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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Author: 임공
유건은 지하의 어깨에 팔을 걸쳤고, 약간 술에 취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야, 그거 알아? 아까 무대 위에 있던 애, 나 걔한테 걸었다? 오늘의 ‘댄스 퀸’은 무조건 걔가 될 것 같았거든. 어때, 춤 괜찮았지?”

지하는 눈을 살짝 흘기며 잔을 들었다.

‘와... 진짜 맛이 갔구나.’

“응, 잘 추더라.”

“그런데 유건아...”

무언가 진지하게 말을 꺼내려던 찰나, 벌떡 일어난 유건이 무대를 향해 우렁찬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좋아!”

“잘한다! 브라보!”

지하는 어이가 없어 술잔을 내려놨다.

‘진짜 망가졌네, 망가졌어.’

무대가 끝났고, 분위기도 한풀 꺾였다.

유건은 흥이 남은 얼굴로 말했다.

“자, 술 마시러 가자.”

오늘은 일부러 룸을 잡지 않고, 메인 홀 자리에 앉았다.

유건이 일부러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 머물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데 가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질 테니까.’

정빈은 이미 술을 채워두고 있었는데, 유건은 자리에 앉자마자 잔을 집어 단숨에 비웠다.

강석이 지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어때? 얘기는 좀 들어봤어?’

지하는 어깨를 으쓱였다.

‘방법이 없어. 지금은 완전히 벽이야, 벽.’

그 순간, 클럽 매니저가 다가왔다.

“고 대표님, 지하 도련님, 주 대표님, 강석 도련님, 반갑습니다.”

정중히 인사한 뒤,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 그리고 고 대표님, ‘댄스 배틀’ 결과 나왔습니다. 고 대표님이 베팅하신 8번 참가자가 오늘의 ‘댄스 퀸’으로 선정되었어요.”

“그래?”

유건이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상금은 현금으로 환전해 드릴까요, 아니면 칩으로 보관해 드릴까요?”

“필요 없어.”

유건은 손을 툭 내저으며 말했다.

“그냥 술값에 써. 테이블이나 돌리라고.”

“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매니저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이런 분들한텐 돈보다 기분이지.’

“그리고... 약속대로 오늘의 ‘댄스 퀸’이 술을 한 잔 따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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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진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이혼할 건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이제 이건 내 일이야.”하지만 시연의 생각은 달랐다.시연은 눈썹을 좁게 모으고, 진아를 한참 바라봤다.“왜 그래?”진아는 자기 볼을 문질렀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아니.”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어 솔직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해. 병 때문에 부 대표랑 이혼 결심한 거지?”그 말에, 진아는 순간 움찔했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말했다.“왜 그렇게 생각해?”‘왜일까?’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명확했다.진아는 순하고 대체로 상황에 순응하는 성격이다.진아에게 이혼은 아직도 약간 ‘탈선’에 가까운 일이다.결혼이 조금이라도 버틸 여지가 있었더라면, 진아는 감히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잠시 후, 진아는 미소를 띠었다.“역시 우리 지 선생한텐 뭐 하나 못 숨기네.”그리고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여기... 난 거, 아마 오래 못 버틸 거야. 그래서 더는 부지하랑 억지로 살고 싶지 않아. 나... 가기 전에, ‘대체품’이라는 딱지는 떼고 가고 싶어...”“진아야.”시연은 마음이 저릿해 손을 꼭 잡았다.“나도 고유건이랑 결혼할 때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어. 긴 시간이면... 그 사람도 과거를 잊을 거라고.” 진아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근데 시연아... 나 시간이 없어. 기다릴 수가 없어. 더는 못 기다려.”“진아...”시연은 목이 떨려 말을 잇지 못했다.“아직 뭐가 뭔지 정확히 나오지도 않았잖아.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시연!”진아는 훌쩍거리며 시연에게 달려와 꽉 안겼다.“부지하는 자격 없어! 진짜 자격 없어! 나... 부지하한테 말하기 싫어. 아무것도 말 안 할 거야. 끝까지!”시연은 들을 수 있었다.진아가 지하를 완전히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 걸.바로 그 미련 때문에... 오히려 떨어지려는 거겠지.시연은 진아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다.“그래, 안 알려도 돼. 부 대표한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479화

    진아는 알고 있었다.이번 일을 시연에게 절대 숨길 수 없다는 걸.그리고 애초에 숨길 생각도 없었다.사실 진아는 시연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다른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그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시연뿐이었으니까.하지만, 차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은범을 보자 진아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가자. 집 가서 말할게.”“그래.”은범은 차를 몰아 시연과 진아를 시연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도착하자 은범은 캐리어를 내려주고 말했다.“시연아, 오늘은 푹 쉬어. 진아도 있으니까 난 방해 안 할게.”그리고 손목시계를 한번 보았다.“이따가 고객이랑 약속 있어서 다시 나가봐야 해.”은범은 바빠 보였다.바쁜 건 좋은 일이다.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니까.시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가봐. 일 끝나면 연락 줘.”“알겠어.”은범을 배웅하고 나자, 집 안은 고요해졌다.오늘은 도경미와 조이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날이었다.진아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시연 쪽으로 왔다.시연은 막 배달 음식을 주문해 둔 상태였다.진아가 말했다.“시연아, 이제 막 돌아왔으니까... 시차 적응 좀 해야지.”오는 길에, 진아는 조이가 진아 부모님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이미 다 해두었다.“딱 좋아. 우리 엄마도 조이 너무 좋아하거든. 그냥 이틀 더 맡기려고.”“괜찮지. 다만 어머니께 죄송하네.”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이 도착했고, 두 사람은 식탁으로 가 앉아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먹던 중, 시연은 따끈한 국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본격적으로 ‘심문’에 들어갔다.“이제 말해봐. 무슨 문제야?”진아를 보는 내내, 시연의 불안은 점점 커졌다.왜냐하면 진아는 식욕이 너무 좋았다.의학적으로, 역설적인 현상이라 말한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병일수록... 더 위험하다는 것.그리고 진아는 한동안 ‘먹어도 안 찌는’ 상태였다.“대체 뭐야?”“하...”진아는 아주 작은 숨을 내쉬고, 손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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