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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화. 닫힌 청묵재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29 20:04:44

청묵재 앞에는 소의보다 먼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손님이 아니었다. 현씨 집에서 보았던 하인이 값표를 떼어 상 위에 올려놓고, 옆의 장정에게 서가를 가리켰다.

“저것도 실어.”

곡우가 서가 앞을 막았다.

“손님 물건이에요!”

“사람이 죽었는데 글 몇 장이 대수냐?”

소의가 문턱을 넘었다.

“누가 가져가라고 했습니까?”

하인은 그녀 손의 출석 요구서를 보고 웃었다.

“같이 가져가면 수고를 덜지 않소.”

그가 완성 문서를 집었다. 소의가 반대쪽 끝을 눌렀다. 종이가 팽팽해졌다.

“놓으세요. 찢어집니다.”

“못 보여줄 내용이 있나 보군.”

“수색 명을 보여주세요.”

하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곡우가 달려들자 장정이 팔로 밀었다. 소의는 문서를 놓지 않은 채 옆으로 돌아 곡우를 받쳤다. 모서리 한 귀퉁이가 쭉 찢어졌다.

문밖이 조용해졌다.

경연이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인계할 물건을 확인하러 온 대리시 서리가 기록판을 들고 있었다.

“손 내려.”

하인이 종이를 놓았다.

경연은 찢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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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혼서   192화. 대답을 바꾼 아이

    약포 주인은 소의가 낸 돈을 상 위에 놓았다.“남은 건 이것뿐이오. 돌려줬다고 적어주시오.”“돌려받으러 온 게 아닙니다.”“안 받으면 내가 뭘 숨긴 것처럼 되잖소.”그는 전꾸러미를 소의 앞으로 밀었다. 소의는 손을 대지 않고 동행한 서리를 불렀다. 약값과 방값으로 쓴 몫을 주인이 말하고, 남은 돈을 서리가 따로 세었다.진료방은 비어 있었다. 침상은 그대로 두었고, 이불은 검시방으로 가져갔다. 약동이 뜰에서 물을 쏟았다. 빈 바가지를 드는 손이 덜덜 떨렸다.“제가 돈을 드린 날 기억합니까?”소의가 물었다.아이는 서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주인어른께 드렸지요?”“저한테도…… 주셨어요.”약포 주인이 돌아섰다.“네게 언제?”“방에 들어가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소의의 손이 상 모서리를 짚었다. 약동은 그녀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제가 방에 들어갔을 때 누가 있었습니까?”“혼자요.”“누이가 죽을 가져왔잖아요. 이불에 쏟아서 같이…….”“몰라요.”“바깥 골목에서 쌀자루를 나르던 분도 보셨을 겁니다.”아이가 바가지를 떨어뜨렸다. 이번에는 줍지도 않았다.“모른다니까요!”약포 주인이 아이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소의가 그 앞에 손을 뻗었다.“잠깐만요.”아이의 볼을 따라 눈물이 흘렀다. 울음소리는 나지 않았다. 소의는 준비해온 종이를 내려놓았다.“누이는 어디 있습니까?”약동은 입술을 꽉 물었다.주인이 한숨을 쉬었다.“삯 받으러 나갔다 아직도 안 왔소. 동생 혼자 남겨놓고 무슨…….”“찾아보셨어요?”“쌀가게에서는 삯 준 적 없다더군. 그 여자가 다른 데서 일했는지는 나도 모르오.”소의는 서리에게 그 말부터 적어달라고 했다. 약동이 갑자기 그녀의 소매를 붙잡았다.“적지 마세요.”“누이 일을요?”“거기 안 갔어요. 그냥…… 그냥 다른 데 있어요.”소의는 아이의 손에서 제 소매를 빼지 않았다. 서리가 붓을 멈추었다.“제가 아까 너무 급하게 물었습니다.”약동은 대답하지 않았다.“누이를 찾는 데 필요한 말만 해

