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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0화

Author: 송진
“근데 분명 옥지나 씨랑 같이 걸었잖아요. 그리고 같이 밥도 먹었다고 들었어요.”

성유리의 말에 박한빈은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성유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질투하는 거예요?”

“당연히 아니죠.”

성유리는 즉시 부인했다.

하지만 너무 빠른 부인에 박한빈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다시 말했다.

“그냥 만약 그게 아니라면 굳이 옥지나 씨랑 그렇게 가까이 걸을 필요는 없잖아요. 괜한 오해도 사고...”

“누가 오해한 겁니까?”

“많은 사람이요.”

“그 사람들이 뭐라 하든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박한빈이 되물었다.

그 말에 성유리는 할 말을 잃고 조용히 침묵했다.

그러자 박한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성유리 씨는 별로 신경 안 쓴다는 거죠?”

“네?”

“제가 누구랑 밥 먹고 누구랑 같이 다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겁니까?”

박한빈이 말하면서 보트 속도도 조금 올렸다.

그리고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아니고요.”

“아니면 뭔데요?”

“저... 그러니까 옥지나 씨랑 좀 거리를 두면 안 될까요?”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성유리가 말을 끝내자 박한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표정도 조금 풀렸다.

“성유리 씨는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그런 걸 요구하는 거죠?”

성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박한빈도 당장 더 캐묻지 않았지만 성유리는 그가 보트 조종간을 잡고 있는 손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말 없는 협박 같았다.

그래서 성유리는 고민하다 이런 말을 내뱉었다.

“약혼자.”

“뭐라고요? 잘 안 들립니다.”

성유리는 이를 더 꽉 깨물었지만 박한빈과 눈을 마주치며 다시 말했다.

“박한빈 씨... 약혼자 자격이요.”

그 말을 들은 박한빈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입가가 살짝 올라가고 눈빛은 성유리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방금 전 요트 갑판 위에서 그는 오늘 내린 결정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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