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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승전보, 그리고 현실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2 12:45:15

피난민 행렬이었다.

하지만 아까 보았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옷은 불에 탔고,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눈동자에는 지옥을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공허함이 서려 있었다.

​"어르신, 무슨 일입니까?"

​내가 다가가 묻자, 노인이 나를 붙잡고 오열했다.

​"끝났어... 다 끝났어... 나라가 망했어..."

​"무슨 소립니까? 진정하시고 말씀해 보십시오."

​"충주... 충주 탄금대에서... 신립 장군이 패했어... 조선군이 전멸했단 말일세!"

​탄금대 패배.

조선의 최정예 기병대가 몰살당한 그 전투.

​가슴이 철렁했다.

역사는 바뀌지 않았다. 내가 이치에서 승리하는 동안, 충주에서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 한양은요?"

​서백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임금님이... 도망치셨대... 도성을 버리고 북쪽으로..."

​선조의 몽진.

백성을 버리고 도주한 왕.

​순간, 마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와, 왕이 도망갔다고?"

"그럼 우린 어떡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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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지면을 울렸다. 붉은 갑옷을 입은 왜군 부장. 그가 쥔 긴 창(야리)의 끝이 내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말의 속도에 장수의 체중까지 실린, 운동에너지의 결정체. ​보통 사람이라면 피하거나 방패 뒤로 숨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피하면 뒤에 있는 현무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내 부하들이 다친다. ​나는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바닥에 박았다. 단전에서부터 기운을 끌어올렸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팽창했다. ​'와라.' ​거리는 10보, 5보, 1보. ​놈의 기합 소리와 함께 창끝이 섬광처럼 찔러 들어왔다. ​"죽어라!" ​나는 왼손을 뻗었다. 창날을 잡는 게 아니다. 그건 도박이다. 나는 창대, 정확히는 날 바로 밑의 목 부분을 노렸다. ​탁! ​잡았다. 손바닥이 타들어 가는 마찰열이 느껴졌다. 엄청난 충격이 어깨를 타고 척추까지 전해졌다. 내 몸이 뒤로 밀려나며 흙바닥에 두 줄기 고랑이 파였다. ​"크윽...!"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나는 밀려나는 와중에도 버텼다. 금강불괴의 뼈는 부러지지 않았고, 역발산의 근육은 버텨냈다. 히히힝! 푸르르! ​말이 울며 앞발을 쳐들었다. 내가 창을 잡고 버티자, 달 리던 말의 목이 꺾일 듯 멈춰 섰기 때문이다.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는 강제 정지. ​"뭐, 뭐냐!" ​부장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기마 돌격을, 그것도 정면에서 한 손으로 막아내다니. 놈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내 차례다." ​나는 잡은 창을 내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안장 위에 있던 부장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놈은 창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내 악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내려와서 얘기해." ​나는 창을 놓아버리고, 허공에 뜬 놈의 발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앙! ​"끄악!" ​놈의 등짝이 흙바닥과 키스했다. 붉은 갑옷이 찌그러지고 투구가 벗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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