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문을 닫기도 전에 틈으로 카메라 렌즈가 밀려들었다.
“서채원 씨! 제보받고 왔는데 사실입니까?”
채린은 렌즈로 뻗으려던 손을 멈췄다. 손바닥으로 밀어내는 몇 초만 잘라 내면 무슨 제목을 붙일지, 오래 상대해 본 만큼 뻔했다. 대신 몸을 비스듬히 틀어 문틈을 막아섰다.
“여기는 출입 제한 구역입니다. 행사 담당자 통해서 질문 전달해 주세요.”
“대기실에서 약물이 나왔다는데요?” 등 뒤에서 채원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약물이라니. 봉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조차 아직 모르는데, 문밖에서는 벌써 이름을 붙여 놓았다. 파우치를 발견한 지 2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앞에 선 남자의 목에서 매체명을 확인하는 사이, 그 뒤로 휴대폰을 든 팔까지 길게 뻗어 왔다. 실시간 방송 화면에 대기실 안이 잡히기 전에 채린은 문을 한 뼘 더 좁혔다.
“현장 확인 중입니다. 물러나 주세요.” 겨우 문을 닫아도 질문은 나무판을 뚫을 기세로 따라붙었다. 채린은 문가에 선 채 김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 대기실 복도 막아 줘요. 기자들이 봉투 얘기를 벌써 알아.”
“나도 그거 보러 가는 중이야. 누가 홍보 단체방에 사진을 뿌렸어.”
“무슨 사진?”
“우리 쪽 대기실에 반입됐다는 물건.”
채린의 눈이 화장대 아래로 돌아갔다. 저기에 파우치가 놓인 줄도 몰랐는데 사진부터 돌고 있었다니.
그 옆에서 채원은 가운 앞섶만 꼭 쥔 채 서 있었다. 바삐 가져온 검정 드레스는 여전히 커버 속. 채린이 무슨 말이든 해 주기를 기다리던 채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뭘 하면 돼요?”
“일단 옷 갈아입어요. 문 앞은 제가 있을게요.”
“이 상황에 옷을요?”
채린은 입을 다물었다. 옷을 갈아입히면 인터뷰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아직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채원은 그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부터 견디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우선 여기 앉아요. 아직 확인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파우치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우가 물을 건넸다. 종이컵을 쥔 손끝이 떨릴 때마다 가장자리가 젖어 갔다.
밖에서 가까워지던 무전 소리가 문 앞에 멎더니, 행사 보안 담당자를 따라 경찰 두 사람이 들어왔다. 익명 신고가 먼저 접수됐다는 말에 채린은 파우치를 발견한 시각과 위치부터 설명했다. 훼손된 드레스까지 보여 주려는데 질문은 자꾸 봉투 쪽으로 돌아갔다.
“이 물건이 의상과 함께 들어온 건가요?”
“배송은 제가 승인한 게 아닙니다. 현장 요청서에는 제 이름이 적혀 있는데 실제 반입자 확인이 필요해요.” 보안 담당자가 내민 인쇄물에는 화면에서 본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이 있었다.
추가 의상 및 미용 소품.
반입 책임자 은채린.
책임자 확인란에는 서명까지. 채린이 한 적 없는 서명이었다.
“본부장님이 바쁘셔서 외주 쪽에 대신 처리하게 하셨다던데요.”
“누가 그렇게 말했죠?”
“그건 진행팀에 다시 확인을…….” 인쇄물을 놓고 고개를 드는데, 문 쪽을 보던 지우가 서둘러 눈을 내렸다. 채린은 종이보다 그 얼굴을 먼저 살폈다.
“지우 씨는 본 게 있어요?”
“그분이 본부장님이 시킨 거라고 해서요. 전 의상만 받는 줄 알고 문을…….”
“어떤 분?”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밖에서 또 플래시가 터졌다. 보안 담당자가 문을 조금 열어 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닫아 두라고 제지했다. 그 틈에 휴대폰까지 진동해, 채린은 화면에 뜬 장태경 대표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채린아, 상황이 왜 이래.”
