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감독원은 강민아가 제출한 주식 분석 프로그램이 그녀가 직접 작성한 것임을 믿기로 했다. 강민아가 주식 시장에 투자한 돈이 이혼으로 얻은 돈임을 확인한 후 증권 감독원은 그녀의 동결된 자금을 그녀의 계좌로 바로 입금했다.강민아는 자신이 다시 몇십억 자산을 가진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때 태화 증권 홍민기의 전화가 걸려오자 강민아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전화를 받기로 했다.전화를 받자 홍민기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강민아 씨, 자금이 증권 감독원에서 해제되었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혹시 제가 다시 투자 고문을 맡을 수 있을지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최저 수수료로 해드릴게요!”강민아는 그에게 물었다.“홍민기 씨는 태화 증권에서 이미 해고당하셨죠?”홍민기의 목소리가 잠긴 듯 잠시 말이 없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강민아 씨는 소식이 빠르시네요.”홍민기가 태화 증권에서 해고된 이유는 바로 강민아의 몇십억 자금이 동결된 사건 때문이었다.이 소식은 누군가에 의해 유포되어 많은 주요 고객들이 태화 증권을 이제는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강민아의 자금이 동결된 기간 태화 증권은 많은 고객을 잃었고 홍민기는 당연히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그는 해고당했다.홍민기는 계속해서 말했다.“저는 지금 이방 증권에 있어요. 강민아 씨, 걱정하지 마세요...”강민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홍민기 씨는 아직도 자신이 해고된 이유를 모르는 것 같네요. 매니저로서 고객을 배신해서는 안 돼요.”이 말을 마치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강민아가 홍민기에게 한 말을 들은 육성민은 입을 벌렸다. 이 홍민기는 곧 증권 업계에서 버림받을 것이다.강민아의 목소리가 육성민 뒤에서 들려왔다.“이번에 입금된 돈으로 10년 치 집세를 내도 남을 거야. 남은 돈은 프로젝트 계획서를 작성해서 오빠 명의로 된 몇몇 신흥 기술 산업에 투자할 거야.”육성민은 가볍게 대답했다.“알았어.“그가 첫 번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구름 목장의 도전, 첫 번째 미션, 무 지키기”“부모와 아이 세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3km 떨어진 캠프장으로 이동합니다. 길에는 미친 듯한 알파카들이 출몰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어린이들은 무와 배추를 담은 통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 알파카에게 먹히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결승점에 도착한 후 남은 식자재에 따라 점수를 계산합니다. 무 하나에 3점, 배춧잎 하나에 1점으로 계산하며 이 포인트로 점심 요리에 필요한 재료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미션 카드에 적힌 글을 거의 다 알아본 정이는 큰 소리로 읽은 후 물었다.“삼촌, 이해했어요? 이해하지 못했으면 제가 다시 한번 읽을게요.”‘정이가 혹시 내 IQ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육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다 이해했어.”선생님은 함께 서 있는 이 세 사람이 유난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저분이 윤정 엄마의 오빠가 아니라면 전 커플로 맺어주고 싶어요. 두 분 다 너무 잘 생겼고 체형도 잘 어울려요. 한 손으로 정이를 번쩍 든 걸 보세요. 너무 잘 어울려요!”정이의 담임 선생님은 손에 든 미션 카드로 입을 가리고 옆에 있는 동료와 소곤거렸다.“이분은 윤정이 어머니와 같은 성이 아니에요. 아마 혈연관계가 없는 오빠일지도 몰라요.”다른 선생님의 눈이 즉시 빛났다.“가짜 형제였어요? 난 그럼 이 두 사람이 커플로 된다고 믿고 있을게요.”담임 선생님은 강민아와 육성민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했다.“제일 화목한 가족 상은 이분들이 받을 거예요!”선생님들이 몰래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목장의 다른 직원들은 검은색 마이바흐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차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차에서 내린 남자는 화보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멋있었다.육성민의 그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우람한 체격에 빠져 있던 직원들은 또 이 다른 스타일의 미남을 보자마자 매료되었다.“저분은 혹시 반 대표님이 아닌가요? 우리 그룹의 반 대표님이 맞죠!”구름 목장의 이 아파트는 부신 그룹에서 개발했으며 그 옆의 부동산도 부
