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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사이다 독설
“나리가 집에서 넘어졌대...”

서준영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인사팀의 말을 들을 여유도 없이 그는 급하게 말했다.

“나 먼저 가봐야겠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가을은 이미 비를 맞으며 처마 아래로 뛰어갔다.

그녀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봐.”

서준영은 그녀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한 듯,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유 모를 불안이 다시 올라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 순간, 강나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너머에서 강나리가 아프다고 한마디 하자, 서준영은 모든 고민을 뒤로한 채 결정을 내렸다.

“나 먼저 가볼게. 너 여기서 기다려. 내가 데리러 올게.”

예전의 한가을이라면 그의 말을 의심 없이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인사팀과 함께 서류 인수인계를 마쳤고, 해외 파견 계약서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때 서준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야,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널 데리러 못 가게 됐어. 택시 타고 집에 와도 될까?”

동시에 휴대폰에는 새로운 사진이 도착했다.

넘어졌다던 강나리가 서준영의 팔짱을 끼고 신혼부부처럼 가구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예상했던 약속 파기였다.

한가을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 회사 일이 더 중요하지.”

전화기 너머로 희미하게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서준영은 휴대폰을 조금 멀리한 듯하더니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집에 도착하면 꼭 전화해. 안 그러면 내가 걱정...”

이번에는 끝까지 듣지 않고, 한가을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사진들을 하나씩 저장하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5년 동안 서준영이 준 선물들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가을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사진 찍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반지 하나였다.

연애 1주년 때, 서준영이 직접 만들어준 것이었다.

한가을은 누렇게 변색한 반지를 천천히 쓸어보았다.

조명 아래, 반지 안쪽에 새겨진 두 글자가 보였다.

[N.R.]

4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이 밀려왔다.

정말 우스웠다.

이 선물들조차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반지는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후 며칠 동안, 서준영은 강나리와 함께 신혼집에 계속 새로운 물건들을 들였다.

반면 한가을의 물건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결혼식까지 8일 남은 날, 한가을이 비자 절차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은 청첩장을 고르고 있었다.

강나리가 한가을을 불렀다.

마치 집주인인 것처럼 말이다.

“한가을 씨도 와서 한번 골라볼래요?”

소파 위에 흩어져 있는 청첩장들은 한가을이 며칠 동안 공들여 하나하나 고른 것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식을 위해 모든 디테일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싶었다.

“필요 없어요.”

한가을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이 청첩장 중 어느 하나도 자신의 결혼식에는 쓰이지 않을 테니까.

저녁 무렵, 강나리가 방 문을 두드렸다.

“이거 준영이가 고른 청첩장이에요. 왜 이걸 골랐는지 알아요?”

한가을은 청첩장을 펼쳤다.

거기에는 서준영의 필체로 적힌 이름이 있었다.

신랑은 서준영이었지만 신부의 이름은 강나리였다.

“웨딩드레스도 저랑 같이 골랐고, 호텔도 저를 위해 정했고, 이 청첩장도...”

강나리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 결혼식의 모든 건 준영이가 저를 위해 준비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한가을 씨, 이래도 그 사람이랑 결혼할 거예요? 의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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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를 따지면, 정확히 서준영과 한가을 결혼식 전날이었다.서준영은 몸이 굳었다.입술이 떨리며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가을아...”한가을은 오히려 웃었다.“축하해.”그 세 글자는 서준영의 가슴을 잔인하게 베었다.서준영은 계속 떨었다.이 순간, 그는 분명히 깨달았다.자신이 모든 걸 스스로 망쳤고 한가을은 절대 다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걸.“가자, 서준영. 비행기 놓치겠다.”강나리가 그의 팔을 끼었다.한가을은 강나리를 바라봤다.“넌 이제 선택지가 없는 것 같네.”강나리는 겨우 유지하던 평정을 잃을 뻔했다.한가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축하해.”그리고 돌아섰다.강나리가 함께 가라앉기로 한 건 그녀의 선택이다.선택했으면 결과도 감당해야 한다.한가을은 걸음을 재촉했다.이로운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서준영과 강나리가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 한가을은 더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차은별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한가을의 커리어는 승승장구했다.불과 9개월 만에, 그녀의 이름은 이로운과 나란히 모교 ‘우수 동문 명단’에 올랐다.한가을은 연차를 내고 이로운과 함께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만났다.이로운이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그의 부모님조차 그녀의 취향과 금기를 잘 알고 있었고, 덕분에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설날 밤, 한가을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만두를 빚었다.식사를 마친 뒤, 이로운은 그녀를 데리고 내려가 불꽃놀이를 해줬다.그 순간, 말이 튀어나왔다.“선배, 저랑 결혼할래요?”이로운은 얼어붙었다.손에 들고 있던 불꽃이 손을 데우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달려왔다.“진짜야?”한가을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다.하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진짜 일지도?”“아니어도 진짜로 만들 거야.”이로운의 눈가가 붉어졌다.“나 오래 기다렸어. 네가 준비 안 됐을까 봐, 내가 부담 줄까 봐 무서웠어.”“그래도 제가 먼저 말하게 할 순 없잖아요.”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진짜로 반

  • 빌려준 결혼식   제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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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려준 결혼식   제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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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려준 결혼식   제17화

