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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어우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4 11:11:06

양성훈, 그는 ‘이루어지리’ 비뇨기과 원장인 박형민의 의과대학 동기동창이었다. 본과 때부터 가깝게 지내기 시작해서 전문의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한 사이인지라,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다 자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형민이 비뇨기과를 선택한 데에 반해, 성훈은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기 위해 피부과를 선택했다. 거기서 두 사람의 인연이 갈라지는가 싶었지만, 성훈 아버지의 ‘눈부셔’ 피부과 건물 맞은편에서 형민이 비뇨기과를 개업하게 되면서 지겹게도 붙어있게 된 것이었다.

올 때마다 구박을 받으면서도 성훈은 틈만 나면 비뇨기과를 드나들었다. 형민을 만난다는 핑계로 성아에게 얼굴 도장을 찍으러 온다는 것은 형민도, 성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아에게 치근거리거나 집적거려서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라서 못 오게 할 명분이 없었다. 그가 성아에게 하는 작업이래야 고작 점심 함께 하자던지, 영구제모나 필링 따위를 무료로 해 줄 테니 자기네 병원에 한 번 놀러오라는 게 다였다. 그때마다 성아는 웃는 얼굴이지만 단호한 어조로 거부 의사를 밝혀왔고.

한 번은 점을 빼주겠다 한 적이 있었다. 딱히 빼야 할 점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성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성훈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빗장뼈 아래 3cm 정도에 위치한 작은 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라 본인도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성훈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형민이 에라이 하며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평소 성훈의 시선이 어디 즈음에 주로 머물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아는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가슴을 가렸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었다.

****

아무 것도 없는 하얀 공간 안에 붉은 융단이 펼쳐져 있었다. 그 위에 요염한 자태로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하얗고 얇은 천 하나 뿐이다. 여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곳에 대 여섯 개의 조명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고, 테이블 위에 노트북 하나,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 한 명이 옷가지를 팔에 걸치고는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효민씨, 상체를 살짝 비틀어 볼래요? 그렇죠, 그 자세에서 스톱.”

흰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남자가 잠시 내렸던 카메라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셔터음. 플래시가 팡팡 터지며 고혹적인 표정의 여자의 얼굴이 고스란히 사진 속에 담겼다. 남자는 카메라를 잠시 들여다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메이크업 좀 고치고 갈게요.”

남자의 말에 옷가지를 들고 있던 여자가 효민에게 달려가 몸을 가려주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친 남자가 건네준 음료를 받아 마시며 여자가 화장을 고치는 동안, 용규는 노트북 앞으로 가서 방금 찍은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페이지를 찬찬히 넘겨보는 용규의 미간에 굵게 주름이 잡혀있었다.

“왜 그래,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어느 새 다가온 효민이 용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남자는 효민을 힐긋 쳐다보고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여자는 입술을 삐죽이고는 남자의 어깨를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일에 몰두하는 남자, 멋있긴 한데 좀 웃어주고 그럼 안 돼? 당신 분위기가 살벌하니까 다들 주눅들어버린다고.”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여자가 기대감에 가득한 눈으로 생긋 웃었지만 용규는 그 손을 내려버렸다.

“사진 좀 봐요. 예쁘긴 한데, 싸구려 달력에 실려 있는 여자들 사진이랑 다른 게 뭐냐고. 당신 배우 맞아? 왜 하나같이 똑같은 표정인 겁니까.”

여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싸구려 달력 운운하며 자신을 모욕하는 눈앞의 남자를 당장 목 졸라 죽여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네깟 놈이 그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 내가? 내 앞으로 오는 영화 시나리오가 몇 개고 드라마 시놉이 몇 개인 줄 알아? 들어오는 광고는 몇 개인 줄 아냐고! 자존심이 팍 상해버린 여자를 보며 용규는 웃었다.

“누드라고 꼭 섹시한 표정으로 찍어야 한다는 법 없으니 좀 다양한 표정으로 가자구요. 효민씨가 가진 표정을 다 이끌어 내 보자구요. 자, 다시 가볼까요?”