선생님과 직원들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반현민 아버님 맞으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반현민 어린이의 가족 활동에 처음 오셨네요.”반하준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고 그는 선생님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쌀쌀한 태도로 사람이 다가오는 걸 거부하는 반하준을 보고 선생님들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강나현은 반하준의 얼굴을 가리키며 빙긋 웃더니 득의양양하게 말했다.“하준 씨는 원래 오지 않으려고 했어요. 제가 아침에 반씨네 저택에 가서 하준 씨를 침대에서 끌어냈어요.”강나현은 과장해서 말했다. 그녀는 아침 일찍 반씨 저택으로 달려가 반하준의 방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이 남자가 방문을 잠근 것을 발견했다.강나현이 밖에서 한참 동안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려서야 세수를 마친 반하준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민이는 저도 모르게 작은 가슴을 폈다. 현이 형이 아빠더러 그와 함께 가족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현이 형이 없었다면 반하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전에 억지스러운는 엄마만이 그와 정이와 함께 활동에 참여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강민아가 우승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두려워했다.“강나현 씨는 반 대표님의 친구 신분으로 가족 활동에 참여하신 건가요?”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강나현은 학교에서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어 선생님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강나현을 보자 담임 선생님은 오늘 가족 활동에서 강나현이 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엄숙하게 말했다.“우리 가족 활동에는 명확한 규정이 있어요. 활동에 참석하려면 친부모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친척이어야 해요.”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가 가족의 사랑을 느껴야 하므로 부모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었다.아이의 부모를 대신해 아무나 이 가족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 활동 중에서 아이가 격차를 느끼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면 아이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강나현의 표정이
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집사는 이런 일들은 말한 적이 없어요.”담임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하준을 바라봤다. 예전에 민이가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녀는 강민아에게 전화했는데 그때마다 즉시 해결되었다.하지만 지금은 민이가 학교의 문제아가 되었고 담임 선생님이 반씨네 집사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집사는 얼버무렸을 뿐이다.강나현이 소리쳤다.“이런 사소한 일을 가지고 왜 이렇게 과장해서 말하는 거예요?”담임 선생님도 화가 나서 강나현에게 말했다.“오늘 강나현 씨가 자신이 반현민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걸 보니 민이가 왜 성별을 왜곡해서 인식했는지 알 것 같아요.”“뭐라고요? 따귀를 맞으려는 게 아니면 말 가려서 하세요!”강나현은 곧 소매를 걷어붙이고 선생님과 싸울 것처럼 표정이 흉악해졌다.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의 이런 태도에 깜짝 놀랐지만 민이는 오히려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맞아요! 따귀를 때려야 해요!”민이는 지금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였다.욕하는 말을 배우면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욕을 하면 다른 아이들 앞에서 어른처럼 우쭐댈 수 있다고 생각했다.“강나현!”반하준은 강나현을 꾸짖은 후 담임 선생님에게 말했다.“민이가 학교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제가 잘 교육할게요.”담임 선생님은 입술을 깨물었다.“반 대표님,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이나 옮겼다고 해요. 어린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어 처한 환경이 아주 중요해요. 반현민 주변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들을 잘 선별해 주시기 바라요.”강나현은 불만스러워하며 소리쳤다.“어머, 나를 겨냥하는 거예요?”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의 말에 어리둥절해졌다.‘이 강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의 사고방식은 정말 이상하네.’“강나현 씨, 이건...”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담임 선생님은 강나현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미션 카드를 반하준에게 건넸다.“이번 가족 활동의 첫 번째 미션 카드예요. 반 대표님과 반현