    서준영은 어디서 구했는지 차 한 대를 마련했다.한가을이 출근하면 회사 밖에서 기다렸고, 한가을이 집에 돌아오면 그의 차는 아파트 앞에 밤을 보냈다.매일 세 끼, 서준영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사람을 시켜 한가을에게 전달하게 했고, 심지어 시간을 맞춰 음식이 도착할 때도 따뜻하게 유지되도록 했다.그녀가 예전에 좋아하던 간식들도 서준영은 많은 공을 들여 국내에서 공수해와 몰래 그녀의 아파트 문 앞에 놓아두었다.하지만 예외 없이, 한가을은 그것들을 그의 앞에서 그대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넘겨버렸다.불과 일주일 만에, 서준영은 눈에 띄게 살이 빠졌고 상태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가끔 시선이 마주칠 때면, 서준영의 눈은 붉어졌고 눈빛에는 간절한 애원이 가득했다.하지만 한가을은 곧 시선을 피했고, 그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그녀는 더는 서준영과 어떤 연관도 갖고 싶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이로운이 불편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첫눈이 내리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한가을이 추위를 많이 탄다는 걸 아는 이로운은 미리 난방을 틀어두었지만 마당에 있는 서준영은 차량 에어컨에 의지해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한가을은 또다시 친구 추가 메시지를 받았다.[한가을, 요즘 계속 예전 일을 떠올려봤어. 나 정말 잘못한 거 알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밖이 너무 추워. 나 진짜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제발... 나 무시하지 말아줘. 응?]한가을은 이로운이 끓여준 대추차를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봤다.마당에 외롭게 세워진 차가 유난히 초라해 보였다.“밖이 영하야. 차 안 온도로는 버티기 힘들 텐데.”이로운이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내 아파트라도 잠깐 빌려줄까?”한가을이 고개를 들었다.“이렇게까지 관대해야 해요?”“혹시 그 사람 무슨 일 생기면 네가 마음 불편할까 봐.”이로운이 어깨를 으쓱했다.“필요 없어요.”한가을은 대추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몸이 따뜻해졌다.“예전에 강나리라는 사람을 의식하기 시작했을 때 저 스스로 말했어요. 그 사람이

  • 빌려준 결혼식   제16화

    지금의 서준영은 마치 갈 곳 잃은 게 같았지만 한가을은 조금의 동정도 느끼지 못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이미 알고 있었잖아?”그 말을 끝으로 한가을은 문을 닫아버렸다.이로운은 식탁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한가을이 다가가자 그는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건넸다.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아까 왜 안 나왔어요?”이로운답지 않았다.연애 시작하자마자 존재를 확실히 드러냈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지금은 회사 사람들 전부가 알고 있었다.그가 한가을 때문에 해외로 온 것까지.“가을아, 나도 무서울 때 있어.”이로운이 옅게 웃었다.“그런데 이제는 안 무서워.”“왜요?”“가을아, 난 널 알아. 넌 돌아가지 않아.”그의 눈빛이 뜨겁게 빛났다.“지금은 나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니까. 앞으로는 나를 그 사람보다 더 좋아하게 될 거야. 난 그럴 가치가 있어.”묘하게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왜 갑자기 책임 얘기예요?”“네가 날 거절한 뒤에도 난 계속 너만 좋아했어. 다른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고. 그래서 네가 날 책임져야 하는 거야.”이로운의 웃음이 너무 좋아서 한가을은 순간 멍해졌다.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순결은 남자의 최고의 혼수다.’그리고 이로운은 모든 면에서 그녀와 잘 맞았다.마음에 누군가가 있으면 다른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성격이었다.그녀도 서준영을 완전히 내려놓은 뒤, 이로운을 선택했다.“선배...”“응?”“저 그 사람 안 좋아해요.”이로운의 눈빛이 밝아졌다.한가을이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선배예요.”잠시 후, 이로운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일단 밥부터 먹자.”배부터 채우고, 다른 건 그다음이다.문밖.서준영은 몇 번이나 벨을 누르려다가 끝내 포기했다.방금 몇 분 사이에 그의 마지막 희망이 완전히 무너졌다.‘언제부터였을까... 내가 한가을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게...’서준영은 멍하니 밖으로 나와 건물

  • 빌려준 결혼식   제15화

    “그렇게 부르지 마. 역겨워.”서준영은 몇 걸음이나 비틀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그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결혼사진 건은 설명했잖아. 그거 가짜야. 그날 나 출장 간다고 너한테 말했었어. 나랑 강나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동생으로 생각해. 네가 싫어하면 다시는 안 볼게. 네가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사라져서 겨우겨우 여기 있는 거 알아냈어. 비행기 열 시간 타고 온 거야. 한가을, 제발... 나한테 이러지 마. 나 못 버텨.”떨리는 목소리에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한가을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가슴 속에서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서준영, 너 진짜 낯짝도 없어?”서준영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도대체 왜 이래? 우린 5년이나 만났고 곧 결혼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왜 나를 버려?”한가을은 아무 표정 없이 그를 봤다.“결혼식 날, 네가 뭐 했는지 알잖아.”서준영의 동공이 흔들렸다.“나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었어. 아니었으면 내가 그렇게 기대하던 결혼식에 늦을 리가 없잖아. 구조된 다음에야 소식 들었고, 바로 호텔 갔어.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넌 없더라. 나를 차단해놓고, 번호 바꿔가며 연락하려 해도 기회조차 안 줬어.”한가을은 피식 웃었다.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끝까지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연기하다 보니까 이제는 본인도 믿는 거야? 강나리가 무슨 동생이야? 같이 살면서 그렇게 붙어 다니는 동생이 어디 있어?”서준영의 몸이 굳었다.한가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청혼하기 전에, 강나리한테 메시지를 보냈지. 나랑 결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걔라고. 결혼 전에 자주 안 보는 게 좋다던 그 밤마다 강나리 방에서 같이 잤고.”“그리고 출장 간다고, 나랑 결혼 촬영 못 한다고 했지? 내가 이상하게 느낄까 봐 일부러 강나리 먼저 보내놨다고까지 했고. 결과는? 그 결혼사진, 진짜인지 아닌지 네가 더 잘 알잖아.”“서준영, 우리 앞으로도 몇 번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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