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정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서희의 눈에는 아직 눈물이 가득했다.“실장님…… 사라가 다친 걸 왜 여보가 저렇게까지 무서워해요?”정민의 시선이 강수가 사라진 병실 쪽으로 잠깐 향했다.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어렵지 않았다.거짓말을 길게 할 필요도 없었다.차강수라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됐다.정민이 조금 난처한 듯 웃었다.“사모님도 아시잖아요.”“뭘요?”“형님 원래 저러시는 거.”서희의 눈썹이 살짝 모였다.정민이 벽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자기 사람이라고 생각 들면 저러십니다.”“……자기 사람?”“예.”정민은 아무렇지 않게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저한테도 그러시는데요.”일부러 웃음까지 섞었다.“제가 어디 가서 칼이라도 한 번 맞고 오면 난리 납니다. 덕배 형 다쳐도 마찬가지고요.”옆에 있던 덕배가 코웃음을 쳤다.“난 안 챙겨.”“형님이 사고를 너무 많이 치니까 그렇죠.”“뒤질 정도 아니면 사고도 아니지.”평소와 다를 것 없는 두 사람의 대화였다.서희의 굳었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정민이 말을 이었다.“사라 씨도 이제 회사 사람이고, 저희랑 같이 위험한 일까지 겪었잖습니까.”지난번에도 사라는 강수 일에 휘말려 칼을 든 남자에게 붙잡힌 적이 있었다.그때도 강수가 직접 움직였다.“게다가 이번에는 진짜 죽을 뻔했고요.”정민이 병실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형님 눈앞에서 바다에 가라앉았으니 놀라셨겠죠.”말이 안 되는 설명은 아니었다.오히려 너무 그럴듯했다.서희 역시 강수가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강한 책임감을 가지는지 알고 있었다.정민도.덕배도.오랫동안 강수 곁에 있던 사람들이었다.그 안에 이제 사라까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됐다.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게 있었다.“그래도…….”서희가 병실을 바라봤다.“나한테 소리친 건 처음이에요.”정민의 입이 잠시 다물렸다.그건 자신도 둘러댈 말이 없었다.그때 덕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덕배가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표정이 달라졌
병원에 도착해서도 사라는 강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의료진이 검사를 위해 침대로 옮기려 할 때마다 강수의 셔츠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오빠…….”“어.”“같이 있어.”강수는 침대 옆에 붙어 있었다.손목 상처를 다시 처치할 때도.젖은 옷을 갈아입힐 때도 문밖에서 기다렸다가 사라가 찾으면 바로 들어갔다.하지만 정밀검사는 달랐다.의료진이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사라는 좀처럼 강수의 손을 놓지 못했다.평소의 민사라라면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결국 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공포가 상당히 심한 상태입니다. 이대로는 검사가 어렵습니다.”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침대 위에 누운 작은 몸이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어떻게 해.”“진정제를 투여하겠습니다.”강수의 턱이 굳었다.사라가 그 말을 듣고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오빠.”“어.”“나 자?”“잠깐.”“일어나면?”강수가 내려다봤다.“여기 있어.”그제야 사라의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약물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겁게 내려오던 눈꺼풀이 완전히 감겼다.그제야 강수는 손을 놓았다.붕대가 감긴 손목을 한동안 바라보다 검사실 밖으로 나왔다.정민과 덕배가 기다리고 있었다.“형님.”“잡았어?”“덕배 형 애들이 쫓고 있습니다.”“놓치지 마.”“예.”강수는 벽에 등을 기대지도 않았다.앉지도 않았다.젖은 옷만 대충 갈아입은 채 검사실 문 앞에 서 있었다.그때 복도 끝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여보!”강수의 고개가 돌아갔다.서희였다.정민에게 연락을 받은 뒤 그대로 달려온 듯했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가에는 벌써 눈물이 맺혀 있었다.“사라는?”서희가 강수 앞으로 달려왔다.“사라 어디 있어?”“검사 중이야.”“많이 다쳤어?”“손목 좀 다쳤어.”“손목만?”서희의 목소리가 떨렸다.정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바다에 빠졌습니다.”서희의 얼굴이 굳었다.“뭐?”눈물이 그대로 떨어졌다.“바다에……?”정민이 더