“엄마는 중간에 앉아요. 나는 뒤에 앉을게요. 나는 알파카 도둑들이 엄마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들은 세 사람이 함께 3인용 자전거에 올라탔다.한편 강나현도 임무를 배정하고 있었다.“하준 오빠는 앞에 앉아서 페달을 밟으면 돼. 민이는 무를 보호하고 난 알파카를 쫓아낼게.”강나현은 이제 알파카를 만나면 그들이 무를 빼앗으려고 할 것인데 싸우는 과정에서 무를 보호하는 사람에게 침을 뱉거나 옷을 물려고 할 것으로 생각했다.강나현은 자신은 물론 반하준도 알파카의 침 공격에 당하는 것이 싫었다.그렇다면 침을 맞는 일은 민이가 감당해야 했다. 만약 민이가 당근 몇 개라도 지켜낸다면 오히려 강나현이 알파카를 쫓아준 것에 감사해할 것이다.반하준은 오히려 아들이 무와 배추가 가득 찬 플라스틱 통을 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민이가 이 무와 배추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나 강나현이 말하자마자 그는 즉시 무와 배춧잎이 가득한 통을 들고 용맹한 전사처럼 신이 나서 말했다.“저는 꼭 이 무를 지킬 거예요.”강나현이 성인으로서 알파카를 쫓아내기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한 반하준은 이 안배를 받아들였다.반하준은 3인용 자전거의 맨 앞에 앉았고 민이는 중간에, 강나현이 맨 뒤에 앉았다.그들이 출발하려고 할 때 마침 육성민도 강민아와 정이를 데리고 출발했다.민이는 그들을 보며 반하준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아빠, 빨리 가요! 우린 저 사람들보다 앞서야 해요!”반하준은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앞에 앉은 육성민은 그녀들보다 몸집이 훨씬 더 컸는데 마치 우뚝 솟은 산처럼 안전감을 주었다.‘강민아가 육성민을 데리고 가족 활동에 참여한 것은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강민아는 혹시 육성준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반하준은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육성민의 신체 조건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좋지만 가족 활동에서는 체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다.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5, 600미터 갔을 때
반하준은 전력을 다해 속도를 내려 했지만 강나현과 페달을 밟는 리듬이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이 탄 자전거는 도로 위에서 ‘S’형으로 나아갔다.반하준이 소리쳤다.“강나현! 페달 밟지 마!! 페달에서 발을 떼!”강나현이 페달을 밟는 것이 오히려 그의 방해가 되었으니 그가 혼자 페달을 밟는 것이 나았다.“아! 젠장! 내 옷!”강나현은 반하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겨를이 없었다. 알파카가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머리카락을 물어뜯었다. 겨우 한 마리를 밀어내면 또 다른 알파카가 달려들었다.“엉엉, 아빠, 빨리 달려요!”뒤에서 울부짖는 민이를 보고 반하준도 속도를 내고 싶었지만 강나현 때문에 방향이 틀리게 됐다.그는 이렇게 강민아와 정이가 그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캠핑장에는 이미 첫 번째 미션을 통과한 부모와 아이들이 휴식하며 다른 아이들과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종점에 도착한 육성민은 여전히 안정적으로 호흡하고 있었다.“우리 도착했어!”육성민은 뒤를 돌아 강민아와 정이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본 순간 그는 멍해졌고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육성민의 소리를 듣고 강민아는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고 통을 꽉 안고 있던 긴장한 자세에서 풀려났다.강민아는 고개를 돌려 딸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도 육성민처럼 멍해졌다.정이는 육성민이 멈춰서자 자신의 몸 양쪽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엄마! 알파카가 쫓아왔어요! 무를 지켜야 해요! 삼촌, 빨리 달리세요.”강민아가 말했다.“정이야, 일단 그 두 마리 알파카를 놔줘.”정이는 그제야 자신을 바싹 따랐던 알파카의 머리가 그녀의 겨드랑이에 끼어있었기 때문이란 걸 알아챘다.이 알파카들이 언제부터 정이에게 목덜미가 접혔는지도 몰랐다. 이 두 알파카는 이미 힘이 빠져 혀를 내밀고 눈을 뒤집은 채로 있었다.정이가 즉시 팔 힘을 풀자 이 두 알파카는 사지에 힘이 빠져 바닥에 쓰러졌다.정이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선생님은 다섯 손가락을 펼치며 정이에게 말했다.“알파카 한 마리에 5점을 더해줄게!”반진경은 파리를 먹은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알파카를 잡으면 점수를 더 준다고 말해줬어야지... 그럴 줄 알았다면 알파카를 잡아 점수를 더 받는 건데...”반진경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들은 알파카를 보기만 해도 무서워 피했던 그들은 알파카를 잡으면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잡지 않았을 것이다.