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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Penulis: 임공
발끝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잠결에 얼굴을 스치는 가느다란 실루엣.

유건은 무겁게 뜬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남자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시연이 아닌 장소미였다.

유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뭔가 찝찝해.’

남자의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늘하게 스쳤다.

“유건 씨!”

유건의 깨어난 모습을 본 소미가 반가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정신이 좀 들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요?”

“난 괜찮아. 그런데 너...”

소미의 얼굴엔 반창고가 붙어 있었고, 오른쪽 팔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심지어 붕대 사이로 핏자국이 배어 나오고 있었는데, 유건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

“상처, 많이 심한 거야?”

“아니에요. 괜찮아요.”

소미는 가볍게 웃으며 관자놀이 쪽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냥 가벼운 찰과상이에요.”

유건은 이내 그녀가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는 당연히 묻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조애린 말로는, 네가 갑자기 사라졌다던데. 무슨 일이야?”

“아...”

소미가 순간 머뭇거리며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애린 언니가 좀 깊이 생각한 거예요.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촬영 끝나고 혼자 좀 걷고 싶었는데, 너무 외진 곳이라 길을 잃었어요. 핸드폰도 안 들고 나갔고...”

묘하게 표정이 굳은 유건은 소미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묻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요, 괜히 걱정 끼쳐서...”

소미가 불안한 듯 손가락을 꼬아 쥐었다.

“아냐.”

유건은 피곤한 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다음부터는 어딜 가든 핸드폰을 꼭 챙겨.”

“네, 다시는 이러지 그럴게요...”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유건아! 정신이 들었다며?”

시끄러운 목소리와 함께, 몇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부지하, 주정빈, 유강석.

유건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남자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가 곧바로 그 빛이 사라졌다.

부지하 일행도 병실 안에 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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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아달라고?” 유건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지만, 긴 속눈썹 아래로 감춰진 눈빛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널 좋아한다고 말한 게, 널 못 놔주겠다는 뜻인 것 같아?” ‘또 그 말이지. 좋아한다, 좋아해. 그게 지금 무슨 의미가 있는데...’ 시연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래?” “왜 그러냐고요?” 시연은 아주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한숨을 쉬었다. ‘진짜... 말이 안 통해.’ 머리는 온통 유건이 감아준 목도리로 덮여 있었다.겉으로는 따뜻해 보였지만 마음은 너무도 답답했기에, 약간은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알잖아요. 나... 당신을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다는 거...” “응, 알아.” 유건은 고개를 숙이며 낮게 웃었다. “아직 기억해.” “그럼 지금 이건 다 뭐예요?” 시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린, 그거 때문에 헤어진 거잖아요?”두 사람은 명확하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진 않았다.하지만 그동안의 긴 냉전은 이미 서로의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서로 말은 안 했지만, 끝난 거나 다름없었어. 할아버지 때문에 그냥 참고 있었던 거지.’ ‘이젠 할아버지조차 이혼을 허락했는데... 왜?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건데...’ “나도 알아.” 시연은 말끝을 질끈 씹듯 말했다.“당신이 그랬잖아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의미 없다고. 세상에 여자가 한둘도 아닌데, 그런 사람한테 매달릴 필요 없다고요...” 유건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 말, 정확히 그렇게 했었다. ‘참 잘 기억하네. 근데 내가 했던 행동들은 왜 기억 안 하지...?’ 유건은 얇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내가... 그냥 아무 말이나 뱉은 거야.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였어?” “뭐라고요...?” 시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말 바꾸는 거야?’ ‘이 인간, 진짜 뻔뻔하네.’ “우린 말 안 통해요. 난 당신처럼 무책임한 사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8화