  • 붉은 혼서   191화. 닫힌 청묵재

    청묵재 앞에는 소의보다 먼저 사람들이 와 있었다.손님이 아니었다. 현씨 집에서 보았던 하인이 값표를 떼어 상 위에 올려놓고, 옆의 장정에게 서가를 가리켰다.“저것도 실어.”곡우가 서가 앞을 막았다.“손님 물건이에요!”“사람이 죽었는데 글 몇 장이 대수냐?”소의가 문턱을 넘었다.“누가 가져가라고 했습니까?”하인은 그녀 손의 출석 요구서를 보고 웃었다.“같이 가져가면 수고를 덜지 않소.”그가 완성 문서를 집었다. 소의가 반대쪽 끝을 눌렀다. 종이가 팽팽해졌다.“놓으세요. 찢어집니다.”“못 보여줄 내용이 있나 보군.”“수색 명을 보여주세요.”하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곡우가 달려들자 장정이 팔로 밀었다. 소의는 문서를 놓지 않은 채 옆으로 돌아 곡우를 받쳤다. 모서리 한 귀퉁이가 쭉 찢어졌다.문밖이 조용해졌다.경연이 서 있었다. 그의 뒤에는 인계할 물건을 확인하러 온 대리시 서리가 기록판을 들고 있었다.“손 내려.”하인이 종이를 놓았다.경연은 찢어진 귀퉁이를 집어 상 위에 올렸다.“수색패가 있느냐.”“피해자 쪽에서 필요한 것을…….”“없으면 밖으로 나가.”장정 하나가 먼저 움직였다. 경연은 그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곡우를 민 손을 포졸에게 확인시켰다. 하인이 현 낭중의 이름을 꺼내자 경연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그분이 손님 문서를 가져오라 시켰느냐?”하인은 입을 닫았다.소의는 상 위 문서를 한 장씩 나눴다. 혼서, 외상 약조, 아들에게 보내는 서찰이었다. 누구의 이름이 드러났는지 확인하는 동안 곡우가 앞문을 닫으려 했다.경연이 고개를 저었다.“사람들이 보는 데서 확인하겠소.”정식으로 가져갈 것은 화영약포에 지급한 비용과 소의가 직접 적은 출입 경위뿐이었다. 서리가 물목을 읽자 소의가 하나씩 내놓았다. 곡우는 문밖 손님에게 오늘은 글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언제 여는데?”“아직 몰라요.”“내일 내야 하는 건데.”곡우가 소의를 보았다. 소의는 손님의 은자를 꺼내 돌려주었다. 절반은 이미 쓴 종이값이었지

  • 붉은 혼서   190화. 치료비를 낸 여자

    약동은 누이를 기다리다 부엌 문턱에서 잠들었다.해가 뜨기 전, 누군가 그의 발을 걷어찼다.“불 올려. 뜨거운 물 가져오라잖아.”아이가 벌떡 일어났다. 뜰 북쪽 진료방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약포 주인은 문지방에 서서 안으로도 밖으로도 움직이지 못했다.침상 끝에서 흰 천이 내려왔다.약동은 물바가지를 놓쳤다.철벅.소리가 나자 주인이 돌아봤다.“밤에 무슨 일 있었느냐?”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입술 안쪽을 씹고 있었다. 주인이 다가오려는데 정문에서 사람 부르는 소리가 났다.소의는 아침 약값을 물으러 왔다가 빈 죽그릇 앞에 멈췄다.“곽진 씨는요?”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주인이 흰 천 쪽으로 턱을 움직였다. 소의는 그제야 침상 둘레의 발들이 모두 바깥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어제까지 죽을 더 달라던 사람이었다.그녀가 문틀을 짚었다.“의원은 오셨습니까?”“안에 계시오.”의원은 밤에 자리를 비웠다 돌아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살폈을 때의 상태와 지금 본 것을 구분해 말했으나, 방 안의 누구도 끝까지 듣지 않았다.“객점에서 맞은 게…….”“젊은 사람이 저렇게 가다니.”소의는 약동을 찾았다. 아이가 젖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바가지 조각을 줍고 있었다.“다칩니다. 그대로 두세요.”아이의 손이 멈췄다. 소의를 올려다보는 눈이 붉었다.그때 정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저 여자가 돈을 냈습니다.”석규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골목 건너 짐수레 뒤에서 연경부 아전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소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피고발인 쪽에서 치료비를 대고 밤에도 사람을 보냈다지 않습니까. 죽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소.”아전이 소의 앞으로 왔다.“치료비를 내셨습니까?”“예.”“명산이 부탁했소?”“아닙니다. 제가 냈습니다.”“무엇을 요구했소?”소의는 잠깐 대답을 놓쳤다. 약포 주인이 끼어들었다.“요구는 무슨. 돈을 안 내면 내가 외상으로 달아야 하는데.”아전은 주인의 말도 적었다. 소의에게 이름과 거처를 물었다.