반진경은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반연주의 명패를 2위 자리에 놓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선생님은 정이의 이름 옆에 점수를 업데이트했다.강윤정: 40점.반연주: 30점.그리고 다른 선생님이 민이의 점수를 발표했다.“반현민 어린이는 0점이에요.”반현민은 마이바흐에서 내렸을 때 멋있었던 것만큼 지금 낭패해졌다.그의 LV 모자는 이미 알파카에게 물려 벗겨졌고 옷깃도 비뚤어졌다. 옷에는 알파카의 침이 묻어 있어서 냄새가 역했기에 그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강나현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는 이미 흐트러졌고 아웃도어 재킷의 지퍼는 반쯤 열려 있었다. 그녀는 떠돌이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선생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한 강나현은 승복하지 않고 소리쳤다.“어떻게 0점일 수 있어요? 점수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니에요?”선생님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당신들은 종점에 도착했을 때 무와 배춧잎은 물론 이것을 담은 통마저 없어졌어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점수를 잘못 계산했는지 말해보시죠?”강나현은 빈손으로 서 있는 민이를 바라보았다.“통은 어딨어? 무는? 혹시 배추 한 잎도 지키지 못했어?”강나현이 묻자 민이는 얼굴을 찌푸렸다.“너무 두려웠어요. 알파카들이 통째로 가져갔어요.”그런후 민이는 오히려 씩씩거리며 강나현에게 따져 물었다.“왜 저를 지켜주지 않았어요?”강나현이 말했다.“난 페달을 밟았잖아. 자전거를 타는 이 일은 원래 너에게 기대하지 않았어. 민이야, 넌 사내잖아. 어떻게 통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선생님이 계속해서 말했
강나현은 민이를 데리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행히 그녀는 갈아입을 옷을 가져왔다.그녀는 알파카의 침으로 더러워진 옷을 벗은 후 옆으로 내팽개쳤다.그녀가 혼자 옷을 갈아입자 민이가 말했다.“내 옷도 더러워졌어요.”강나현은 접이식 의자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가방 안에 네 옷이 있어.”민이는 삐쭉거리며 말했다.“나 스스로 옷을 갈아입어야 해요?”집에서 가정부가 옷을 입혀주고 밥을 먹여주는 생활에 익숙해진 그는 밖에 나오면 당연히 강나현이 옷을 갈아입혀 줄 것으로 생각했다.강나현은 젖은 티슈로 머리를 닦느라 바빴다. 그녀는 지금 기분이 매우 나빴는데 그저 빨리 샤워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머리를 깨끗이 씻고 싶었다.그러니 민이를 돌볼 겨를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민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다른 아이들은 모두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물을 주었고 또 땀을 닦아주며 옷을 갈아입혀 주는 엄마도 있었다.강민아는 정이의 머리를 다시 빗겨주고 있었다.민이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작년 가족 활동에서 그는 게임을 하며 땀을 많이 흘렸는데 강민아는 세심하게 그의 옷을 갈아입혀 주었을 뿐만 아니라 땀수건을 등에 받쳐주며 얼굴도 깨끗이 닦아주었다.그가 목마르다고 말하기 전에 강민아는 물병을 그의 입가로 가져다주었다.하지만 강나현은 이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민이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냄새 나는 옷과 더러운 신발을 바라보았다.강민아가 있을 때만 그는 매우 깨끗한 아이였다.강나현은 그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도 모른다.“아빠 옷 좀 갈아입혀 줄래요? 땀을 많이 흘렸어요.”민이는 반하준에게 물었다.“스스로 해.”반하준의 쌀쌀한 대답이 돌아왔다.항상 아버지를 두려워하던 민이는 반하준이 거절하자 어쩔 수 없이 쭈그리고 앉아 책가방에서 옷을 꺼냈다.강나현은 자신을 정리한 후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이야, 나에게 감자칩 한 봉지 열어줘.”민이는 스스로 하지 못하냐고 반박하려 했지만 오늘 강나현을 가족 활동
심은호가 말했다. “셋 셀 테니까 알아서 결정해. 안 그러면 아무도 해독제를 못 받아.”그는 웃으며 반하준에게 말했다.“삼.”반하준의 이마엔 푸른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심은호는 순전히 그들을 놀리려고 해독제를 꺼낸 것이었다.“강나현한테 줘!”반하준은 강나현이 또다시 약기운을 빌미로 무모하게 자기 몸에 손대지 않도록 차갑게 말했다.이내 강나현이 소리를 질렀다.“하준 씨한테 줘!”반하준은 신경이 예민하게 지끈거리며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왜 나한테 먹여? 멀쩡한 정신으로 너한테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반하준이 거칠게 쏘아붙이자 강나현은 어깨가 살짝 떨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반하준은 욕설을 퍼붓고 난 뒤 서둘러 심은호를 다그쳤다.“나와 강나현을 여기 가둔 주범이 바로 너지? 민아 비서를 통해 민아 이름을 대고 날 여기로 끌어들인 것도 너야.”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그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반하준의 뺨에는 굵직한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그는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심하게 헐떡이며 심은호를 향해 살벌하게 으르렁거렸다.