강수가 사라를 안고 물 밖으로 올라왔다.온몸에서 바닷물이 뚝뚝 떨어졌다.사라는 여전히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오빠…….”“어.”“오빠.”대답을 들었는데도 다시 불렀다.강수는 아무 말 없이 사라를 더 단단히 받쳐 안았다.“회장님! 이쪽으로!”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다.들것이 가까이 오자 사라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싫어.”강수가 내려다봤다.사라가 고개를 저었다.“나 안 내려가.”젖은 머리카락이 창백한 얼굴에 달라붙어 있었다.평소 같았으면 벌써 욕부터 쏟아냈을 여자였다.괜찮다고.멀쩡하다고.자기 발로 걷겠다고 성질을 냈을 여자.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강수의 젖은 셔츠를 움켜쥔 손이 떨렸다.“안 내려놔.”강수가 짧게 말했다.사라의 눈이 올라왔다.“진짜?”“어.”그제야 손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 풀렸다.강수는 사라를 안은 그대로 의료진 앞으로 갔다.“여기서 해.”“회장님, 환자분을 눕혀야…….”“할 수 있는 것부터.”낮은 목소리에 의료진이 곧바로 움직였다.담요가 사라의 어깨를 감쌌다.산소포화도와 호흡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사라는 강수에게 붙어 있었다.의료진이 손목을 보려 하자 사라가 작게 움찔했다.강수의 시선이 내려갔다.쇠사슬에 쓸린 양쪽 손목은 엉망이었다.피부가 벗겨지고 붉은 살이 드러나 있었다.“아파?”사라가 입술을 꾹 물었다.그러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응.”강수의 턱이 굳었다.의료진이 조심스럽게 상처를 소독했다.따가운 약품이 닿자 사라의 몸이 움찔했다.“아…….”강수의 목을 감은 팔이 다시 조여왔다.“오빠.”“여기 있어.”짧은 대답.사라는 눈을 감고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나 진짜 열심히 쳤어.”강수의 눈이 멈췄다.“쇠사슬로.”“알아.”“오빠 목소리 들린 것 같아서…….”말끝이 떨렸다.“처음엔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강수의 손이 젖은 뒤통수를 감쌌다.사라가 힘없이 웃으려 했다.“나 잘했지?”강수는 대답하지 못했다.벗겨진 손목이 눈
차가웠다.정신을 차렸을 때 사라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발끝을 삼키고 올라오는 바닷물이었다.처음에는 발목이었다.곧 종아리를 덮었고, 허벅지를 지나 허리까지 올라왔다.사라는 미친 듯이 쇠사슬을 당겼다.“씨발……!”철컥!손목이 뜯겨나가는 것 같았다.그래도 멈추지 않았다.“풀려! 좀!”철컥! 철컥!아무리 당겨도 쇠사슬은 꿈쩍하지 않았다.컨테이너가 기울었다.물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악!”사라가 휘청거리며 벽을 짚었다.숨이 거칠어졌다.무서웠다.처음이었다.칼이 목에 들어왔을 때도 물어뜯고 도망쳤다.위험한 놈들에게 붙잡혔을 때도 먼저 욕부터 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없었다.물이 가슴까지 차올랐다.사라는 입술을 깨물고 쇠사슬을 움켜쥐었다.죽기 싫어.그 생각밖에 없었다.그 순간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들렸다.― ……사라야!사라의 눈이 커졌다.“……오빠?”잘못 들었을지도 몰랐다.두꺼운 철판 너머였다.사라는 남아 있는 힘을 전부 끌어모아 손목에 감긴 쇠사슬을 들어 올렸다.깡깡깡깡깡!철판을 내리쳤다.“여기……!”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다시 쇠사슬을 들었다.깡깡깡!팔에 힘이 빠졌다.물은 목까지 올라왔다.“오빠…….”깡.한 번.다시.깡.손이 떨렸다.쇠사슬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다.컨테이너가 다시 기울었다.이번에는 얼굴까지 물속으로 잠겼다.사라가 반사적으로 발버둥 쳤다.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하아……!”겨우 숨을 들이마신 순간 또다시 물이 밀려왔다.몸이 떠올랐다.하지만 손목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위로 올라가려 할수록 팔이 아래로 잡아당겨졌다.사라는 다리를 미친 듯이 움직였다.한 번만.숨 한 번만 더.하지만 컨테이너 안에 남아 있던 공기층마저 빠르게 줄어들었다.결국 입과 코가 물속으로 잠겼다.사라는 숨을 참았다.눈을 뜨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발버둥 쳤다.쇠사슬을 당겼다.올라가려고 몸부림쳤다.안 돼.싫어.나 아직.그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처럼 보였다.