“반입자 확인하고 있습니다. 약물 여부도 아직 확인 전이에요.”
“그걸 누가 기다려 줘. 채원이부터 빼. 광고주 전화가 세 통이야.”
통화하는 동안에도 지우는 제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움켜쥔 손 너머로 진행팀 단체방의 새 메시지가 연달아 올라왔다.
신입 실수로 정리하면 빨리 끝난다.
누가 들어왔는지 묻는 데는 대답이 없더니, 누구의 실수로 남길지는 벌써 정했나. 채린은 대표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지우를 불렀다.
“지우 씨. 지금 아무것도 답하지 마요. 확인도 안 된 걸 지우 씨 실수로 남길 순 없어요.”
그때 문밖의 소란이 잦아들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터뷰 아직 안 끝났는데. 다들 어디 가셨어요?” 이헌이었다. 낮은 목소리를 따라 웅성거림이 옮겨 간 사이 그가 문 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옆방 비웠어요. 채원 씨부터 옮길 수 있나 확인해요.”
“지금은 이동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럼 내가 여기 있을게요.” 채린이 조금 비켜서자 이헌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그를 쫓던 카메라 렌즈가 다시 문 쪽으로 돌아오는 게 보였다.
“배우님도 사진 찍힙니다.”
“알아요. 아까 인터뷰는 그걸로 끝났고요.”
단정히 고친 넥타이 끝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터뷰를 늘려 달라는 부탁에 투덜대던 사람이, 이제는 카메라에 등을 돌린 채 문을 막고 있었다. 채린이 올려다보자 그도 잠깐 시선을 맞췄다.
“은 본부장이 뭘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적어도 문을 막을 사람은 필요해 보여서.”
그가 문가에 몸을 붙이고 나서야 문고리를 놓을 수 있었다. 힘을 빼는데도 손가락이 바로 펴지지 않아 채린은 한 번 더 손을 폈다. 그 손을 본 이헌의 어깨가 문틈을 조금 더 가렸다.
바로 옆에서 지우의 휴대폰이 낯선 목소리를 쏟아 냈다.
“현재 현장에서는 서채원 씨와 소속사 은 모 본부장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채린은 화면과 대기실 안을 번갈아 봤다. 누구도 수갑을 차지 않았고, 경찰은 여전히 반입 경위를 묻고 있는데.
화면의 자막 속에서는 벌써 모두가 범인이었다.
사무실 유리문에 자기 얼굴이 두 개 비쳤다.밖은 어둡고 안은 밝았다. 채린은 모니터와 유리문을 번갈아 보다가 커튼을 닫았고, 반성하는 얼굴까지 옆에서 일하는 기분은 별로였다.감사 예고를 받은 다음 날 밤이었고, 라운에 보낼 수정안은 4번째 파일이 됐다. 기존 촬영분에서 만들 영상, 새로 찍어야 할 영상, 취소할 영상. 셋으로 나누면 될 일이 비용을 넣을 때마다 하나로 엉켰다.채린은 추가 인건비를 회사 부담 칸으로 옮겼고, 그만큼 본부 실적이 줄었다. 지우의 계약 연장을 설명할 때 또 이 숫자가 돌아올 터였다.“밑줄 친다고 돈이 생겨?” 수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코트 단추를 채운 채로 채린의 책상부터 봤고,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남아 있는 자료의 양을 훑었다.“왜 아직 있어요?”“네가 보낸 파일 기다리느라.” 채린은 낮에 검토본을 공유하겠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완성하고 보내려고 미뤘다. 미완성인 채로 부탁하면 남의 일까지 늘리는 것 같았다.“거의 됐어요.” 수정이 노트북 시계를 봤다.“그 말 듣고 3시간 지났어.” 채린은 반박하려다 파일 목록을 돌려 보여 줬다. 수정은 의자를 끌어 앉지 않고 선 채로 첫 장을 읽었다.“이 안이면 지우 씨가 내일 뭘 말해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어?”“걔는 아직 거래처 앞에 세우기 어려워요.”“네가 쓴 초안 때문에 겁먹었는데, 그걸 네가