심은호는 해독제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강나현은 곧바로 달려와 해독제를 집어 들고 다시 반하준에게 돌진했다.“하준 씨, 해독제 먹어!”어쨌든 반하준의 두 손은 이미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고, 그만 멀쩡한 상태로 둘이 일을 치르면 나중에 이성을 잃었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을 거다.강나현이 반하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은호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반하준이 강나현을 뿌리치고 가려는데 그녀가 앞을 가로막았다.“하준 씨, 빨리 약 먹어!”“꺼져, 나 나갈 거야!”소리를 지르며 강나현은 반하준의 입에 약을 밀어 넣었다.강나현은 곧바로 반하준의 입을 막았고 반하준은 작은 알약이 입에서 녹는 것을 느꼈다.눈을 크게 뜬 반하준의 목구멍에서 억눌린 분노의 소리가 흘러나왔다.그렇게 그는 심은호가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 걸 보고만 있었다.강나현은 두 손으로 그의 목
강나현이 일어나 그에게 다가오자 반하준은 무언가를 감지하고 급히 돌아서서 강나현을 경계하며 마주 봤다.“그럴 필요 없어.”반하준은 강나현에 대한 경계심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딱딱하고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강나현은 반하준이 왜 자신을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화 꺼내서 구해줄 사람 부르면 되잖아!”반하준은 강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강나현의 눈빛 속 욕망을 진작 꿰뚫어 보고 있었다.강나현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약기운을 빌미로 그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는 속셈이다.휴대폰이 바지 주머니에 있는데 강나현이 주머니에 손을 대는 순간 또 어떤 선 넘는 행동을 할지 몰랐다.반하준은 등을 문에 딱 부이고 말했다.“멈춰! 움직이지 마!”그는 강나현을 위협했다.“나한테서 떨어져!”“하준 씨, 못 참을까 봐 걱정돼?”강나현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차마 감추지 못하며 반하준을 달랬다.“내가 하준 씨 다치게 할까 봐 걱정 안 해도 돼. 계속 이러면 몸이 망가질 거야.”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몸 안에서 비명을 지르던 세포들이 강나현을 통제했고, 그녀는 조바심을 내며 반하준을 향해 돌진했다.“내가 휴대폰 꺼내주겠다는데 왜 이렇게 날 무서워해?”그때 반하준의 등 뒤에서 달칵 소리가 들리더니 고개를 돌리자 방 문이 열렸다.반하준은 눈을 크게 뜨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밝은 빛이 그의 눈에는 희망처럼 보였다.누군가 그를 구하러 온 건가?방 문이 열리고 옷을 갈아입은 심은호가 밖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심은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하준을 훑어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셔츠부터 바지까지 모두 엉망이 된 채 흐트러진 반하준의 모습은 처음 본다.반하준은 숨을 헐떡이며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심은호라는 것을 발견한 순간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는 지금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심은호에게 보여도 전혀 상관이 없었고 그저 그를 제압한 뒤 도망치고 싶었다.심은호는 그의
강민아의 이름을 듣자마자 반하준은 눈을 크게 떴다.그 이름이 무수히 많은 작은 바늘로 뒤바뀌어 심장을 쿡쿡 쑤시며 온몸에 통증을 느끼게 했다.강나현은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쌌다.“하준 씨, 난 당신을 구하고 싶어. 당신도 날 구해줘!”반하준은 발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강나현이 그의 몸을 덮치고 있어 그녀를 떼어낼 수가 없었다.“꺼져!”그는 강나현의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걸 보며 고함을 질렀다.그가 홱 몸을 돌리자 강나현과 함께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아악!”강나현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반하준은 도망치듯 몸을 웅크리고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났다.강나현은 바닥에 쓰러져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반하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너무 아파!”반하준은 몸에 천 조각만 남은 강나현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문득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리며 가슴을 뚫고 피부 밖으로 튀어나올 듯 심하게 요동쳤다.반하준의 눈앞에 헛것이 보였다. 