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강수가 문을 열었다.“형님!”정민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강수가 방파제 쪽으로 뛰었다.거센 바닷바람이 정장을 후려쳤다.영상에서 봤던 크레인.녹슨 철제 난간.방파제 끝에 세워진 오래된 창고까지.틀림없었다.그리고 바다 위에는 컨테이너들이 떠 있었다.하나.둘.셋.그보다 더 많았다.완전히 가라앉은 것도 있었고, 절반 이상 물에 잠긴 채 위쪽만 간신히 드러난 것도 있었다.파도가 칠 때마다 육중한 철제 상자가 기울었다.덕배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형님!”잠수복을 입은 사내 몇 명이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들어간 놈은.”“셋 들어갔습니다. 추가로 부른 놈들도 오고 있고요.”강수의 시선이 바다를 훑었다.“몇 개야.”“확인되는 것만 여덟입니다.”여덟.사라가 어느 안에 있는지 모른다.하나씩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바닷물이 컨테이너 안으로 얼마나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영상 속 사라는 기절해 있었다.손목은 굵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스스로 빠져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강수가 재킷을 벗어 던졌다.정민이 급히 팔을 잡았다.“형님, 잠깐만요.”“놔.”“위치도 모르는데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강수의 눈이 돌아갔다.“그럼 기다려?”“추가 잠수부 곧 옵니다.”“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보장은.”정민의 입이 닫혔다.없었다.그 순간 바다에 들어갔던 잠수부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없습니다!”덕배가 소리쳤다.“다음 거!”강수의 시선이 흔들리는 컨테이너들을 훑었다.어디냐.어디 있어.사라가 아침에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오늘 점심 갈비찜.그걸 먹겠다고 웃던 얼굴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강수의 턱이 굳었다.그리고 처음으로 목소리가 터졌다.“민사라!”항구 전체가 울릴 만큼 컸다.정민도, 덕배도 순간 강수를 바라봤다.강수는 바다만 보고 있었다.“민사라!”대답은 없었다.파도 소리뿐이었다.강수가 난간 가까이 다가갔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안 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민은 계속 전화를 돌렸다.사라의 차가 발견된 위치.주변 CCTV.옷 가게에서 나온 뒤 차량이 지나간 동선까지.강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그때였다.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번호 표시 제한.강수의 걸음이 멈췄다.문자가 하나 들어왔다.영상 파일이었다.정민이 고개를 돌렸다.“형님.”강수는 대답 없이 영상을 눌렀다.화면이 흔들렸다.어두운 공간.누군가의 거친 숨소리와 욕설이 먼저 들렸다.그리고 사라가 보였다.두 남자가 양쪽에서 팔을 붙잡고 있었다.머리는 엉망으로 흐트러졌지만 아직 정신은 멀쩡했다.사라가 온몸을 비틀었다.“놔! 나 이 새끼들아!! 놓으라고!”“가만있어!”“놓으라고, 개새끼야!”한 남자가 사라의 팔을 억지로 잡아당겼다.사라가 순간 고개를 돌렸다.그대로 남자의 팔을 세게 물었다.“아악!”비명이 터졌다.남자의 팔이 풀린 찰나 사라가 몸을 빼내려 했다.하지만 옆에 있던 다른 남자의 손이 먼저 올라갔다.찰싹!거친 소리가 영상 밖까지 선명하게 울렸다.사라의 얼굴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억…….”작은 몸이 그대로 무너졌다.영상이 흔들렸다.정민의 얼굴이 굳었다.강수는 움직이지 않았다.휴대전화를 쥔 손만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영상 속 남자가 웃었다.― 차강수.카메라가 쓰러진 사라를 비췄다.― 내 회사 먹었으면 값은 치러야지. 안 그래?강수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며칠 전 끝낸 해외 개발 건.자기들 판에 CH건설을 끌어들이려다 오히려 사업권과 시행권까지 잃은 놈들이었다.― 주소는 한참 후에 보내줄게.낄낄거리는 웃음이 들렸다.― 잘 찾아봐.영상이 끝났다.정민이 즉시 휴대전화를 들었다.“덕배 형한테 사람 전부 풀라고 하겠습니다.”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다시 영상의 처음으로 돌렸다.장소.벽.바닥.빛이 들어오는 방향.사라 뒤편에 순간적으로 잡힌 철제 구조물까지.한 번.다시 한 번.“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