    “고마워요.” “천만에요.” 우주는 과일 접시를 힐끗 보더니, 손가락으로 하나를 가리켰다. “누나, 이 귤, 진짜 달아.” “그래?” 시연은 가볍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물었다. “우주는 먹어봤어?” “응.” 우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 아저씨가 준 거야.” 그 말에, 시연의 웃음이 그대로 멈췄다. ‘아저씨...’ 우주의 입에서 나오는 그 ‘아저씨’는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당연히 지동성이었다. “그 사람이...” 시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저씨가 널 보러 왔었어?” “응.” 우주는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오후에 왔어.” ‘어제...’ ‘퇴원한 바로 다음 날?’ ‘그럼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우주를 보러 온 거야...?’ ‘이게 진심일까, 아니면 또 쇼일까?’ 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까지 애써야 할 이유가 대체 뭐지...?’ “누나.” “응?” 시연이 정신을 가다듬고 우주를 바라보자, 우주는 조금 머뭇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저씨... 이제 괜찮아진 거야?” ‘뭐...?’ 시연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우주야,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 “아저씨가 그랬어.” 우주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동안 날 보러 못 온 건, 아팠기 때문이라고.” ‘왜 그런 말을 우주한테 했지...?’ 시연의 가슴이 조여왔다. “아저씨가 또 뭐라고 했는데? 무슨 병이라고 했어?” “아... 뭐라고 했냐면...” 시연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진짜 말한 거야? 설마...’ “뭐라고 했는데?” 우주는 천진하게 대답했다. “감기래.” “감기...?” 그 말에 시연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다. 그 정도로만 말했구나...’ ‘정말... 그 사람, 아직도 이중적인 사람이네.’ “누나.” 우주가 다시 입을 열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7화

    해가 채 뜨기도 전, 시연은 조용히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아는 이불 속에서 눈을 겨우 떠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몇 시야...?” “아직 이른 아침이야.” 시연은 진아의 통통한 볼을 손으로 톡톡 건드렸다. “나 우주랑 아침 먹기로 해서 좀 일찍 나가. 너는 더 자.” “응...” 진아는 듣자마자 바로 순하게 눈을 감았다. 시연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히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차를 타고 별산장으로 향했다. 도착하자 문을 연 건 최예민이었다. “우주 도련님은 지금 세수 중이에요. 아침에 깨우지도 않았는데, 누나 온다고 혼자 벌떡 일어나서 준비하더라고요.” 최예민은 환하게 웃으며 시연을 안으로 안내했다. “사모님, 여기 앉으세요. 아침은 다 준비됐고, 곧 가져올게요.” “고마워요.” “아이고, 뭘요. 당연한 일인데요.” 조금 뒤, 식탁 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아침이 놓이고, 화장실 문이 열렸다. “누나!” 우주가 얼굴에 물기를 머금은 채 반짝이는 눈으로 뛰어왔다. 그러고는 시연의 옆에 착 붙어 앉으며 해맑게 웃었다. “조심해!” 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만둣국 한 그릇을 우주 앞에 놓아줬다. 조금 전 살짝 식혀둔 국이었다. 그래도 시연은 당부했다. “천천히 먹어. 국물 뜨거우니까.” “응! 누나 걱정하지 마. 나 조심할게!” 우주는 아주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누나도 같이 먹자!” “그럴까?” 시연도 조심히 젓가락을 들며 미소 지었다. ...그 시각, 시연의 아파트. 띠링- 초인종 소리에 진아는 부스스 일어나 문으로 갔다. 눈은 반쯤 감긴 채로 문을 열었는데, 눈이 순간 커졌다. “고, 고 대표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진아는 아직 잠옷 차림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등장에 머리도 제대로 못 가다듬은 상태였다.유건은 짧게 진아를 본 후, 바로 시선을 돌려 옆으로 몸을 틀었다. “시연이는 일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6화

    “지시연!” 유건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연의 손을 꽉 쥐었다. 그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지금 너한테 말하고 있는 거야.” “그래요, 나도 알아요.” 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살짝 올리며 유건을 바라봤다. “내가 당신이 한 말 몇 마디에 감동해서 울컥하고, 기분 좋아서 그 말들 다 들어줄 정도로 철없는 애인 줄 알아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유건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리고 눈동자엔 씁쓸함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나, 진심으로 너한테 다가갈 준비가 되어 있어. 진심으로... 너한테...”“하지 마요.” 시연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망설임 하나 없이, 맑고 또렷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마음, 난 안 받을 거예요.”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멎은 듯 조용해졌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유건은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얼굴이었다. “거절할 줄 알았어. 하지만 시연아, 내가 널 좋아하는 감정은 네 의지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솔직히 말하면, 내 의지로도 안 돼.” 유건은 이내 들고 있던 장미꽃을 시연 앞으로 내밀었다. “오늘 막 비행기로 도착했는데, 마음에 들어?” 시연은 말문이 막혔다. ‘이 상황에서... 꽃을 보여주면 내가 감동할 줄 아나 봐?’ 시연은 꽃은 쳐다보지도 않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안 좋아요.” 유건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아, 기분 상했나 보네. 오늘은 일단 가주는 게 딱 좋겠어.’ “장미 안 좋아해?” 유건은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알았어. 다음엔 다른 꽃으로 할게.” “뭐라고요...?” 시연은 벙찐 얼굴로 유건을 쳐다봤다. ‘지금... 난 그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닌데?’ 그런데 유건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돌려, 옆에서 조용히 서 있던 진아에게 장미꽃을 건넸다. “진아 씨, 이거 좀 꽂아줘.” “네? 아, 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5화