강나현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향해 울부짖을 때 그녀의 얼굴이 강민아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순식간에 반하준의 몸속에서 난폭한 세포가 꿈틀거리고 피가 들끓으며 몸이 주체할 수 없이 심하게 떨렸다.“하준 씨!”강나현은 손과 발을 동원해 반하준을 향해 기어갔다.반하준은 제자리에 굳어진 채 눈가가 선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콧구멍에서는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입술 위로 미세한 땀방울이 맺혔다.강나현은 그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바닥에 엎드린 채 손을 뻗어 그의 발목을 잡았다.이윽고 반하준의 동공이 훅 움츠러들며 단번에 시야에서 강민아의 흐릿한 얼굴이 사라졌다.강나현의 얼굴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설레던 마음이 사라지고 피가 차갑게 식으며 발로 강나현의 손을 뿌리쳤다.“하준 씨?”강나현의 의아한 눈빛에는 속상함이 내비쳤다.“난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역겹게 굴지 마!”그는 차갑게 이 말을 뱉어내고는 다시 방 문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강나현은 반하준이 문을 발로 차는 모습을 그저 바
반하준은 크게 헐떡이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굵직한 땀방울이 아치형 눈썹을 따라 떨어지며 눈가에 고여 있었다.땀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졌고 창문 유리는 흔들리면서도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강나현이 뒤에서 다가와 그를 껴안더니 두 손으로 그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댔다.“하준 씨... 더는 못 참겠어...”그녀가 손을 뻗어 반하준의 옷을 벗기려 하자 반하준은 몸을 비틀며 강나현을 떨쳐내려고 했다.“놔!”그가 소리를 질렀지만 손이 등 뒤로 묶여 있어 강나현은 쉽게 그의 재킷을 벗겨냈다.양복 재킷은 반하준의 손목에 걸렸고, 여자는 그의 앞에서 뱀처럼 몸을 배배 꼬며 두 팔을 그의 목에 걸었다.강나현의 몸엔 남아있는 옷이 별로 없었고 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남자의 턱에 닿으려 했다.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반하준의 속이 뒤집히며 말할 수 없는 메스꺼움이 밀려왔다.그는 급히 뒤로 물러서며 여자에게서 떨어지려 했고 강나현은 미꾸라지처럼 그에게 매달린 채 진득하게 붙어있었다.“강나현, 정신 차려!”반하준이 소리쳤지만 강나현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하준 씨... 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온몸이 너무 이상해... 내 몸을 주체할 수가 없어...”그녀는 말하며 반하준의 얼굴로 다가가 키스하려 했다.눈을 크게 뜬 반하준은 공포에 질린 채 머리카락 한 올마저 강나현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쳤다.그 순간 종아리가 소파에 부딪히며 반하준은 균형을 잃고 온몸이 뒤로 넘어졌다.강나현은 얼굴을 찡그린 채 그의 몸을 짓누르며 말했다.“하준 씨, 나 힘들어! 하준 씨도 힘들지? 나 좀 살려줘. 이러다간 우리 둘 다 미쳐버릴 거야!”“나한테 손대지 마!”반하준은 몸을 비틀었다.“강나현, 참아! 빌어먹을, 나한테서 떨어져!”강나현은 반하준의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하준 씨, 우린 약에 취했고 해결하지 않으면 괴롭고 고통스럽기만 해. 약효가 절정에 달하면 우리 둘은 미친개가 될 거야. 그때 가서 이성을 잃고 서로를
“나 건드리지 마!”반하준이 소리를 질렀지만 강나현은 더욱 거세게 그의 위로 뛰어올라 그를 제압하려 했다.“난 하준 씨 도와주려는 거야. 나도 벗었는데 왜 안 벗어?”“하지 마, 놓으라고!”그가 저항하면 할수록 강나현은 더욱 흥분했다.“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내가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강나현은 반하준의 정장 단추를 풀려고 했지만 풀리지 않아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아이참, 움직이지 마. 자꾸 몸을 비틀면 나도 정말 무슨 짓할지 몰라?”반하준은 소름이 끼치고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그는 두 다리를 쭉 뻗어 강나현을 소파에서 차버렸다.“아악!”강나현은 바닥에 쓰러지며 비참한 비명을 질렀다.반하준은 소파에 누운 채 바닥에 굴러떨어진 강나현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미쳤어?”자신을 방에 가둔 게 강나현의 짓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강나현은 그 정도로 똑똑하지 않았다.“하준 씨, 왜 날 발로 차? 날 친구로 생각하긴 해?”강나현이 씩씩거렸지만 반하준은 무시한 채 소파에서 버둥거리며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등을 돌리고 문에 손을 뻗었지만 방 문은 이미 잠겨 있었다.“젠장!”반하준이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자신과 강나현을 함께 가두는 데 앞장선 사람이 강민아라는 생각에 더욱 화가 났다.창가로 걸어갔지만 창문도 잠겨 있었다.