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해외 파견 지원을 다시 신청하고 싶습니다.”전화기 너머 인사 담당자는 다소 놀란 듯했다.“전에 결혼 때문에 거절하지 않으셨어요? 이번에는 최소 3년은 나가셔야 하는데, 약혼자가 그렇게 한가을 씨를 사랑한다면서요. 괜찮겠어요?”“그 사람 동의할 거예요.”한가을은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가득 묻어났다.서준영이 그녀를 사랑하고 아낀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위장이 약한 그녀를 위해, 그는 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세 끼를 챙겨주었다.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그는 시간을 맞춰 퇴근길에 그녀를 데리러 왔고, 그녀가 감기라도 걸리면 24시간 내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기념일이나 명절마다 그는 늘 각종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그래서 한가을은 서준영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이 돌아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단 한 번도 불안해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틀렸다.강나리가 귀국한 날, 서준영은 사람들 앞에서 한가을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기쁨에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그날 밤 익명의 메시지를 받았다.채팅 대화 캡처였다.[한가을이 5년이나 곁에 있어 줬어. 결혼 안 할 수는 없어.][나리야, 내가 진짜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너야.]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한가을은 온몸의 피가 식어버린 것 같았다.그녀는 그 캡처를 들고 서준영에게 따지고 싶었다.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지난 5년이 전부 거짓일까 봐, 자신이 우스운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웠다.그 후 반달 동안, 서준영의 다정함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한가을은 순간 그 메시지가 장난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방금, 그녀는 또다시 몇 장의 사진을 받았다.사진 속에서 서준영은 내내 눈웃음을 띠고, 강나리와 함께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서준영이 한가을에게 골라준 드레스는, 강나리가 입었을 때 가장 잘 어울렸던 바로 그 드레스였다.“왜 그래, 자기야?”뒤엉킨 생각에서 돌아온 한가을은 운전석의 서준영을 바라봤다.“눈이 왜 이렇게 빨개? 이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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