    유건의 말에 시연은 멍해졌다. ‘뭐...?’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반응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말했잖아요. 장소미 때문에 애쓸 필요 없다고...” “장소미 때문이 아니야!” 유건이 더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급함과 답답함이 묻어나는 눈빛이었다. “장소미 얘기 좀 그만해. 지금 내가 함께 있는 사람은 너야. 근데 넌 계속 장소미 얘기만 해? 일부러 그러는 거야? 그렇게 해서 날 포기하게 하려고?” ‘포기...?’ ‘무슨 포기?’ 순간 얼어붙은 시연의 가슴 한쪽이 덜컥 내려앉았고,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만해요. 듣기 싫어요.” 시연은 급하게 말을 끊고, 주머니 속에서 열쇠를 찾았다. 하지만 열쇠를 꺼내기도 전에, 손목이 따뜻한 손에 붙잡혔다. 유건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귀에 닿았다.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날 벌주려고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거야? 내가 무슨 마음인 줄 진짜 몰라서 그래?” “내가... 뭘 알아야 하는데요?” ‘왜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뛰지...?’ ‘설마... 아니겠지.’ “좋아해.” 짧은 세 글자가 공기 속에 맴돌며 터졌다. 순간, 주위가 고요해졌다. ‘지금, 뭐라고 했어?’ 시연은 입술을 벌린 채, 말없이 유건을 바라봤다. 눈동자엔 당혹감과 혼란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겹쳤다. 유건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 “지시연. 나 너 좋아해.” 천천히, 그리고 또렷하게. “지시연, 내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내 마음을 너만을 향한다고.”27년 인생, 유건에게 고백이란 건 처음이었다. 얼굴이 빨개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볼 안쪽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은 분명했다. 그리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이게 이렇게 떨릴 일이야...?’ ‘이런 게 고백이라는 건가?’ 돈 많고, 능력 있는 고유건 대표도 이 순간만큼은 그냥 연애 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4화

    그날 갑자기 셋이 자리를 뜰 때, 성빈한테는 제대로 설명도 못 하고 나왔다. ‘좀 미안하긴 했는데...’ “아냐.” 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 평일이잖아. 성빈이 일하는 날이야. 우리처럼 백수들이랑은 다르지.” 생각해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시연은 더 고집하지 않았다. 진아는 시연을 위해 산모 요가 클래스에 함께 들어갔다. 영화는 그냥 그랬다. 극장을 나오자 둘 다 하품만 연발. 밖은 여전히 눈이 펑펑 내리는 G시. “으, 춥다...” 진아는 시연의 팔짱을 끼고, 발을 구르며 입김을 불었다. “우리 샤부샤부 먹자! 얼큰한 걸로!” “평소 가던 데로 가자.” “좋아!” 마침 그 식당은 클럽 근처에 있었다. 클럽 쪽으로 들어서자, 진아가 걸음을 멈췄다. “왜?” 시연은 고개를 돌려 진아가 보는 쪽을 따라 바라봤다. 멀지 않은 곳에서, 클럽 안에서 나오는 성빈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곁엔 젊은 여자가 있었다. 둘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성빈은 여자의 어깨에 여성용 외투를 살포시 걸쳐주고 있었다. 자연스럽고, 세심하고, 약간 고개를 숙인 그 눈빛은... 분명히 다정했다. “진아야.” 시연은 거의 반사적으로 진아의 손을 꼭 잡았다. “응.” 진아는 시선을 거두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봐봐, 오늘 성빈 안 부르길 잘했지. 바쁘잖아, 저렇게.” 시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성빈이... 연애 안 한다더니. 그럼 저 여자는 뭐지?’ ‘이건 좀 아니잖아?’ 뭔가 기분이 상한 시연은 진아를 살짝 당겼다. “가서 인사나 할까?” “야야...” 진아는 손을 급히 잡아당기며 막았다. “지금 데이트 중이잖아. 우리가 가면 민폐지.” “진아야...” “가자니까!” 진아는 배를 가볍게 감싸며 투정을 부렸다.“나 진짜 배고파 죽겠어. 너는 안 배고파? 얼른! 밥 먹자고.” 결국 시연은 한숨을 쉬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3화

