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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바꿀 수 있는 동선

Penulis: 6ja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1-01 22:35:21

“지금 승인하지 마세요.” 수화기에 못을 박듯 말하며 마우스를 잡은 왼손부터 책상 밑으로 내렸다. 마음이 급해 먼저 눌러 버리는 일만은 없어야 했다.

출입 담당자는 스타일팀의 추가 인력이라 들었다며 난처해했다. 그렇다면 왜 의상실이 아니라 행사 외주 진행팀에서 요청을 보냈을까.

“배송 승인하고 출입증 발급은 따로 확인해 주세요. 제 이름 적혀 있다고 둘 다 된 건 아니에요.”

“그럼 내일 현장에서 본부장님을 찾으면…….”

“저 말고 실제 소속 담당자에게요. 제가 얼굴 모르는 분 출입증까지 보증할 순 없어요.”

의상실에 직접 묻자 추가 배송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검정 예비 드레스는 현정이 가져오기로 했고, 문제가 생기면 교체한다는 조건에도 협찬사가 동의한 상태. 별도의 배송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전화를 끊자 이헌이 젖은 서류 밑에 마른 파일을 받쳐 놓았다.

“컵 좀 치워요. 또 쏟겠네.”

“죄송합니다. 지금 좀 급해서.”

“내 넥타이는 안 급하니까 나중에 해요.”

“나중에 다시 급해지실 거잖아요.”

“그때 다시 불평할게요.” 이헌이 의외로 순순히 일어서는 바람에, 채린은 돌아서는 등을 보다 한 박자 늦게 불렀다.

“내일 인터뷰, 조금 길어질 수도 있어요.”

“오늘부터 미리 괴롭히는 건가?”

“예고제입니다.”

문고리를 쥔 이헌이 한 번 웃고 나갔다. 혼자 남은 채린은 돌아오기 전과 지금의 날짜, 시각을 나란히 적어 봤다. 두 날짜 사이의 간격은 정확히 하루.

그 아래에 회색 재킷을 쓰려니 남자가 나올 때 앞을 가린 현정이 떠올랐다. 그보다 먼저 문은 누가 열어 줬을까. 출입 요청에는 왜 의상실 이름을 썼을까.

생각이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멈추기 어려웠다.

다음 날 낮, 배우 차량보다 먼저 행사장에 도착했지만 수정에게 맡긴 명단 확인 결과는 아직이었다. 그사이 지우가 드레스 2벌을 대기실 옷장에 넣고, 열쇠를 꼭 쥔 채 채린에게 돌아왔다.

“본부장님. 저 이거 잃어버리면 안 되죠?”

“목에 걸어요. 삼키지만 말고.” 농담에 지우가 웃었다. 그저 웃는 얼굴인데도 채린은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고 잠깐 더 바라봤다.

함께 드레스를 확인하던 현정이 급히 나가며 휴대폰 화면을 가렸다. 사람 없는 계단으로 향하는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채린은 지우에게 대기실을 부탁하고 뒤따랐다.

철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제가 보호자인데 지금 병원에 못 가요. 검사 끝나면 전화 주실 수 있어요?” 채린의 발이 멎었다.

“아버지가 설명을 잘 못 알아들으셔서요. 아니요, 오늘 퇴원시키자는 말은 아니에요.”

가느다란 한숨을 들으며 채린은 문에서 물러났다. 저 통화만으로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을까. 현정의 말투까지 의심하고 있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쥔 손이 내려갔다.

“길 잃었어요?” 복도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이헌의 넥타이는 검정이었다. 어제라면 먼저 한마디 했을 텐데, 채린의 눈은 자꾸만 등 뒤의 철문으로 돌아갔다.

“확인할 게 있어서요.”

“저분이 뭘 했는데요?”

“아직은 몰라요.”

“그런데 은 본부장 표정은 이미 다 아는 사람 같던데.”

“그렇게 보여요?”

“물어보기 전에 답부터 정한 얼굴이요.” 대꾸가 막힌 사이 이헌이 걸음을 멈추고 철문과 그녀 사이에 섰다. 곧 문을 열고 나온 현정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두 사람을 지나쳐 갔다.

“누가 급히 전화받으러 나갔다고 범인인 건 아니잖아요. 나도 아까 매니저 전화 피해서 나왔는데.”

“배우님은 왜 피하세요?”

“인터뷰 답변을 한 번 더 읽으래서.”

“그건 읽으셔야죠.”

“봐요. 내 사정은 안 궁금하지.”

“지금 말씀해 주셨잖아요. 답변 읽기 싫으시다고.”

“그걸 이해했다고 해 줘요?” 끝내 새어 나오는 웃음을 보던 이헌이 질문지를 펼쳤다. 말려 올라가는 귀퉁이를 손바닥으로 누르자, 첫 질문 위의 번진 형광펜 자국이 드러났다.

“이건 읽었습니다. 두 번이나.”

“그럼 세 번째는 제가 묻겠습니다.” 그가 종이를 접어 버리자 채린은 더 웃지 않으려고 입술을 눌렀다. 철문 너머의 통화는 이미 끝나 있었다.

수정의 이름이 휴대폰에 뜨자 채린은 대기실 벽에 기대 전화를 받았다.

“임시 출입증은 재발급 안 했어. 그런데 기존 증을 이미 다른 사람이 갖고 있대.”

“누구 명의인데?”

“스타일팀 보조 최유정. 오늘 못 오니까 어젯밤에 진행자가 먼저 받아 갔대. 의상만 전달하고 돌려주겠다고.” 출입증에 적힌 이름도, 채린의 승인도, 실제로 물건을 들고 올 사람의 이름도 서로 달랐다.

“가져간 사람은?” 수정이 소란한 곳을 벗어나는지 목소리가 선명해졌다.

“외주 진행자 오승재. 지금 그 증으로 들어오려고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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