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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사이다 독설
그 순간, 한가을이 웃었다.

“그럼, 왜 강나리 씨랑 결혼 안 하는 거죠?”

강나리의 표정이 굳었다.

“한가을 씨,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준영이가 한가을 씨랑 결혼하더라도 마음은 전부 저한테 있어요.”

강나리는 일부러 손에 든 컵을 흔들었다.

한가을의 시선이 굳었다.

그건 그녀가 결혼식을 위해 직접 만든 커플 컵이었다.

이제 쓰지 못하더라도 그건 여전히 그녀의 것이었다.

“돌려줘요.”

한가을이 손을 뻗자, 강나리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컵은 산산이 깨졌다.

“뭐 하는 거야?”

서준영이 한가을을 밀쳐 넘어뜨렸다.

깨진 도자기 조각이 한가을의 손바닥을 파고들며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다.

“저 컵을 깨뜨려서... 그래서...”

“고작 컵 하나 깨진 거로 난리야? 당신 너무해.”

한가을의 해명이 끊겼다.

손가락 사이로 흐르던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품 안에 있던 강나리가 아프다고 했다.

서준영은 단 2초만 망설이다가, 강나리를 안아 들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신체적인 고통에 한가을의 눈이 붉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깨진 컵 조각들을 바라봤다.

5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지만 결국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그녀의 모든 것은 강나리에게 양보해야 했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들끓던 분노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그녀가 부족한 게 아니었다.

서준영이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녀는 남아 있던 컵 하나와 깨진 조각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다.

그날 밤, 한가을은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서준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자기야, 미안해. 나리 엄마랑 우리 엄마가 절친이라, 내가 어른들한테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거든.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우리 엄마가 자기를 좋게 안 볼 거야.]

[나리가 계속 울어서 여자애를 병원에 혼자 둘 수가 없었어. 그래서 어제 집에 못 갔어. 오해하지 마.]

마치 전부 그녀를 위해서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한가을은 휴대폰을 옆에 던졌다.

단 한 글자도 답하고 싶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서준영은 강나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는 먼저 강나리를 챙긴 뒤, 한가을의 방문을 두드렸다.

“네가 이렇게 다친 줄 몰랐어.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서준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도 힘을 주지 못했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핏자국이 엇갈려 있어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한가을은 대충 대답하며, 결혼 카운트다운 달력에서 또 하루를 지웠다.

이 달력을 만들 때만 해도 그녀는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기다리는 건 오직 떠나는 날뿐이었다.

“한가을, 컵은 왜 버렸어?”

한가을은 그의 시선을 따라 옆의 쓰레기통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준영이 불안해졌다.

“하나만 남으면 좀 그러니 나중에 내가 더 좋은 거로 다시 만들어줄게.”

“나중은 없어.”

“뭐?”

서준영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점점 더 불안해졌다.

“네가 힘들면 내가 할게. 그리고 나리가 싫어도 괜찮아. 결혼식 끝나면 안 만나겠다고 약속할게. 자기야?”

그는 한가을의 손을 붙잡았다.

한가을은 그를 올려다봤다.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몸 안 좋아?”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염려가 선명했다.

“담요 가져다줄게.”

그는 서둘러 옷장을 열었다.

절반이나 비어 있는 옷장이 드러났다.

사라진 건 전부 한가을의 물건들이었다.

서준영은 급히 돌아서 방 안을 둘러봤다.

그제야 예전에 가득 차 있던 침실이 이제 텅 비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준 선물들은? 한가을, 네 옷은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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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려준 결혼식   제20화

