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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1 21:59:43

새벽 두 시가 넘어가자 넓은 집 안은 완전히 고요해졌다.

거실에 남아 있던 술병과 접시는 이미 치워진 뒤였고, 서희가 내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사라는 손님방 침대에 엎어진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낮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데다 저녁 내내 술까지 마신 탓인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든 참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줄 알았던 시간.

끼익―

고요한 안방에서 낮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흣…….”

서희가 급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하얀 베개 위로 흩어지고 가쁜 숨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바로 곁에 있는 강수의 넓은 어깨를 붙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끼익, 끼익―

침대가 다시 낮게 울었다.

“오빠…….”

“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강수의 낮은 목소리와 달리 서희의 목소리는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서희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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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온한 정착   외전21 마지막화

    식사는 거의 끝나 있었다. 테이블 위 음식은 대부분 식었고, 처음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세 사람 사이에 놓인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사라는 여전히 서희를 용서하지 않았다. 서희 역시 사라를 용서하지 못했다. 강수와 서희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누구도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없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은 한 테이블에 끝까지 앉아 있었다. 5년 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서희는 맞은편을 바라봤다. 진이는 강수의 품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커다란 팔 안에 작은 몸이 완전히 묻혀 있었고, 강수는 대화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아이의 자세를 고쳐 안았다. 그 옆에서 사라는 남은 밥을 먹고 있었다. 강수의 손이 움직였다. 사라 앞에 반찬 하나를 당겨놓았다. 사라는 쳐다보지도 않고 집어먹었다. “이거 맛있다.” “더 시켜?” “아니. 배불러.” “그만 먹어.” “방금 더 시키냐며.” “배부르다며.” “말이 그렇다는 거지.” 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 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서희

  • 불온한 정착   외전20

    사라는 눈을 깜빡였다. 질문이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내가 널 이해를 왜 해?” 서희의 표정이 멈췄다. 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품에 잠든 진이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릴 뿐이었다. “……왜라니?” “왜 이해해야 되는데?” 사라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너는 나 이해하려고 1년이나 돌아다녔다며.” “응.” “나는 그런 생각 안 해봤어.” 너무 단순한 대답이었다. 서희가 헛웃음을 흘렸다. “너답다.” “응. 나 원래 이래.” 사라는 태연하게 국을 한 숟갈 먹었다. 조금 식어 있었다. 강수가 그걸 보고 호출 버튼을 누르려 하자 사라가 손등을 잡았다. “됐어. 그냥 먹어.” 강수는 버튼에서 손을 떼었다. 사라는 다시 서희를 봤다. “네가 왜 그랬는지 생각은 해봤지.” “그게 이해하려고 한 거 아니야?” “아니.” 사라가 고개를 저었다. “궁금한 거랑 이해하는 건 다르잖아.” 서희가 말이 없어졌다. “네가 왜 나를 밀었는지.” 사라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왜 그렇게까지 망가졌는지.” 그날의 기억은 아직 남아 있었다.

  • 불온한 정착   외전 19

    사라는 멈췄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서희를 한동안 바라봤다. “말했잖아.”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때 미안하다고.” 거기까지였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다시 사과하지도 않았다. 강수의 품에서는 진이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작은 등을 받친 커다란 손만 일정하게 움직였다. 서희가 물었다. “그게 끝이야?” “응.” 사라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컵을 내려놓으며 되물었다. “너는?” “뭐가.” “너도 있잖아.” 사라의 눈이 서희에게 똑바로 향했다. “나한테 미안할 일.” 서희의 손가락이 물컵에 멈췄다. 둘 사이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강수는 끼어들지 않았다. 이건 사라와 서희가 해야 할 이야기였다. 진이가 품에서 조금 움직이자 작은 뒤통수를 받쳐 자세만 고쳐줬다. 서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지.” 사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많이.” “그래.” 그 한마디였다. 서희가 허탈하게 웃었다. “넌 안 물어봐?” “뭘.” “뭐가 미안한지.” 사

  • 불온한 정착   외전 18

    로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희가 돌아오고 싶었다는 말을 꺼낸 뒤 누구도 쉽게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먼저 움직인 건 사라였다. “밥 먹었어?” 서희가 눈을 깜빡였다. “뭐?” “점심.” “……아니.” 사라가 강수를 올려다봤다. “오빠.” “왜.” “같이 먹자.” 강수의 눈이 서희에게 한번 갔다가 다시 사라에게 돌아왔다. 마음에 든다는 얼굴은 아니었다. “왜.” “나 배고파.” “너만 먹으면 되잖아.” “차강수.” 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강수는 몇 초 바라보다 진이를 한쪽 팔에 고쳐 안았다. “가자.” 그걸로 끝이었다. 회사 근처 한식당의 조용한 룸으로 들어갔다. 강수 옆에는 사라가 앉았고 서희는 맞은편에 자리했다. 진이는 강수의 품에서 아직 자고 있었다. 음식이 하나씩 들어왔다. 사라는 젓가락을 들자마자 갈비찜부터 집었다. “맛있겠다.” 강수는 말없이 사라 앞에 있던 작은 접시를 당겼다. 갈비의 뼈를 발라 살만 올려놓고 다시 밀어줬다. 사라는 익숙하게 집어먹었다. “맛있어.” 강수는 대답 대신 다른 반찬

  • 불온한 정착   외전17

    사라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시 멈췄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다. “사라야.”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붙잡으려는 목소리도, 강수를 만나게 해달라는 말도 아니었다. 사라가 돌아봤다. 서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강수도 걸음을 멈췄다. “왜.” 사라가 물었다. 서희는 잠시 강수를 바라봤다가 다시 사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사실.”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이혼하고 5년 동안 외국에 있었어.” 사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 강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시선이 서희에게 머물렀다. 둘 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여행했어.” 서희가 작게 웃었다. “여기저기.” 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희가 이혼 뒤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찾아보지도 않았다.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었다. “왜?” 사라가 물었다. 서희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너처럼 가면 알 수 있을 것 같았어.” 사라의 표정이 굳었다. “뭘.” “네가 했던 말들.” 서희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

  • 불온한 정착   외전 16

    강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사라에게 걸어갔다. 서희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시선이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왜 안 올라와.” “가려고 했지.” 강수의 눈이 사라의 얼굴을 한번 훑었다. 화가 난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시선이었다. 그러다 아기띠 안에서 잠든 진이에게 내려갔다. “줘.” 사라가 눈을 깜빡였다. “진이?” “어.” “잘 자는데.” “알아.” 강수는 이미 손을 뻗고 있었다. 사라가 아기띠를 풀어주자 커다란 손이 진이의 목과 뒤통수를 먼저 받쳤다. 작은 몸을 조심스럽게 빼내 제 품에 붙인 뒤 자세를 고쳐 안았다. 진이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수의 손이 등을 천천히 쓸었다. “쉬.” 작은 몸이 다시 힘을 풀었다. 사라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내가 잘 안고 있었거든?” “알아.” “근데 왜 뺏어.” “무겁잖아.” “안 무거워.” 강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비어버린 아기띠를 사라 몸에서 풀어냈다. 끈이 어깨에서 내려오자 사라가 그제야 목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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