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온도 참여했으니 이 사실을 정기석에게 숨길 필요는 없었다.전후 사정을 듣고 난 정기석은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대단하네요.”단종건은 그제야 하지율과 유소린 뒤에 젊고 잘생긴 청년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이분은...”하지율이 말했다.“이분이 바로 정시온의 아버지, 정기석 씨예요.”단종건은 정기석을 훑어보며 턱수염을 쓰다듬었다.“음... 시온이는 자네를 안 닮았네.”정기석은 단종건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이 노인이 어딘가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디서 보았던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시온이는 어머니를 더 많이 닮았어요.”하지율이 말했다.“어르신, 손실은 제가 만회해드릴 테니 전화하지도 마세요. 그 자식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지는 않을 거예요. 장하준은 입이 더러울뿐더러 잔머리도 많아요. 어르신은 나이가 많으신데 그런 놈 때문에 화를 내지 마세요.”이렇게 말하며 하지율은 잠시 망설이다가 직설적으로 경고했다.“장하준은 등에 민성 그룹을 업고 있어요. 그리고 받은 만큼 꼭 복수하는 성격이라 이런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건 현명하지 않아요.”장하준은 미친개와 다름없으며 복수심도 강했다. 단종건은 평범한 노인이었기 때문에 하지율은 그가 피해를 볼까 봐 걱정되었다.단종건은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상관없어. 난 그 자식을 한바탕 욕해야 마음이 풀릴 것 같아.”하지율은 이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단종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대로 억울함을 삼키기는 어려울 것이다.하지율이 고민하던 끝에 장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차피... 어르신이 먼저 화를 푸는 게 낫겠지. 그 이후의 일은...’하지율의 눈동자에 얼음물처럼 차가운 한기가 스쳤다.‘나중에 복수의 화살을 나한테로 돌리면 그만이니까.’전화는 금방 연결되었고 장하준의 거만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전해졌다.“아이고, 무슨 바람이 불어 하지율 졸부가 나에게 전화했어? 왜? 지후랑 화해하고 싶어? 뭐, 우리는 아는 사이니까 체면을 봐서 도
하지율은 휴대폰의 메시지를 삭제한 후 담담하게 말했다.“아마도 이건 시작에 불과할 거야.”…모든 것이 하지율의 예상대로 흘러갔다.그들이 막 식사를 마치자 하지율은 단종건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의 한의원이 박살 났다는 내용이었다.하지율을 비롯한 세 사람은 바로 한의원으로 향했다.현재 한의원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모든 약장과 테이블, 의자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약재와 단지들도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한의원의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간판도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한의원은 마치 재앙을 겪은 것처럼 보였다.하지율은 구경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 계단에 앉아 있는 단종건을 발견했다.“어르신, 괜찮으세요?”하지율은 빠르게 다가가 단종건을 부축했다.단종건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보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이제 이 모습을 보니 일찍 돌아가야 할 것 같구나.”하지율은 그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돌아간다고요? 어르신, 한의원을 그만두겠다는 말씀이세요?”“그만둬야겠어. 그만둘 거야.”“어르신, 제가 리모델링을 도와드릴 수 있어요...”“됐어, 관둬.”단종건은 손을 내흔들었다.“난 이제 나이가 많아서 자식들도 내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 오래전부터 고향으로 돌아가 편히 보내라고 재촉했었어. 원래는 다음 달에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지금 이 상황으로 보아... 일찍 돌아가야겠네.”하지율은 고개를 숙였다.“어르신, 죄송해요.”단종건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왜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 이 일이 너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제가 없었다면 어르신은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거예요.”하지율은 미안한 눈빛으로 단종건을 바라봤다.“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단종건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장하준이라는 그놈이 한 짓이지?”하지율은 잠시 말이 없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단종건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