남자의 웃음에 여자는 잠시 멈칫했지만 자리로 돌아갔다.

시작하겠다는 용규의 외침에 분주히 오가던 사람들이 줄지어 밖으로 나갔다. 잠시 꺼두었던 조명이 켜지고 촬영이 재개되었다.

섹시 일변도이던 효민의 표정이 다양해지고, 셔터를 눌러대는 용규의 표정도 점점 만족에 가까워졌다.

“오케이, 여기까지 합시다. 수고했어요, 효민씨.”

감정에 취해 눈동자 가득 눈물을 담고 있던 여자가 눈을 깜빡여 물기를 흘려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대기하고 있던 코디가 걸쳐주는 옷을 여미며 효민이 용규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마음에 드나봐, 용규씨? 표정이 좋네?”

“한 번 볼래요?”

용규는 사진을 띄워놓은 모니터를 여자 쪽으로 돌려주었다. 여자가 상체를 기울여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주었고, 사진이 바뀔 때마다 효민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 용규씨가 아까 내게 했던 말, 이제야 이해가 돼. 어쩜, 누드사진인데 야하지가 않고 아름다울 수가 있니?”

자기 사진을 보며 아름답다는 망발을 하는 여자를 보며 용규가 피식 웃었다. 모델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어쨌건 쓸 만한 사진은 몇 장 건진 것 같았으니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작업이었다.

찬찬히 돌려보라고 하고는 카메라를 정리하는데, 여자가 다가와 어깨를 쓸어내렸다.

“정리하고 한 잔 할까? 나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래요.”

“글쎄요.”

“그러지 말고 가요, 내가 쏠게.”

여자의 은근한 유혹에 용규는 결국 그러마 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다른 무엇보다 그의 가슴근육을 슬며시 쓸어오는 여자의 손길에 몸이 동한 것이 제일 컸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여자의 목덜미를 이빨로 잘근잘근 깨물었다. 급하게 숨을 들이마신 여자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남자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이 닫히고 힐을 벗으려 몸을 숙인 여자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그대로 벽에 밀어붙였다.

“잠깐만, 좀 천천히…….”

“두 시간 내내 날 건드려 댈 때, 이만한 각오도 안 했던 거야? 내가 참을성이 많은 걸 다행으로 여겨. 다른 놈들 같았으면 테이블 위에 깔고 덮쳤을 거라고.”

다급한 손길로 여자의 옷을 벗겨내며 한 용규의 말에 효민은 웃음을 터트렸다.

“스캔들 걱정만 없다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래?”

브리프와 스타킹만 남기고 모두 벗겨버린 남자가 여자를 번쩍 들어 안았다. 여자의 늘씬한 다리가 용규의 허리를 감아왔다. 코앞에 와 닿은 여자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언젠가 한 번 맡아본 것 같은 향기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침실 어디야?”

“제일 안쪽에.”

급해 죽겠는데 왜 하필! 여자가 가리킨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거실 한 복판에 커다랗게 자리잡은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 갈 필요 있나? 어디든 푹신하기만 하면 되지.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띠며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남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혀를 놀려대던 여자는 갑자기 방향이 바뀌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안돼, 소파 비싼 거란 말야.”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조금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남자는 효민을 소파 위에 던졌다. 그리고 자기 옷을 벗어던졌다. 궁시렁거리던 여자의 시선이 용규의 벗은 몸에 가 닿자, 여자의 얼굴에 탐욕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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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27