    시기를 따지면, 정확히 서준영과 한가을 결혼식 전날이었다.서준영은 몸이 굳었다.입술이 떨리며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가을아...”한가을은 오히려 웃었다.“축하해.”그 세 글자는 서준영의 가슴을 잔인하게 베었다.서준영은 계속 떨었다.이 순간, 그는 분명히 깨달았다.자신이 모든 걸 스스로 망쳤고 한가을은 절대 다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걸.“가자, 서준영. 비행기 놓치겠다.”강나리가 그의 팔을 끼었다.한가을은 강나리를 바라봤다.“넌 이제 선택지가 없는 것 같네.”강나리는 겨우 유지하던 평정을 잃을 뻔했다.한가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축하해.”그리고 돌아섰다.강나리가 함께 가라앉기로 한 건 그녀의 선택이다.선택했으면 결과도 감당해야 한다.한가을은 걸음을 재촉했다.이로운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서준영과 강나리가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 한가을은 더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차은별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한가을의 커리어는 승승장구했다.불과 9개월 만에, 그녀의 이름은 이로운과 나란히 모교 ‘우수 동문 명단’에 올랐다.한가을은 연차를 내고 이로운과 함께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만났다.이로운이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그의 부모님조차 그녀의 취향과 금기를 잘 알고 있었고, 덕분에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설날 밤, 한가을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만두를 빚었다.식사를 마친 뒤, 이로운은 그녀를 데리고 내려가 불꽃놀이를 해줬다.그 순간, 말이 튀어나왔다.“선배, 저랑 결혼할래요?”이로운은 얼어붙었다.손에 들고 있던 불꽃이 손을 데우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달려왔다.“진짜야?”한가을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몰랐다.하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다.그녀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진짜 일지도?”“아니어도 진짜로 만들 거야.”이로운의 눈가가 붉어졌다.“나 오래 기다렸어. 네가 준비 안 됐을까 봐, 내가 부담 줄까 봐 무서웠어.”“그래도 제가 먼저 말하게 할 순 없잖아요.”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진짜로 반

  • 빌려준 결혼식   제19화

    사진 속에는 서준영이 강나리를 안고 있었고, 촬영자가 각도를 잡고 있었다.한가을이 덧붙였다.[이 사진은 내가 찍은 거야. 그 촬영 기사도 내가 예약했어.][촬영 끝나고 강나리가 나한테 고맙다고 메시지도 보냈어. 덕분에 사진 잘 나왔다고.][서준영, 더 공개해 줄까?]대화창이 얼어붙었다.한참 뒤, 서준영이 메시지를 올렸다.[한가을은 잘못 없어. 잘못은 나한테 있어.]한가을은 냉담하게 바라봤다.늦은 사과는 이제 아무 의미도 없었다.그녀는 단톡방을 나갔다.“선배 계정도 나가요. 우리는 같이 움직여야죠.”한가을은 이로운의 계정도 함께 나가게 했다.휴대폰을 내려놓자 이로운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손가락을 깍지 끼고 난 이로운은 눈가에 부드러운 웃음이 번졌다.집 안의 따뜻한 기운이 한가을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내려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서준영을 다시 본 건 다음 날 저녁이었다.한가을이 이로운과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서준영은 차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한참을 기다린 듯했다.“몇 마디만 해도 될까? 나 오늘 밤 비행기로 귀국해.”서준영은 눈에 띄게 야위었다. 눈은 푹 꺼져 있었으며, 말투는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한가을은 이로운을 바라봤다.이로운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나는 먼저 올라가서 밥할게. 손님 보내고 올라와. 날씨 추우니까 오래 있지 말고.”“응.”이로운이 ‘손님’이라고 했지만 한가을은 반박하지 않았다.두 사람의 자연스럽고 다정한 모습은 숨김없이 드러났고, 그걸 보는 서준영의 속은 쓰려왔다.이로운이 들어가는 걸 지켜본 뒤 한가을은 돌아섰다.둘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었다.“말해. 나 시간 없어.”“우리 5년이나 함께했어. 나 진짜 너 없으면 안 돼. 놓을 수가 없어. 한가을, 넌 정말 나 하나도 안 신경 써?”한가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준영의 눈가가 붉어졌다.“널 찾으러 오느라 내 커리어도 망쳤어. 그런데 난 상관없어. 너만 돌아오면 돼. 네가 좋아하던