“하지율이 여전히 굴복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울며불며 재결합하자고 빌겠지. 지후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거야.”장하준은 자신이 정말 대단한 천재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임채아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율이 전과 기록을 남기게 된다면 그녀의 인생은 끝장이다.그 어떤 음악 협회에 들어간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전과자가 된 여자를 누가 받아주겠는가?함우민이 고지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지후야, 이렇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아닌 정도가 아니라 정말 악랄한 짓이었다.고지후는 잔에 담긴 술을 내려다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너무 건방져졌어. 좀 고생을 해도 좋을 것 같아.”함우민의 목소리는 무거워졌다.“지후야, 하지율 씨를 이렇게 대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야.”“후회할 사람은 하지율이야. 내가 최근에 너무 편하게 대해줬더니 계속해서 내 한계를 시험하잖아.”고지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빛이 차가워졌다.“나를 떠나면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줘야 해.”장하준도 덧붙여 말했다.“그래, 당연하지. 요즘 하지율이 얼마나 나빴는지 몰라. 지후가 몇조짜리 계약을 날리게 했어. 자본가와 맞서는 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아야 해. 정말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것 같아.”“됐어, 우민아. 너무 착하게 살지 마. 이게 다 윤택이가 온전한 가정을 가질 수 있도록 방법을 대는 거야. 개는 배고파야 집에 돌아온다는 말을 못 들어봤어?”함우민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어두워진 시선을 감췄다....“뭐라고요?”유소린이 전화를 받자마자 표정이 변했다.“왜 우리 계정을 차단한 거예요? 우리 동영상이나 라이브 모두 규정을 어긴 적 없는데요!”하지율, 유소린, 정기석 세 사람이 막 식사를 시작하려고 자리에 앉던 참에 유소린은 플랫폼 측의 전화를 받았다.“음, 그게... 시스템에서 고객님 계정의 팔로우 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장하준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대단한데? 완전 다재자능하잖아.”함우민이 한숨을 쉬었다.“그분은 예술 분야에서 천재였어. 하지만 아쉽게도...”장하준이 물었다.“뭐가 아쉬워?”“일찍 결혼했는데 남편이 잘해주지 않는다더라. 밖에 내연녀까지 두었다고 들었어. 그분은 가족과 아이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포기했어.”장하준이 말했다.“우민아, 세상에 널린 게 여자야.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으면 너랑 어울리지도 않아. 다른 여자를 찾아봐.”“아니야.”함우민이 정색한 표정을 지으며 장하준의 말을 잘라버렸다.“그분이 나랑 안 어울리는 게 아니라... 내가 그분에게 어울리지 않는 거야.”장하준이 잠깐 멍해졌다.“우민아, 너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한 거야?”함우민이 말했다.“예전엔 그분이 행복하다면 나랑 안 사귀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보니 결혼한 후 오히려 결혼 전보다 더 힘들어하고 있어. 그 남자가 행복을 줄 수 없다면, 내가 행복하게 해주는 게 나을 거야.”장하준이 입을 떡 벌어졌다.“우민아, 네가 사랑꾼일 줄 몰랐네...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설마 억지로 빼앗을 셈이야?”“안 될 게 뭐야?”“대박.”장하준이 엄지를 치켜세웠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정도면 친구로서 응원해줘야지. 잘 해봐.”장하준과 함우민의 대화는 고지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고지후는 더는 듣지 않았다.임채아도 그 여자가 이미 결혼한 데다가 아이도 있다는 말을 듣고 더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그녀는 함우민이 말한 그 여자가 하지율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장하준과 고지후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의 머릿속에서 하지율은 얼굴을 빼고는 전혀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함우민이 말한 그런 뛰어난 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장하준의 목소리에 임채아는 정신을 차렸다.“지후랑 하지율이 이미 이혼했으니 이제 지후의 체면을 볼 필요도 없겠네.”고지후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짓을 할 셈이야?”“그 망