    접시들이 하나둘 서빙 되어 나오면서, 테이블에선 대화가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다. 형민과 용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민영이 성아를 끼워 넣어보려 했지만, 성아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만 살래살래 저었다. 두 사람 갈등의 원인이 성아인지라, 그녀도 끼어들기가 난처했던 것이었다. 어느 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면 모를까, 아직 두 사람 어느 누구에게도 확신을 얻을 수가 없었기에 한 사람의 편을 들기가 애매했다.“박 선생님 기분이 왜 저렇게 안 좋으신 거야?”민영이 두 남자를 힐끗거리며 성아에게 귓속말로 물어왔다. 뭐라 말해야 하나, 성아는 잠시 고민하다 살짝 웃어보였다.“화장실 갈래요?”“그래, 그러자.”두 여자가 파우치를 챙겨들고 화장실로 향하고, 테이블에는 세 남자만이 남아 어색해하고 있었다. 형민과 용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끼고 있던 진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민영이가 좀 눈치가 없긴 해요.”“네?”“다른 건 모르겠는데,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건 캐치를 잘 못 하더라고요. 대놓고 말해줘야 알아요. 그래서 연애할 때도 힘들었고요.”형민은 변명하듯 말을 늘어놓는 진우를 향해 씁쓸하게 웃었다. 용규도 입맛이 쓰기는 매한가지였다. 세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와인 잔을 들어 올렸고, 어색하게 웃었다.화장실 거울 앞에 선 두 여자 사이엔 이미 많은 말들이 오고간 뒤였다.“어머! 진짜 난 몰랐어. 어쩌지? 진작 얘기 좀 해주면 좋았잖아, 김 선생!”“죄송해요. 진우 씨 한 사람만 바라보다 결혼한 강 선생님 앞에서…… 제가 너무 못된 여자가 된 것 같아서 말 못 했어요. 양 손에 떡을 쥐고선 어떤 게 더 맛있나 저울질하고 있는 거잖아요.”민영은 들고 있던 콤팩트를 내려놓고 기운 없는 성아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저울질 좀 하면 어때! 아니, 매사 똑 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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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25

    두 간호사가 수술 준비로 분주한 동안 형민은 여자에게 음경 골절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음경에 피가 몰리면서 발기가 되는 건 알고 계시죠? 음경에 피가 들어차게 되는 음경해면체가 있고, 그 음경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백막이에요. 평소에는 흐물흐물한데, 발기가 되면 막대기처럼 딱딱해지거든요. 음경 골절은 바로 그 백막이 찢어지게 되는 겁니다. 치료시기에 따라 예후가 달라집니다. 바로 응급실로 가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방치하지 않고 이렇게 병원에 오신 건 아주 잘하신 겁니다.”형민의 말에 여자는 팔꿈치로 남자의 허리를 찔렀다. ‘아, 왜!’하며 짜증을 내는 남자에게 거보라며, 자기 말 안 듣고 병원 안 왔으면 큰일날뻔하지 않았냐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내 몸인데 왜 네가 더 난리냐며 퉁명스럽게 말하는 남자에게 ‘다른 곳은 몰라도 거기’는 자신의 것이나 다름없다며 윽박지르는 여자를 보며 형민은 기분이 씁쓸해졌다.부부란 저런 것이겠지. 그의 시선이 수술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성아에게 절로 가 닿았다. 저 여자가 이 보호자처럼 내 몸을 걱정해주었으면 좋겠는데.수술 준비가 끝이 나고, 형민과 민영이 환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성아는 초조해하는 보호자를 대기실로 안내했다.“잘 되겠죠?”“그럼요. 우리 선생님이 지금은 이렇게 작은 병원에 계시지만, H대학병원에서 유명하셨어요. 임상 경험도 많으시고 수술 경험도 많으시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성아의 말에 여자의 얼굴에 약간의 안도감이 번졌다. 급한 마음에 가장 가까운 비뇨기과를 찾아온 것이라 큰 기대는 않았는데 정말 다행이라며 성아의 손을 꼭 쥐고 흔들었다. 하지만 초조함을 완전 덜어내지는 못했는지 의자 사이를 서성대기 시작했다.성아는 문득 아이도 있는 부부사이에 남자의 성기능이 저렇게 중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의 섹스가 주는 즐거움이 분명 있긴 했다. 하지만 남녀사이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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