  • 빌려준 결혼식   제18화

    하지만 들어온 사람은 강나리였다.“드디어 깼네.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강나리는 울먹이며 달려왔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잡으려는 순간, 서준영이 거칠게 뿌리쳤다.“왜 네가 와 있어?”강나리는 그의 차가운 눈빛에 웃음이 굳었다.“누가 오길 바랐어? 한가을? 너 3년 동안 준비해서 곧 전무 승진인데, 한가을 하나 때문에 다 버렸어. 그렇게 다 버렸지만 한가을이 널 상대해 줬어?”“입 닥쳐!”서준영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도드라졌다.“너 때문에 다 망했어.”강나리는 웃다가 울었다.“서준영, 양심도 없어? 먼저 다가온 건 너야. 나한테 한가을은 책임일 뿐이고,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나라고 한 것도 너잖아!”하지만 서준영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너도 완전히 무죄는 아니야. 처음부터 네 입장이 떳떳하지 않다는 거 알고 있었잖아.이 상황까지 온 건 누구 탓이야?”강나리는 벼락 맞은 듯 굳었다.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비자도 곧 만료잖아. 같이 돌아가. 한가을 없이 우리 둘이 잘살면 되잖아.”서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5년이 너무 선명해서 그는 한가을을 포기할 수 없었다.서준영이 괜찮다는 소식은 차은별에게서 들었다.강나리가 동창 단톡방에 들어오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방이 다시 시끄러워졌다.그리고 이번에는 강나리가 사실을 뒤집어, 한가을과 이로운을 비난의 중심에 세웠다.[두 사람 같은 시기에 해외 나가더니 바로 공개연애했어? 타이밍 너무 이상하지 않아?][서준영 진짜 불쌍하다. 5년 이용당한 거 아니야?][한가을 같은 여자랑 결혼 안 한 게 다행이지]...한가을은 계속 내려보다가 강나리의 메시지를 봤다.[한가을, 네가 안 가지면 내가 가져. 이로운이랑 마음대로 해. 나중에 후회하지 마.]채팅창은 계속 올라갔다.차은별은 욕을 퍼부으며 강나리를 공격하고 있었다.한가을은 웃었다.그녀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답하지 않았지만 답을 안 한 거지, 못 하는 건 아니었다.한가을은 맞은편의 이로운을 봤다.그는 이미 답

  • 빌려준 결혼식   제17화

    서준영은 어디서 구했는지 차 한 대를 마련했다.한가을이 출근하면 회사 밖에서 기다렸고, 한가을이 집에 돌아오면 그의 차는 아파트 앞에 밤을 보냈다.매일 세 끼, 서준영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사람을 시켜 한가을에게 전달하게 했고, 심지어 시간을 맞춰 음식이 도착할 때도 따뜻하게 유지되도록 했다.그녀가 예전에 좋아하던 간식들도 서준영은 많은 공을 들여 국내에서 공수해와 몰래 그녀의 아파트 문 앞에 놓아두었다.하지만 예외 없이, 한가을은 그것들을 그의 앞에서 그대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넘겨버렸다.불과 일주일 만에, 서준영은 눈에 띄게 살이 빠졌고 상태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가끔 시선이 마주칠 때면, 서준영의 눈은 붉어졌고 눈빛에는 간절한 애원이 가득했다.하지만 한가을은 곧 시선을 피했고, 그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그녀는 더는 서준영과 어떤 연관도 갖고 싶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이로운이 불편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첫눈이 내리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한가을이 추위를 많이 탄다는 걸 아는 이로운은 미리 난방을 틀어두었지만 마당에 있는 서준영은 차량 에어컨에 의지해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한가을은 또다시 친구 추가 메시지를 받았다.[한가을, 요즘 계속 예전 일을 떠올려봤어. 나 정말 잘못한 거 알아.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밖이 너무 추워. 나 진짜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제발... 나 무시하지 말아줘. 응?]한가을은 이로운이 끓여준 대추차를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봤다.마당에 외롭게 세워진 차가 유난히 초라해 보였다.“밖이 영하야. 차 안 온도로는 버티기 힘들 텐데.”이로운이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내 아파트라도 잠깐 빌려줄까?”한가을이 고개를 들었다.“이렇게까지 관대해야 해요?”“혹시 그 사람 무슨 일 생기면 네가 마음 불편할까 봐.”이로운이 어깨를 으쓱했다.“필요 없어요.”한가을은 대추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몸이 따뜻해졌다.“예전에 강나리라는 사람을 의식하기 시작했을 때 저 스스로 말했어요. 그 사람이