고지후와 장하준은 모두 그녀의 바이올린 연주에 빠져들었지만 함우민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눈빛은 여전히 밝게 빛났다.연주가 끝난 후 장하준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함우민에게 물었다.“우민아, 채아의 연주는 어땠어?”함우민은 온화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주 좋았어.”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형제답게 장하준은 함우민을 잘 알고 있었다.“넌 채아의 연주에 감동받은 것 같지 않은데?”함우민은 약간 아쉬운 듯 미소를 지었다.“아마도... 더 좋은 풍경을 봤기 때문일 거야.”“더 좋은 풍경이라니? 무슨 뜻이야?”장하준은 호기심이 가득했다.“우민아, 연예계 수많은 아가씨가 널 좋아하는데 하나도 마음에 안 든다고 했잖아. 솔직히 말해 봐,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지?”함우민은 숨기지 않고 당당히 인정했다.“그래.”“누군데? 누구야?”장하준은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였다.“한번 데려와 봐. 함씨 가문 도련님의 마음에 든 여자라면 분명 매우 뛰어난 사람이겠지.”함우민도 고지후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의 가정은 더 화목했고, 성격도 더 부드러웠다.고지후처럼 차갑고 여자들의 환심을 살 줄 모르는 사람과 달랐다.함우민은 웃으며 말했다.“맞아, 그 여자는 내가 본 여느 사람보다도 뛰어났어.”이 말을 듣고 평소에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던 고지후도 흥미를 보였다.“어느 집안의 아가씨야?”함우민은 고개를 저었다.“특별한 배경은 없어.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좋아하면 따르면 되지. 배경은 문제가 아니야.”장하준은 자신이 좋아하는 임채아도 특별한 배경이 없다고 생각했고, 배경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함우민은 한숨을 내쉬었다.“따를 수 없는 상황이야. 그 여자는 이미 결혼했고 아이도 있어.”“뭐라고?”장하준은 멍해졌다.“유부녀라고? 우민아, 넌 취향이 정말 독특하네.”고지후도 어두운 눈빛으로 함우민을 바라봤다.“딸이야? 아들이야?”함우민은 고지후의 눈빛을 맞받아 바라보며 대답했다.“아들
장씨 가문은 연예계에서 매우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연예계의 절반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예전에 장씨 가문은 바로 연예 산업으로 기반을 다졌다.장하준은 다른 능력은 없지만 연예 산업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다.하지율 같은 일반인은 물론, 톱스타를 블랙리스테 올리는 것도 장하준이 한마디만 하면 충분했다.상대방은 장하준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블랙리스트라고요? 하지율 씨를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말씀이세요?”이 책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하지율의 원본 영상이 장하준의 계정에서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당시 라이브 방송은 하지율이 가장 빛나는 순간에 갑작스럽게 종료되었다.시청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었다!보여주지 않을수록 사람들은 더 보고 싶어 하고, 신비로울수록 관객들은 더 호기심을 느낀다.이 연막작전은 실로 일류 수준이었다. 내부자가 아닌 이상 이렇게 전문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이런 조작은 분명히 자기 회사의 소속 연예인을 내세우기 위한 홍보 전략이었다.장하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일단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소식을 외부에 알려.”‘연예계에서 감히 장씨 가문과 맞서는 사람이 있겠어?’그 사람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바로 말했다.“네... 바로 처리할게요.”전화를 끊은 장하준은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분노에 떨었다.하지율이 잘 살수록 그는 더 화가 났다. 반대로, 하지율이 불행해질수록 그는 더 기뻐했다....레스토랑 VIP룸, 고지후의 이혼을 축하하기 위해 장하준이 파티를 열었다.고지후의 이혼 소식을 크게 알릴 수는 없어 장하준은 함우민만 불렀다.물론 임채아도 함께였다.함우민이 물었다.“지후야, 정말 하지율 씨와 이혼했어?”장하준이 대신 대답했다.“당연하지. 나랑 채아가 직접 봤어.”함우민은 고지후를 바라봤다.“지후야, 나는 지금까지도 이해가 안 가는데 너와 하지율 씨가 어떻게 이혼까지 가게 된 거야?”고지후는 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