게 남자를 빼앗긴 거야. 내가 오늘 제대로 혼내줄 거야.”

하지율이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은 날 혼내기엔 아직 그럴 자격이 안 돼.”

말하며 그녀가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짓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고지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면 누가 먼저 눈여겨보고 누가 먼저 사든 다 무조건 이 아가씨한테 양보해야 하는 건가? 남들은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데 여긴 손님을 노예로 아나 봐? 고성 그룹은 이런 식으로 장사하나? 나중에 고성 그룹 소유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땐 조심해야겠네. 고성 그룹 권력이 하늘을 찌르는데 자칫 밉보였다간 Z국에서 살지도 못하겠어.”

하지율은 교묘한 언변으로 임채아와 장하준을 대중의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물건을 사는 손님이든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이든 모두 아니꼬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이런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내로라하는 인물들인데 그들 모두 표정이 극도로 어두웠다.

“요즘 고성 그룹이 아무리 잘나가도 독보적이진 않지. 벌써 이렇게 오만하면 나중에는 우리가 빌면서 물건을 사야겠어.”

“허, 고성 그룹에만 주얼리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면 그만이지. 라이벌인 도신 그룹 주얼리 가게에서 살 거야.”

“앞으로 고성 그룹 물건은 사지 말자고.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누가 뺏어가는 건 싫어.”

“아빠가 내일 고성 그룹과 협력한다고 했는데 이 일을 알려줘야겠네.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구는 회사와 협력할 수는 없지.”

순식간에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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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말하고 유소린은 잠시 말을 멈추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임채아 씨, 충고해 드릴게요. 항상 여자만 경계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남자도... 어쩌면 똑같이 위험할지도 모르잖아요?”그리고 유소린은 고지후를 한 번 흘끗 보며 덧붙였다.“고 대표님은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운 분이니 각별히 조심해야죠.”장하준이 유소린의 뜻을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그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달려들려 했다.어차피 하지율과 고지후는 이혼했으니 이제 더는 체면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하준아.”고지후의 차갑고 맑은 목소리에 장하준은 정신을 차렸다.“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장하준이 유소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이 빌어먹을 년이 헛소리해서 혼내주려고 그랬어.”고지후는 싫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여자에게 손찌검하는 게 자랑스러운 일이야?”장하준은 주춤했다. 그제야 그는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음을 발견했다.심지어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꺼내 그들을 찍고 있었다.구청 앞에서 이런 소동을 벌이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장하준은 분노를 삭힐 수밖에 없었다.고지후는 하지율 앞으로 다가갔다.“윤택이 열이 났는데 돌아가서 보지 않을래?”하지율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난 가지 않을래.”고지후가 말했다.“우리가 이혼했다고 아이도 돌보지 않을 거야?”하지율은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내가 돌보길 바란다면 윤택의 양육권을 넘겨주는 게 어때? 양육권이 나한테 있으면 당연히 내가 돌볼 거야.”고지후는 더는 말하지 않았지만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유소린이 살짝 하지율을 밀며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지율아, 아직 입금되지 않았어.”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잊지 않았다고 밝혔다.그녀는 고지후에게 말했다.“지후 씨, 우리 약속대로 나머지 잔금 1800억을 정산해 줘야 해.”하지율의 말을 듣고 있던 임채아는 화가 나서 눈이 빨개졌다.‘그따위 보건 약품으로 지후에게서 2000억을 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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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고지후 뒤에 따라온 두 사람을 보자 유소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장호구와 임채아... 이 여우년은 왜 같이 따라온 거야?”하지율이 말했다.“아마 축하하러 왔을 거야.”고지후는 재빨리 하지율 앞에 다가왔다. 그 잘생긴 얼굴이 너무 평온해서 아무런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물건은 가져왔어?”하지율이 대답했다.“서류는 다 가져왔어.”고지후의 눈빛은 검은 광석처럼 빛났다.“내가 말한 건 이것이 아니잖아.”하지율은 고지후의 뒤에 서 있는 임채아를 힐끗 보며 조용히 웃었다.“임채아 씨의 약도 가져왔어.”그녀는 유소린의 손에서 봉투를 꺼냈다.“절차가 끝나고 잔금이 입금되면 이 약들은 너희들 거야.”하지율은 임채아의 모든 치료과정에 필요한 약을 다 가져왔다. 돈과 물건을 확실히 정산하겠다는 신용 있는 태도를 보였다.고지후가 손을 내밀어 약을 받으려 했지만 하지율은 그의 손을 피했다.“이혼 절차가 끝나고 입금되기 전까지는 줄 수 없어.”고지후는 고개를 숙여 앞에 선 여자를 바라보았다.오늘 그녀는 불같이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새하얀 피부와 볼륨있는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고지후의 기억에서 하지율이 이렇게 화려하고 도발적인 색으로 된 옷을 입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비록 하지율이 임채아보다 훨씬 아름다웠지만 그의 기억 속에 그녀는 항상 어둡고 흐릿한 존재였다.하지만 요즘 그는 하지율이 기억 속의 아내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활발하고 아름다워졌는데 마치 깨끗한 백지장에 오색찬란한 색깔을 칠한 것처럼 눈이 부셨다.처음부터 고지후는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하지율은 좋은 아내이자 좋은 어머니였다. 결혼한 지 5년, 고지후는 하지율에게 특별한 애정은 생기지 않았지만 감정은 있었다.그리고 그들에겐 아이도 있었다.그는 고윤택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말이다.고지후는 하지율이 왜 이혼을 고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율은 임채아의 존재를 매우 싫어했지만 생명이 걸린 문제가 있어 그는 채아

  •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제279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하지율의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유소린이 긴장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바라보며 물었다.“고지후 씨가 또 무슨 꼼수를 부리는 건 아니겠지?”하지율은 전화를 꺼내 들었는데 화면에는 최혜은의 이름이 찍혔다.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 고지후가 정말 일이 있어 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는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전화가 연결되자 최혜은의 차가운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흘러나왔다.“지율아, 윤택이 열이 났어. 지금 당장 본가로 와서 윤택을 돌봐.”최혜은은 여전히 도도하고 명령적인 말투로 말했다.하지율은 담담하게 답했다.“아이가 아프면 의사를 찾아야죠. 저는 병을 볼 줄 모르니 저를 찾아도 소용없어요.”이 말을 들은 최혜은은 놀랍고 화가 났다.“넌 윤택의 엄마야. 어찌 이렇게 차갑고 무정하게 말할 수 있어?”하지율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저는 곧 지후 씨와 이혼해요. 윤택이의 양육권은 고씨 가문에 속할 것이니 앞으로 일이 있어도 저를 찾지 마세요. 물론 윤택이의 양육권을 포기하신다면 제가 곧 데려갈게요.”“이혼한다고?”최혜은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너희들이 이혼한다고?”“네. 맞아요.”하지율은 시간을 확인했다.“5분 후면 지후 씨가 도착할 거예요.”최혜은은 이 말을 듣고 아들의 가정이 무너진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만족스러워했다.그녀는 하지율이 눈엣가시였던지 오래였다.고윤택이 열이 나며 엄마를 찾지 않았다면 그녀는 절대 하지율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가정부가 돌보는 것이 친엄마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최혜은은 하지율을 불러 밤새 고윤택을 돌보게 하려고 했다. 어차피 하지율을 무료 도우미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참에 부려먹으려 했던 것이다.그러나 최혜은은 아들이 마침내 하지율과 이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이렇게 좋은 소식이 있을 수가.’최은혜가 말했다.“중학교 학력으로 우리 지후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이혼은 시간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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