채린은 메일을 닫지 않은 채 가방을 들었다.“밥은 먹고 올게요.” 이헌이 대본에서 고개를 드는 표정을 보니 지금이라도 식사를 취소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고, 채린은 감사 대상 명단이 떠 있는 모니터를 끄고 문을 열었다. 굶으면 억울한 말부터 더 쉽게 나왔다.식당까지는 가지 못했다. 대표 비서가 로비에서 두 사람을 불렀고, 장태경이 잠깐 보자고 한다는 말에 채린은 이헌에게 먼저 내려가 달라고 했다.“잠깐이 몇 분인데요?”“이번 건 저도 모릅니다.” 그는 대답을 기다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채린은 빈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식사 약속 하나를 지키는 데도 회사 전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대표실 탁자에는 라운 광고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감사 예고 메일은 출력되지 않았다.“분쟁부터 끝내자. 그러면 민석 이사한테도 내가 말할 수 있어.” 태경이 빈 의자를 가리켰다. 채린은 앉기 전에 물었다.“재무팀 접속 경위는 확인됐어요?”“그건 별도로 보겠지.”“저희 관리 실패는 지금 감사하고, 그쪽은 별도로요?” 태경은 펜을 내려놓았다. 부드럽던 목소리에서 온도가 빠졌다.“광고주가 손실 처리해 달라고 들어오면 이쪽에서도 책임을 정해야 해. 네가 합의해 오면 정보 관리 건은 개선 조치로 끝내도록 막아 줄 수 있다고.” 채린은 계약서를 펼쳤고, 추가 촬영 조건은 여전히 빈칸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전에 얼마
“재무팀에서 쓴 적이 있어요.” 서진의 목소리는 수화기 안에서 작았다.“임원 보고에 넣을 파일을 바로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요. 권한 신청하면 늦는다고, 잠깐만 제 계정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채린은 책상 모서리를 손으로 짚었고, 누가 시켰느냐고 묻는 말이 너무 빨리 튀어나올 것 같았다. 먼저 지금도 접속할 수 있는 상태인지를 물었다.“비밀번호를 바꿔 놓지는 않았어요.”“알겠어요. 기록 지우지 말고, 주고받은 연락은 그대로 두세요. 접속 차단은 담당자에게 요청할게요.”그날 밤 채린은 정보 담당자에게 계정 보호 조치를 맡기고 집으로 갔다. 의자에 더 앉아 있으면 밝혀질 일이 아니었는데, 잠들기 전까지 서진이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같은 질문이 반복됐다.다음 날 아침, 서진은 평소보다 일찍 와 있었고, 채린은 문 앞에서 서류를 받지 않고 면담실로 함께 갔다. 수정도 자리했다.“그 파일을 밖으로 보냈어요?”“아니요. 전 보고자료 출력 요청인 줄 알았어요. 열어 볼 수 있는 계정이 제 것밖에 없다고 해서…….”서진은 메시지를 보여 줬다. 재무팀 직원이 임원 보고 시각을 적어 보냈고, 접근 권한 처리를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채린의 초안을 특정해 달라는 문장은 없었다. 보고용 폴더 안에서 어떤 파일을 열었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했다.“전달받은 사람이 그 글을 올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정의 말에 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이름 대
“그거 초안이에요.” 채린은 지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말했다.회의실 문 앞에 선 지우는 휴대폰을 내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보고서가 떠 있었고, 채린이 직접 쓴 문장, 직접 정한 제목, 아직 남겨 둔 이름이었다.“수정하려고 했어요. 배포할 문서가 아니고요.”“본부장님이 쓰신 건 맞죠?” 채린은 입을 다물었고, 유출됐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문장의 잘못까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다. 지우가 묻는 것은 경로가 아니었다.“맞아요.” 대답하자 그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안도한 모양은 아니었다. 