  • 붉은 혼서   189화. 바늘값으로 얻은 방

    윤채는 이불 두 채 중 얇은 것을 골랐다.두꺼운 솜이불은 시아버지에게 깔고, 자기 것은 접어 궤 위에 두었다. 허온이 그걸 들자 그녀가 손을 뻗었다.“그건 두고 가.”“밤에 춥잖아.”“다 못 실어. 솥도 가져가야 해.”문밖 손수레에는 약탕기와 장작 한 묶음이 먼저 올라가 있었다. 노인은 방문 앞 걸상에 앉아 그 짐들을 세었다.“내 것 때문에 그러니?”“아니에요. 방이 작아서요.”윤채는 노인의 버선을 고쳐 신겼다. 발뒤꿈치에 잡힌 천을 펴는 손이 서툴게 떨렸다. 밤새 바느질을 해서 손끝이 굳어 있었다.허온은 대리시에서 돌아온 뒤 한 번도 겉옷을 벗지 않았다.그날 아침 그는 추천장을 받은 것뿐 아니라 지난달 현씨 집의 부탁으로 책을 내준 일도 말했다. 열쇠를 돌렸고, 반납 날짜를 늦게 적었다. 약값 때문에 시작했다고 했으나 고환이 추천장을 언제 처음 부탁했느냐고 묻자 대답이 달라졌다.아버지가 쓰러지기 전이었다.혼적청 주사는 당분간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 열쇠는 돌아오지 않았다.윤채는 그 소식을 듣고 바느질감을 한 꾸러미 더 받았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 품삯을 세고, 방을 빌려준 과부에게 먼저 건넸다. 병자를 들인다는 말에 주인이 난색을 보이자 의원이 다녀갈 길과 물을 길을 곳까지 직접 살폈다.“얼마를 냈어?”허온이 물었다.“닷새 치.”“그다음은?”윤채는 답하지 않고 솥뚜껑을 천으로 감았다.소의가 도착했을 때 경연은 집 앞에서 짐수레를 보고 있었다. 노탁이 좁은 골목에서 수레를 돌리다 담에 바퀴를 긁었다.드르륵.“그쪽 말고 앞을 들어요.”윤채가 소리치자 노탁이 얼굴을 들었다.“앞을 들면 뒤가…… 아, 잠깐.”경연이 반대편 수레채를 들었다. 두 사람이 조금씩 옮기자 바퀴가 돌 틈에서 빠졌다. 윤채가 그제야 짐을 얹었다.허온은 아버지를 업으려 했다. 노인이 아들의 손목을 잡았다.“네 일은 끝났니?”“아직입니다.”“그럼 어디로 가는 게냐.”허온은 무릎을 굽힌 채 대답하지 못했다. 소의가 노인 곁에 앉아 새 방에 낮은

