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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uthor: 서담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0 14:27:57

강수의 시선이 사라의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

사진 속에서 몇 번 본 여자였다.

서희가 휴대전화를 들이밀며 자랑하듯 보여주던, 3년째 세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친구. 어느 날은 태국 바닷가에 있다가 한 달 뒤에는 유럽의 작은 골목에서 웃고 있었고, 또 어느 날은 이름조차 생소한 도시에서 술잔을 들고 있었다.

한곳에 붙어 있지 못하는 애라고 했다.

오는 남자 안 막고 가는 남자 안 잡는 애라며, 서희는 사라 이야기를 할 때마다 걱정 반 웃음 반이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한 민사라는 사진보다 훨씬 작았고, 훨씬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겁이 없었다.

강수의 얼굴에 길게 자리 잡은 흉터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시선을 피했다. 덩치에 한 번 눌리고, 눈빛에 두 번 움츠러들었다.

사라는 정반대였다.

고개를 한껏 젖힌 채 대놓고 그를 구경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크시네요.”

강수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뭐가.”

“키요.”

사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는 그의 오른쪽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흉터도 사진에서는 잘 안 보였는데.”

처음 보는 남자의 흉터를 저렇게 빤히 바라보는 여자도 처음이었다.

강수가 낮게 물었다.

“안 무섭나?”

“뭐가요?”

“나.”

잠깐 눈을 깜빡이던 사라가 피식 웃었다.

“제가 왜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강수가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던 순간, 안방 문이 열렸다.

“여보……?”

헝클어진 중단발에 잠이 덜 깬 얼굴로 나온 서희가 강수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왔어?”

강수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왜 나왔어. 자지.”

“목말라서.”

휘청거리는 서희가 다가오자 강수는 익숙하게 허리를 받쳤다. 조금 전까지 사라를 내려다보던 차가운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고, 술기운으로 붉어진 볼까지 손등으로 가볍게 쓸었다.

“얼마나 마신 거야.”

“조금.”

“이게 조금 마신 얼굴이야?”

말은 타박하면서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라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서희에게 남편 자랑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직접 보니 이해가 됐다.

밖에서는 사람 하나 눈빛으로 죽일 것 같은 남자가 제 친구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사라가 데려다줬어.”

서희가 강수의 품에 기대며 친구를 가리켰다.

“내 베프. 예쁘지?”

“야, 김서희. 술 취해서 무슨 소리야.”

“왜. 우리 사라 예쁘잖아.”

사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 순간 강수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향했다.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가느다란 다리, 여행에서 막 돌아온 사람답지 않게 새하얀 피부, 순진해 보이는 눈과 달리 거침없는 행동.

예쁘다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강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희를 품 안으로 당겼다.

“들어가자.”

“사라는?”

“택시 불러주지.”

그 말에 사라가 곧장 손을 저었다.

“됐어요. 저 혼자 잘 가요.”

“이 시간에?”

“저 스물넷이에요, 회장님.”

강수가 내려다봤다.

“스물넷이면 새벽에 혼자 다녀도 안 위험해지나?”

사라가 잠시 멈칫했다.

그 말투가 꼭 잔소리 많은 아저씨 같았다.

“서희야.”

“응?”

“네 남편 원래 이렇게 꼰대야?”

“민사라.”

처음으로 강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사라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딱 삼 초였다.

“왜요?”

강수의 미간이 좁아졌다.

서희는 결국 강수의 품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여보, 포기해. 쟤 원래 저래.”

“알아.”

“응?”

서희가 고개를 들었다.

강수는 대답 대신 술 취한 아내를 안방으로 데려갔다.

잠시 뒤 다시 나온 그의 손에는 자동차 키가 들려 있었다.

현관에서 구두를 신던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하세요?”

“데려다준다.”

“괜찮다니까.”

“주소.”

“진짜 혼자 갈 수 있는데.”

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열고 기다렸다.

결국 사라가 입술을 삐죽이며 그의 옆을 지나쳤다.

“고집 진짜 세네.”

“너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사라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웃음기가 살짝 묻은 강수의 얼굴을 발견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올라탔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사라가 갑자기 강수를 올려다봤다.

“근데 회장님.”

“왜.”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사라의 시선이 그의 오른쪽 얼굴을 길게 가로지른 흉터에 머물렀다.

“그 흉터, 어떻게 생긴 거예요?”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강수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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