더 확인할 것이 없어졌을 때의 움직임이었다.채린은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겼다. 지우는 앉지 않았다.“지금 이야기하는 게 괜찮아요? 내일 해도 됩니다.”“지금 듣고 싶어요.” 그가 문을 닫았고, 채린은 노트북 덮개를 내렸다. 정정문도, 이 일에 대한 결론도 아직 쓰지 않은 상태로 마주 앉았다.“제가 승인 없이 답해서 일이 시작된 건 맞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지우가 말했다.“그런데 이번에 못한 사람으로 정리되면, 다음번에도 현장에 나갈 수 있습니까?”채린은 당연하다고 답하려다 멈췄다. 인사 결정은 아직 하지 않았다. 지우가 원하는 말을 알았다. 그러나 여기서 섣불리 보장했다가는 또 자기가 모든 결과를 떠안게 될 터였다.“잘못한 범위를 확인하고 필요한
다경의 계정은 비공개로 바뀌어 있었다.이미 저장된 사진은 그대로 돌아다녔다. 예전 행사장에서 지우와 찍은 단체 사진, 회사 이름이 보이는 출입증,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계정까지 화살표로 이어져 있었다.채린은 화면을 끄고 다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은 받지 않았고, 두 번째에는 숨소리만 들렸다.“지금 통화할 수 있어요?”“제가 사진 찍은 건 맞다고 말하면 끝나요?” 채린은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끝난다고 말하면 쉬웠다. 그 말을 믿고 얼굴을 내놓은 뒤에는 주워 담을 수 없었다.“끝난다고 약속은 못 하겠어요. 지금은 공개 답변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하시면 이름과 가족 사진 내려 달라는 요청부터 도울게요.”다경은 자기 사진보다 옆에 찍힌 친구들의 얼굴을 먼저 가려 달라고 했다. 채린은 링크를 보내 달라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이미 자신이 보고 있었다.“저희가 목록 만들고, 다경 씨는 빠진 것만 확인해 주세요.” 수정은 화면을 두 개 열고 삭제 요청을 나눴다. 지우가 아는 계정들에게 직접 따지러 가겠다고 하자 채린은 댓글부터 달지 말고 게시 주소를 모아 달라고 했다. 지우는 손을 쥐었다가 풀었다.“저랑 같이 찍힌 사진 때문에 더 찾기 쉬웠을 거예요.”“찍힌 사람들한테 연락은 하되, 지우 씨가 전부 해명하겠다고 약속하지는 마요.”그 말은 자신에게도 필요했다. 채린은 다경에게 법률 상담을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당장 공개 대응을 맡기라고
견적서에는 ‘집중 대응’이라는 항목이 세 번 나왔다.채린은 세 번째 줄까지 읽고 금액보다 기간을 먼저 봤다. 사흘. 그 안에 검색 결과와 기사 분위기를 정리하겠다는 제안이었다.“지우는 데 돈이 드는 겁니까, 새로 쓰는 데 드는 겁니까?” 세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둘 다 필요할 수 있죠. 지금은 사실 하나를 바로잡는다고 관심이 없어지지 않으니까요.”그 말은 맞았다. 채린은 영화 사건 뒤 며칠 동안 같은 삭제 요청을 반복했고, 사실이 전달되는 속도와 잘못된 설명이 사라지는 속도는 달랐다.광고주 담당자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배우 이미지도 캠페인에 중요하니까, 회사 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채린은 사진 전달 대화를 그 앞에 놓았다.“그 전에 직원분이 사진을 받은 뒤 어디로 보냈는지 답해 주세요.” 세라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곧 부드럽게 웃었다.“제작사에서 상황 확인을 부탁했어요. 대외 대응 담당자에게 온 자료를 받는 건 이상하지 않죠.”“받은 다음이요.”“내부 확인 중입니다. 최초 게시 계정까지 저희가 관리하는 건 아니고요.” 답을 줄 수 없는 일은 짧았고, 돈을 받으면 해 주겠다는 일은 견적서 몇 장을 채웠다. 채린은 금액이 적힌 쪽을 넘기지 않았다.채린은 더 밀어붙이고 싶었다. 시상식, 사진 배포, 이번 광고. 같은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