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되어 도살당할 수는 없었기에 어떻게든 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반하준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디퓨저 기계에 시선이 멈췄다.그는 숨을 참으며 기계로 걸어가 다시 한번 등을 돌려 이어진 전선을 뽑고는 기계를 집어 들어 창문 유리에 던졌다.창문만 깨지면 신선한 공기가 들어올 테니 그도, 강나현도 이성을 잃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손은 수갑에 의해 등 뒤로 꽉 묶여 있었고, 기계를 잡고 있어도 힘을 쓸 수가 없었다.비를 맞은 듯 반하준의 얼굴이 뜨거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디퓨저 기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눈을 크게 뜬 강나현은 반하준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하준 씨가 왜 여기 있어?”반하준은 굳어진 얼굴로 침착하려고 애쓰며 조목조목 분석했다.“강민아 비서는 강민아가 따로 만나고 싶어 한다며 나보고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강나현이 등 뒤로 향한 그의 손을 보았다.“하준 씨 손은... 왜 수갑이 채워져 있어? 강민아가 그러라고 시켰어?”반하준의 얼굴이 검게 탄 냄비처럼 어둡게 변했다. 짜증이 난 그는 멍청한 자신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대체 어쩌다 강민아가 그런 걸 즐긴다고 생각했는지 더 분석하고 싶지도 않았다.강민아에게 한 방 먹은 거다.그 생각에 반하준은 마음이 복잡하고 오장육부에 불길이 타올랐다.주위를 둘러보며 열쇠를 찾던 그가 강나현을 재촉했다.“열쇠 좀 찾아봐!”“그래.”강나현도 수갑을 풀 열쇠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머릿속으론 지금 반하준과 단둘이 방에 갇혀 있고, 반하준의 손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약기운을 빌미로 그에게 마음대로 들이댈 생각을 하고 있었다.생각만 해도 강나현은 온몸에 힘이 풀려 허리를 움직이면서 반하준을 향해 등을 돌렸다.반하준도 약에 취해 충동을 느끼기 쉬운 상태라면 충분히 남자를 유혹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강나현은 열쇠를 찾는 척하면서 말했다.“강민아가 우리 둘을 함정에 빠뜨렸어.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우리 둘이 무슨 일이라도 생기길 바라는 거야? 난 친동생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고!”모든 책임을 강민아에게 돌리고 그녀와 반하준이 밤을 보내면 반하준이 원하지 않아도 그녀가 아닌 강민아를 탓할 거다.애초에 심은호에게 하려던 짓이었는데 강민아가 미리 그들의 계획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강민아는 이참에 반하준과 강나현을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밀어뜨릴 계획이었다.그녀에게 조롱당했다는 수치심에 강나현은 순식간에 분노가 치솟았다.하지만 곧 반하준과 벌어질 일을 생각하지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애써 드러나는 표정을 감추었다.줄곧 반하준과
반하준은 고개를 들어 방 문 쪽을 바라보았다.시야의 가장자리가 뿌옇게 뒤덮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눈을 크게 깜빡이자 들어온 여자가 이미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하준 씨.”강나현의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온몸이 그의 위로 쓰러졌다.반하준은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손이 뒤로 묶여 움직일 수 없어 몸을 뒤로 빼기만 했다.강나현은 온몸에 뼈가 사라진 듯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반하준의 몸을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강나현, 뭐 하는 거야!”반하준이 고함을 지르자 강나현이 흐릿한 눈동자로 가슴을 움켜쥐더니 고개를 들어 뜨거운 숨을 뱉으며 반하준을 바라보았다.“나 너무 더워. 온몸이 간지러워.”반하준의 눈가엔 싸늘한 감정만 담겨 있었다.“쓸데없는 걸 먹은 건 아니지?”강나현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냥 술을 조금 마셨을 뿐인데...”반하준이 불쑥 물었다.“술을 누가 줬는데?”“파티에 있던 웨이터가.”강나현이 고개를 들고 코를 훌쩍거렸다.“이 방 냄새 좋다. 향기로워.”강나현의 말을 듣는 순간 반하준은 온몸에 얼음이 섞인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 느낌이었다.그는 숨을 꾹 참다가 다시 들이쉬는 순간 강나현이 말한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반하준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젠장!’그는 줄곧 방 안에 있었고 향기가 서서히 퍼졌기에 방금 들어온 강나현처럼 공기 중에 느껴지는 향기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반하준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잔에 향했다.그도 조금 전 술을 마셨지만 나중에 두 손이 묶이면서 더 이상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만약 수갑이 채워지지 않았고 이 방에서 갈증을 느꼈다면 그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저 술을 찾았을 거다.반하준은 어렴풋이 직감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며 부정했다.그는 강나현에게 물었다.“누가 널 들여보냈어?”강나현은 볼이 붉게 물든 채 손을 들어 화끈거리는 이마를 만지작거렸다.“응? 기억이 안 나. 하준 씨, 나 취한 것 같아.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강나현이 말하며 다시 반하준에