  • 빌려준 결혼식   제16화

    지금의 서준영은 마치 갈 곳 잃은 게 같았지만 한가을은 조금의 동정도 느끼지 못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이미 알고 있었잖아?”그 말을 끝으로 한가을은 문을 닫아버렸다.이로운은 식탁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한가을이 다가가자 그는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건넸다.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아까 왜 안 나왔어요?”이로운답지 않았다.연애 시작하자마자 존재를 확실히 드러냈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지금은 회사 사람들 전부가 알고 있었다.그가 한가을 때문에 해외로 온 것까지.“가을아, 나도 무서울 때 있어.”이로운이 옅게 웃었다.“그런데 이제는 안 무서워.”“왜요?”“가을아, 난 널 알아. 넌 돌아가지 않아.”그의 눈빛이 뜨겁게 빛났다.“지금은 나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니까. 앞으로는 나를 그 사람보다 더 좋아하게 될 거야. 난 그럴 가치가 있어.”묘하게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왜 갑자기 책임 얘기예요?”“네가 날 거절한 뒤에도 난 계속 너만 좋아했어. 다른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고. 그래서 네가 날 책임져야 하는 거야.”이로운의 웃음이 너무 좋아서 한가을은 순간 멍해졌다.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순결은 남자의 최고의 혼수다.’그리고 이로운은 모든 면에서 그녀와 잘 맞았다.마음에 누군가가 있으면 다른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성격이었다.그녀도 서준영을 완전히 내려놓은 뒤, 이로운을 선택했다.“선배...”“응?”“저 그 사람 안 좋아해요.”이로운의 눈빛이 밝아졌다.한가을이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선배예요.”잠시 후, 이로운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일단 밥부터 먹자.”배부터 채우고, 다른 건 그다음이다.문밖.서준영은 몇 번이나 벨을 누르려다가 끝내 포기했다.방금 몇 분 사이에 그의 마지막 희망이 완전히 무너졌다.‘언제부터였을까... 내가 한가을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게...’서준영은 멍하니 밖으로 나와 건물

  • 빌려준 결혼식   제15화

    “그렇게 부르지 마. 역겨워.”서준영은 몇 걸음이나 비틀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그의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결혼사진 건은 설명했잖아. 그거 가짜야. 그날 나 출장 간다고 너한테 말했었어. 나랑 강나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동생으로 생각해. 네가 싫어하면 다시는 안 볼게. 네가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사라져서 겨우겨우 여기 있는 거 알아냈어. 비행기 열 시간 타고 온 거야. 한가을, 제발... 나한테 이러지 마. 나 못 버텨.”떨리는 목소리에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한가을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가슴 속에서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서준영, 너 진짜 낯짝도 없어?”서준영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도대체 왜 이래? 우린 5년이나 만났고 곧 결혼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왜 나를 버려?”한가을은 아무 표정 없이 그를 봤다.“결혼식 날, 네가 뭐 했는지 알잖아.”서준영의 동공이 흔들렸다.“나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었어. 아니었으면 내가 그렇게 기대하던 결혼식에 늦을 리가 없잖아. 구조된 다음에야 소식 들었고, 바로 호텔 갔어.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넌 없더라. 나를 차단해놓고, 번호 바꿔가며 연락하려 해도 기회조차 안 줬어.”한가을은 피식 웃었다.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끝까지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연기하다 보니까 이제는 본인도 믿는 거야? 강나리가 무슨 동생이야? 같이 살면서 그렇게 붙어 다니는 동생이 어디 있어?”서준영의 몸이 굳었다.한가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나한테 청혼하기 전에, 강나리한테 메시지를 보냈지. 나랑 결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진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걔라고. 결혼 전에 자주 안 보는 게 좋다던 그 밤마다 강나리 방에서 같이 잤고.”“그리고 출장 간다고, 나랑 결혼 촬영 못 한다고 했지? 내가 이상하게 느낄까 봐 일부러 강나리 먼저 보내놨다고까지 했고. 결과는? 그 결혼사진, 진짜인지 아닌지 네가 더 잘 알잖아.”“서준영, 우리 앞으로도 몇 번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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