  • 붉은 혼서   188화. 놓지 못한 걸상

    곽진은 의원이 팔을 펴려 하자 욕부터 했다.“부러진 데를 또 꺾으면 어쩌자는 거요!”“꺾지 않았소. 힘을 빼시오.”화영약포 뒤 작은 뜰에는 물을 데우는 솥이 걸려 있었다. 뜰 북쪽 두 칸 중 동쪽 방을 환자에게 내주고, 왕진 온 의원은 서쪽 방에서 손을 씻었다. 약동은 두 방 사이를 오가며 젖은 천을 날랐다.소의가 들어서자 약포 주인이 손을 내밀었다.“객점에서는 그댁에서 낸다고 했다던데.”“얼마입니까?”곽진이 침상에서 고개를 돌렸다.“돈으로 끝낼 생각 하지 마시오.”소의는 품에서 전꾸러미를 꺼내다 멈췄다.“끝낼 일이 아닙니다. 우선 치료를 받으세요.”그녀는 약포 주인에게 오늘 쓴 약값과 방값을 따로 물었다. 받은 돈을 주인이 세는 동안 약동의 누이가 죽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동생과 닮은 둥근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뜨거우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곽진이 성한 손으로 그릇을 낚아챘다가 놓쳤다. 죽이 이불 위에 쏟아졌다. 누이는 욕 한마디 하지 않고 그릇을 집었으나 방 밖에 나와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소의가 빨래 광주리의 반대쪽을 들었다.“이건 제가 놓을게요.”“손 다치셨잖아요. 거기 두세요.”약동이 얼른 받아갔다. 소의는 손을 놓고 서쪽 부엌문을 비켜섰다. 문밖은 쌀가게와 함께 쓰는 배달 골목이었다. 쌀자루를 멘 사람이 지나가며 어깨로 문짝을 밀었다.혜진은 그 모든 소리를 듣고도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객점에서 곽진은 먼저 그녀의 팔을 잡았다. 명산이 현씨 집의 아내를 숨겼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혜진이 팔을 빼자 뺨을 쳤다.명산이 그를 밀어냈다.거기까지는 혜진도 말했다. 고환이 묻자 고개를 끄덕였고, 객점 주인도 보았다고 했다.그 뒤 곽진이 다시 손을 뻗었을 때 명산은 걸상을 들었다. 첫 번째는 팔을 막으려던 것이었다. 곽진이 벽에 부딪쳐 주저앉았다.그다음에도 걸상이 올라갔다.혜진은 그때 남편을 붙잡지 못했다. 방 안에서 아완이 우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명산이 멈췄다.“넘어지면서 다친 겁니까?”고환

  • 붉은 혼서   187화. 남쪽으로 가는 죄인

    수레는 빠르지 않았다.남시를 빠져나가는 짐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콩자루를 실은 노새가 멈추자 뒤쪽 수레도 서야 했다. 명산을 실은 수레의 마부는 그때마다 채찍으로 옆 수레를 쳤다.“관가 일이오! 길 터!”혜진이 숨을 헐떡였다. 소의도 옆구리가 당겨 걸음을 줄였다. 따라잡을 때마다 다시 멀어졌다.성문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소의는 빈 수레 앞을 막았다.“잠깐만요. 저 앞에 대주세요.”수레꾼이 손사래를 쳤다.“난 일 끝났소.”“사람을 다른 곳으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포졸이 오고 있어요.”“그럼 포졸한테 맡기시오.”그가 고삐를 들었다. 소의는 수레채에서 손을 뗐다. 붙잡고 늘어지면 이 말도 놀랄 터였다.혜진이 먼저 수레꾼에게 두 손을 모았다.“제 남편이에요. 성문만 넘지 못하게 해주세요.”수레꾼은 명산이 탄 수레를 보고, 그 뒤의 성문을 보았다. 욕을 작게 하더니 빈 수레를 비스듬히 틀었다.“바퀴 빠지면 댁들이 물어내.”나무바퀴가 돌 틈을 긁었다. 끼긱, 수레채 끝이 반대편 짐꾸러미에 닿았다. 마부가 채찍을 높이 들었다.“당장 빼!”소의는 수레 사이를 지나 명산 곁에 섰다.“연경부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죄인과 말 섞지 마시오.”명산의 팔을 누른 사내가 내려왔다. 두꺼운 목덜미에 땀이 번들거렸다. 객점 주인이 운송패의 우두머리 석규라고 불렀던 자였다.그가 소의의 어깨를 밀었다.“창고에서 다른 수레로 바꾸는 거요.”“어느 창고입니까?”석규가 대답 대신 팔을 잡았다. 붕대 감은 손이 뒤로 꺾였다. 소의가 비명을 삼키자 혜진이 달려들었다.명산이 수레 안에서 몸을 던졌다.쿵!결박된 채 바닥에 떨어진 그를 석규가 발로 눌렀다. 혜진이 그 발목을 붙잡았다. 빈 수레꾼이 고삐를 놓고 뛰어왔지만 뒤의 사내 둘이 막았다.“관가 죄인 건드리지 마!”“관가 사람이 왜 저 여자를 때려!”성문 앞 장사꾼들이 고개를 들었다. 파수병 둘이 창을 세우고 달려왔다. 석규는 품의 종이를 펼쳤다.“연경부에서 보낸 거요.”파수병이 받아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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