    시연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동성이 그런 걸 물어올 줄은. ‘이제 와서 이런 걸 묻는다고?’ ‘이게 걱정이라고? 참...’ 시연은 코웃음이 나올 뻔했다. ‘죽을 날 다 돼가니까, 양심이라도 생긴 건가? 완전 새사람 된 것처럼 굴고 있네.’ “시연아... 고 대표 좋아하니?” 시연이 침묵하자, 지동성은 조급해졌다. 장미리가 약을 가지러 갔던 참이라. 시간이 얼마 없었다. 시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것도 아주 단호하게. “아니요. 안 좋아해요.” ‘예전에 좋아했던 적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그냥 과거일 뿐이야.’ ‘그리고 그런 얘길 굳이 이 사람한테 할 필요도 없어.’ 그녀는 지동성이 쥐고 있는 팔을 살짝 흔들며 말했다. “이제... 가도 될까요?” “응, 그래.” 지동성은 멍한 표정으로 손을 놓았고, 시연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돌아섰다. 멀리서 장미리가 약 봉투를 들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약국 줄이 엄청 길더라고요.” 장미리는 다가와 지동성을 부축했다. “다 받아왔어요. 이만 가요.” 오늘은 집에 가기 전에, 딸 장소미에게 들를 예정이었다. “그래...” 지동성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장미리에게 이끌려 외과 건물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시연의 말만이 맴돌았다. ‘안 좋아해요...’ ...병실 안, 장소미는 수액을 맞으며 누워 있었다. “소미야, 오늘은 좀 어때?” 장소미가 약 봉투를 내려놓으며 병상 옆에 앉았다. “뭐가 어때요?” 소미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맨날 약 바르고, 주사 맞고, 치료받고 있잖아요!” 그러더니 갑자기 거즈로 감긴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근데 봐봐요. 그렇게 해도 맨날 이 모양이잖아요!” “어머, 얘야!” 장미리는 깜짝 놀라 급히 딸의 팔을 붙잡았다. “그러다 상처 다시 터지면 어떡해? 조심 좀 해.” 지동성도 진정시키듯 말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612화

    시연은 진아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뭐, 그런 셈이지.” 그러고는 비웃듯 웃어 보였다. “고 대표는 항상 자기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근데 이번엔 미안하지만... 실망 좀 해야 할걸?’ ‘우주를 위해서라면, 난 절대 물러설 수 없어.’ 그날 밤, 유건은 나타나지 않았다. G시에 아예 안 온 건지, 왔지만 시연을 피한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시연은 신경도 쓰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시연은 강울대병원에 들렀다. 갑작스러운 병가 탓에 업무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하고 나온 게 마음에 걸렸던 것이었다. 서류며 자료가 다 사물함에 있어서, 후임에게 전달하려면 직접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마무리하고 병원을 나서려던 때, 외래 진료 대기석에 앉아 있던 지동성이 눈에 들어왔다. 시연은 발걸음을 멈췄다. ‘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번 병환 이후로 지동성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피부도 푸석했고, 눈빛도 많이 흐려진 듯했다. 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런 그녀를 먼저 알아챈 건 지동성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시연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시연아.” 시연은 입술을 꾹 눌렀다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오늘 퇴원이에요?” “응. 병원에 너무 오래 누워 있었더니, 집이 그리워지더라.” 지동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더는 입원해도 큰 효과 없는 보존 치료. 그는 이제 집에서 지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동성의 시선이 시연의 배로 내려갔다. “배가 많이 나왔네.” “네.” 시연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여전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동성은 개의치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물었다. “고 대표랑은... 잘 지내고 있어?” ‘잘?’ 시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눈빛에는 어떤 온기도 없었다. “아마도... 잘 지내는 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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