누군가 다가와 반하준의 귀에 속삭였다. “반 대표님, 부사장님이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고 하십니다.”그에게 말을 전하러 온 사람은 강민아 비서였다.멈칫하던 반하준이 잠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강민아는 보이지 않았다.“민아 어디 있어요?”비서가 말했다.“부사장께서는 바깥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세요.”반하준은 비서를 따라나섰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말도 안 하고 눈길도 안 줬는데 이제 와서 단둘이 만난다고?그 생각에 반하준은 숨이 가빠졌다.참으로 방탕한 여자다.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려 한다니! 심은호 앞에서는 그를 무시하고 또 심은호의 눈을 피해 그와 만나려 하고 있다.남녀관계에서 강민아가 하는 행동은 반하준의 예상을 완전히 넘어섰다.‘방탕하게 살고 싶어서 이혼하자고 한 건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심은호와 윤세현을 양옆에 둔 것도 모자라는가.결혼 생활 도중 그녀가 바람을 피운 적은 없는지 궁금할 정도다.그렇게 생각하며 반하준은 점점 더 짜증이 밀려왔다. 가슴이 무거운 돌덩이에 짓눌린 듯 심장이 아파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직원이 방 문을 열며 안으로 안내했다.방 문 앞에 서 있던 반하준은 지금 강민아가 자존심을 버리고 용서를 빈다면 심은호, 윤세현과 깨끗하게 헤어지게 할 거라 다짐했다.물론 강민아가 기꺼이 그의 곁으로 돌아와 속죄해야만 용서할 거다.“반 대표님, 안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사람이 정신이 팔렸을 때 누군가 옆에서 뭐라고 시키면 생각 없이 따르게 된다.방으로 들어간 반하준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방에 아무도 없었다.‘조금 전 강민아 비서가 뭐라고 했지? 기다리라고?’그를 여기로 불러놓고 기다리게 한다니.강민아가 일부러 못되게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걸까?하지만 오늘은 강승이 정식으로 인수된 날이라 강민아는 분명 할 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을 거다.먼저 따로 만나자고 했으니 잠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반하준은
“아니야!”반하준은 분노에 미칠 지경이다. 심은호가 어떻게 감히 이런 식으로 그를 모욕할 수 있나.‘이런 악랄한 놈!’“민아야, 날 믿어줘.”반하준은 살면서 이렇듯 비굴하게 누군가에게 애원해 본 적이 없었다.처음으로 막다른 궁지에 내몰리자 그는 고립된 채 가만히 서 있었다.강민아 뒤에 서 있던 재벌가 거물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작게 속삭이고 있었다.“반하준이 다쳤나? 멀쩡해 보이는데. 오히려 심은호가 엉망진창이네.”“누가 봐도 심은호가 괴롭힘을 당했잖아.”“반하준이 심은호 저격한 게 하루 이틀이야? 전에 심은호를 주먹으로 때린 것도 내가 봤어.”“전에 화장실에서 핸드워시를 심은호에게 뿌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도 눈에 거슬려서 와인을 쏟았네.”“강민아를 빼앗아 가려고? 방에 가서 단둘이 상처를 보여주기는 무슨, 누가 봐도 꼬드기는 거지!”“난 심은호 편이야. 심은호는 당당한 남자 친구인데 반하준은 전남편이잖아. 내연남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반하준의 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졌다.“내연남?” 반하준은 억울한 듯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미쳤어? 내가 어떻게 내연남이야!”심은호는 웃으며 말했다.“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내연남이긴 하지.”반하준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그는 강민아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 그녀를 돌아보았다.하지만 강민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심은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어디 다쳤어요?”“여기요.”심은호가 얼굴을 가리키자 반하준의 동공이 커지면서 소리를 질렀다.“안 때렸어!”강민아는 손을 뻗어 부드럽고 섬세한 손끝으로 심은호의 뺨을 어루만졌다.심은호는 사람 좋아하는 사모예드처럼 고개를 갸웃한 채 강민아의 손길을 느끼듯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강민아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반하준은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강민아, 나 진짜 안 때렸어!”강민아는 심은호에게 말했다.“가서 옷 갈아입어요. 복도로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